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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 특집

19대 대통령 선거 특집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선거는 축제인 동시에, 주기적으로 치러야 하는 '과제'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국민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피고 검증한다. 직접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도 치밀하게 준비하는 건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5년 후 대선을 미리 내다보며 일찍부터 세력을 모으고 발판을 다진다.

유례없이 7개월이나 빨리 치러지게 됐지만, 이번 대선 역시 '준비된 자'들의 각축전이다. 대선 후보 5명 중, 지난 18대 대선에 도전장을 던졌던 이가 3명이나 된다. 4년 4개월간 절치부심하여 돌아온 이들과 새로이 대선판에 뛰어든 이들. 주요 대선후보 5명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봤다.

*기사 내에서 대선 후보들의 순서는 기호 순이며 직책은 생략하였음. 단 상황 설명에 있어 필요한 경우는 기재.

문재인

(좌) '대선 패배' 인정 기자회견을 하는 문재인. (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출된 문재인.

그때 그 사람

"패배를 인정합니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2012년 12월 19일 밤 11시 50분, 문재인은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대선 실패는 나의 실패이지 새정치의 실패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최종 개표 결과는 51.55% 대 48.02%. 근소한 차이였어도 패배는 패배였다.

문재인의 패배 후 민주당은 크게 흔들렸다. 그를 지지했던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는 반면, 문재인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부류도 있었다. 이들은 "선거 때 뭐하다가 이제 와서 우느냐"고 했다. 한편 문재인은 대선 후 한동안 공식일정 없이 자택과 고향인 경남 양산을 오가며 지냈다. 하지만 그의 '칩거'는 그리 오래지 않아 끝이 났다. 대선이 끝난 지 열흘 만에 한진중공업 자살 노동자의 빈소를 찾으며 첫 외부활동을 재개했고, 이어 새해 첫날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문재인이 2017년 대선 출마를 시사한 건, 18대 대선 패배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그는 자신의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를 발간하며 "2017년엔 반드시 염원을 이루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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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달라졌나?

(좌) 2012년 12월, 문재인의 유세 현장에 등장한 안철수. (우) 2017년 4월, 국회 예결위장에서 마주친 문재인과 안철수.

└ 安과의 관계

18대 대선 개표방송 당시, KBS는 박근혜의 주무기(主武器)를 '수첩', 문재인의 주무기를 '안철수'라고 표현했다. 당시의 문재인에게 안철수는 그 정도로 큰 존재였다. 문재인과 함께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는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1월 23일, 극적으로 후보 사퇴를 하며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선을 나흘 앞두고는 안철수가 문재인의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해 목도리를 둘러주고 포옹까지 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4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역시 문재인에게 안철수는 여전히 큰 존재다. 다만 그때와 같은 조력자가 아닌, 자신의 대선 행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됐을 뿐이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18대 대선 이후, 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잡음이 불거지며 사이가 벌어졌다. 안철수는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공식 행사장에서 서로 눈길조차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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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우) 도지사직을 사퇴하며 눈물을 흘리는 홍준표.

그때 그 사람

"공직생활 접는다" 했지만, 8개월 만에 부활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합니다. 보궐선거에도 나가지 않고 재야에서 활동할 계획입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낙선한 홍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내리 4선을 한 자신의 지역구 동대문구을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패한 것이 매우 뼈아팠던 터였다. 하지만 8개월 뒤인 2012년 12월 19일, 홍준표는 박근혜와 함께 꽃가마를 타는 인물이 됐다. 당시 18대 대선과 같은 날 열렸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로써 정계 복귀의 발판을 마련한 홍준표는 2014년, 60%가 넘는 지지율로 경남도지사 재선에도 무난히 성공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품 때문일까. 홍준표는 경남도지사로 재임하는 중에도 '대권의 꿈'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2017년 대선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는 "대권 꿈이 없다고 하면 위선", "도지사가 대선 후보가 되면 경남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등의 답변을 했다. 그리고 2017년,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된 홍준표는 마침내 도지사 직을 내려놓는다. 4월 10일 밤 11시 57분, 대선후보들의 공직 사퇴 시한을 3분 남긴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꼼수 사퇴'라고 비난했지만, 본인은 '세금 수백 억이 낭비되는 보궐선거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당당히 밝혔다. 사퇴 선언 다음날 열린 퇴임식에서 홍준표는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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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달라졌나?

(좌) 2015년 3월, 무상급식을 놓고 설전을 벌인 문재인과 홍준표. (우)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신경전을 벌인 홍준표와 손석희.

└ 여전한 '스트롱맨(strong man)'

'소신 있는 발언'이 트레이드 마크인 홍준표는 한결같이 강한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었다. 이 때문에 도지사 재임 중 현재의 경쟁자인 문재인, 안철수와도 여러 번 부딪혔다. 먼저 문재인(당시 야당 대표)과는 무상급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는데, 이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벽 보고 얘기하는 느낌"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새정치에 내용 없다, 경남에는 '안풍(安風)'이 없다"며 일갈했다.

손석희 현 JTBC 사장과의 '친분'(홍준표는 최근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 중 발언 논란이 일자 '친분이 있어서 그랬다'고 해명한 바 있다)은 2012년에도 드러난 적이 있다. 당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에 출연한 홍준표가 "MBC 요즘 문제 많다"는 말을 반복했던 것. 이후 한 달 뒤에는 똑같은 프로그램에서 '손석희 같은 사람을 MBC 사장 시켜야 한다'는 돌발 발언을 해 모두를 당황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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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좌)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안철수. (우)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그때 그 사람

"다들 투표는 하셨어요?" 짧은 인사 후 미국行

대선 후보를 사퇴한 안철수는 선거 전날까지 문재인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러면서 "도움을 줄 만큼 다 줬다"며 소회를 밝혔다. 18대 대선날이 밝자 오전 9시경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투표를 마쳤다. 이후 그가 향한 곳은 공항이었다. 안철수 측은 대선이 끝나는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었다. 문재인이 이기든 지든, 그와 함께했던 안철수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올 것을 고려해 한 결정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대선 결과를 알게 되겠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잘텐데 뭐…"라고 답했다.

 

안철수는 미국에 석 달가량 머물렀다. 이후 대선 다음 해 3월에 귀국해,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노원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결과는 60.4%로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 이것이 2017년 대선을 향한 안철수의 첫걸음이었다. 18대 대선 때 출마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간철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안철수는 19대 대선은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2015년 6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선에 나갈 생각이 있다고 하며 "하나씩 뚜벅뚜벅 만들어가며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6개월여 뒤, 자신이 몸담고 있던 새정치연합을 떠났다.

▷관련기사 안철수 "5년 뒤에는 시대정신 또 바뀔 것"

뭐가 달라졌나?

안철수의 이미지 변화를 코믹하게 표현한 조선닷컴 뉴스툰.

 목소리

4년 4개월 전, 입에 손을 갖다 대고 가는 목소리로 얘기하던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 비해 가장 획기적으로 변한 후보다. 목소리가 특히 그렇다. 갑자기 변한 목소리에 다들 얼마나 놀랐는지, 최근까지 '안철수 목소리'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도대체 어떻게 득음한 것이냐'에 대한 그의 대답은 독학. 그러면서 "자기 자신도 못 바꾸면 나라를 바꿀 수 없다"는 대선 후보다운 코멘트도 덧붙였다. 실제 안철수 목소리를 들은 대다수 소리 전문가들은 '독학이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철수의 연설법이 다른 연설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이 독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관련기사 [디테일추적] '안철수의 득음', 소리전문가가 과학으로 분석해보니

(좌로부터) 최장집, 송호창, 법륜, 금태섭, 윤여준.

 떠나간 멘토들

안철수라는 인물의 주변도 달라졌다. 최장집, 금태섭, 송호창, 법륜, 윤여준 등 한때 '安의 사람들'을 상징하던 인물들이 지금은 없다. 먼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철수 싱크탱크 내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내지 못했다는 무수한 설(說)을 남기며 떠났다. '안철수의 입'이나 다름없던 금태섭 변호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이 됐으며, 송호창 전 의원은 안철수의 국민의당 입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륜 스님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역시 '옛 안철수 멘토'라는 타이틀만 갖고 있을 뿐이다.

유승민

(좌) 2015년 4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우) 2017년 4월 2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공설시장을 찾아 상주·의성·군위·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진욱 후보 지원유세 중인 유승민.

그때 그 사람

대통령과 각 세우고, 야당에 박수 받은 '원조 친박'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당시 유승민은 새누리당의 의원 한 명에 불과했다. 한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며 '원조 친박(親朴)'이라고도 불린 그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공약과 인선 등에 쓴소리를 내뱉은 유승민은 어느새 '멀박(멀어진 친박)', '까박(까칠한 친박)', '쓴박(쓴소리하는 친박)' 등으로 분류됐다. 박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을 향해 '얼라들(어린애들을 일컫는 사투리)'이라 쏘아 붙이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 기대에 못 미친다"고 냉정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유승민과 박근혜 청와대의 대립이 절정에 달한 건, 그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하던 2015년 무렵이다. 유승민은 원내대표가 된 후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지적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칭찬하는 '파격' 연설을 선보였다. 이후 결정적으로 '국회법 개정안'으로 충돌하며 유승민은 쫓겨나듯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사퇴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개입해 '유승민 사퇴'가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인 이슈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승민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자 지지율이 급등했는데, 야권 쪽의 지지가 높아진 결과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제치고 차기 여권 대선주자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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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달라졌나?

(좌) 2011년 4월 4일, 대구 달서구 세인트웨스튼 호텔에서 열린 대구연구개발특구 출범식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우) 2015년 6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정치권과 새누리당을 비난한 것과 관련,“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공개 사과하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보수와 결별한 보수

박근혜와 유승민의 '10년 인연'은 이들이 각각 대통령과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당시 초선이던 유승민 의원을 '삼고초려'까지 하며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2015년,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유승민을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지 말라" 비판하고 국민들에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 호소했다. 이후 유승민은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대통령과 그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들이 정면 대결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심상정

(좌) 대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심상정. (우) 정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하는 심상정.

그때 그 사람

"이석기·김재연 제명 못 시켜 죄송합니다"

18대 대선이 있기 6개월여 전, 심상정 당시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강기갑·심상정 등 당 지도부가 추진하던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됐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당은 크게 흔들렸다. 당사자인 이석기 전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심상정이 청한 악수를 "됐다"며 거부했다. 그해 9월,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유시민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탈당하며 당은 분열되고 만다. 탈당 의원 중에는 심상정도 있었다. 이후 그는 진보정의당을 창당하고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하지만 심상정의 첫 대선 도전은 지지율이 1%도 되지 않는 등 녹록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분당 과정에서 보인 내홍이 부진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심상정은 결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에 후보직을 내려놨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눈물을 머금은 채 "철탑 위에 매달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눈에 밟힌다"며 "단일화를 위한 중도사퇴는 제가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심상정, 대선 후보직 사퇴…"단일화 위한 중도사퇴, 제가 마지막 돼야"

뭐가 달라졌나?

(좌) 2012년 3월, 손을 맞잡은 당시 통합진보당의 심상정·이정희 공동대표. (우) 2012년 10월,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이정희를 못 본 체하고 지나치는 심상정.

└ 이정희와의 결별

심상정의 가장 큰 변화는 주변 인물이다. 2011년, 통합진보당이 창당되던 날 심상정은 이정희 당시 대표의 손을 번쩍 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채 1년도 되지 못해 이들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심상정은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대권에 도전하는 한편, 이정희는 해산된 정당의 대표가 되어 오랫동안 침묵하는 처지가 됐다.

누군가를 파악하는 데 있어, 그 사람의 '현재' 모습만큼 중요한 게 '과거' 모습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 4개월. 대선주자들이 걸어온 길을 훑어보는 것이, 다가오는 대선날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 눈물의 해단식… 文 "내 개인의 꿈은 끝, 당은 더 발전하길"
대선 패배 다음 날인 20일, 민주통합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와 "당분간 내홍(內訌)을 피할 수 없게 됐다"였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의원·당직자가 보이는가 하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거 때 뭐하다가 이제 와서 우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文이 비대위원장 임명 후 '국민정당'으로?

민주당은 현재 당장 당을 이끌어 갈 지도부가 없는 상황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두 번이나 해체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해찬 대표 등 최고위원 전원은 당내에서 '이·박(박지원 원내대표) 퇴진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2선 후퇴를 하겠다면서 문 후보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다시 인적 쇄신론이 부각되자 11월 18일 아예 총사퇴를 선언했다. 권한을 위임받은 문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단 10명 등 선대위 조직으로 당을 꾸려 나갔지만, 이들도 지난 11월 23일 안 전 교수의 사퇴 후 책임을 지겠다면서 직을 내려놓았다. 곧이어 문 후보마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게 되면서 당의 구심점은 사라져 버렸다.

문 후보 측은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절차로 현재 대표대행을 겸직하고 있는 문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일단 문 후보가 당을 수습하는 역할까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대선 기간 발족한 '국민연대' 인사들을 흡수해 '국민정당'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대'와 현 민주통합당을 합해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길도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당내 세력 관계 속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세균 상임고문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한 자원봉사자와 포옹하고 있다.

"安 등판해야" 목소리도

선대위 외곽에 머물렀던 당내 비주류·비노 진영에선 이런 움직임에 대해 벌써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그렇게 임명된 비대위원장이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이다. 한 관계자는 "선거를 위해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더라도 패배했으면 '이제 다른 좋은 분이 나서서 수습해 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19일 투표 직후 미국행을 택한 안 전 교수가 귀국한 다음에야 진정한 창당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 기간에 국정원 사건이라든가 여러 가지 무리한 시도가 있었다"면서 "창당을 하더라도 '그 밥에 그 나물'인 국민연대만으론 부족하다. 새 사람이 있어야 새 정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여러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당분간 민주당과 야권 내에선 이합집산이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곧 의원총회가 열리면 대선 패배 원인과 책임을 놓고 온갖 얘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내년 초 전당대회를 치러도 4월 재보궐이 또 있어서 결국 몇 달 동안 세력 간의 규합과 분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전 후보는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 "새로운 시대를 제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던 개인의 꿈은 끝이 나지만, 민주당은 더 발전해서 다음에는 좀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 내는 일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저의 개인적인 꿈은 접지만 민주당, 함께 했던 시민사회, '국민연대' 등 우리 진영 전체가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저도 거기에 늘 힘을 보태겠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하루 3번 마주치고도… 말 한마디 안 나눈 文·安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2일 공식 행사장에서 세 차례 마주쳤으나 간단하게 악수만 하고 거의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두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는 반기는 모습이어서 대비가 됐다.

네 후보는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포럼,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전 간담회에서 마주친 문·안 후보는 서로 외면하고 다른 내빈들과만 대화했다. 행사 도중에 다시 마주쳤을 때도 굳은 표정으로 잠시 악수만 했다. 문 후보는 홍 후보와는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 웃기도 했다.

강렬한 눈빛 -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궨동아 이코노미 서밋궩 행사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 회의 등 세 차례 마주쳤으나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이어 네 후보는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4차 산업 혁명'을 주제로 열린 동아 이코노미 서밋 행사에서 또 만났다. 제일 먼저 문 후보가 인사말에서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준비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홍 후보는 안 후보를 보며 "우리 안 후보님은 융합이 전공이죠? 요즘 정책도 보수와 진보를 적당히 버무려서 융합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 보니, 안 후보님 전성시대가 올 것 같다"고 했다. 장내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어 연설에 나선 안 후보는 "홍 후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융합이라는 건 버무려지는 게 아니다. 합쳐지는 것"이라며 "전혀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문 후보 발언에 대해선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같은 형태는 굉장히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문·안 후보는 오후 들어 국회 헌법개정특위가 초청한 행사에서 다시 만났다. 홍 후보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다른 일정에 갔다. 문·안 후보는 또다시 어색한 분위기에서 악수만 했다. 문 후보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심 후보를 향해 "의장님과 심 후보는 아침부터 계속 만난다"고 했고, 안 후보도 다른 참석자들에게 "제가 제일 늦게 왔다"며 인사했지만 서로 간에는 대화를 피했다.

"여당, 2년반만에 道政 되찾아 겸손하게 도민 섬기겠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19일 오후 7시 10분쯤 창원시 중앙동 대흥인터빌 건물 1층 선거사무실에 나타나 지지자와 운동원들의 환영을 받았다. 개표가 진행되고 당선이 확정되자 홍 당선인은 "2년 반 만에 새누리당이 도정을 되찾았다"며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도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홍 당선인은 "내일(20일) 정상 출근해 약식으로 취임식을 가진 뒤 바로 업무를 시작하겠다"면서 "부자와 서민,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이 함께 가는 경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19일 오후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경남 창원시 중앙동 선거사무실에서 홍 후보가 부인 이순삼 여사, 지지자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홍 당선인은 지사직은 처음이지만 정치적으로 보자면 여야 정치인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54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홍 당선인의 원래 이름은 판표(判杓)였다. 법조계 선배가 "검사가 무슨 (판사를 의미하는) '판(判)'자를 쓰느냐"고 해서 준표(準杓)로 개명(改名)했다. 본인 스스로 "조선소 경비원의 아들, 고리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녀야 했던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본인은 "보리쌀 두 말을 들고 대구로 가 영남고를 졸업했고, 1만4000원을 쥐고 서울로 가서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고 말한다. "어떻게든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 보려고 사법시험을 쳤다"는 그는 1982년 합격한 뒤 85년부터 10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 슬롯머신 사건 등 권력층 수사로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1995년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까지 4선 의원을 지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당 원내대표에 이어 2011년 당 대표에 선출됐다. 2007년에는 이명박·박근혜 후보와 함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겨룬 적도 있다. 어떤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도 대놓고 비판적인 말을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홍 반장' '버럭 준표'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정열적이고 곧은 정치만 하겠다"며 빨간 넥타이, 빨간 점퍼, 빨간 티셔츠 등을 즐겨 입는다.

홍 당선인은 작년 12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이제 정치는 접을까 생각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법조·정치에 이어 행정 경력까지 갖추게 됐다.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될 수도 있다. 보궐선거에 의해 당선됐기 때문에 지사직의 남은 임기는 1년 6개월이다.

홍준표, 손석희 교수와 인터뷰中 "요즘 MBC 문제가 많다"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는 홍준표 전(前) 새누리당 대표가 6일 MBC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 도중 전화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자 “요즘 MBC가 문제가 많다”는 말을 했다.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왼쪽)와 홍준표 前새누리당 대표.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남지사 선거 공약,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등에 대해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홍 전 대표는 손 교수가 “후보로 결정되신 자리에서 울먹이셨다고 들었다”고 인사를 건네자 “에이 그렇지 않다, 남자다”라고 맞받아쳤다.

인터뷰 중간에 전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손 교수가 “여기(방송사)가 문제가 있는지 안 되고 있다”고 했고, 홍 전 대표는 “문화방송이 요즘 문제 많다”고 말했다. 손 교수가 웃으며 “전화 문제까지는 없었다”고 하자 홍 전 대표는 “네, 네 MBC가 요즘 문제가 많다”는 말을 반복했다.

홍 전 대표와 손 교수는 과거에도 방송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홍 전 대표는 2009년 12월, 같은 라디오방송에서 손 교수의 당시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추궁했었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진행자인 손 교수에게 “서울시장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고 역(逆)으로 물으며 “민주당에서는 지금 열심히 손석희 교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초빙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손 교수는 “나는 (서울시장 후보) 제안받은 바도 없고, 오보다”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진짜 (서울시장 후보로) 안 나갈 것인가. 이 라디오 방송 듣는 국민들 앞에 맹세할 수 있는가”라고 거듭 확인했고, 손 교수는 이에 대해 “안 나간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이어 “(손 교수가 출마를 안 한다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참 큰 부담 덜었다”고 농담하며, “손 교수가 국민 앞에 맹세했다. DJ처럼 번복하고 나가기 없기다”라고 못을 박았다.

홍 의원은 같은 해 10월에도 같은 방송에 출연, 당시 MBC TV '100분 토론' 하차 문제가 거론되던 손 교수에게 "고액출연료 때문에 그만둔다고 하던데, 좀 깎아주지 그래요. 깎아주면 말이 없을 텐데…"라고 말했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파격적인 변신이 필요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시점에 단일화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대안이 뭔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지금껏 추진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며 “밋밋한 대선으로 가면 아주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5년 뒤에는 시대정신 또 바뀔 것"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18일 서울 명동과 강남역을 방문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마지막 선거 지원에 나섰다.

안 전 교수는 이날 서울 명동 유세에서 "청년 실업은 청년 탓이 아니라는 게 상식이다. 애를 키울 수 있게 해놓고 애를 낳으라고 하는 게 상식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지켜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힘이 없어도 먹고살 길이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고 했다. 그는 이날 저녁 강남역 유세에서는 "경제 민주화는 우리 경제의 체력을 키울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상식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안 전 교수는 19일 오전 9시쯤 서울 한강초등학교에서 투표하고 오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할 예정이다. 대선 결과를 보지 않고 곧장 출국하는 것이다. 안 전 교수 측 관계자는 "문 후보가 당선되거나 낙선하거나 안 전 교수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안 전 교수가 자기 일정에 따라 향후 정치 활동을 구상하고자 잠시 떠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전 교수는 전날 캠프 관계자들과 같이한 점심 자리에서 '5년 뒤에는 시대정신이 바뀌지 않겠느냐.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뒤의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문 후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다 줬다"며 선거 과정의 소회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의 득음', 소리전문가가 과학으로 분석해보니

'안철수 득음(得音)'이 화제다.

얼마 전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올해 초까지 한결 같았던 특유의 '얇은 목소리'가,

2012년 9월 18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던 안철수 후보의 모습.

19대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소몰이 창법’ ‘루이 안스트롱’이라고 불릴만큼, 우렁차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연설 중인 안철수 후보.

단기속성 스피치학원을 끊은 걸까, 전담 보컬트레이너가 있는 걸까, 폭포수 맞으면서 득음이라도 한 걸까. 안 후보는 주변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자 "(연설법을) 독학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안철수 짤(사진)'이다. 이랬던 안 후보가 갑자기 포효하니 큰 화제가 되는 모양새다.

네티즌에게 인기를 끌었던 기존 '안철수 짤(사진)'들.

사람의 목소리에는 고유한 주파수의 음 높이와 발음상 독특한 리듬이 실려 있다. 음정에 따라 박력·포근함을 느끼게 되고, 리듬을 통해서 냉정함·끈끈함을 느끼게 된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에게 안 후보의 목소리 변화에 대해 물어봤다.

#영상1: 안철수 후보의 얇은 목소리…42초부터 나온다

#영상2: ‘루이 안스트롱’ 발성법…우렁찬데 상당히 유니크(unique)해

 


-안 후보의 목소리가 바뀐 것처럼 들린다.
"2012년도는 맑은 목소리의 샌님형 연설이었다. 이제는 '소몰이 화법'을 쓰고 있다. 목소리 발성 톤(헤르츠)이 올라갔다. 입 모양도 달라졌다. 입을 아주 크게 벌리면서 말한다. 입을 크게 벌리면 소리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명료해지고,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 또 폐활량을 자랑하듯 말을 길게 늘어뜨린다. 강력한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목쉰 듯이 연설 중간 중간 쉬면서 호흡을 했었다."

-예전엔 강의하듯이 조곤 조곤 말하지 않았나.
"교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과거엔 연설을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연설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영상을 보면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도 '안~녕~하~십~니~까~ 여~러~부우우운~' 이렇게 모든 음절을 길게 늘어뜨려 말한다. 한 문장을 말하는 데 걸리는 '지속시간'이 1.75배 길어졌다. 여기에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말하지 않고, 음을 올리고 내리는 억양·어조 변화를 줬다. 이런 '톤 변화'가 1.5배 많아졌다. 이렇게 말하면 청중의 긴장도·관심도가 올라가게 된다."

-목소리가 우렁찬 건 알겠는데 '왠지 모르게 웃긴다'는 평가도 꽤 나온다.
"어색해보이긴 한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정리하면 '어색하지만 강조된' 연설법이라고 볼 수 있다. 말끝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늘여뜨리는데, 그냥 내지르는게 아니라 노래하듯이 '↗↘' 음을 올렸다가 내리기도 한다. 호소력과 포용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강조를 하다가도 말끝을 내리면서 끌어안는 느낌이다. 요즘 정치인 연설은 대개 '호소'만 하다 끝나는 편인데, 안 후보는 감싸안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목소리를 만든 느낌·어딘가 조작한 발성법 같아서 서툰 느낌도 든다. 하지만 청중도 반복해서 들으면 이런 어색함은 못 느끼게 된다."

-안 후보는 연설법을 "독학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일까.
"내 보기에는 독학이 맞는 것 같다.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1000명의 연설자 목소리 데이터가 있다. 안 후보 연설법은 다른 연설자에겐 안 나타나는 상당히 독특한 방식이다. 그래서 독학으로 보인다는 건데, 노래하듯 어우러지는 특이한 발성법 때문이다. 혼자 했다면, 길게 연구한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몇 달 전까지만해도 경직되고 긴장하는게 목소리에서 나타났다. 이번 경선을 거치면서 부끄러움을 해소한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최근 나타난 걸 보면, 경선 단계에서 경쟁한 손학규 후보의 연설 유형을 많이 참고한 게 아닐까 싶다."

野黨이 박수쳤다, 유승민의 '파격 연설'

새누리당 유승민〈사진〉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존 여권(與圈)과 다른 새로운 시각과 입장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칭찬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선 비판하고, 야당은 치켜세웠다.

유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財閥) 대기업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과 중산층 편에 서겠다"며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 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기득권' 쪽에 서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말이었다.

그는 또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양극화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이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안보 정당을 말하고 정의당이 미래 산업 정책을 말한다"며 "놀라운 변화다. 그 변화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을 재(再)평가하고 야당을 칭찬한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건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대해선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134조5000억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반성한다"고도 했다. 보육 공약에 대해서도 "정책 재설계가 절실하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여권이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법인세 인상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과 함께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정책을 예고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 원내대표의 합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여당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공식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밝힌 복지와 증세 문제, 재벌 개혁 등에 대한 입장과 기조는 지금까지 여권의 기본 입장과는 차이가 있어 청와대는 물론 여당 투톱 중 한 명인 김무성 대표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TV조선 화면 캡처

심상정, 대선 후보직 사퇴…"단일화 위한 중도사퇴, 제가 마지막돼야"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6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심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매선거 때마다 반복된 후보단일화를 위한 중도사퇴는 이제 제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로서 저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만, 노동권 강화와 정치개혁의 향한 저와 진보정의당의 노력은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정책연대를 통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철탑 위의 매달린 채 찬바람을 견디고 있는 울산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평택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다리 난간에 매달린 아산 유성기업 노동자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그러나 그분들을 따뜻한 가족의 품, 정다운 직장으로 돌려보내드리겠다는 저의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는 전날인 25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기호 3번을 배정받았다.

이 후보는 후보 등록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국민 여러분께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시기 통합진보당의 시련이 야권연대를 어렵게 하는 환경으로 조성돼왔다는 걸 안다”며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환경, 결심할 수 있는 정황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그럴 것”이라고 야권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결단으로 정권교체의 전망은 한층 밝아졌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사회를 확고한 진보의 방향으로 분명하게 이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남지사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로 민주노동당 출신인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확정됐다.

민주통합당 공민배 경남지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공 후보는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경남의 자존심을 살리고 정권교체의 견인차가 되기 위해서는 도민이 하나가 돼 뭉쳐야 한다”며 “무소속 권 후보를 적극 도와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 무소속 권 후보 3파전으로 압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