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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에 보내는 경고

2050년에 보내는 경고

“한국 기업 30년 뒤, 글로벌 IT 기업 하청업체로 전락”

 

 

 

 

 

 

 

지난해 1월 울산 울주군 온산읍 대한유화 온산공장 굴뚝에서 불기둥과 함께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대한유화 공장은 2017년 6월에도 20일 가까이 굴뚝에서 화염과 매연이 치솟아 주민의 원성을 샀다. [뉴스1]

 

충남까지 올라온 아열대 기후 속 한반도. 여름철 일상화된 폭염과 오존 주의보, 겨울 하늘엔 숨 막히는 미세먼지. 석탄 화력 발전소가 다시 등장하고, 수량ㆍ수질 모두 악화한 물 부족 국가, 중산층이 무너져 내린 승자독식의 사회, 분노를 등에 업은 거리정치의 일상화,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한국 기업….

 

 

 

지난해 5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상설 국가 미래연구기관, 국회미래연구원이 첫 프로젝트로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를 3일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식량/수자원ㆍ 에너지ㆍ우주과학ㆍ정보기술ㆍ생명공학ㆍ경제ㆍ정주여건ㆍ사람ㆍ인구/사회ㆍ정치/행정ㆍ국제정치ㆍ북한 등 13개 분야를 예측한 이 보고서 속 대한민국 미래는‘암울 일색(一色)’이다. 2050년까지 고속성장을 거쳐 미국 다음으로 1인당 소득이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한 골드만삭스의 미래예측이나, 한국을 찾은 수많은 미래학자가 얘기한‘장밋빛 미래’는 찾아볼 수 없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9000달러, 삶의 질 순위 세계 10위의 세계 일류국가를 제시한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함께하는 희망 한국, 비전 2030’과도 딴판이다.

 

 

 

왜 이런 디스토피아적 미래예측이 나왔을까. 한국의 30년 뒤 미래는 정말 절망적일까. 해답은 보고서 속에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13개 분야별로 최소 3개 이상의 종합 미래예측 시나리오를 도출해냈다. 지금까지 해온대로 우리가 문제점에 대해 대처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에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 시나리오와 사람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 그리고 그사이의 시나리오들이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안타깝게도 보고서 속 바람직한 미래 시나리오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미래 예측이 일치한 분야는 하나도 없었다”며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지속한다면 우리의 아들ㆍ딸이 주역이 돼 살아갈 30년 뒤 세상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는 불변의 것이 아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순간 그 미래를 바꾸는‘힘’이 있다.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라는 보고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회미래연구원은 30년 뒤 미래를 연구ㆍ조사해 예측하고, 정책 대안까지 제시했다. 예측이 아니라 경고와 대안 제시가 보고서의 본래 목적이다. 이번 연구에는 국회미래연구원 내부 연구인력과 부문별 외부인력 5~6명 등 총 7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중앙일보는 국회미래연구원과 공동기획을 통해 13개 분야에 대한 미래예측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은“그간 역대 정권마다 미래전략보고서를 냈지만, 낙관적인 장밋빛 미래상을 위주로 기술한 획일적 미래상에 치우쳤다”며“국회미래연구원은 정파의 이해를 초월해 가능성 있는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린 뒤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정책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오존과 전쟁…30년 뒤 거리엔 우주인 헬멧 등장

기후 -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2017년 11월 인도 뉴델리의 밤거리.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매연으로 가득차 앞이 제대로 분간도 되지 않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인도 특히 뉴델리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에너지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오늘날 인도와 같은 환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AP=연합뉴스]

‘저는 2019년 2월에 태어난 올해 31살의 직장인입니다. 오늘은 2050년 8월1일 오후 2시, 서울 도심 온도가 섭씨 43도까지 올랐습니다. 게다가 사흘 연이어 찌는 듯한 폭염입니다. 오존 경보는 이제 일상화가 됐습니다. 도심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뿐 아니라, 빌딩마다 내뿜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 열기까지 더해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간혹 보이는 교통경찰들도 우주인의 그것과 닮은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더위는 물론 미세먼지에 오존과도 종일싸워야 하는 이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보급된 냉방 및 호흡기 보호용 특수헬멧입니다. 매년 여름철이면 주변 고령의 어르신들 부고(訃告)가 많이 들려옵니다. 물론, 살인적 더위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해가 갈수록 더 더워질 거라는 겁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렸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30년 전에도 문제였다고 들었습니다만, 요즘은 더 늘어나고 더 심각해졌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을 바탕으로 2050년 미래에서 보내온 가상의 편지다. 13개 분야 예측 중 첫째인‘기후변화와 환경 분야 예측’에 따르면, 2050년 한반도는 환경 재앙 수준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단, 지금의 추세대로 갈 경우를 가정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8월 서울 온도 43도까지 올라
헬멧, 냉방·호흡기 보호용으로
탄소제로 사회로 과감한 전환
도시 녹지와 공원 면적 더 늘려야

 

경기도 수원, 안산, 안양 등 중부권에 초미세먼지(PM 2.5) 경보가 발령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일대가 뿌옇다. [연합뉴스]

한반도 평균기온은 2019년 대비 2.8도 상승해 1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 폭염일수는 2021년 2.8일이던 것이 2050년에는 26.6일로 증가한다. 폭염과 대기오염이 정체가 겹칠 때는 야외활동을 거의 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기온 상승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게 오존농도다. 오존은 눈과 코를 자극하고, 농도가 높아질수록 기도와 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아직 큰 문제가 안 되지만, 2050년엔 미세먼지를 넘어서는 불안 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대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미세먼지와 오존 노출에 따른 조기 사망자 수가 현재의 중국 수준(100만명당 662명)보다 높은 100만명당 1109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졌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4년 1대5이던 플라스틱 폐기물과 바닷물고기 비율은 2050년엔 1대1까지 늘어난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이토록 암울하게 바꿔놓을까. 연구팀은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환경의 변화를 결정짓는 5가지 중요한 동인(動因)을 꼽았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한반도의 온난화 ▶폭염ㆍ한파ㆍ태풍 등 극한 기상현상 ▶미세먼지 발생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산 ▶녹지면적의 증감이 그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이 다섯 가지 동인을 우리가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낙관적으로 변할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럼 2050년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 모습은 뭘까. 유엔 산하‘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미래는 기후변화가 기회가 되는 시나리오다. 개발면적이 줄어들고 녹지가 늘어나서 생태계가 회복되고, 이상기상이 빈발하는 환경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충분하여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높아진다. 미세먼지가 줄어들어 국민의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생태계 서비스 향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자원순환기술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녹색산업이 산업발전의 주요한 동력이 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를 바꿀 개혁과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탄소제로 사회로의 과감한 전환’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기 위한‘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19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별보고서는“앞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며 “2050년까지 대기의 이산화탄소 제거를 통해 잔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소ㆍ원자력ㆍ풍력ㆍ태양광ㆍ지열 등 저탄소 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은‘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에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전망치(8억5100만t)보다 37%(3억1500만t)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 수준으로는 2050년의 탄소제로 사회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미래연구원의 예측 결과다. 석탄발전소와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의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현 정부의 에너지 비중 변화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 예측 연구를 주도한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세계 경제포럼에서 제시한 2019년 세계를 위협할 10대 위험 중에서 6가지가 기후변화와 환경에 관련된 것”이라며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개발을 지속할 경우 인류 전체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의 11월은 한 낮의 해도 뿌연 매연 속에 희미한다. 2017년 11월 한 학생이 육교를 건너가고 있다.[AP=연합뉴스]

 

최 소장은 또 “전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과감하게 탈(脫) 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개편이 필요하고 기존 주력산업의 반발과 갈등이 불가피하다”며“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밝힌 다른 개혁과제는 도시의 녹지와 공원면적을 더 늘리고, 폐기물의 발생량을 더 줄이는 등 녹색사회를 위한 강력의 규제와 생활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온실가스는 물론,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강화와 앞선 노력 또한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23기 → 10기, 석탄발전 늘려 에너지 역주행

에너지 -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오르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 단지들이 모여있는 충남 해안가 마을에서는 석탄재와 매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포토]

‘저는 서기 2050년을 살고 있는 충남 보령의 70대 노인입니다.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30년 전 2019년의 한국에 편지를 씁니다. 서해안 바닷가 마을이라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산다고 지레 짐작하진 마세요. 저희 집은 얼마 전부터 하루 종일 창문을 닫고 살아야 합니다. 마을 옆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입니다. 바닷가 깨끗한 공기는 다시 옛이야기로 돌아갔습니다. 집 앞 텃밭의 배춧잎 속에 새까맣게 석탄재가 낄 정도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 보령은 너무도 아름답고 쾌적한 해안 도시였습니다. 저의 청년 시절 국내 최대의 석탄화력 발전 단지가 있던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에 다시 석탄발전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예측한 2050년 에너지 분야 미래의 모습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미래의 ‘보령’에서 보내온 가상의 편지는 2019년을 사는 현대인을 위한 경고다. 원전은 줄이고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늘여가는 '에너지 전환'에 실패하면서 어쩔수 없이 다시 석탄 화력발전소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그렸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3기는 2050년이 되면 절반 이하인 10기만 남게 된다.

탈원전 속 태양광 풍력 쉽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 공급 어려움 직면
원가 반영 전기요금 현실화하고
재생에너지 유통, 시장에 맡겨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구팀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반발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공급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2030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기술혁신이 이뤄지면서 에너지 고효율화로 총 에너지 소비량은 점진적인 감소세로 접어든다는 점이 다소 희망적이다.

 

에너지 분야 연구를 주도한 양혜영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선임연구원은 “석탄ㆍ원전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천연가스 발전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며 “원전처럼 전력공급의 바탕을 이루는 기저부하 에너지원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한국전력은 6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구팀이 예측한 에너지의 미래 시나리오 중에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은 확대됐지만 총 에너지 소비량은 증가하는 ‘에너지 과소비 사회’와, 에너지 전환정책은 물론 에너지 소비구조 개선에도 실패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에너지 고통 사회’도 있다. 지금 현재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50년 바람직한 에너지의 미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친환경 에너지 사회’를 그렸다. 탈화석, 탈원전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면서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까지 증가하고, 나머지는 원자력ㆍ천연가스 등으로 채운다. 또 에너지 고효율 소비구조가 구현되며, 2030년 이후 시작되는 인구 감소 등으로 총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든다.

한국중부발전은 ESS를 연계한 수상태양광과 산업단지 지붕태양광 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은 매봉산풍력단지 모습. [사진제공=한국중부발전]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바람직한 미래로 갈 수 있을까. 연구팀은 가장 중요한 정책 대안으로, 에너지 유통을 시장에 맡겨 누구나 자유롭게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유통에 자유시장 경제의 원리가 도입되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만들어지는 토양이 되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적정 수준의 전기 가격 현실화도 대안으로 나왔다. 현재 전기요금은 정부의 에너지 가격 안정화 기조에 따라 발전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직적인 요금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원가를 반영하지 않고, 공공성을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이 이뤄지니 에너지 효율화는 물론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정 연구위원은 “에너지 생산과 공급에 대한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요금이 원가를 반영하는 원칙에 동의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요금 현실화와 에너지 복지에 대한 대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70명 참여 13개 분야 예측…대안 제시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프랑스 남부에서 발견된 16세기 프랑스의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의 책 초판. [중앙포토]

서구의 대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나 동양의 어느 역술가처럼 콕 집어내듯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는 게 현대 미래 연구자들의 말이다. 그래도 귀신같이 맞추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그건 ‘운이 좋아서 어쩌다 맞춘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모든 예측을 매번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다는 얘기다.

어떻게 분석했나
바라는 미래와 발생할 미래 비교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기획한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 예측은 하나의 정확한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큰 미래와, 바람직하면서도 황당무계하지 않은 ‘선호 미래’ 등 여러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과학적으로 전망했다.

 

2050년을 예측한 13개 분야는 최근 10년간 학술 데이이터베이스(SCOPUS)와 1년간의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대상으로 키워드를 뽑아 추려내는 방식으로 선정됐다. 또 분야별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다섯 가지 중요 동인을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대상 조사(델파이), 추세 분석, 집중 인터뷰 등의 방법론을 사용해, 최소 4가지 이상의 미래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의 2050년 예측 역시 기존 국내외 문헌을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환경정책, 에너지 수요와 생활방식, 기후정책,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측정한 보고서(MEA: 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 뿐 아니라 과학과 기술, 가치 시스템과 사회적 개인적 선택 등을 담은 보고서(GEO:Global Environment Outlook), 인구와 경제성장, 에너지 수요를 예측한 보고서(SRES: Special Report on Emission Scenario) 등을 살펴봤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는 다양한 동인과 정책변수ㆍ돌발변수ㆍ상태변수ㆍ영향변수 등이 상호작용에서 형성된다”며“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추구할 '선호 미래'와 피해야 할 '회피 미래' 등을 정한 뒤, 지향과 대응ㆍ회피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인구 빨아들이는 수도권…60% 몰려든다"

지난해 9월 추석 귀경길 궁내동 서울요금소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왼쪽)에 차량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③ 정주(定住) 여건- "수도권서 50층 이하 아파트 찾기 힘들 것"


 

2050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수도권 집중의 심화와 지방의 붕괴로 요약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4943만명. 고령화·저출산이 이어지면서 2031년 529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10명 중 6명은 수도권 시민이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25년부터 들어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오히려 수도권을 경기권역 밖으로 더 확장시키고, 수도권 바깥 인구를 더 많이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좋은 학교와 병원ㆍ공원ㆍ문화시설 등이 몰려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주를 계속했다.

 

서울과 경기 주요 도심의 아파트는 50층 이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밀도ㆍ초고층으로 변해버렸다. 세대를 거쳐 거듭된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결과다. 그 사이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낙후한 부도심의 아파트들은 40년 이상 노후화했지만, 주민 동의 등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해 슬럼처럼 변한 곳도 적지않다. 도심과 외곽의 부동산 가격 격차의 증가로 경기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더 늘어났다. 이른바, 정주 여건의 양극화다.

서울 강남구 고층아파트 단지. 1970~80년대 저층아파트들은 30년 뒤 15층 이상의 고층으로 바뀌었고,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들은 30~50층 이상이 많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GTX가 되레 수도권 확장 가속화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 13개 분야 중‘정주(定住) 여건’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도 팩트와 원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를 주도한 국토연구원과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의 수도권 집중도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이 2017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는 현재(2015년) 49.5%에서 2045년 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이 장래 인구 추계를 할 때는 과거 출생률과 사망률, 인구이동(전입ㆍ전출) 등을 바탕으로 하지만, 도시계획이나 지역 개발과 같은 정책적인 부분은 잘 반영하지 않는다”며“이 때문에 수도권 집중도는 통계청의 예측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은 최근 들어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2018년 합계 출산율 0.98명으로 추락’이 대표적 증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방은 인구감소·고령화로 몰락


 

지방은 이미 붕괴를 넘어 소멸(消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8월 분석ㆍ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및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소멸할 위험에 처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추세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개(32.9%)에서 2018년 89개(39%)로 증가했다. 특히 강원 철원군과 부산 중구, 경북 경주ㆍ김천은 지난해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당시“지방 소멸의 바람이 농어촌 낙후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 권역 및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거점지역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나 행정수도도 지방의 소멸을 막지는 못한다. 세종시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바로 옆 대전과 공주의 인구는 떨어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 2014년 15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해 지난해 말 150만8120명까지 떨어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구 분산과 지역균형 발전 세상 돼야


 

2050년 정주 여건 분야의 낙관적 시나리오도 있다. 인구가 전국적으로 고루 분산되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세상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필두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한국사회가 가상접촉을 통한 네트워크 중심사회로 전환이 가속화된다. 원격ㆍ재택근무와 같은 온라인 중심 근무와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같은 고밀도의 주거형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하이퍼루프 등 서울~부산을 한 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빠른 교통수단과 비교적 짧은 거리의 도심 안을 교통체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플라잉카(flying car)도 등장한다. 공상과학(SF) 같은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시속 1000㎞의 하이퍼루프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고, 우버도 에어우버라는 이름의 플라잉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살 수 있게 되면 저밀도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전국적인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 정주여건의 미래를 위한 개혁과제로 지역 성장 거점 기반의 스마트 도시 확충과 비수도권의 쇠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했다. 특히 각 지역에 특화된 과감한 규제완화와 기업 유치 정책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이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구감소 시대 오면 어려움 더 커져


 

국토연구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공기관 및 지역기업과 연계된 지방대학의 육성ㆍ강화 ▶대도시권 광역 교통망 및 연계성 확충 ▶도시숲ㆍ공원 등 녹색 인프라 확충과 도시 생태계 서비스 확대 ▶지역성장거점 육성 ▶도시재생 ▶노후 기반시설의 안전도 보강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운용 ▶농촌 빈집 재활용 ▶스마트도시 확충 ▶주택공급의 다양성ㆍ유연성 확대 ▶주거공간 공유서비스 확산 촉진 ▶커뮤니티 기반 생활 서비스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용우 선임연구위원은 “정주여건은 사람들의 생활에 기본적인 조건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지역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현재의 문제인 수도권 집중과 지방도시의 쇠퇴가 2030년을 넘어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를 맞게 되면 예상했던 것 이상의 사회적 어려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인구 60%, 도심 50층 이하 아파트 찾기 힘들 것”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2050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수도권 집중의 심화와 지방의 붕괴로 요약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4943만 명. 고령화,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10명 중 6명은 수도권 시민이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25년부터 들어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오히려 수도권을 경기권역 밖으로 더 확장시키고, 수도권 바깥 인구를 더 많이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좋은 학교와 병원·공원·문화시설 등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주를 계속했다.

 

미래 대한민국 거주 여건은
GTX가 되레 수도권 확장 가속화
지방은 인구감소·고령화로 몰락
원격 근무·교육·진료 사회 만들면
지방 살기 좋아져 균형발전 가능

서울과 경기 주요 도심의 아파트는 50층 이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밀도·초고층으로 변해버렸다. 세대를 거쳐 거듭된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결과다. 그 사이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낙후한 부도심의 아파트들은 40년 이상 노후화했지만 주민 동의 등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해 슬럼처럼 변한 곳도 적지않다. 도심과 외곽의 부동산 가격 격차의 증가로 경기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더 늘어났다. 이른바, 정주여건의 양극화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 13개 분야 중 ‘정주(定住) 여건’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도 팩트와 원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를 주도한 국토연구원과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의 수도권 집중도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이 2017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는 현재(2015년) 49.5%에서 2045년 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이 장래 인구 추계를 할 때는 과거 출생률과 사망률, 인구 이동(전입·전출) 등을 바탕으로 하지만 도시계획이나 지역 개발과 같은 정책적인 부분은 잘 반영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수도권 집중도는 통계청의 예측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은 최근 들어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8년 합계 출산율 0.98명으로 추락’이 대표적 증거다.

 

◆지방 소멸 위기=지방은 이미 붕괴를 넘어 소멸(消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8월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및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소멸할 위험에 처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추세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지역은 2013년 75개(32.9%)에서 2018년 89개(39%)로 증가했다. 특히 강원도 철원군과 부산시 중구, 경북 경주·김천은 지난해 새롭게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당시 “지방 소멸의 바람이 농어촌 낙후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 권역 및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거점지역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나 행정수도도 지방의 소멸을 막지는 못한다. 세종시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바로 옆 대전과 공주의 인구는 떨어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 2014년 15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해 지난해 말 150만8120명까지 떨어졌다.

 

◆낙관적 시나리오=2050년 정주 여건 분야의 낙관적 시나리오도 있다. 인구가 전국적으로 고루 분산되면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세상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필두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한국 사회가 가상접촉을 통한 네트워크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된다. 원격·재택근무와 같은 온라인 중심 근무와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같은 고밀도의 주거 형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이퍼루프 등 서울~부산을 한 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빠른 교통수단과 비교적 짧은 거리의 도심 안을 교통체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플라잉카(flying car)도 등장한다. 공상과학(SF) 같은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시속 1000㎞의 하이퍼루프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고, 우버도 에어우버라는 이름의 플라잉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살 수 있게 되면 저밀도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전국적인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 정주 여건의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로 지역 성장 거점 기반의 스마트도시 확충과 비수도권의 쇠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했다. 특히 각 지역에 특화된 과감한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정책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이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토연구원과 국회미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공기관 및 지역 기업과 연계된 지방대학의 육성·강화 ▶대도시권 광역 교통망 및 연계성 확충 ▶도시 숲·공원 등 녹색 인프라 확충과 도시 생태계 서비스 확대 ▶지역 성장거점 육성 ▶도시재생 ▶노후 기반시설의 안전도 보강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운용 ▶농촌 빈집 재활용 ▶스마트도시 확충 ▶주택 공급의 다양성·유연성 확대 ▶주거공간 공유서비스 확산 촉진 ▶커뮤니티 기반 생활서비스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용우 선임연구위원은 “정주 여건은 사람들의 생활에 기본적인 조건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지역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현재의 문제인 수도권 집중과 지방도시의 붕괴가 2030년을 넘어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를 맞게 되면 예상했던 것 이상의 사회적 어려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론 30년 뒤 한국사회 암울…우리가 자명종 역할할 것"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변선구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인터뷰]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미래 예측은 예로부터 국가나 단체ㆍ개인의 지대한 관심사였다. 왕은 해와 달ㆍ별의 움직임을 통해 국운을 예측하려 했고, 개인은 점술가ㆍ무당을 찾았다. 현대 과학의 시대에 들어서도 미래에 대한 국가와 개인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미래예측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특정 영역의 가까운 미래가 아닌, 다양한 동인(動因)이 뒤섞여 일어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미래 전문가들은‘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확언한다. 그럼에도 국가나 기업은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미래를 연구한다. 하나의 정확한 미래예측이 아닌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준비를 위해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5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상설 국가 미래연구기관이다. 연구원은 출범 후 첫 대형 프로젝트로 ‘미래 시나리오 및 정책변수 발굴’을 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2050년의 대한민국을 예측하고, 바람직한 미래로 가기 위한 정책과제 발굴이 목적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자리 잡은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박 진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50년 예측의 의미가 무엇인가.

“행정부도 나름 중장기 예측과 계획과 세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5년으로 한정돼 있어 그 시야가 5년을 벗어나기 어렵다. 행정부가 제시하는 미래전략은 권력을 쥔 특정 정파의 미래전략이라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얘기하고 싶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입법부의 구조상 여야 중립적, 정파 중립적 미래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2050년 예측은 행정부가 간과한 장기적 미래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에는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현재의 상태가 지속한다면 우리 사회는 2050년에 암울한 미래를 맞닥뜨릴 수 있다. 그 점을 경고하자는데 이번 예측의 의미가 있다.”

 

의외다. 골드만삭스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미래학자도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지 않나.

“그렇지 않다. 주변 여건이 우리에게 좋지 않다. 기후와 에너지ㆍ자원ㆍ인구 등 전반적인 외생 요인이 우리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게다가 소득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악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력과 유연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50년은 너무 먼 미래 아닌가

“짧은 미래예측은 정부 정책과 다를 바 없고, 지나치게 먼 미래는 예측의 효과와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적정선을 잡은 것이 2050년이다. 30년은 한 세대 뒤란 의미가 있다. 지금의 10대, 20대가 2050년에는 한국 사회의 주역이 된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2050년을 정한 것이다. ”

 

국회미래연구원의 예측 방법이 궁금하다.

“우리 방법론의 핵심은 예측에 있지 않다. 지금의 추세대로 갈 경우 일어날 가능성이 큰 미래와 바람직한 미래 시나리오 등을 예측해보고 그 갭을 메우는 정책을 도출하는 작업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사명은 사회의 자명종과 나침반ㆍ방향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배가 이대로 항해해서는 안 될 때 자명종을 울려주고,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때 나침반의 역할을 하면서 ‘이렇게 가면 된다’라고 말해주는 역할이다.”

 

이런 미래예측 작업은 어떻게 활용되나.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내부적으로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국회의장에게도 보고하게 돼 있다. 이번에는 전문가들만으로 구성해 미래를 예측했지만, 사실 바람직한 미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미래가 돼야 한다. 올해는 이번에 도출한 13개 미래 분야를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통해 시민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아볼 계획이다. 그 후에 그 바람직한 미래로 어떻게 갈 것인지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작업은 4년을 주기로 계속 반복된다.”

아이 원하는 혈우병 환자, 1억 들고 中 원정치료 간다

지난해 11월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유전자 편집 원숭이 2세. 유전자 편집으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안고 태어난 원숭이를 복제해 5마리의 원숭이를 탄생시켰다. [EPA=연합뉴스]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2050년의 경고] ④생명공학


 

‘저는 혈우병 환자입니다. 혈우병은 상처가 한 번 나면 피가 잘 그치질 않는 유전병입니다. 얼마 전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2세에 대한 걱정입니다. 저처럼 또 혈우병으로 평생을 염려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이를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내에서는 생명윤리 규제 때문에 혈우병 유전치료를 할 수도 없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도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남편과 함께 옆 나라 중국으로 가서 유전자 가위 배아 시술을 받을 계획입니다. 중국인처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1억원이 넘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그게 문제인가요. 언젠가 태어날 아이에게만은 더 이상 이 지긋지긋한 유전병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30여 년 전 한국은 유전자 치료는 물론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들었는데, 2050년 대한민국은 왜 이 지경이 됐나요.’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기획한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 에서 생명공학(BT)에 대한 시나리오들 중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큰 예측 시나리오다. 이에 따르면 2050년의 세계 생명공학 기술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분석·치료 기술로 암·AIDS 등 주요 난치병을 극복하고 수백 개에 달하는 유전질환도 치료해 내는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생명공학 관련 과학자도 환자도 중국ㆍ일본 등 외국으로 떠나버린 생명공학의‘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전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회미래연구원은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생명윤리법에 의한 규제가 강화된 후,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체계적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국을 전망한다. 많은 생명 과학자ㆍ공학자들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국ㆍ일본으로 넘어가 연구를 진행한다. 관련 특허는 자연스럽게 중국ㆍ일본에 남고, 국내에서는 법적 규제로 외국 기술을 이용한 치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한국 정부는 뒤늦게 규제를 완화하려 하지만, 관련 국내 과학기술·의료 생태계는 이미 무너져내린 뒤였다. 제대로 된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교수도 학생도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에 참여한 오문주 바이오코아 연구개발사업본부장은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한국의 규제는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견해”라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직 유전자 분석과 편집, 줄기세포 분야에 뛰어난 과학자들이 있지만, 이런 규제 속에서는 미국은 물론 일본ㆍ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앞으로 5년만 더 지속하면 한국은 앞선 국가들의 추격도 어려워져 생명공학 분야에서 영원한 소비자로 남아 고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21세기 생명공학 기술의 단계를 한차원 높였다.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자 치료는 아예 시도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유전자 치료도 제한적이다. 익명을 부탁한 한 유전공학 연구자는 “앞으로 10년 뒤쯤이면 대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다시 나게 하는 유전자 치료도 가능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생명윤리법 때문에 연구조차 할 수 없다”며 “생명윤리법이 허가하는 것은 암이나 에이즈 또는 유전질환이면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국한해서 임상연구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법으로 치료대상 질환을 규정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이름을 밝히고 이런 말을 하면 곳곳에서 공격을 받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30년 뒤 생명공학 기술은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만, 무분별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출생이 보편화한다. 1998년 개봉한 과학소설(SF) 영화 ‘가타카’가 현실화하는 세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분석ㆍ치료에 부의 양극화(兩極化) 현상이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부유층은 태아와 성인의 유전자 편집이 일반화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저가의 불법 유전자 편집에 의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들 계층에 예기치 못한 신종 질병과 돌연변이가 흔하게 나타난다. 사회는 갈등의 폭발로 이어진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럼 인류는, 한국 사회는 어떤 생명공학의 미래를 원할까. 국회미래연구원은 ‘생명공학 꿈의 시대’를 바람직한 예측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2050년대 생명공학의 발달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수명의 연장, 환경과 식량ㆍ에너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SF적 상상이 아니다. 생명공학기술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달하고, 법과 제도도 이를 뒷받침하게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미래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賀建奎) 부교수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류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를 출산시켜 전 세계적 논란이 된 것에서 볼 수 있듯, 생명공학 꿈의 시대는 쉽사리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책 대안으로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와 치료에 대한 법적 규제를 미국ㆍ일본 등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고 ▶과학기술의 남용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국가 중심의 합의기구를 설치하며▶이후의 규제는 ‘금지한다고 규정되지 않는 모든 행위에 대해 허용해주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공학 기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잘 살리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방안을 국가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며 “관련법의 개정과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이 잘 결합한다면 한국은 이 분야에서 얼마든지 국제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착륙은커녕…한국형 우주발사체 만들어놓고 놀릴 판”

한국의 달탐사선이 달 표면에 착륙한 모습을 상상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정부는 2018년 2월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서 조건부로 2030년 이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2050년의 경고] ⑤ 우주기술(ST)


 

‘2050년 대한민국은 결국 계획했던 달 착륙조차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21세기 초부터 30년 가까이 개발해온 우주 발사체(로켓) 기술도 완성해놓고는 포기해버렸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천신만고 끝에 2022년 개발,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KSLV-2) 기술은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A 민간 기업 등으로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주요 우주강국 민간기업들의 로켓 발사 기술과 저렴한 비용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인공위성이 필요한 국내 민간기업들은 한국형 발사체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미국 로켓을 이용했습니다. 기상청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우리 발사체를 이용하긴 했지만, 수요가 한정돼 있어 국내 민간 발사체 기업들이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습니다. 달 착륙은 왜 못했느냐고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고무줄처럼 계획이 당겨졌다, 미뤄졌다 하더니 결국 때를 놓쳐버린 거죠. 그나마도 지금까지 어렵사리 국제 경쟁력을 따라가고 있는 건 일찍부터 민영화의 싹이 텄던 인공위성뿐입니다. 화성에는 이미 미국 항공우주국과 스페이스X는 물론, 중국까지 유인 탐사가 본격화하고, 달에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탐사기지를 넘어 관광상품까지 생겨난 세상이지만, 한국에 우주산업은 지구궤도를 맴도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로켓기술 민간 이양 뒤 도태 예상
스페이스X 등에 가격경쟁력 밀려
‘한국판 NASA’ 우주청 신설하고
달기지 등 국제 프로젝트 동참을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의 우주기술(ST) 부문에 대한 시나리오 중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큰 예측 시나리오다. 이에 따르면 2050년 대한민국 우주기술은 과거보다 미ㆍ중ㆍ러ㆍ유럽 등 우주 강국들과 격차가 더 벌어져 우주 후진국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KSLV-2) ‘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우주과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정치권과 관료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우울한 미래를 가져올 가장 큰 원인은 과학기술 때문이 아니다. 정치권과 관료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먼저 정치부터 살펴보자. 달 탐사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잉태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25년이면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를 넘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달 탐사 계획은 대폭 당겨진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2020년에 달에 태극기를 꽂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씨앗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1년 일찍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달 탐사는 10년 뒤로 크게 후퇴했다. 그것도 조건부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는‘▶한국형 발사체의 안정성 확보 ▶차질 없는 부품 수급 ▶선행기술 확보라는 ‘착수조건’이 충족된 이후 2030년 이전에 달착륙선을 자력 발사한다’고 돼 있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2030년 달 착륙 계획이 들어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알만하면 떠나 버리는 한국 우주 관료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문재인 정부에서는 달 탐사를 박근혜 정부가 주력으로 밀었던 사업이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다”며“이 상태로 가다가는 달 착륙선과 월면차 등을 위한 연구는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이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하고 휘둘리면서 어설픈 보고서ㆍ기획서를 남발하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주정책을 담당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우주기술에 정통한 관료가 사실상 없다. 관련 부서라고는 거대공공연구정책과와 우주기술과가 있지만, 과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1년이 멀다고 교체된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우주 관련 국제 네트워크도 쌓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실제로 1년 이상 우주 관련 지식과 경력을 쌓아왔던 과기정통부의 A과장은 지난달 모 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과기정통부가 올 8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부처로 ‘탈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우주대회(IAC) 참가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업무차 회의를 하게 될 때면 안타까운‘진풍경’이 벌어진다. 외국은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가 나오는데, 한국은 영어도 우주지식도 서툰 관료가 매번 새롭게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하대 물리학과 김두환 연구교수는 “국제회의에 가면 해외 파트너들이 우주기술의 전문성 때문에 한국 과기부 공무원 보다는 뒤에 배석해 있는 천문연구원이나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을 찾는 게 자연스런 모습이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도 달·화성으로


 

이처럼 한국 우주기술이 정치권과 관료에 휘둘리는 사이, 세계 우주기술은 현기증이 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NASA와 스페이스X가 2020~2030년대에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더는 놀랍지 않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인공위성 제작 중소기업 쎄트렉아이의 기술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조차도 ‘화성 2117 프로젝트’를 통해 100년 후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가 지난달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계획대로 다음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인구 860만 명의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민간 달 탐사에 성공하는 역사를 남기게 된다.

 

30년 뒤 세상엔 과연 어느 정도의 우주시대가 펼쳐질 수 있을까. 아직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의 우주탐사 로드맵을 밝힌 국가는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참여해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을 해볼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우주 ‘다큐드라마’마스(Mars)는 2040년대 화성 탐사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참여한 화성국제과학재단(IMSF)이 보낸 화성탐사대원들이 화성에 도착에 기지를 건설하고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IMSF 회원국 중 한국도 이사진으로 당당히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화성탐사대장이 승하나라는 이름의 한국인 여성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속적 우주정책 위해 우주청 설립해야


 

2050년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은‘작지만 강한 우주강국’을 전망했다. 우주정책과 계획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수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위성ㆍ우주발사체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3300억 달러(약 373조원) 규모인 우주시장은 2040년대에 1조 달러(약 11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달궤도 우주정거장과 같은 거대 우주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추후에라도 지분을 주장하고 관련 과학기술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람직한 우주기술의 미래를 위해 국회미래연구원은 ① 미국 NASA와 유사한 우주청 신설을 통한 과학기술 관료(정책)의 전문성 강화 ② 국제 우주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 및 달 궤도 우주정거장, 달 기지 건설 등 글로벌 우주 프로젝트에 동참 ③ 우주벤처 육성 등 국내 우주기술 관련 민간산업 육성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세계 1위였던 반도체·OLED, 중국이 추월했다

중국 스마프폰 시장에서 한국 IT기업의 존재감은 이미 사라졌다. 샤오미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19 행사에서 자사의 첫 5G 스마트폰인 미믹스3 5G와 미9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⑥정보기술(IT)


 

‘아버지의 빛바랜 앨범 속에서 ‘IT 강국 코리아’란 표현을 보았습니다. 찬란했더군요. 초고속인터넷 속도와 보급률 세계 1위, 스마트폰ㆍ메모리반도체 수출 세계 1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텔레비전 세계 1위.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 생활가전 분야 1위…. 우리나라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하드웨어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미국ㆍ중국ㆍ인도 등 글로벌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했습니다. 그나마도 아직까지 경쟁력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잡고 있는 건 반도체뿐입니다. 2040년대 들어 인도와 중국의 반도체 업체에 추격당한 한국 반도체 기업은 차별적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반도체의 종류가 다양해진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규모는 유지됐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뚝 떨어졌습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글쎄요, 그런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술혁신·규제개혁 못하면
글로벌기업 하청업체 될 우려
SW 인력 양성이 미래 승부 좌우
현재 중국 연 74만, 한국 1만 배출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2050년에서 온 경고’중 정보기술(IT) 부분의 미래예측을 편짓글 형식을 빌려 그려본 시나리오다. 30년 뒤 한국의 IT 산업이 실제로 이렇게 될 것이라는 단정적 예측은 아니다. 지금처럼 대대적인 기술 혁신과 규제 개혁이 일어나지 못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실패할 경우 30년 뒤 일어날 가능성이 큰 미래 시나리오다. 더구나 인류사회가 완전한 디지털 사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 미래에 맞을 수 있는 한국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는 지금 슈퍼컴퓨터를 넘어 양자컴퓨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IBM 부스에서 상용 퀀텀 컴퓨팅(양자컴퓨터) 시스템인 'IBM Q 시스템 원'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균열 조짐 보이는 'IT강국 코리아'


 

‘IT강국 코리아’에 대한 경고는 이미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스마트폰이다. 2013년 3분기 32.5%까지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8.7%로 줄어들었다. 중국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탓이다. 특허청도 27일 전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를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현재 한국이 압도적 세계 1위이지만 향후 5~10년 뒤엔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 반도체 경쟁력도 위태롭다. 연구를 주도한 윤기영 Fns컨설팅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서 이제는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후발업체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아직은 압도적 위치에 있지만, 길어도 2040년쯤이면 인도와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에 추월ㅋ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경우 중국이 연간 74만 명을 배출하는 동안, 한국은 1만3000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 대비로 볼 때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을 지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인공지능(AI)대학원 등의 제도가 나오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혁명적인 변화가 없으면 우울한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0년 뒤 한국, 글로벌 IT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


 

인공지능의 발전을 막는 빅데이터 규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구글과 페이스북ㆍ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지만, 한국 국회에는 ‘빅데이터 경제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된 뒤 ‘개인정보보호’란 장애물에 막혀 답보 상태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2050년의 한국은 2010년대 한국의 위치에서 사실상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일 것”이라며 “대표적 산업인 IT산업의 몰락으로 한국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50년 세계는 자율주행·인공지능의 세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의 상황과는 별도로 2050년 글로벌 IT기술은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경제적 영향도가 커 다양한 응용범위를 가진 ‘디지털 범용기술’로 ▶3D 프린팅 ▶인공지능 ▶가상ㆍ증강현실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 5가지를 꼽았다. 3D프린팅의 경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3D프린팅이 제조업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경우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은 완성단계에 이르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의 출현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가상ㆍ증강현실은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시각과 청각ㆍ촉각의 일부를 재현하는 정도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측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 발전하면서 중앙화와 탈 중앙화 기술이 혼재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자율주행의 경우 레벨 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까지 발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국회미래연구원과 공동연구팀은 ‘2050년 IT강국 코리아’를 위한 정책 과제로 ①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혁파 ②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인적 자원 확보와 관련 정책 수립 ③초ㆍ중ㆍ고 교실에서 대학입시 위주가 아닌 실제 현장서 쓸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교육 ④IT 정책가(공무원)들의 디지털 역량 및 전문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미·중 사이서 등 터지는 한국, 항모 가진 일본에도 치인다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사이타마 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욱일기를 들고 있는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이 군사 강국으로 성장합니다. ‘평화헌법 9조’ 개정으로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된 지는 오래됐습니다. 과거 동중국해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다툼으로 중국과 대립했던 때의 일본이 아닙니다. 이젠 미국의 지원 없이도 자체 개발한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등 막강한 해군력을 동원해 동아시아 전역에서 태평양 진출을 꾀하는 중국과 맞서고 있습니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 협력을 강화합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만큼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고조됩니다. 특히,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과거 태평양 전쟁 때의 쓰라린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국제정치 30년 뒤 어떻게 변할까
중국 성장 둔화로 미국 패권 유지
일본 중심 CPTPP 영향력 커질 듯
한·중·일 FTA 맺어 경협 늘리고
다자체제로 안보 리스크 줄여야

미·중 간 패권 다툼은 더욱 거칠어집니다. 한국은 여전히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밸런스를 잡지 못해 허둥대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 등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열강 틈새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형국입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공산당 정권의 권위주의는 한층 강화됐습니다. 중국식 경제 성장에 따른 자신감과 자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보는 ‘중화(中華)사상’이 대외정책에도 반영됩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역할이 위축된 국제기구는 중재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각국은 이미 자국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친 영향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국가 간 각축에도 불구, 동북아 내 경제 협력은 그럭저럭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ㆍ한국국제정치학회와 중앙일보가 공동 기획한 ‘2050년에서 온 경고’ 중 국제정치 부문에서 나온 시나리오다.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미리 대처 방안을 고민한다면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국제정치학자 20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2050년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를 좌우할 5대 위협 요소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중 간 패권 다툼 심화=중국의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질서 재편 과정이다. 중국이 세계 넘버 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50년에도 미국의 패권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꼽았다. “고속성장의 시대가 끝나가면서 중국은 새로운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체제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50년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서는 것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유재광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G2라고 불릴 만큼 국제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 틈새에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동북아에서의 다자간 안보 또는 경제협력체 구축 등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사 강국화=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의 불인정을 명시한 평화헌법 조항 9조를 고쳐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다소 조심스럽다. 지난 1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대해선 찬성(45%)과 반대(47%)가 엇비슷했다. 하지만 안보 환경의 변화로 일본 사회가 점점 우경화될 경우엔 개헌론이 힘을 받을 것이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중·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른 시일 안에 체결해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강화하고 군사적 대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제도)의 영향력 약화=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국제기구(제도)의 영향력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국제기구가 제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선 열강들의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당장 세계 최강인 미국의 경우가 그렇지 않다. 이는 기존의 국제적 거버넌스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권의 권위주의 강화=중국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들은 있지만, 경제성장으로 인해 현재의 통치체제가 쉽게 붕괴 또는 약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발전 모델이 공산당 지배를 지탱해 줄 것이란 얘기다. 소수민족 문제와 빈부 격차,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더욱 강력해진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적 통치로 해결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역내 경제적 협력 약화 우려=다행히 전문가들은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곤 모두 자유무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이미 발효된 일본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 다변화와 경제 공동체 설립 ▶다자안보 체제 구축 ▶한·미 협력 강화를 통한 동맹 유지 ▶장기적 자주국방 체제 확립 ▶남북한 협력 강화 등이다. 국제 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다시 말해 현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역내에서의 입지 확장을 위한 외교적·경제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기계’ 트랜스휴먼의 탄생, 인간의 범위는 어디?

영화 '알리타:배틀 엔젤'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➇휴먼(Human)


 

“나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상위 0.1%만 영생하는 수명양극화
뇌와 컴퓨터 연결한 아바타 출현

공장식 출산, 인간 유전자 실험 등
기술윤리 논의할 사회적 합의체 필요

첨단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지구. 상위 0.1%의 인류는 공중도시 ‘자렘’에서 천국 같은 생활을 한다. 필요한 물자는 모두 ‘그라운드(ground·땅)’에서 만들어지고, 공중도시는 쓰레기를 땅 위로 쏟아낸다. 고철 더미에서 발견된 고장 난 사이보그 ‘알리타’는 한 엔지니어의 도움으로 새로운 신체를 갖게 된다. 소녀의 뇌와 기계가 결합된 ‘알리타’는 자렘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 일본 만화 ‘총몽’을 각색해 만든 ‘알리타: 배틀엔젤’은 트랜스휴먼(trans-human)이 일상화된 미래를 그린다. 부자들은 신체와 장기를 업그레이드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가난한 이들은 ‘자렘’의 독재 아래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영화 속에서 다수의 사람은 신체의 일부가 로봇으로 대체된 사이보그로 표현된다. 인간의 영혼을 구제했던 종교는 사라진 지 오래며, 사람들이 신봉하는 것은 오직 과학기술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전망한 2050년 미래 속 인류의 모습은 영화와 매우 닮았다.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의 ‘휴먼’편에 따르면 향후 인간의 수명은 150세까지 연장되고 뇌의 핵심기능인 인지와 기억 등을 데이터화하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전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한국과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뇌에 저장된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 할 수 있게 된다면 정신작용이라고 믿어왔던 뇌를 신체에서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정부는 45억 달러를 투자해 뇌의 신경회로망을 분석해 데이터화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테슬라·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도 2016년 ‘뉴럴 링크(Neural Link)’라는 기업을 설립해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연구 중이다.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동하는 이른바 ‘뇌 임플란트’ 기술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2030년 이후엔 인간과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두뇌’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회미래연구원은 나아가 2050년엔 영화 ‘아바타’처럼 인간의 뇌로 로봇을 조종하는 ‘뇌-컴퓨터 접속(BMI)’ 기술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는 다양한 로봇과 연결돼 단지 생각만으로 로봇을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 앤드루 슈워츠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2008년과 2012년에 각각 원숭이와 인간의 뇌에 조그만 칩을 넣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또 인간수명의 연장과 트랜스 휴먼의 등장으로 혈연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가족제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이보그와 복제인간 등의 출현으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나타나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개념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가 태어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만 가진 아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생식을 위한 여성의 출산이 사라지고 인공 자궁을 통한 생식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유전자 가위는 한국 기초과학연구원이 만들었지만 실험은 미국에서 진행됐다. 국내에선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사진 미 오리건보건과학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종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종교를 통해 구원받으려 해왔지만, 과학기술로 유한성이 극복된 미래엔 종교의 개념도 달라진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수명의 한계와 질병을 극복하게 되면서 인간 스스로 ‘신’이 되려 한다”고 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과 종교성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종교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전망이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신봉하는 ‘사이언톨러지(Scientology)’가 대표적 예다.

 

이번 휴먼 연구팀의 분석에는 기존 다른 분야 예측과 달리 특정 시나리오만의 현실화 가능성은 없었다. ▶생태계의 붕괴로 인류의 상당수가 죽거나 문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 ▶생명공학기술과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인류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것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을 유지하긴 하나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150세 이상의 평균 수명이 가능해는 등 여러 종합적 시나리오가 제시됐으나, 30년 뒤에는 모두가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 같은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국회미래연구원은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과 극단적으로 불평등해진 신 계급사회를 들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AI ‘레드 퀸’처럼 통제를 벗어난 기계와 인간이 대립하거나, 수명 양극화로 극소수의 사람들만 천국 같은 환경에서 영생을 누리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탐욕에 의한 맹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종국에는 기술에 대한 통제력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복제인간을 배양하는 공장의 모습. [아일랜드]

 

그럼 한국 사회는 어떻게 해야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의 구성을 제시했다. 합의체에서는 앞으로 인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생식과 성교를 분리해 공장식 출산을 허용할 것인지, 인간 유전자 실험을 해도 되는지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나라와 관계없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미래에 나타날 문제들을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한국이 앞서서라도 과학기술을 인간 행복을 높이는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담론의 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생 150세 시대…잘못되면 극소수만 영생 ‘수명 양극화’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과학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탄생시킨다. 사진은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나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인간+기계 ‘트랜스 휴먼’ 등장
뇌 속 정보 데이터화 가능해져
AI와 결합 하이브리드 두뇌 실현
생각만으로 조종 아바타 현실화

과학기술이 탐욕에 악용될 경우
극단적 불평등 신계급사회 위험
공동체 위한 사회적 합의체 필요

첨단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지구. 상위 0.1%의 인류는 공중도시 ‘자렘’에서 천국 같은 생활을 한다. 필요한 물자는 모두 ‘그라운드(ground·땅)’에서 만들어지고, 공중도시는 쓰레기를 땅 위로 쏟아낸다. 고철 더미에서 발견된 고장 난 사이보그 ‘알리타’는 한 엔지니어의 도움으로 새로운 신체를 갖게 된다. 소녀의 뇌와 기계가 결합된 ‘알리타’는 자렘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 일본 만화 ‘총몽’을 각색해 만든 ‘알리타: 배틀엔젤’은 트랜스휴먼(trans-human)이 일상화된 미래를 그린다. 부자들은 신체와 장기를 업그레이드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가난한 이들은 ‘자렘’의 독재 아래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영화 속에서 다수의 사람은 신체의 일부가 로봇으로 대체된 사이보그로 표현된다. 인간의 영혼을 구제했던 종교는 사라진 지 오래며, 사람들이 신봉하는 것은 오직 과학기술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전망한 2050년 미래 속 인류의 모습은 영화와 매우 닮았다.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의 ‘휴먼’편에 따르면 향후 인간의 수명은 150세까지 연장되고 뇌의 핵심기능인 인지와 기억 등을 데이터화하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전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한국과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뇌에 저장된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 할 수 있게 된다면 정신작용이라고 믿어왔던 뇌를 신체에서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실제로 2013년 미국 정부는 45억 달러를 투자해 뇌의 신경회로망을 분석해 데이터화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테슬라·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도 2016년 ‘뉴럴 링크(Neural Link)’라는 기업을 설립해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연구 중이다.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동하는 이른바 ‘뇌 임플란트’ 기술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2030년 이후엔 인간과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두뇌’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나아가 2050년엔 영화 ‘아바타’처럼 인간의 뇌로 로봇을 조종하는 ‘뇌-컴퓨터 접속(BMI)’ 기술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는 다양한 로봇과 연결돼 단지 생각만으로 로봇을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 앤드루 슈워츠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2008년과 2012년에 각각 원숭이와 인간의 뇌에 조그만 칩을 넣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구팀은 또 인간수명의 연장과 트랜스 휴먼의 등장으로 혈연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가족제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이보그와 복제인간 등의 출현으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나타나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개념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태어난 원숭이.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가 태어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만 가진 아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생식을 위한 여성의 출산이 사라지고 인공 자궁을 통한 생식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휴먼 연구팀의 분석에는 기존 다른 분야 예측과 달리 특정 시나리오만의 현실화 가능성은 없었다. ▶생태계의 붕괴로 인류의 상당수가 죽거나 문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 ▶생명공학기술과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인류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것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을 유지하긴 하나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150세 이상의 평균 수명이 가능해는 등 여러 종합적 시나리오가 제시됐으나, 30년 뒤에는 모두가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 같은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국회미래연구원은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과 극단적으로 불평등해진 신 계급사회를 들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AI ‘레드 퀸’처럼 통제를 벗어난 기계와 인간이 대립하거나, 수명 양극화로 극소수의 사람들만 천국 같은 환경에서 영생을 누리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탐욕에 의한 맹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종국에는 기술에 대한 통제력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 한국 사회는 어떻게 해야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의 구성을 제시했다. 합의체에서는 앞으로 인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생식과 성교를 분리해 공장식 출산을 허용할 것인지, 인간 유전자 실험을 해도 되는지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나라와 관계없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미래에 나타날 문제들을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한국이 앞서서라도 과학기술을 인간 행복을 높이는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담론의 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혼·무자식·대량실업…30년 뒤엔 각자도생 ‘배그 사회’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배틀그라운드 게임 캐릭터.

‘30년 전 대한민국 젊은이들 사이에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라는 온라인 게임이 유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2050년 세상은 그 게임이 현실로 변해버렸습니다. 강하고 이기적인 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 말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시작과 함께 주인공이 비행기에서 낙하산 하나만 들고 고립된 섬에 뛰어내리고,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구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서요.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협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철저히 혼자 힘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라고 일갈한 토마스 홉스(1588~1679년)의 말이 떠오릅니다.’

 

한국 인구·사회 어떻게 변하나
출산율 0.8 이하 전통 가족 붕괴
AI 상용화, 2033년 직업 47% 사라져
생존 우선, 극단적 개인주의 팽배

“협업 능력 키울 교육 도입하고
1인가구·비혼동거 지원 늘려야”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본 ‘2050년 미래에서 보내온 가상 편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뒤 대한민국의 ‘인구·사회’분야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배틀그라운드’ 사회다. 미래 한국 사회는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하고, 협력보다는 고립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와 권력은 극소수에 집중되고 대다수는 야만의 경쟁 속에서 자신의 생존만을 최우선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같은 예측의 근거는 최근 한국사회가 맞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과 개인주의, 이로 인한 전통적 가족구조 붕괴 현상에 있다. 연구팀은 “2050년에는 출산율이 0.8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1인 가구가 많아지고 결혼 대신 비혼(非婚) 동거가 보편화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1970년 4.53명이었던 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추락했고 감소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가상현실 익숙해져 직접 만남 꺼려=1인 가구의 증가는 개인주의의 심화와 함께 삶의 방식과 가족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직접 대면하는 것을 피곤하고 비효율적인 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홀로그램·가상현실 등에 익숙해 직접 만남을 꺼리게 된다. 이미 지금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이 일상처럼 여겨진다.

 

가족의 가장 큰 변화는 ‘자식’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서브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 사회에서 자식은 노동력을 뜻해 그 수가 많았다”며 “그러나 현대에선 이미 자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수가 많을수록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래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재단법인 법인 LAB2050이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72.4%가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또 72.9%는 결혼해서 아이가 없어도 된다고 답변했다. (2018년 10월 성인 남녀 1047명 조사)

 

연구 책임자인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혼자 살기도 힘든데 엄마·아빠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며 “‘헬조선’에서 아이까지 키우는 것은 자신의 행복에 짐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50년엔 이런 생각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 나만 생각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절제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 추구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하는 100명이 일 없는 95명 부양=경제위기는 ‘배틀그라운드 사회’의 상황을 악화시킬 또 다른 핵심 동인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곳에서 위험이 시작될 수 있다”며 “또 다시 IMF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온다면 한국사회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로선 ‘IMF’까지는 아니어도 대량실업은 충분히 예상된다. “2033년까지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진다”(영국 옥스퍼드대)는 말처럼 기술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증발시키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도 2030년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50년 한국 사회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은 ‘다중(Multitude) 사회’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파편화된 개인의 집합인 대중을 넘어, 각자의 자유를 맘껏 누리면서도 타인과 연대해 주도적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회를 말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협력과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편하고 ▶3~4인 가구에 맞춰진 가족정책을 1인 가구에게도 불리하지 않도록 수정하며 ▶앞으로 보편화 할 비혼 동거를 결혼과 같은 수준의 정책적 지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출산율 회복에 방점을 찍었던 정부 정책의 근본적 변화도 촉구했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13년간 143조원의 예산을 출산장려에 투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에 직접 개입하려 하지 말고, 변화로 발생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예산을 집중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뒤에도 김정은 절대권력 체제는 유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톡을 찾았다. 그는 70년 전 자신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복장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⑩북한


 

김정은과 엘리트는 공동 운명체
북핵 장기적으로 김정은에 부담
경제발전이 민주화로 이어지는
체제전환 시나리오 가장 바람직

"현재의 권위주의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내다 본 '김정은 체제 2050년 전망'은 북한 제체의 유지·발전 모델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3대 세습을 통해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권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하면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개방 행보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 여부는 핵심 변수다. 연구원 측이 제시한 「미래 시나리오 및 정책변수 도출 연구」분석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북한 정권에 군사력 억지력과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해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핵 보유에 따르는 대북 경제제재와 외교적 고립 및 분쟁 가능성의 증가 등으로 인해 북핵은 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을 새긴 카드섹션이 선명하다. [KCNA=연합뉴스]

이 같은 진단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협상과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과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장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북제재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김정은 위원장은 최종 선택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10일 열린 노동당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그는 '자력갱생' 만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북한이 봉착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권력 공고화나 유지를 예측한 데 대해 국회미래연구원 유재광 박사는 "김정은이 엘리트와 권력자원을 공유하는 포섭(cooptation)의 전략과 동시에 도전자에 대한 억압의 전략을 활용해 권력을 안정화했다"고 분석했다. 또 "통치자인 김정은과 엘리트 집단의 운명이 묶임으로 위기 시에 특히 최고지도자에 대한 엘리트의 통합과 결속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동운명체란 의미다. 그러면서도 권력의 통제 수준에는 다소의 변동이 있을 수 있음을 예상했다. 보고서는 "매우 통제적이고 압박적인 개인 독재의 권력 형태가 아니라 조금 유연한 방식으로 당·정·군과의 협력을 통한 지배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사실 북한 체제의 내구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은 오랜 기간 대북 전문가 그룹이나 서방 정보 당국의 관심사이자 논란거리였다. 정치범 수용소 같은 폭압적 통치체제나 세뇌 수준의 사상교양, 정교한 선전·선동 등으로 지난 70년간 다져온 절대권력에 균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쪽은 '수령 유일 영도' 등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다른 편에서는 시장화와 개혁·개방 움직임, 국제사회의 다원화·민주화 흐름 속에서 북한 체제만이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전자의 시각에 주목하면서도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권력에 대한 시장세력의 도전이나 개방화 물결을 회피할 것이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이란 예측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요소는 장마당 경제다. 연구에 참여한 자문단 그룹의 전문가 30명 가운데 90% 이상이 북한이 2050년까지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개방에 착수한 지 20년 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는 점을 들어 2050년 이전에 북한의 WTO 가입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이 중국·베트남보다 속도감 있게 개혁·개방의 길을 갈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끈다. 다만 그 수준은 완전한 시장 자본주의가 아니라 권력유지가 보장되는 국가자본주의 모델이 될 것이란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 체제의 행보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건 지난한 일로 간주해 왔다. 지난 70여년 간 북한이 남북관계나 대외 현안에 있어 예측 불가능하거나 돌출적인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사태는 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앞으로 더 격동적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30여년 뒤 북한의 미래 모습을 예측한 국회미래연구원의 전망보고서도 일정한 한계를 띨 수 밖에 없다. 연구 수행팀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김용순 연구교수는 "북한 연구엔 계량화된 지표가 부족하고 변화·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과 공동연구팀은 '2050년 북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제언 말미에 "북한 체제의 파국은 피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 않고 개혁·개방에 실패하면 대량 탈북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변 강대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 국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정권의 파국 이후에도 다른 권위주의 세력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북한 체제의 와해가 곧 북한의 민주화나 통일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경제 발전이 정치적 민주화 열망으로 이어져 북한 체제가 자유화·민주화되는 상황"을 우리가 가장 선호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제시한 것도 이런 혼란과 부담을 고려한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은, 30년 뒤에도 권력 유지…국가자본주의 선택”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3월 당시 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는 여명거리에서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현재의 권위주의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⑨ 북한 체제 어떻게 바뀔까
북핵 장기적으로 김정은에 부담
개혁·개방 통한 경제발전 꾀할 듯
통치자·엘리트 공동운명체 결속
독재 아닌 당·정·군 협력체제 예상

국회미래연구원이 내다 본 ‘김정은 체제 2050년 전망’은 북한 제체의 유지·발전 모델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3대 세습을 통해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권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하면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개방 행보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 여부는 핵심 변수다. 연구원 측이 제시한 『미래 시나리오 및 정책변수 도출 연구』분석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북한 정권에 군사력 억지력과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해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핵 보유에 따르는 대북 경제제재와 외교적 고립 및 분쟁 가능성의 증가 등으로 인해 북핵은 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진단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협상과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과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장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북제재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김정은 위원장은 최종 선택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북한이 봉착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권력 공고화나 유지를 예측한 데 대해 국회미래연구원 유재광 박사는 “김정은이 엘리트와 권력자원을 공유하는 포섭(cooptation)의 전략과 동시에 도전자에 대한 억압의 전략을 활용해 권력을 안정화했다”고 분석했다. 또 “통치자인 김정은과 엘리트 집단의 운명이 묶임으로 위기 시에 특히 최고지도자에 대한 엘리트의 통합과 결속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동운명체란 의미다. 그러면서도 권력의 통제 수준에는 다소의 변동이 있을 수 있음을 예상했다. 보고서는 “매우 통제적이고 압박적인 개인 독재의 권력 형태가 아니라 조금 유연한 방식으로 당·정·군과의 협력을 통한 지배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 30년 내 WTO 가입 가능성=사실 북한 체제의 내구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은 오랜 기간 대북 전문가 그룹이나 서방 정보 당국의 관심사이자 논란거리였다. 정치범 수용소 같은 폭압적 통치체제나 세뇌 수준의 사상교양, 정교한 선전·선동 등으로 지난 70년간 다져온 절대권력에 균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쪽은 ‘수령 유일 영도’ 등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다른 편에서는 시장화와 개혁·개방 움직임, 국제사회의 다원화·민주화 흐름 속에서 북한 체제만이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전자의 시각에 주목하면서도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권력에 대한 시장세력의 도전이나 개방화 물결을 회피할 것이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이란 예측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요소는 장마당 경제다. 연구에 참여한 자문단 그룹의 전문가 30명 가운데 90% 이상이 북한이 2050년까지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개방에 착수한 지 20년 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는 점을 들어 2050년 이전에 북한의 WTO 가입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이 중국·베트남보다 속도감 있게 개혁·개방의 길을 갈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끈다. 다만 그 수준은 완전한 시장 자본주의가 아니라 권력유지가 보장되는 국가자본주의 모델이 될 것이란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북한 체제의 행보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건 지난한 일로 간주해 왔다. 지난 70여년 간 북한이 남북관계나 대외 현안에 있어 예측 불가능하거나 돌출적인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사태는 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30여년 뒤 북한의 미래 모습을 예측한 국회미래연구원의 전망보고서도 일정한 한계를 띨 수 밖에 없다. 연구 수행팀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김용순 연구교수는 “북한 연구엔 계량화된 지표가 부족하고 변화·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발전 통한 민주화 바람직=국회미래연구원과 공동연구팀은 ‘2050년 북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제언 말미에 “북한 체제의 파국은 피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 않고 개혁·개방에 실패하면 대량 탈북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변 강대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 국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정권의 파국 이후에도 다른 권위주의 세력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북한 체제의 와해가 곧 북한의 민주화나 통일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밝혔다.

 

“북한의 경제 발전이 정치적 민주화 열망으로 이어져 북한 체제가 자유화·민주화되는 상황”을 우리가 가장 선호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제시한 것도 이런 혼란과 부담을 고려한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30년 뒤 한국은 분노 등에 업은 거리정치의 일상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국민주권연대 회원들과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마친 뒤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 행사와 집회로 북새통을 이뤘다. 2018.11.3/뉴스1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⑫정치·행정


 

‘만남과 소통ㆍ화합의 공간이 되어야 할 광장이 갈등의 상징이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젠 도로보다 더 넓어진 광화문광장이 주말뿐 아니라 주 중에도 각종 단체의 집회와 시위로 어지럽습니다. 늘 있었던 보수-진보들의 고함소리 뿐 아닙니다. 지난 주말에는 국내 최대의 환경보호단체에서 경제의 패러다임을 성장에서 보존으로 옮겨가야 한다며 모든 산업정책에 환경규제 심사를 요구했습니다. 그 옆에는 난민과 다문화ㆍ동성애 등에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단체가 동시에 맞불집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로 눈을 돌리면 딴 세상입니다. 정치적 이념 갈등 속 진보와 보수로 구분되는 양당 구도가 이젠 마치 오랜 전통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광장에 쏟아져 나오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여유가 없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2050년에서 온 경고’의 정치ㆍ행정 부문 예측은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을 30년 뒤에 돋보기를 통해 본 듯한 느낌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의 모습을 ‘분노를 등에 업은 거리정치의 일상화’란 표현으로 압축했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정당학회측은 정치ㆍ행정 분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동인(動因)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념 갈등과 ▶문화 갈등 ▶정부 신뢰 ▶지방 자치 ▶전자민주주의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이 다섯 가지 동인이 별다른 정책 개입 없이 지금의 추세대로 지속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가 이른바‘정체 시나리오’인, 진보-보수의 양당제 강화와 다양한 문화 갈등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양당제가 심화하는정체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복지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결과적으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적 갈등이 지속할것으로 예상한다.

 

통계청의 ‘소득 5분위 배율 추이’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이 계속 악화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소득 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1999년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하위 20% 소득의 3.72배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이 배율이 4.46배에 달했다. 시장소득의 5분위 배율 변화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1999년 4배에 좀 못 미치던 5분위 배율은 2016년 6.27배까지 치솟았다. 시장소득은 개인이 직접 벌어들인 소득을, 처분가능소득은 저소득층의 경우 복지혜택 등이 들어간 경우를 뜻하므로, 국가의 지원이 없다면 실제소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는 뜻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체류 등록거부와 추방 반대를 외치고 있다.[중앙포토]

 

경제적 불평등과 마찬가지로 이념 양극화 또는 갈등 역시 조사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조사기관 한국종합사회조사의 설문조사를 보면 자신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2007년까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반면 보수와 진보의 비율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변화며 갈등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민자 및 다문화 가정의 인구수와 이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계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인구는 2010년 30만 명 정도였으나 2018년 65만 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늘어 2050년에는 2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경제적 불평등이 지속하고 복지 확충을 둘러싼 이념적 논란이 심해지면서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여기에 이민과 종교ㆍ성(性) 등 다양한 소수자 집단의 권리와 차별금지 등의 쟁점을 둘러싸고 문화갈등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문화적 차원의 진보-보수가 경제적 차원의 진보-보수에 합쳐지면서 기존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변화와 갈등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점차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정당학회는 이런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개혁과제로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원내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을 첫째로 제시했다. 대표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늘어나면서 사표 발생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다양한 유권자의 의사가 국회 의사 결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민주주의 제도화도 중요한 개혁과제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투표와 인터넷 등을 활용한 국민 발의ㆍ청원제도 확대는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다만 전자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이나 정치적 갈등의 단순한 표출수단으로 흘러 대의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지 않도록 법적ㆍ제도적 한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0년 뒤 한반도, 금수강산이 '물 부족 국가'로 퇴락"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⑬식량ㆍ수자원(최종)


3일 강원 강릉시 남대천이 최근 가뭄으로 곳곳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청은 강원의 5월 강수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물이 부족합니다. 서울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최근 대구와 태백 등지엔 급수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먹을 물이 부족한데, 농사지을 물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모내기를 해야 할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졌습니다. 팔당ㆍ소양강댐 수위는 댐 가까운 곳 일부를 제외하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늦여름만 해도 장마와 태풍으로 논이 물에 잠기고, 서울 한강시민공원이 흙탕물투성이가 됐는데, 변덕스러운 하늘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비가 한 번 올 때는 폭우처럼 쏟아지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2050년에서 온 경고’의 식량ㆍ수자원 부문 예측 중 30년 뒤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다. 사실 ‘물 부족 국가 대한민국’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와 2050년이 다른 점이라면,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현재의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총 강수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수량의 계절적 편차, 증발량 증가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역 간 격차가 심화하면서 담수량 부족을 겪는 지방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의 경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15년 서울·경기·강원·충북, 역대 최저 강수량


 

원인은 한반도에 유독 심한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지난해 기상청이 내놓은 보고서‘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6.3㎜ 증가하고 있다. 1973년 1014.7㎜에 불과하던 연 강수량은 1980년 1436.1㎜를 거쳐 1998년 1738.9㎜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강수량은 들쑥날쑥하면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심각한 것은 강수량의 편차다. 지난 30년(1981~2010년)간의 평균강수량(1307.7㎜)을 기준으로 보면 강수량의 변동 폭 또한 기복이 있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의 경우 평년보다 315㎜가량 많은 강수량을 보였고, 2015년의 경우 반대로 평년보다 강수량이 358㎜ 적었다. 연 강수량은 6~9월 홍수기에 편중되고, 지역별 강수량 편차도 심했다. 지역별 과거 30년(1986~2016년) 연평균 강수량은 제주도와 울릉도가 1729㎜로 가장 많았고, 금강 지역은 1240㎜로 가장 작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위험도 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서울과 경기ㆍ강원ㆍ충북은 역대 최저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990년대 이후 가뭄 때 3회 이상의 물 부족을 경험한 상습 가뭄 피해 지역은 49개 시ㆍ군에 달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밀레니엄 가뭄 닥치면 수자원 기반 큰 손상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강수량 변동 폭 증가 등으로 물 부족은 물론 수질관리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돌발변수로 고려하고 있는 점이긴 하나 이런 상황에서 가뭄 대응력을 벗어나는 밀레니엄 가뭄, 즉 3년 이상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다면 댐ㆍ저수지 등 우리나라 수자원 기반이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위원은 또 “결국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식량 안보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한반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있었다. 대표적 경우가 17세기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이었다. 조선 현종 당시인 1670년과 1671년에 있었던 이 대기근은 당시 조선 8도 전체에 흉작을 낳았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조선 인구 약 1300만 명 중 9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댐-저수지-취수장-정수장-배수지-급수’로 이어지는 현재의 광역 수자원 관리체계는 홍수나 가뭄이 발생할 때 적시 대응력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정책 대안으로는 폭우 때 내리는 비를 제대로 담아둘 ‘물그릇’ 확보를 위한 ‘다중(多重) 수원’ 개발 및 활용, 분산형 용수공급 시스템 구축, 자립형 용수공급 체계 구축 등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2017년 5월 소양강 상류인 강원도 인제군 38대교 인근이 가뭄으로 메말라 있다. 당시 기상청은 강원지역의 연초부터 5월까지의 누적 강수량이 197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밝혔다. [중앙포토]


30년 뒤 한국, 식량엔 큰 문제 없어


 

조만석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중수원의 구체적 예는 부산 기장에 건설한 것과 같은 해수 담수화 시설, 지역 특성에 맞는 지하수 개발과 같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 소비지와 정수지 간 거리 축소, 기존 수자원시설의 개선을 통한 장수명화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물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30년 뒤 한국 사회에서 식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 인구와 경작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주식인 쌀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고 기술 발전과 대규모 영농, 해외 공급망 다변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의 농업 생산 참여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긴 하지만, 은퇴 농가로부터 농지를 수용할 수 있는 농지은행제도를 활성화해 규모 있는 영농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뒤 한반도, 수량·수질 모두 악화된 물 부족 국가”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3일 강릉시 남대천이 가뭄으로 곳곳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청은 강원의 5월 강수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물이 부족합니다. 서울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최근 대구와 태백 등지엔 급수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먹을 물이 부족한데, 농사지을 물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모내기를 해야 할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졌습니다. 팔당·소양강댐 수위는 댐 가까운 곳 일부를 제외하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늦여름만 해도 장마와 태풍으로 논이 물에 잠기고, 서울 한강시민공원이 흙탕물투성이가 됐는데, 변덕스러운 하늘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비가 한 번 올 때는 폭우처럼 쏟아지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⑫·<끝> 식량·수자원 어떻게 될까
비는 내리는데 물은 부족
기후변화로 폭우·가뭄 반복
지역적 강수량 편차도 커져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2050년에서 온 경고’의 식량·수자원 부문 예측 중 30년 뒤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다. 사실 ‘물 부족 국가 대한민국’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와 2050년이 다른 점이라면,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현재의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총 강수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수량의 계절적 편차, 증발량 증가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역 간 격차가 심화하면서 담수량 부족을 겪는 지방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인은 한반도에 유독 심한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지난해 기상청이 내놓은 보고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6.3㎜ 증가하고 있다. 1973년 1014.7㎜에 불과하던 연 강수량은 1980년 1436.1㎜를 거쳐 1998년 1738.9㎜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강수량은 들쑥날쑥하면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심각한 것은 강수량의 편차다. 지난 30년(1981~2010년)간의 평균강수량(1307.7㎜)을 기준으로 보면 강수량의 변동 폭 또한 기복이 있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의 경우 평년보다 315㎜가량 많은 강수량을 보였고, 2015년의 경우 반대로 평년보다 강수량이 358㎜ 적었다. 연 강수량은 6~9월 홍수기에 편중되고, 지역별 강수량 편차도 심했다. 지역별 과거 30년(1986~2016년) 연평균 강수량은 제주도와 울릉도가 1729㎜로 가장 많았고, 금강 지역은 1240㎜로 가장 작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위험도 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서울과 경기·강원·충북은 역대 최저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990년대 이후 가뭄 때 3회 이상의 물 부족을 경험한 상습 가뭄 피해 지역은 49개 시·군에 달했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강수량 변동 폭 증가 등으로 물 부족은 물론 수질관리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돌발변수로 고려하고 있는 점이긴 하나 이런 상황에서 가뭄 대응력을 벗어나는 밀레니엄 가뭄, 즉 3년 이상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다면 댐·저수지 등 우리나라 수자원 기반이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위원은 또 “결국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식량 안보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한반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있었다. 대표적 경우가 17세기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이었다. 조선 현종 당시인 1670년과 1671년에 있었던 이 대기근은 당시 조선 8도 전체에 흉작을 낳았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조선 인구 약 1300만 명 중 9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회미래연구원은 ‘댐-저수지-취수장-정수장-배수지-급수’로 이어지는 현재의 광역 수자원 관리체계는 홍수나 가뭄이 발생할 때 적시 대응력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정책 대안으로는 폭우 때 내리는 비를 제대로 담아둘 ‘물그릇’ 확보를 위한 ‘다중(多重) 수원’ 개발 및 활용, 분산형 용수공급 시스템 구축, 자립형 용수공급 체계 구축 등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조만석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중수원의 구체적 예는 부산 기장에 건설한 것과 같은 해수 담수화 시설, 지역 특성에 맞는 지하수 개발과 같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 소비지와 정수지 간 거리 축소, 기존 수자원시설의 개선을 통한 장수명화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물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30년 뒤 한국 사회에서 식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 인구와 경작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주식인 쌀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고 기술 발전과 대규모 영농, 해외 공급망 다변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의 농업 생산 참여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긴 하지만, 은퇴 농가로부터 농지를 수용할 수 있는 농지은행제도를 활성화해 규모 있는 영농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