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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비대칭무기

북핵 & 비대칭무기

도적같이 다가오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 2009-05-13

[ 신성택(미국 몬트레이 국제학대학교 교수) ]

지난 2006년 9월 17일 미 디지털글로브가 공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북한 핵실험장. ⓒ디지털글로브 북한의 제2차 지하핵실험 실행계획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첫째는 북한 당국이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월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에 따라 북한 기업 3곳에 ‘제재’ 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핵시험(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외무성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가 즉시 사죄하지 않는 경우 공화국의 최고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불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여기 자위적 조치에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들이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하여 대응할 수 있는 조치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분명한 것이 제2차 지하핵실험이다.

북한은 2006년 당시에도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해 진행된 제1차 핵시험은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이 10월 9일 지하 핵시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선전했다. 폭발시의 흙먼지가 지표면으로 솟아 나오지 못했기에 당시로서는 북한은 스타일을 너무 구겼다.

한-미-일 등 주변국에게 큰 위협을 주지도 못했다. 3일 뒤에 미국의 WC-135 특수정찰기가 동해 상공에서 핵실험 때에만 방출되는 제논(Xenon)과 크립톤(Krypton) 기체를 검출함으로써 핵실험 성공으로 겨우 확인 받았다.

북한의 제1차 핵실험은, (1) 핵폭발 위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데 성공했고, (2) 핵폭발의 강도가 미약했으면서도 전세계 유명 지진센터의 지진계들을 모두 분명히 핵폭발로 감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임계파형을 전파했다.

(3) 기체 검출에 반응할 수 있는 정도만으로 최소량의 방사성 동위원소 기체는 방출시켰다는 점에서 핵과학자들로부터 성공이란 판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폭발위력이 너무 약해서 국제정치적으로는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 절호의 찬스가 온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은 공개적으로는 6자회담장에서, 비공식적으로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서울과 북경에서 부지런히 “이제는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뛰었다. 그랬어도 김정일의 마음에 흡족한 공식인정은 여전히 얻지 못했다.

그 분명한 이유가 핵실험에서 큰 위력을 표출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위력이 너무 약했던 것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아 왔다는 사실이 북한 과학자들을 채근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① 하루 빨리, ② 주변국의 준비 안된 과학자들도 감지할 수 있도록 보다 큰 폭발위력으로, ③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지하핵실험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과학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알고 있는 김정일은 제2차 지하핵실험을 위해서 보다 심혈을 쏟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점이다. 즉 명분을 쌓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간파하고도 결국은 핵과 ICBM 시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억지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北 핵실험장에서 포착되는 분주함

김정일은 또 2006년보다 더 세련되고 전략적인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2006년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차량 및 공사인부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포착되고 있다. 미사일 발사기지 인근에는 반드시 핵실험장도 병행하여 건설한다는 의도 하에 몇 군데 미사일 발사장은 서둘러 먼저 완공시키려 한다.

북한은 최근까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새 장거리 미사일 시험장 건설을 서둘러서 완공 시기를 예상보다 수개월 앞당기려 한다. 대북 정보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동창리 시험장에 장비와 인력을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입해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초 금년 말쯤 완공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수개월 앞당겨질 것 같다”고 전한다.

동창리 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에 소재하고 있어 서해 북방에 위치한 중국 본토와 비교적 거리가 가까워 외부의 폭격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판단하여, 이곳에 미사일 발사장을 건설한 것이다.

또 동창리 시험장은 무수단리 시험장 보다 규모가 크고 설비가 현대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시험장 인근에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다는 사실은 동창리 시험장 근처에도 훌륭한 지하 핵실험장이 건설돼 있음을 말해준다.

이제 북한의 제2차 지하핵실험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봐야 한다. 그 정확한 실행 일시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 도적같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지하핵실험을 진정 비밀리에 실시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

제1차 지하핵실험(2006.10.9) 때도 실험이 있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다. 지하에서 비밀리에 하는데 누가 알겠는가? 이건 과학이 아니다. 지진계를 읽고서야 핵실험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은 분명히 과학기술이다.

북한은 이번에는 핵실험의 일시를 밝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소는 밝히지 않을 것이다. 3~4군데를 동시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의 정찰첩보망을 교란시킬 것이다. 또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별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 수준 얼마나 가능한가?

북, 10월까지 폐연료봉서 플루토늄 8㎏ 추출 가능

영변 핵시설 사찰 美 헤커 교수 주장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 현재 보관 중인 사용후연료봉(폐연료봉)에서 오는 10월까지 무기급 플루토늄 8㎏가량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사진)는 15일 원자과학자학회지 기고문에서 “영변 5㎿ 원자로의 폐연료봉 8000개를 모두 재처리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6개월 정도이며, 북한이 오는 10월까지 8㎏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북핵 6자회담 2·13합의 등을 통해 2007년 7월 영변 원자로 동결 및 불능화 조치에 착수했으나, 최근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며 원자로 재가동을 공언하고 있다.

5차례 방북해 영변 핵시설 등을 둘러봤던 그는 “8000개의 폐연료봉을 통해 최대 12㎏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지만, 영변 원자로의 출력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헤커 교수는 또 “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들려면 핵실험을 한 차례 이상 더 해야만 한다”면서 “만일 북한이 플루토늄 8㎏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추가 핵실험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과 관련해 “북한이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제출한 두 가지의 아이템에서 미국 전문가들이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찾아낸 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의심이 증가됐다”고 전했다. 헤커 교수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연구시설을 가졌을 가능성은 매우 높으나 산업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추출한 플루토늄의 총량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잡히지 않으나 미 정부 등은 37∼58㎏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다면 연간 플루토늄 추출 가능량은 핵무기 1개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6∼7㎏이 될 것으로 미 정부 등은 예측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발사] “국상중 날벼락” 북 핵실험에 미사일까지

◇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 영변의 핵시설 냉각탑이 폭파되는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25일 오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또 다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은 대내외적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남한이 국상(國喪)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쏜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달아오르는 시점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일제히 비난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북한 핵실험 보고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청천벽력에 이어 이 무슨 날벼락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윤상현 대변인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전세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핵실험은 북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남북 평화협력의 상징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분개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조전까지 보내놓고, 뒤에서 핵실험을 하는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재 온 국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는 국민장 기간에 한반도 평화에 불을 끼얹는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북한이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는 정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북한이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북한 핵실험] 북한, 핵실험 사실 공식 발표

북한이 언론 보도를 통해 추가 핵실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지난달 말 외무성 발표를 통해 핵실험 예고를 한 지 26일 만이다. 

북한은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핵실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통신은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핵실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어 시험 결과 핵무기의 위력을 더욱 높이고 핵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핵실험은 선군의 위력으로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사회주의를 수호하며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핵실험의 성공은 강성대국을 위한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지펴올리며 150일 전투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선 북한 군대와 인민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9일 핵실험과 대륙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자위적 조치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을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번 2차 핵실험은 6자회담의 종결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핵 문제와 안전보장 문제 등의 현안을 일괄 협상해 타결하자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이번 2차 핵실험은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 무시전략에 대한 강력한 반발로 해석된다면서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뒤 대반전을 노린 계산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상 초기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이 이어지고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북 제재가 논의되겠지만 결국에는 북한과 미국 간의 직접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이 앞서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넉 달 뒤에 2·13 합의가 나온 점을 상기시키며 극적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내 군비경쟁 촉발 가능"

"北 위협, 반드시 책임지도록 할 것"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은 30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북한이 핵확산 등의 움직임을 보일 경우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며 강력 경고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샹그리라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8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역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않지만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우방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핵 등 여러가지 무기를 수출하는 북한의 행위는 미국과 그 우방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것이며 북한이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국제사회는 북한의 빈곤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자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핵 실험에 쏟아붇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로 인해 북한은 점점 고립되고 있으며 주민은 굶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과 관련한) 우리의 대북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도발과 압력에는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계속해서 역내의 지역에 미사일 등 무기를 발사하는 군사능력을 증강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한이 현재의 길을 계속 가게된다면 역내 안정에 심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역내에 일종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서 남을 것인지,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지 여부는 그들이 내려야 한다"며 "전 세계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5일 2차 핵실험 이후 계속해온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일시 중단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 준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심 정보당국자는 어제 이후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가 더이상 관측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발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당초 서해안에서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포기한 것 같다며 지난 29일 오후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신형 지대공 단거리 미사일이 사실상 마지막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술적인 문제 등 여건이 여의치 않아 더이상 중·단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며 꽃게철이라 서해상 선박을 철수시키기 힘든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비 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서해상 교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北 안보리 제재에 강경대응 맞불>

후계 염두 '핵보유국 지위' 확고히 하려는 듯

HEU 본격화 가능성, 선박검색 등 과정서 군사충돌 가능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에 대해 예상대로 강력한 대응조치로 맞서 한반도에서 대결국면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우라늄농축 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 등 3개 대응조치로 대답하고 나섰고 핵보유국의 지위도 거듭 천명했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에서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고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누가 인정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관이 없다"며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거듭 강조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은데 대해 누가 인정하든 말든 '핵보유국'이라며 맞선 셈이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주장한 북한은 폐연료봉에서 인출중인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를 밝혔지만 더 심각한 부분은 우라늄 농축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는 부분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사실 영변의 5㎿급 원자로는 고철덩어리라는 점에서 우라늄 농축 선언은 북한이 경수로 발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새로운 핵무기 기술 보유를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술을 가지게 되면 매년 수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항구적 기반을 갖추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 회복된 이후 올해 초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구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양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미국과 핵협상이 단기적으로 끝나기 어려운 만큼 북한으로서는 후계자에게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유산으로 넘겨줌으로써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최근 북한에서 군부 등 강경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강경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도 "위임에 따라"라고 명시함으로써 이번 조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국방위원회 등 상위기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내부적 상황뿐 아니라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굴복해 협상에 복귀하면 앞으로 계속해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인 강경대응기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지금의 북미대결을 '의지전'으로 규정하고 "국제정세가 복잡해지고 시련이 겹쌓인다고 하여 의지전에서 뒷걸음치지 말아야 한다"며 "후퇴는 곧 패배이며 죽음"이라고 불퇴전의 입장을 강조했고,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2일 안보리가 "부당한 결의와 결정들을 철회하고 사죄하지 않는 한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는 절대로 풀릴 수 없다"고 지속적인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북한은 핵실험을 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고 배수진을 친 것 같다"며 안보리의 제재결의와 상관없이 "당분간 자신들이 세운 계획에 따라 강경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앞으로 북한이 밝힌 대응조치들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부시 행정부 시절 2차 북핵위기를 가져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도 본격적인 위기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실험실 규모일지라고도 실지로 원심분리기 가동해서 농축할 능력이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이 농축기술을 확보했음을 선언한 의미일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북한이 시험단계라고 언급한 것은 몇 1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며 "파키스탄의 칸 박사로부터 입수한 원심분리기는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봉쇄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앞으로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가 의심가는 북한의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검색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사전에 선박과 항공기에 경무장을 갖춘 뒤 검색에 불응하면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선박 등이 항구에서 떠난 직후 검색이 이뤄질 경우, 우리 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장용석 실장은 "앞으로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의 운용과 특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의 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북한 핵고집땐 전쟁 가능성”

민주당 정권이 공화당보다 원칙적 … 경제위기 해소 방안으로 전쟁 택할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바마 정부는 강력한 제재에 돌입했다. 최근 외교가와 일부 언론에는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부시 정부 초기에 추구했던 북한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을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인 한국에서 철수할 방침이라는 충격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군을 안전지대로 철수시키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미간의 화려한 공조 뒤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기구매 △아프간 파병 △미군철수라는 세가지 키워드”라고 전했다.

◆약속 안지킬땐 과감한 응징 = 외교전문가들은 “미국 민주당 정부는 폭넓은 사고로 적과도 대화할 정도로 유연하지만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원칙과 신뢰를 깨면 군사력 등 모든 것을 동원해 신속 과감히 응징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정부는 핵과 인권 문제를 두고 북한과 먼저 대화하면서 기회를 부여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한반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부터 시작된 미국 민주당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표방, 고립주의 성향의 공화당보다 국제정치에 더 많이 개입해왔다.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곧바로 미군과 유엔군을 투입해 참전했다.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도 민주당 정부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당시 전 세계가 공산화 도미노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해 베트남 파병을 3200명으로 확대했다.

93년 취임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자 초반엔 북한과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사찰을 거부하자 핵시설이 몰려 있는 영변을 폭격하는 작전계획을 세우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핵 비확산에 대한 의무감도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 강하다. 오바마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살리기와 비확산에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적극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5일 프라하 연설에서 핵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도발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권 어젠다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오바마 대북라인 강경파 포진 =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라인도 원칙을 고수하는 강경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대북 강경책을 고수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협상에 앞서 원칙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강경론자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국무부 핵비확산·군축담당 특별고문에 임명된 로버트 아인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과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 등이 꼽힌다.

이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북한의 의도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대화를 주장해온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의 목소리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 강경파의 비확산 수단은 유연하지만 비확산의 가치를 양보할 생각은 없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고, 이란이 핵을 가지면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의 뿌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위기 극복 희생양 될 수도 = 이스라엘을 모국으로 생각하는 유태계에 북한의 핵은 매우 위험한 존재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태인계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정부의 지적 모태라고도 할 수 있는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최대 후원자는 유태계인 조지 소로스 회장이며 페리 전 국방장관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도 유태계이다. 특히 페리 전 국방장관은 미군산복합체 대부이기도 하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에 대해 외과수술적 폭격을 가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는 20년대 공황과 비교될만큼 심각한 상황이어서 합리적인 판단만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세계경제를 대공황의 위기에서 구했듯이, 지금은 누군가의 의도된 전략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독자 교수협의회는 최근 시국성명에서 “미국과 일본의 군산복합체제가 과거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한 바 있다”며 “한반도 안보 상황이 또 다시 미국 등 강대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장으로 전락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NYT "대북정책 재조정"

키신저의 WP 기고문엔…

"유화정책에 속아선 안돼 핵(核) 폐기정책 폐기말라"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벽한 폐기보다는, 핵기술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정권의 야망이 수년간 국제사회와의 대치상태를 거친 뒤 얼마나 축소됐는지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일과 북한은 "더 이상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공포를 심어줄 수도 없으며, 최근의 핵·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위협은 공허해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 공군기들은 전쟁을 시작하기는커녕, 장기간 공중에 뜰 만큼의 연료도 부족한 상태"라는 한국 관리들의 말도 전했다.

문제는 북한의 마지막 위협인 핵.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 보상했지만 합의는 매번 파기됐다.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이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 때부터 거듭돼온 이 '사이클'을 끊을 때라고 본다고 NYT는 분석했다.

다만 '북한의 정권 교체(부시 행정부)' '서방과의 통합(클린턴 행정부)'과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은 핵기술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오바마 참모들이 점차 가능성이 작아진 '전면전(全面戰)' 대비에서 북한의 마지막 큰 자산인 핵을 '봉쇄'하는 쪽으로 대북(對北)정책의 포커스를 재조정 중이란 것이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목표는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다. 누구도 봉쇄가 1차 목표가 됐다고 공식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않고,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핵무기의 폐기보다는 앞으로의 추가 개발·확산 방지에 포커스를 맞춘 발언이다.

NYT는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고, 현실적인 목표는 김정일이 핵 제조 기술을 수출해 돈을 벌어들이고 권력을 확충하는 능력을 무력화(neutralize)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가 발효된 후, 군수물자 적재 의혹을 빚은 북한 선박 강남 1호를 국제사회를 동원해 회항시킨 것이 대표적인 '봉쇄'의 예라는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북한이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않고,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핵무기 폐기보다 앞으로의 핵개발·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9일 오바마 행정부의 현실적인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 기술을 수출해 돈을 벌고 권력을 확충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분석했다./AP연합뉴스

이런 봉쇄 정책의 최대 위험은 '일관성'의 문제.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는 결코 핵무장한 북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는 공언(空言)으로 끝났다. NYT는 미국이 결국 북한 핵을 인정할 경우, 이란이 북한의 뒤를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헨리 키신저(Kissinger) 전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유화 정책에 속지 말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폐기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는 9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이 지난 6개월 동안, 2007년 2월의 6자회담 합의를 위반하며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하고 핵실험을 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확산 문제를 논의하려는 미국 특사의 방북을 거절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미국이 정책 방향을 바꾸고 미북 양자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무르익고 있다"며 "그러나 6자회담 밖에서 이뤄진 양자 회담은 결코 작동한 적이 없다(never made any sense)"고 경고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개별적인 양자 회담을 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 특히 일본으로선 이런 약속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으로 인해 다른 '보호조치'를 취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키신저는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보다는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을 위협하기 때문에 6자회담을 벗어난 미북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북한의 의도와 관련, "북한은 당장에라도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리려는, 매우 잘 확립된 전술을 다시 구사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느냐, 비핵(非核)국가가 되느냐 사이엔 중간 지점이란 없다"며, "최근까지 (2차 핵실험으로) 협박을 해대던 북한이 만들어낸 '온화한 환경'(클린턴의 방북과 기자 2명 석방)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이 분위기와 본질을 혼동하는 샛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기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다른 어떤 결과도 전 세계의 비확산 전망과 전 지구적인 평화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 협상 재개를 겨냥한 관련국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협상의 틀을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협상의 형식(format for resuming talks)"이라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19일 언론 인터뷰 발언은 현 북핵사태의 흐름을 함축한 표현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전언이다.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고집하는 북한과 6자회담의 틀을 강조하는 미국이 어떤 식으로 의견조율을 하느냐가 북핵 논의의 실질적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이는 현재의 대치국면을 접고 본격적인 협상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이 일정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와의 제재공조를 유지하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지속하는 한편 물밑으로는 협상을 추동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국무부가 김명길 북한 유엔주재 대표부 공사 일행의 뉴멕시코 여행을 `승인'해주고 김 공사측이 19일 리처드슨 주지사와의 면담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밝힌 대목이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북.미간 해빙무드가 일정정도 조성되고 있지만 협상 틀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북핵 문제가 갖는 특수성 탓에 협상의 형식이 의제를 포함한 협상의 내용까지 지배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최대의 관전포인트는 지난 6년간 북핵 협상의 틀로 기능해온 6자회담이 부활할 지, 아니면 어떤 형태로 변화할 지 여부다.

미국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6자회담의 틀을 강조해왔고 이에 북한도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외견상 접점찾기가 여의치 않아보인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정통한 관측통들은 6자회담의 태동과 이후 6년간의 전개과정으로 볼 때 얼마든지 절충지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드시 관련 6개국이 동시에 회의를 하는 형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조합과 형태의 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관측통은 20일 "6자회담이 갖고 있는 탄력적인 에너지를 감안하면 협상의 형식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8월 1차 회담이 열린 이후 2008년 12월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담에 이르기까지 6자회담은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의 회담으로 진행돼왔다.

6자 수석대표를 포함한 각국 대표들이 모두 참여하는 본회담이 한동안 열리다가 회의의 효율성을 위해 수석대표와 소수의 실무진만 참여한 '소인수회의'가 열리기도 했으며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로 6자회담이 장기 공전되던 2007년 1월에는 베를린에서 북.미가 양자회담을 하고 이후 6자회담이 뒤따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북.미 양측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변형된 6자회담'으로 절충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자회담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북한이 계속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고집하더라도 협상 형식에 서 신축성을 발휘하면 '6자회담의 틀'은 크게 손상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부시 행정부 2기 시절 진행됐던 북.미 양자협상 뒤 6자회담 개최 뿐만 아니라 중국을 사이에 둔 북.미간 회담(3자회담) 개최후 6자회담 내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의 협의 등 새로운 협상방식이 '6자회담의 틀'이라는 명분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서는 북.미 양측이 먼저 대화를 하고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협의를 벌이는 형식인 `2+5' 방식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의장국인 중국이 사회를 보고 북한과 미국이 실질적 양자회담을 진행하는 북.미.중 회담이 열리고 추후 나머지 5개국이 협의를 벌이는 `3+5'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협상 틀 논의에는 중국 등 관련국들의 의견조율이 중요한 변수다.

19일 빌 클린턴 전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회담이 마무리되고 중국 우다웨이 부부장이 북한측의 반응을 타진하고 돌아간 것을 계기로 한.미.중을 중심으로 관련국간 정보공유와 의견조율이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美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위성사진 공개

북한이 지난 4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맞서 2007년 2.13 합의로 불능화된 핵시설의 원상복구를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원자로와 파괴된 냉각탑이 복구된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ISIS)는 4일(현지시간) 영변 핵시설 일대를 위성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6월 파괴된 냉각탑 시설 부근에서 어떠한 복구 활동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ISIS가 이날 공개한 사진은 미국의 위성사진업체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가 지난 8월10일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것이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불능화된 원자로 등 핵심시설은 여전히 파손된 상태로 있었다.

영변 핵시설 원자로의 냉각탑은 북한이 지난해 6월27일 핵시설 불능화 약속이행 의지를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로 폭파됐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원자로나 냉각탑을 복구하지 않더라도 보관해뒀던 폐연료봉을 다시 꺼내 재처리 시설에 넣고 가동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최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북한문제 소식통은 ISIS의 위성사진과 관련해 "적어도 영변의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북한의 플루토늄 무기화 주장대로라면 재처리 시설이 다시 가동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美 핵전문가 보고서 "北, 핵무기 공격능력은 없어

2009세계 핵무기 현황 - 미국 과학자연맹(FAS)의 핵무기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슨과

미 자연자원방위협의회(NRDS)의 핵 전문가 로버트 노리스가 각국의 정보 등을 토대로

집계한 핵무기 비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 `플라우셰어스 펀드' 홈페이지에 10일 게재한

보고서에 따른 2009년 9월 1일 현재 세계 핵무기 현황.

냉전 종식 이후 지속적인 핵군축 노력에도 불구, 9월 1일 현재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그다지 감소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2만3천3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이중 8천190개 가량은 명령만 내려지면 곧바로 발사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최대 10개의 전략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아직 핵탄두를 운하는 미사일 역량이 입증되지 않아 핵 공격 능력을 작전에 옮길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사실은 미국 과학자연맹(FAS)의 핵무기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슨과 미 자연자원방위협의회(NRDS)의 핵 전문가 로버트 노리스가 각국의 정보 등을 토대로 집계해 핵무기 비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 `플라우셰어스 펀드' 홈페이지에 10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국가별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가 1만3천개로 가장 많고 ▲미국 9천400개 ▲프랑스 300개 ▲중국 240개 ▲영국 185개 ▲이스라엘 80개 ▲파키스탄 70∼90개 ▲인도 60∼80개 ▲북한 최대 10개 등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핵탄두 재고량 1만3천개는 제조된 상태로 비축돼 있거나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는 핵탄두 8천150개를 포함한 전체 숫자"라며 "전략 핵탄두 2천787개를 포함, 작전에 배치된 핵탄두는 4천837개"라고 밝혔다.

미국의 핵탄두 재고량 9천400개는 작전에 배치돼 있는 전략.전술 핵탄두 2천700개, 국방부 비축 핵탄두 2천500개와 폐기를 앞두고 있는 약 4천200개의 핵탄두를 합한 숫자이다.

보고서는 프랑스, 중국, 영국은 보유 핵탄두 대부분이 작전에 배치돼 있는 상태이며,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등은 대체로 핵탄두를 보유만 하고 있을 뿐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황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불확실하지만 여러 정보 등을 토대로 할때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두 차례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작전에 옮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거는 없으며, 미 국방부 산하 국립우주항공정보센터의 올해 조사도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냉전이 끝난 후 20년 가까이가 되어 가고 있지만 전세계 핵탄두 보유량은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