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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점 대해부

네이버 독점 대해부

재벌보다 네이버 해악이 더 커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플랫폼기업들의 독과점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심판'인 동시에 '선수'로도 뛰면서 지배력을 확장해나가는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최근 카카오택시의 수수료 인상과 문어발식 확장이 비판받고 있지만 실상은 네이버의 독점이 더 큰 문제다.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기반으로 원하기만 한다면 어떤 시장도 장악할 수 있다. 네이버는 미국과 유럽에서 문제되고 있는 자기사업 우대, 시장지배력 전이, 데이터 독점, 킬러인수 등에 모두 해당된다. 네이버의 성장과정을 통해 이같은 행위들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바람직한 플랫폼 규제 방안을 고민해보자.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독과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재벌'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시대 이후로 재벌들은 기업 성장과정에서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으면서 문어발식 확장, 계열사 부당지원, 무리한 투자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나 편법 증여·상속,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이 또 문제가 됐다. 이들 문제 역시 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사회 여론의 질타 등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재벌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군 막대한 부의 크기 만큼이나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독과점'이라는 단어에서 재벌보다는 카카오와 네이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 등 외국 기업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낸 영웅이었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들의 생활에도 많은 좋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함에 따라 독과점과 불공정 경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신기술과 혁신을 앞세우면서 재벌과 달리 별다른 견제를 받지도 않았다.

/ 조선DB

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의 일반적인 시장과 다르기 때문에 독과점 판단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기존에는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후생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규제 결정에 중요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에게 무료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면서, 이면의 광고 시장에서 더 많은 광고료를 받는 영업구조로 이익을 올린다. 당장 영업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기업가치를 올려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또 플랫폼은 판매자가 제품을 제공하는 시장(플랫폼-판매자 시장)과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장(플랫폼-소비자 시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시장이다. 가격이 인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 후생이 침해되지도 않는다.
포털(네이버), 메신저앱(카카오) 등 플랫폼으로서 확고한 지배력을 갖게 되면, 플랫폼을 무기 삼아 다른 영역으로 자유롭게 확장해 해당 영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지배력 전이라고 한다. 또 플랫폼 내에서 자기사업을 하면서 다른 판매자들과 경쟁한다. 네이버가 포털이라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다른 판매자(쿠팡, G마켓 등)보다 네이버쇼핑(자기사업)을 우대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쇼핑이 가장 위에 뜨는 식이다.
특히 네이버는 해외의 플랫폼 기업들과 달리 매우 넓은 영역에서 영향력을 미치며 개인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시장에,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시장에도 진출했다. 금융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제휴했고, 유통에서는 신세계·이마트와, 물류에서는 CJ대한통운과 제휴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들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제휴하고 싶어한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사용자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고 얼마를 결제(지출)했는지 얼마를 버는지(소득), 금융 '자산'과 '부채'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거주하는지 등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헬스케어 업체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개인 건강 이력 정보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건강 관리나 보험 추천 등 분야에서 보다 정밀한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다. 네이버는 2020년 엔에프보험서비스라는 보험판매회사를 설립했다.
개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훨씬 훌륭한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확실히 더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네이버에 종속(?)될 것이고, 정보 독점이나 빅브러더 논란은 커질 것이다.
미국에서는 리나 칸 공정거래위원회(FTC) 위원장,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 고문,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 등 삼각편대로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폐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을지라도 경쟁기업 도태로 궁극적인 선택권 제약이 일어나며 독과점 기업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본다. 팀 우 특별보좌관은 2018년 ‘The Curse of Bigness(거대함의 저주)’라는 저서에서 기업집중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했다. 부의 집중화, 빈부 격차의 심화, 거대 기업이 누리는 특혜 등 편중된 경제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치체제와 개인의 삶까지 위협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10월 발간된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보고서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면서 "구조적 분할(structural separation, 이해가 상충되는 사업조직의 법적 분할)과 사업 부문 제한(line of business restrictions)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반독점 정책 툴의 법제화를 심사숙고(consider)하라"고 제안했다. 기업분할과 사업진출 제한이라는 가장 강력한 규제를 언급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올해 6월말 미국 하원을 통과한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등 5개의 패키지법안이다.
자,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 하원 보고서처럼 기업분할과 사업진출 제한까지 심사숙고해 봐야 할까. 그게 너무 심하다면 자기사업 우대 금지, 시장지배력 전이 제한, 검색 알고리즘 중립성 또는 투명성 등 여러가지 규제 방안을 추진해야 할까. 경쟁당국인 공정위에서나 학계에서는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너무 부족하고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 않은 듯하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은 어떤 것일까.

'검색은 나의 힘'… 모든 길은 검색으로 통한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사용자 감시와 교묘한 데이터 수집이 없었다면 인터넷 기업들은 이렇게 빨리 세를 불리지 못했을 것이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의 저자 한중섭 작가는 플랫폼 기업이 성장한 결정적 이유가 ‘데이터 수집’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 작가는 우리가 편리함을 좇는 사이 전면적인 감시사회가 도래했다고 경고한다. 개인의 검색 정보로 관심 분야와 선호하는 상품 등을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하는 등 플랫폼 기업들은 개인의 노출된 정보로 광고 등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감시권력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1998년 검색엔진의 작동원리를 다루는 논문이 등장하면서다. 구글은 검색엔진을 광고에 접목하면서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한 네이버가 22년만에 시총 70조원의 국내 최대 IT기업으로 자리잡은 과정에도 검색엔진이 절대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빅데크 독점을 다룬 『돈 비 이블(Don’t be evil)』의 저자 라나 포루하(Rana Foroohar)는 이를 ‘공짜정보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검색 엔진의 가공할 위력...스스로 진화하는 ‘자기강화’
라나 포루하는 검색 엔진의 힘이 ‘자기 강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은 플랫폼에 사용자가 모인다. 이들의 검색 기록은 또 다른 데이터를 낳는다. 데이터는 기존 사용자들의 네트워크를 끌어들인다. 플랫폼 검색으로 무한한 공짜 정보가 열리면서 극도의 편리성이 제공된다. 검색 알고리즘은 스스로 진화하며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다.
검색엔진이 광고와 결합하면 공짜정보는 가공할 위력을 얻는다. 데이터가 늘면 사용자가 늘고 광고주가 증가한다. 광고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증가하면 또 다시 데이터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라나 포루하는 이를 두고 "특정 제품이나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해당 제품이나 기능의 성능이 점점 개선되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검색엔진의 힘을 증명했다. 1999년 8월 하루 검색 300만건에서 2000년 여름 1800만건으로 늘었다. 구글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는 야후까지 더하면 6000만건에 달했다. 구글은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공룡 기업이 됐다.
네이버, 검색 기술 고도화와 지식iN서비스로 검색시장 평정
네이버의 검색엔진은 1997년 삼성SDS의 한 벤처팀에서 태동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1998년 DB검색엔진 네이버를 개발, 자신이 이끌던 웹글라이더팀과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웹글라이더팀이 마련한 3억5000만원과 삼성SDS의 현물출자 1억5000만원이 네이버의 자본금이다.

1999년 오픈한 네이버가 포털 서비스를 호령하던 야후를 출시 5년 만에 제칠 수 있었던 요인은 검색 기술 고도화, 핵심 인재 영입, 네이버 지식iN 서비스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네이버는 검색 정확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에 검색 로봇을 붙여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웹문서와 웹사이트를 자동으로 수집해 키워드 단위로 색인하는 크롤링 방식을 사용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당시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네띠앙 등 포털들은 디렉토리 방식으로 전문검색요원을 고용해 수작업으로 개별 웹사이트를 찾아낸 뒤 주제별로 모았다. 네이버와 엠파스는 크롤링 방식에 더해 직접 정보를 편집하거나 분류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런 방식으로 야후코리아보다 더 방대한 결과 값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야후코리아 등의 외국산 검색엔진은 영어를 바탕으로 개발돼 있어 한국어 검색에는 네이버의 검색엔진이 더 앞섰다는 평가도 있다. 검색의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분석해 결과를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당시 경쟁 포털사는 검색 단어만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아울러 수집과 스팸 시스템을 개선하고 좋은 웹문서를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랭킹을 손봤다.
특히 경쟁사인 엠파스의 이준호 NHN 회장을 영입한 게 신의 한 수로 회자되고 있다. 이준호 회장은 이해진 의장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3년 선배로 우리나라 '정보검색 기술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 회장은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엠파스 자연어 검색 서비스의 공동개발자였다. 이후 엠파스와 갈등으로 결별한 후 이 의장의 제안과 투자 지원으로 서치솔루션을 설립하고 검색 솔루션을 네이버와 공동 개발했다.
네이버는 2000년 7월 서치솔루션과의 합병 이후 넥서치라는 이름의 검색엔진을 개발해 검색환경을 개선했다. 기존의 웹문서 단위 검색에서 벗어나 웹문서, 사이트, 사전, 뉴스 등 정보의 성격에 따라 섹션을 분리해 보다 중요한 정보로 예상되는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통합검색'으로 불리는 검색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또 2002년 10월 도입된 지식iN 서비스는 네이버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식iN은 이용자 간에 질문과 답변을 하면서 정보를 교류하는 서비스다. 한겨레신문의 자회사인 인터넷한겨레가 2000년 10월 오픈한 디비딕(dibidic.com)이 그 원조다. 네이버는 디비딕의 장단점을 검토해 보다 대중적인 지식 제공으로 변형시켜 출시했고, 지식iN은 출시 6개월 만에 100만건의 질의응답이 작성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식iN 서비스를 시작한 1년여만에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 순방문자 규모는 전체 포털 사이트 중 3위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됐다. 2003년 11월에는 무려 1400만명의 이용자가 네이버 지식iN을 이용했다. 이는 전체 네이버 검색 서비스 방문자의 75%를 차지하는 수치였다. 2005년 이후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서비스 다각화로 검색광고 실적 고공행진…2014년 총매출 비중 70% 돌파
차별화된 검색엔진이 매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클릭수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동안 광고주의 웹사이트를 노출시켜주는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아울러 인기 키워드에 대한 경매 방식을 도입하면서 네이버는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제공을 넘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검색 일상화 전략이다. 이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는데 2002년 코스닥 상장 등록예비심사 청구서 제출 당시 네이버의 하루 순방문자는 660만명, 페이지뷰는 1억7000만건에 달했다.

네이버 19개년 감사보고서 참고

2002년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은 180억원으로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2% 정도였다. 2006년 검색광고 매출은 2987억원으로 4년 만에 17배 가량 증가했다. 이때 처음으로 매출 비중 절반을 넘어섰다.
이후 검색광고 매출은 꾸준히 점증하다 2012년 60%을 넘어섰다. 그해 야후는 한국에서 철수했다. 2014년에는 검색광고 매출이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총 매출 대비 검색 광고 매출 점유율은 73.2%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네이버는 국내 검색 점유율도 80%에 육박하며 국내 최대 IT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락-인 전략은 이해진의 창업정신"
"락-인(Lock-in) 전략은 네이버 이해진의 창업정신이다."
네이버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인터넷 업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이다. 락-인 효과(Lock-in effect)는 특정 재화 혹은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면 다른 재화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기 어려워져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효과 혹은 현상을 말한다.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로 ‘잠금 효과’라 한다.
기술력 있는 검색 엔진과 2002년 도입한 '지식iN(지식검색)' 서비스 등으로 검색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의 확대, 부동산 정보서비스, 지역검색광고, 네이버 쇼핑 등을 통해 실제 이용자들의 생활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개인 블로그 서비스도 성공했으며 락-인 효과로 인해 메일, 카페 등 경쟁자들이 강점을 가졌던 서비스의 이용자들도 흡수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네이버 안에서 인터넷 활동에 필요한 대부분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메일, 커뮤니티, 메신저 등에 특화된 타 포털과의 경쟁에서 승리
네이버의 초기 영향력은 야후, 라이코스, 다음, 프리챌 등에 밀려 미미한 수준이었다. 미국 포털시장 1, 2위를 다퉜던 야후와 라이코스는 자체 검색엔진을 통한 검색환경에 더해 증권, 환율, 지도, 부동산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단기간에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은 메일과 카페 서비스에 특화돼 있었고 프리챌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강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네이트가 메신저(네이트온)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0년 초반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초고속 인터넷 망과 산업 환경은 갖춰졌지만 인터넷공간을 채울 웹사이트나 웹문서는 물리적 환경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1999년 중순까지도 한글 도메인 수는 5만여개에 불과했으며, 이용자가 실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던 이용자들은 정보부족에 대한 불만을 가졌고 포털 기업들은 스스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포털 기업들은 PC통신 사업자들이 금융, 주식정보, 취업, 운세, 각종 상품 정보를 제공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증권, 환율, 취업정보, 날씨, 운세, 지도, 자동차, TV프로그램, 각종 사전 등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는 영어사전을 시작으로 1999년 두산과 제휴를 맺고 두산세계대백과를 포털 내에서 무료로 제공했다.
포털 기업들이 각종 정보나 서비스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던 입구(Potal) 역할에서 벗어나 정보나 서비스를 직접 자신의 환경 안으로 포함하게 된 것이다. 지식검색 뿐 아니라 온라인 카페, 블로그, 각종 게시판 등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매개하는 서비스도 일정 부분 인터넷 내의 정보 부족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이용자들의 인터넷 소비 행태도 검색, 메일, 커뮤니티 등 개별 서비스 기능에 따라 여러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던 데서 특정 포털사이트 하나만 이용하는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검색 환경이 뛰어나고 데이터베이스가 많이 축적돼 있었던 네이버가 타 포털들을 압도했다. 이용자를 자신의 포털 서비스 환경에 머물게 하는 포털 기업들의 폐쇄적 전략은 한국에서 일반적이었지만 그 경쟁에서 승리한 네이버가 '락-인 전략'의 최종 승리자로 인식된 것이다.
참고로 외국의 IT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포털 서비스만을 놓고 본다면 야후를 제외하고 구글(google.com), 빙(bing.com : MS 검색포털), 얀덱스(yandex.ru : 러시아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baidu.com : 중국 최대 검색포털) 등은 네이버처럼 포털 서비스 환경을 폐쇄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락-인 전략의 끝판왕' 네이버, 폐쇄성과 독점적 DB 소유 정당화
네이버는 2002년 출시한 지식iN 서비스에 힘입어 2003년 포털 순방문자 1위에 올랐고 2005년 이후 검색 점유율 70% 수준으로 독점적 지위를 차지했다. 정보와 사이트 검색을 위한 입구(Potal)에서 벗어나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종착지, 즉 종합포털로 변신한 뒤였다. 네이버는 종합 포털로 변신하면서 타 기업에 대한 배타성, 폐쇄성과 독점적인 데이터베이스 소유의 정당화가 극심해졌다.
단적인 예로 네이버는 2005년 엠파스가 타 포털의 데이터베이스까지 검색 결과로 도출하는 '열린 검색'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로봇 프로토콜을 이용해 자사의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막았다. 이용자들이 축적하던 데이터베이스를 전유하고 타 포털 사이트와의 연결을 차단한 것이다. 네이버의 지식iN 이용 약관(2003년) 제12조 5항은 이용자들이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네이버가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네이버는 또 실시간 검색어나 인기 검색어 서비스를 통해 순위를 매겨 인기 이슈에 궁금증을 갖게 하거나 그를 찾아보는 버릇이 형성되게 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연관 검색어 서비스는 미리 설정된 검색 엔진의 알고리즘을 통해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 무엇이 현재 이슈인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의 검색 활동을 포털이 제공하는 관심 경로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적은 비용으로 이용자의 검색 행위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특정한 사실을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쇼핑도 '락-인 전략', 가격비교 등 정보제공에서 직접 판매자로
네이버는 2000년대 들어 전자상거래 부문의 강화를 통해 이윤창출을 꾀했다. 이는 포털 외부의 전문 쇼핑몰사이트 등 타 산업 영역이 담당하던 서비스를 자신들의 환경 안으로 포섭하는 것이었다. 쇼핑 부문에서도 이용자들이 외부 사이트로 나가지 못하도록 락-인 전략은 구사한 것이다.
포털사이트의 초기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 방식은 관련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거나, 대형 인터넷 쇼핑몰과의 제휴를 통해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판매과정을 매개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대형 종합쇼핑몰과의 제휴는 주로 해당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업체들을 통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소규모 쇼핑몰들을 통한 상품 판매의 다양화가 어려웠다.
네이버는 2003년 ‘지식쇼핑’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타 쇼핑몰들의 서비스를 자신들의 포털 환경 안으로 포섭했다. 타 쇼핑몰들과의 제휴를 통해 자신들이 확보한 상품DB를 자원으로 삼아 가격 비교, 정보검색, 결제까지 가능하게 한 서비스였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상품 정보의 제공부터 유통까지 자신들의 환경 안에서 가능하게 하는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른 포털들이 가격 비교서비스에 그친 것과 대비되는 락-인 전략이었다.
이는 자신들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이용자 규모를 활용해 인접 사업(쇼핑)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이윤창출 모델의 도입을 꾀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자신들의 쇼핑 서비스에의 입점과 상품노출을 대가로 매월 고정비와 판매수수료를 받아 이윤을 창출했다. 이러한 판매수수료 개념은 사실상 자신들이 가진 배타적인 서비스 환경과 독점적인 이용자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외부업체들로부터 지대를 수취하는 방식이었다.
네이버의 쇼핑, 즉 커머스 부문은 2020년 기준 영업수익 비중이 20.5%로 검색(52.8%) 다음으로 높다.
※이 기사는 상당 부분 2021년 9월 발간된 『메가플랫폼 네이버』(원용진 박서연 저)를 발췌·인용해 작성됐습니다.

쿠팡은 수조원 투자했는데...1위 네이버는 어떻게?
네이버 자기사업 우대, 과징금 3조원 받은 구글 행위와 다르지 않아
미국, 유럽은 '자기사업 우대 금지' 법제화하는데 한국은 고작 심사지침 반영만 추진중
"쿠팡의 최대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아느냐.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일까?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일까? 아니다. 네이버다."
최근 쿠팡의 한 임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2020년 기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1위는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다. 2016년에만 해도 옥션과 G마켓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가 18%로 1위였다. 2위는 SK그룹이 운영하는 11번가(10%)였다. 2020년에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는 각각 3와 4위로 밀려났다.
2020년의 2위는 쿠팡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수조원을 투입해 시장점유율 13%로 2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시장점유율을 2016년 7%에서 2020년 17%로 늘리며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직원 5만5000명을 고용했고 30개 도시에 100개의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시장점유율을 같은 기간 4%에서 13%로 늘렸고 활성고객 1700만명(2021년 2분기)을 달성했다. 네이버가 4년만에 시장점유율을 7%에서 17%를 늘리는 데 들어간 투자는 얼마 정도일까. 수조원을 투자한 쿠팡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아니, 네이버는 쿠팡처럼 무식하게(?)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네이버는 이미 4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수조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시장점유율을 그렇게 쉽게 늘릴 수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주로 구사하는 '자기사업 우대(self-preferencing)'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교보증권 리포트

미 하원 보고서에 나타난 아마존, 구글의 '자기사업 우대'
미국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다른 쇼핑몰 업체 상품들과 함께 '아마존베이직스'라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의 디지털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직접판매 상품 개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도 판매량은 전체의 25~75%를 차지했다. 이는 아마존이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들을 직접판매 상품으로 유인한 결과로 추측된다.

/공정위 해외경쟁정책 동향 제173호(2020년 11월27일) 보고서

아마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입점 사업자들을 대외적으로는 '파트너'라고 부르면서 아마존 내부에서는 이들을 '경쟁자'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또 아마존의 음성인식 기기인 알렉사(Alexa)를 대폭 할인판매해 초기에 시장점유율을 늘린 다음, 알렉사를 통해 고객 정보를 수집해 고객 성향을 파악했으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사의 직접판매 제품을 추천하는 등 자기사업 우대에 활용했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은 검색 결과 화면에서 자사의 콘텐츠나 광고를 경쟁사업자의 것보다 유리하게 배치했다. 아래 화면을 보면, 구글에서 '워싱턴에 있는 호텔(Hotel Washington D.C.)'을 검색했을 때 화면 상단에 자사의 광고(❶)와 검색 콘텐츠(❷)가 우선 배치되고 경쟁 검색엔진의 콘텐츠나 광고는 이용자가 찾기 어렵도록 화면 하단(❸)에 배치해 정확도나 관련성이 부족한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

/공정위 해외경쟁정책 동향 제173호(2020년 11월27일) 보고서

네이버 '자기사업 우대', 아마존·구글과 다르지 않아
네이버의 자기사업 우대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다르지 않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하만카돈 ONYX STUDIO 7' 이라는 특정 상품명(스피커)을 검색하면 네이버쇼핑 화면이 나온다. 맨 위에 있는 '삼성공식파트너 씨앤에이치'를 클릭해보자.

판매사인 '삼성공식파트너 씨앤에이치'를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아래)은 네이버의 자기사업인 네이버쇼핑이다. 맨 위에 'NAVER 네이버쇼핑'이라고 표시돼 있다. '씨앤에이치'라는 판매사가 네이버쇼핑에 별도 사이트 형태로 입점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도 쓸 수 있도록 제휴돼 있다. 가격이 같은데 자기사업(네이버쇼핑 입점업체)이 가장 먼저 뜨고 그 아래 네이버페이를 쓸 수 있는 GS샵과 인터파크가 나온다. 이도저도 아닌 신세계몰이 맨 마지막이다.
다른 상품도 약간 차이는 있지만 이와 비슷하다.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판매사가 여럿인 경우도 있고, 제조사 본사가 입점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업체가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 자기사업이 없이 가격비교 서비스만 하는 다음(Daum)의 경우 상품마다 각각 다른 판매사들이 윗자리에 있는 것과 대비된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잠원 동아아파트'를 검색하면 여러 광고가 나오고 그 아래 '네이버 부동산'이 나온다. 사진이나 '동아'를 클릭하면 네이버 부동산의 동아아파트 콘텐츠로 연결된다. '네이버 부동산' 오른편으로 '다른 사이트 더보기'가 있지만 무의미하다. 굳이 한 단계 더 들어가기 위해 '다른 사이트 더보기'를 클릭하지도 않겠지만 클릭해도 '부동산 -네이버'라는 검색결과가 나올 뿐이다.

이런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다. 네이버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이런 식이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웹툰'을 검색하면 파워링크 광고 다음에 ‘네이버웹툰' 서비스가 가장 먼저 뜬다. 그 아래 인플루언서라고 하는 네이버 활동 창작자의 콘텐츠, 네이버 책이 나오고 나서야 경쟁 사업자인 ‘탑툰'이나 ‘카카오웹툰'이 노출된다.
몇 번의 공정위 규제에도..."자기사업 우대 유혹 뿌리칠 수 없어"
2020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스마트스토어 상품, 네이버 TV 등)를 검색 결과 상단에 올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이런 규제 이후에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네이버의 자기사업 우대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2013년에도 ▲통합검색 방식을 통해 정보검색 결과와 자사 유료 전문서비스(책, 뮤직, 영화, 가격비교, 부동산)를 함께 제공 ▲일반검색 결과와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 ▲특정 대행사가 확보한 광고주에 이관제한 ▲네트워크 검색광고 제휴 계약시 우선협상권 요구 등 행위를 적발해 시정토록 하기도 했다.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몇 차례 공정위의 규제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자기사업 우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사업을 위해 그 힘을 쓰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항상 자기사업 우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기존처럼 자기사업 우대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2020년에 적발된 알고리즘을 바꿔 또 다른 방식으로 조작(네이버쇼핑)하거나 위의 네이버부동산에서 '다른 사이트 더보기'(2013년 적발후 신설)와 같은 '공정하다'는 시늉만 하는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미국, 플랫폼 기업 '자기사업 우대' 금지 법안 추진
미국은 플랫폼 기업들의 '자기사업 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고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하원이 2021년 6월 말 통과시킨 5개 패키지 법안 중 '미국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American Choice and Innovation Online Act)과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 그것이다. 전자는 플랫폼 기업이 자사 상품에 유리하도록 시장을 설계하고 검색 결과를 왜곡하거나 플랫폼 접근을 빌미로 타사에 자사 상품을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행위(자기사업 우대)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위반 행위에 대해 경쟁당국은 법원의 승인 하에 긴급중지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후자는 플랫폼 기업이 입점 사업자들과 경쟁해 이해상충을 일으킬 만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금지한다. 전자가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고자 하는 행위규제인 데 반해, 후자는 애초에 잘못된 행위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고자 하는 강력한 구조적 접근 방식이다.
이 법안들이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아마존 베이직스라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파는 공간과 다른 업체들의 물건을 파는 공간을 쪼개야 한다. 또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아마존이 입점 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온라인 주문의 빠른 배송을 지원하는 창고·물류 서비스 부문(Fulfillment by Amazon)의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EU 집행위, 자기사업 우대 금지 법제화 추진중...2017년 구글에 과징금 3조원 부과
앞서 해외에서 자기사업 우대가 쟁점이 된 대표적 사례는 2017년 EU의 ‘구글 쇼핑 사건'이다. 당시 구글은 자사의 검색 알고리즘 일부를 변경해 이로 인해 일반 검색 페이지에서 타사의 비교쇼핑서비스 노출 순위는 종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일반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구글 쇼핑 서비스 제휴 상품은 사진, 가격 등과 함께 보다 눈에 띄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자기사업 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EU집행위는 "시장지배력을 지닌 구글이 자신의 경쟁력을 인접 시장으로 확장하는 행위는 남용 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기사업을 우대하지 말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를 부과했다. EU집행위는 2019년 보고서를 발간해 "자기사업 우대 행위는 지배력 전이(다른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의 구체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후 EU집행위는 자기사업 우대 금지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2020년 12월 디지털시장법(DMA)와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안을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디지털시장법에는 검색결과 배열 위치·순위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우대해서는 안된다(자기사업 우대 금지)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사업상 이용자들(입점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들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등 여러가지 불공정 행위 금지 조항이 들어갔다.
한국, 과징금 등 처벌도 약하고 법제화 논의도 없어
유럽과 한국은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 공정위가 네이버에 과징금을 267억원 부과한 반면 EU는 3조원을 부과했다. 미국과 유럽은 플랫폼 기업의 자기사업 우대 금지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반면 한국는 법제화 논의가 없다. 공정위는 고작 심사지침에 자기사업 우대를 넣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자율적 거래 관행 개선 및 분쟁 예방에 그쳤다.

'여기는 내 세상'...시장 좌지우지하는 네이버
"인터넷 광고 시장은 네이버가 마음대로 한다. 최근 검색광고 수수료를 15%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광고 대행사에 수수료를 떼어주지 않고 광고주에게 직접 받으라고 하는 마크업(Mark-up) 방식까지 추진한다는 얘기도 있다."
"쿠팡은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 상품을 검색할 때 노출되는 순위는 배송, 상품의 질, 응대 태도 등 고객경험이 최우선이다. 반면 네이버는 무조건 광고를 해야 먼저 노출된다. 검색 노출을 빌미로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일 출석도장을 찍듯이 2~3통의 전화가 온다. 네이버에 가게를 광고하면 검색 상단에 올려주고, 파워블로거나 인플루언서를 보내 키워드 노출에도 걸리게 도움을 준다."
"(웹툰 시장에서는) 네이버니까, 네이버니까 가능한 일(불공정 계약)이 일어난다. 네이버가 작업물을 통과시켜줘야 플랫폼(네이버웹툰)에 런칭될 수 있다. 중간사업자인 에이전시는 작품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네이버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다수 신인작가들은 어떻게서든 네이버에서 작품을 연재하길 바란다. 네이버의 불공정 요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생태계에서는 모든 게 네이버 뜻대로 움직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네이버가 정한 대로 따라야 한다. 네이버가 국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네이버의 방침에 반대하더라도 대응할 수단이 없다.
인터넷 광고 대행사들은 네이버가 광고 대행 수수료를 낮춰도 광고주가 네이버 플랫폼에만 광고를 올리길 원하니 따를 수밖에 없다. 네이버쇼핑 입점업체는 검색순위에 올라 상품을 노출시켜야 하니 추가 광고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웹소설이나 웹툰 작가들은 네이버에 밉보이지 않게 불공정 계약이라도 맺는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는 타 플랫폼에 확인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독점 계약을 한다.

네이버광고 홈페이지. /네이버광고 갈무리

인터넷 광고 시장 독점력으로 광고 대행사 수수료 깎아내리기
네이버는 현재 포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60~7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Daum)이 15~20% 수준이며, 나머지는 군소업체들이다.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는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광고는 네이버가 직접 광고주로부터 광고계약을 따내는 게 아니고 인터넷 광고 대행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초창기 네이버는 포털 시장에서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다음, 프리챌, 네띠앙 등 여러 포털과 경쟁해야 했다. 이때 대부분의 포털들은 광고 대행사들에게 30%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2005년 이후 검색 시장을 평정하면서 포털 시장점유율이 70% 수준에 달하자, '우리가 굳이 광고 대행사에게 수수료를 많이 지급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광고 대행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췄다. 최근에는 1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고주들은 당연히 광고효과가 큰 네이버를 선호한다. 중간에 있는 광고대행사는 네이버가 광고 수수료를 낮춰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네이버는 '팔릴 수밖에 없는 매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인터넷 광고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대행사 수수료를 마음대로 낮출 수 있었다"라며 "이게 바로 독점에서 비롯된 폐해다. 현재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배너) 광고 시장은 네이버가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수수료를 낮추면서 '새 광고형식을 도입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고 한다. 광고 대행 수수료를 낮춘다고 직접적으로 공표하면 갑질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회 전략으로 광고 대행사에 "데이터에 기반한 고도화된 기술이 도입된 광고 서비스를 출시했으니 이전보다 낮은 수수료를 줄 수밖에 없다"고 고지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광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쇼핑 입점업체, 결제 수수료 부담에 광고 압박까지
네이버 쇼핑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면 상품 클릭 만큼 수수료 부과하는 방식(CPC, Cost Per Click), 월 고정비와 상품 판매 수수료를 내는 방식(CPS, Cost Per Sale)을 선택할 수 있다. 운영 중인 개인 쇼핑몰이 없다면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 후 네이버쇼핑에 입점하는 방식이 있다. 스마트스토어에 가입해 쇼핑몰 개설 후 네이버쇼핑 연결에 동의하면, 추가 입점 조건이나 필수 서류 없이 입점이 가능하다.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처음 개설할 때는 돈이 들지 않지만, 운영을 이어갈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들의 얘기 들어보면 입점이 편한 측면도 있지만 네이버페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고 한다"며 "네이버페이가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보니 수수료가 일반 결제시스템보다 높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네이버페이의 결제수수료율은 카드사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2021년 8월말 기준 카드사 우대가맹점 기준인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는 0.8~1.6%다. 이에 비해 네이버페이를 포함한 빅테크 결제 수수료는 2.0~3.08%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소상공인 적용 수수료가 신용카드는 0.8%, 네이버페이 주문형 결제수수료는 2.2%로 약 3배 가까이 높다. 30억원 초과 구간에서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3%인 반면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의 수수료는 3.2~3.63%에 달한다.
네이버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면 추가 광고를 진행하라는 압박도 크다. IT조선의 취재 결과 여러 소상공인들은 "네이버에 가게를 등록하는 순간 추가 광고 계약을 체결하라는 전화를 하루에도 2~3통씩 받는다"고 증언했다. 네이버는 별도의 쇼핑 전문 광고대행사를 10~15곳 선정해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이들이 소상공인에게 전화해서 "네이버에 가게를 광고하면 검색 상단에 올려주고, 파워블로거나 인플루언서를 보내준다"고 영업활동을 한다. 네이버는 영업 실적에 따라 쇼핑 전문 광고 대행사에게 수수료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광고대행사가 소상공인들에게 설명한 것처럼, 네이버 쇼핑은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최상단에 광고비를 많이 지급한 업체의 상품을 우선 노출시킨다. 소비자가 광고에 영향 받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찾으려면, 검색창 결과 하단까지 샅샅이 뒤져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야 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쇼핑 생태계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제대로 검색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로 ‘공식사업자 지정 제도’를 꼽았다. 해외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네이버에서는 공식사업자로 지정 받으면 ‘네이버 쇼핑 해외직구’ 카테고리에 노출이 많이 된다.
반면 쿠팡의 경우 ‘아이템위너’라는 제도를 사용한다. 최적의 상품을 제시하는 입점업체를 제일 상단에 올려준다. 이 때문에 "네이버에서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쿠팡에서는 못 번다"는 해외직구 판매업자들의 불만도 있다고 한다. 공식사업자가 아닌 다른 영세 사업자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10월 1일 문체위 국감에서 김동훈 웹툰노조위원장이 제시한 한국 웹툰의 유통구조 문제를 다룬 이미지./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

네이버 노블코믹스 제작 과정에서 "헐값에 노블코믹스 작품 구하고, 작가 교체 압박까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익 비율에 있어서 전 세계 어떤 업체보다도 작가에게 가장 유리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가들의 이야기들은 달랐다. 작가들은 네이버가 은밀하게 불공정 계약들을 요구하고 관철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웹툰이 수년전부터 노블코믹스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인작가들에게 ‘매절 계약'을 요구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블코믹스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바꾼 작품이다. 그런데 노블코믹스 제작 과정에서 네이버측이 작품 ‘매절 계약'을 요구하면서 헐값에 작가들의 저작권을 넘겨받아왔다는 것이다.
출판계와 웹툰업계에서 통용되는 ‘매절계약’은 회사가 저작권에 대한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지급한 뒤 향후 저작물의 이용권한을 모두 갖는 형식의 계약을 의미한다. 작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로 2차 창작활동이 이뤄지는데, 만약 해당 작품이 크게 히트를 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돼 추가수익이 발생해도 원작자는 이에 대한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

지난 8월 이날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네이버웹툰 작가들의 수익 규모를 공개하면서, “전체 대상 작가의 연간 평균 수익은 2억80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 네이버웹툰의 밋업행사 화면 갈무리.

그렇기 때문에 업계 관행상 매절 계약은 저작권을 가져오는 대가로, 높은 원고료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높지 않은 원고료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작가들에게 매절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해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매절은 보통 높은 원고료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네이버는 회당 100만원쯤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같은 계약 체결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계약은 외부 에이전시 등을 통해서 이뤄진다. 작가는 "네이버는 웹툰 스튜디오인 와이랩에 투자했고 와이랩은 웹툰 학원 아카데미를 운영한다"며 "네이버는 이같은 여러 관계망들을 이용해서 매절 계약을 체결할 작가들을 구하고 이런 식의 계약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불공정 관행들이 3년 전쯤부터 지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이버 시리즈가 에이전시 등에 작품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런칭 이후 3년까지는 수익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들었다"며 "네이버가 외부 에이전시들에게 '알아서 이같은 계약을 만들어오고, 회사도 이 과정에서 알아서 수익을 가져가라'고 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과 함께 ‘네이버시리즈'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 등을 유통한다.
네이버가 비합리적인 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초장기 웹툰 연재를 요구하면서, 한꺼번에 수익 분배와 저작권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네이버가 에이전시에 (일상생활 웹툰이 아님에도) 무조건 300화를 연재하자는 식의 초장기 연재 계약체결을 요구하기도 한다. 300회면 5년, 6년, 7년이다"며 "그런데 이같은 장기 연재는 중간에 작가 건강 문제나 정산 협상력의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다. 당연히 작가들은 거부한다. 중간업체들만 안달이 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작가는 "에이전시는 네이버가 작업물을 통과시켜줘야만 론칭될 수 있다. 목적이 납품이기 때문에 네이버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다수 신인작가들은 어떻게서든 네이버에서 작품을 연재하길 바란다. 모두들 네이버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DB

공인중개사들, 타 플랫폼에 정보제공 못하고 "네이버가 중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불안감
2020년 9월 공정위는 네이버 부동산이 부동산정보제공업체(입점업체와 비슷)들이 동시에 다른 플랫폼(다음카카오)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 차단’을 했다며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2015~2017년 부동산정보업체(CP)라 불리는 부동산뱅크, 부동산114, 매경부동산, 한경부동산 등과 '제3자에게 확인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라고 맺은 계약이 멀티호밍 차단이라고 본 것이다.
네이버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네이버는 확인매물 정보가 네이버 고유의 발명품으로 타사와 공유가 불가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학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책고문(숭실사이버대 교수)은 확인매물 시스템이 이전과 달리 네이버 고유의 시스템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확인매물 시스템을 구축했을 당시엔 매물이 진짜인지 허위인지를 가려내는 시스템을 가진 업체가 네이버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20년 10월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중개대상물 표시 광고를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했다. 허위매물을 올릴 수 없는 엄격한 구조가 된 셈이다. 허위매물이 올라오면 공인중개사에게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또 국토교통부 역시 예산을 들여 허위매물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따라서 김학환 정책고문은 "네이버가 다른 부동산중개플랫폼업체에 매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타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지난 7월 네이버는 허위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중개인이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을 때 매물 당사자의 주소나 연락처, 네이버 아이디 같은 추가 개인정보를 입력하기로 약관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신 홍보확인서’를 발급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에게 매물을 내놓는 시점부터 개인정보가 수집되는데 이 정보들이 어떻게 저장되고 관리될지 알 수 없다"며 반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 내용이나 매물 소유자의 재산 등 모든 정보가 입력되는데 데이터가 쌓이면 추후 네이버가 매물의 움직임이나 전월세 계약기간이나 금액을 다 가지게 되는 것이다"라며 "이렇게 모은 데이터에 기반해 네이버가 중개시장에 뛰어든다면 공인중개사 업계가 잠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업계 반발이 거세자 네이버는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들과 협의해 합의점을 찾아 대안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 상황을 묻는 IT조선의 질문에 네이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들과 협의를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네이버는 당신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오후.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앱을 열었다.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에 접속만 하면 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근처에 갈 만한 곳들을 네이버가 알아서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상위 리스트에서 리뷰가 500개 넘는 음식점이 눈에 띈다.
현재 위치에서 맛집은 300m 인근에 있다고 알려준다. 리뷰를 클릭해보니 실제로 자신의 영수증을 인증한 사람들이 ‘맛있다'는 칭찬 후기를 남겨줬다. ‘VJ특공대'에 나왔다는 사실도 별도로 표시돼있다. 연결된 블로그를 통해 가게 내부를 보고 분위기를 파악했다.
곧바로 걸어서 음식점으로 향했다. 역시 칭찬 일색이었던 후기 숫자 덕분이었을까. 음식점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대기줄도 길었다. 꽤 오래 기다리고 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중 미리 디저트 가게를 찾기 위해 스마트 어라운드를 다시 켜고 ‘네이버 예약'으로 미리 예약을 했다. 동행인은 ‘네이버페이' 결제를 제공하는 카페를 선택해 미리 주문하고 결제를 마쳐 테이크아웃을 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스마트 어라운드' 서비스 화면 갈무리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위치정보 데이터에 기반해 네이버는 점점 더 ‘개인맞춤형'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검색-쇼핑-결제 과정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비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까지 네이버식 편리함이 파고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집중하는 쿠팡, 11번가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과는 축적하는 정보의 차원이 다르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에 접속하면 과거 어떤 지역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가게를 방문했는지 등 방문과 이용 내역 히스토리가 뜬다. 네이버는 내가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나보다 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로그인한 후 ‘마이 플레이스'에 접속하면, 지난 3월 머리를 한 헤어샵 예약 기록 내역까지도 네이버는 모두 기억한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의 내역. 네이버 예약을 이용한 경우 관련 이용 정보들이 모두 누적된다.

미 하원 보고서 "아마존, 입점 사업자 데이터와 알렉사 고객 정보 활용해 자사 경쟁력 확충"
아마존은 수집한 고객 정보를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썼다는 혐의를 받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리한 지난 2020년 미국 하원의 디지털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고객들의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였다. 자신의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들의 정보에 임의로 접근한 것은 물론, 자사의 음성인식 기기인 알렉사(Alexa)를 통해 고객 성향을 파악했으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사의 직접판매 제품을 추천하는 등 자기사업 우대에 활용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사업자인 페이스북도 이용자들의 데이터들을 샅샅이 확보해 광고 시장 영향력을 높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상윤 고려대 ICT 연구원의 유럽 빅테크 경쟁법 동향 시리즈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신의 페이스북 앱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좋아요' ‘페이스북 로그인' ‘페이스북 애널리스트’등을 통해 연결된 제3의 웹사이트에서 확보된 데이터도 모두 가져갔다. 이용자가 접속하면 곧바로 이들의 정보가 페이스북에 제공되도록 하면서 이를 페이스북 계정과 통합시켰다.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정보가 방대해질 수록, 맞춤형 광고 능력도 높아졌다.
이용약관에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 이용자들은 여러 서비스를 쓰기 위해 약관에 동의하는데, 약관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상 곳곳에서 막대한 개인 정보 수집하는 네이버…GPS는 기본, 단말기 주소록 접근까지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도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에 접근한다. 네이버는 ‘이용약관'을 통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샅샅이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도 아마존 '알렉사'처럼 자체 AI스피커인 ‘웨이브'가 있다. 웨이브에는 네이버 AI플랫폼인 클로바가 장착되는데, 웨이브 사용을 위해선 인공지능 앱인 클로바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네이버 클로바 AI 스피커 ‘웨이브' / 네이버 화면 갈무리

그런데 웨이브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클로바가 수집하는 정보를 보자. 네이버 클로바 이용약관을 보면, 이용자의 음성명령 언어 정보 뿐 아니라 단말기 주소록에 저장된 이름, 위치정보(GPS), 주문정보를 수집한다. 이같은 개인 정보 수집 항목에 동의하지 않으면 클로바도, 스피커도 이용할 수 없다.
웨이브 외에도 네이버는 책을 읽어주는 기능을 가진 클로바 램프, 클로바 클락(시계), 스마트홈 스피커인 클로바 웨이브 등 기기도 있다. 이같은 스마트 기기도 ‘클로바 앱'을 깔아야만 실질적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한다. 그리고 클로바는 이용약관에서 "서비스 이용기록과 접속 빈도 분석,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자체 서비스 이용약관을 통해 광범위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네이버 서비스 이용약관을 보면 네이버는 이용자의 위치정보, 기기정보, 서비스 이용 기록, 쿠키 정보 등을 수집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지나 음성도 수집한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 ‘기존 서비스 개선'과 ‘신규 서비스 요소 발굴' 등에 사용한다"고도 명시해놨다.


/네이버 클로바 서비스 이용약관 화면 갈무리

/네이버 이용약관 화면 갈무리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 ‘개인맞춤형, 편리함 극대화’
이용자에게 수집된 데이터는 개인맞춤형 서비스의 토대가 된다. 이용자들에게 수집한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어라운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화면 하단 중심에 있는 녹색 ‘동그라미'를 한번 클릭만 하면 주변에서 갈만한 공간들을 몇 초만에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 소상공인의 자기 사업 네이버 정보 등록 서비스인 ‘스마트 플레이스'와 연동돼 노출된다. 스마트플레이스에는 업장의 메뉴, 가격, 영업시간 등 영업장 정보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 후기들도 통합적으로 제공된다. 방문자 리뷰는 네이버 예약, 주문, 영수증을 통해 이용자들이 직접 방문한 상점의 후기를 남긴 기록이다. 특히 영수증 기록에 기반해 후기를 남기는 영수증 리뷰는 지난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출시 1년 만에 데이터베이스(DB)화된 영수증 건수만 1억4000만 건을 기록했다.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서비스 예시

이는 소비자의 ‘검색 습관'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 어라운드를 사용하면 현재 위치 주변의 맛집, 카페, 강좌, 쇼핑 등을 찾기 위해 따로 검색할 필요가 없다. 클릭 한번이면 이용자와 인접한 위치에 있는 장소들을 보여주는데다, 앞선 이용자들이 남긴 데이터들인 ‘방문자 리뷰'나 ‘블로그 리뷰' 등을 함께 제시하기 때문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저서 『메가플랫폼 네이버』에서 이를 ‘검색활동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는 이용자의 개인 정보와 현재 위치, 다른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장소 정보를 추천해 인터넷상 검색 활동을 실제 물리적 세계의 활동과 맞닿게 했다"며 "기존의 장소검색은 특정한 장소에 가기 전 사전탐색을 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 서비스는 검색활동의 성격을 바꿔 현재 상황에 맞는 정보를 즉각 제공한다. 검색은 순간순간의 필요에 따른 것이기에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검색 활동 간 간극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스마트 어라운드에 대한 이용자 사용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은 스마트플레이스에 ‘등록'하고 ‘광고'하고 싶어한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6월 검색결과 나타나는 ‘플레이스(장소 정보)’ 영역과 ‘네이버 지도’에서 자신의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플레이스 광고를 출시했다. 네이버 지도에서 ‘인사동 맛집'을 검색하면 광고비를 지출한 업체가 우선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광고에 몰려드는 업체들은 적지 않다. 네이버에 따르면 6월 플레이스 광고를 출시한 지 단 두달만에 3만3000여개 사업자가 광고를 했다.
미국, 고객 데이터 이동권 보장한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 추진
빅데크 기업들이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는 행위가 이어지면서 ‘데이터 독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독과점은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서비스 가격을 올리진 않지만,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강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또 빅테크 기업들이 확보한 데이터는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한 신규 기업에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편리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이용자들의 의존도 심화된다. 사용이 지속될수록 데이터도 누적되기 때문에, 쉽게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기 어려워진다. 서비스 ‘전환비용'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의 신규 진출은 어려워진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 받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하원이 2021년 6월 말 통과시킨 5개 패키지 법안 중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s Switching(ACCESS) Act)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이와 관련한 전환비용에 주목해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거대 플랫폼을 규율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이용자가 다른 SNS로 이동하면 친구 목록, 사진, 메시지 등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전환비용이 매우 작다면 이용자들이 새로운 매력적인 사업자로 쉽게 옮겨갈 수 있지만, 비용이 클수록 시장지배력은 공고해진다. 네트워크 효과가 큰 산업에서 전환비용의 존재는 경쟁에 더욱 해로울 수 있다. 이용자 동의를 전제로 다른 서비스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데이터 독점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8년 5월 유럽에 도입된 데이터 보호법안인 GDPR(General Protection Regulation)과 일맥상통한다. GDPR에도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일 "페이스북 ‘실질적 동의' 받지 않은 데이터 수집으로 지배력 강화했다"
빅테크 기업이 이용약관을 통해서 이용자 데이터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독일이 가장 앞서 있다.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지난 2016년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실질적 동의'를 받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들을 과도하게 구축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연방카르텔청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페이스북의 이같은 정보 수집에 대해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일 뿐만 아니라, 경쟁 제한적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용자들에게 ‘실질적 동의'를 받도록 했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병합 행위에 대해선 별도의 자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독일 연방대법원도, 영국 경쟁당국(CMA)도 이같은 결정에 동조했다.
한국은 '빅테크 데이터 독점' 조사·연구 미진...최근 관련 법 개정안 발의
국내에서는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 독점을 통해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조사도 미진한 상태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국내는 특정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해서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에 대한 선행 연구들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21년 4월 처음으로 페이스북코리아의 데이터 독점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뿐이다. 공정위는 개인 정보 동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최근에야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21년 9월10일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독점이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혁신을 막는다고 보고, 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가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보를 공유해 사업자 간 데이터 격차를 완화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용자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시청서비스(OTT) 등 플랫폼 서비스 간에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어 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진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는 자신과 관련된 거래, 광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가질 수 있어 명확한 광고 효과 측정을 통해 인터넷 내 광고 협상과 관련한 정보 비대칭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네이버 숙원사업, 개인 금융계좌·건강이력 정보"
"네이버는 2008년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출시했을 당시부터 개인 금융계좌 정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하나는 개인의 건강이력 정보였는데 이는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받을 수 없어 쉽지 않았다. 두 가지는 네이버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정도였는데 개인 금융계좌와 건강이력 정보가 있으면 자산 관리, 보험 설계, 예금 대출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추천 및 중개 판매, 사전 건강 관리 등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었다."
네이버 전직 고위 직원이 해준 말이다. 이 직원이 말한 숙원사업 두 가지는 2020년 8월 시행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가능해졌다. 네이버가 숙원사업인 개인 금융계좌와 건강이력 정보까지 확보하게 되면 네이버가 운영하는 부동산, 증권, 자동차, 쇼핑, 리뷰 등 각종 서비스를 활용해 여러가지 편리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이버의 데이터 독점이나 빅브라더 논란도 커질 것이다. 네이버는 개인의 소득과 지출, 금융 자산과 부채, 보유 차량 등 재산 정보 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이력과 현재 상태 등 정보까지 축적해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이 각각 검색, 소셜서비스(SNS), 쇼핑 등에 특화돼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이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거의 전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정보를 모으고 있다. 네이버가 개인 금융계좌와 건강이력 정보까지 제대로 확보하게 되면 사업 영역과 정보 축적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 조선DB

'개인 데이터 주권' 보장하는 데이터 3법 시행...네이버 숙원사업 해결돼
데이터 3법은 공공기관, 금융사, 일반 기업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 정보를 본래 주인인 '개인'이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이터 주권' 개념에서 추진됐다. 미국, 유럽,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관련 법을 시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분야가 가장 앞서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월부터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으며, 9월까지 45개사가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1월 본허가를 취득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기관 및 서비스 간 정보 전송을 위한 표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사용 의무화가 2022년 1월 시행될 예정이며, 표준 API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게 되면 금융 정보 이용이 훨씬 편리해져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 뿐 아니라 토스나 뱅크샐러드는 현재도 타 금융사의 개인 계좌 정보를 모두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표준 AP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 분류 기준 등이 각 금융사마다 통일돼 있지 않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고객 입장에서는 각 금융사마다 매번 공인인증서 등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표준 API 방식은 현재 은행들 사이에서 운영되고 있는 '오픈 뱅킹'에만 적용돼 있다. 은행 앱에서는 한번 동의만 하면 '전체계좌 서비스'로 다른 은행에 있는 개인 계좌를 모두 모아서 조회할 수 있고 자금 이체까지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들의 개인 금융정보에도 표준 API 방식이 적용된다.
2008년 네이버 통합계좌조회,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결실
네이버는 2008년 9월 통합계좌조회 서비스(http://acct.naver.com)를 출시했다. 개인이 거래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계좌 내역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은행 입출금 통장뿐 아니라 정기예금과 적금, 대출 내역도 확인할 수 있고, 주식 거래를 하고 있으면 주식 잔고와 실시간 평가금액도 볼 수 있었다. 은행, 증권, 펀드, 종합자산관리(CMA) 계좌뿐 아니라 카드 청구 내역과 승인 내역까지 원스톱 조회가 가능했다. 또 가계부 서비스가 붙어 있어 수입과 지출을 관리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은 네이버의 확장력을 우려해 제휴를 거절하면서 완전한 통합조회가 이뤄지지 않았고, 계좌 내역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서비스가 없었다. 자금 이체도 할 수 없었고 이체를 하려면 배너를 클릭해 은행 사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네이버는 회원 수를 크게 늘리지 못했고 2012년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의 통합계좌조회' 아이디어는 2020년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서 결실을 맺게 됐다. 개인 금융정보를 활용해 금융정보 통합조회,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중개, 자산 관리 자문, 신용정보관리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개인의 동의 하에 모든 금융사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받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여러가지 금융 결합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앱에 차량번호를 등록하면 세금 납부일, 보증 기간, 리콜 정보, 엔진오일 교체시기, 타이어 교체시기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차량을 바꾸고 싶다면 네이버 앱에서 대출 등의 금융 정보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의 매출 등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정밀하게 측정해 대출을 할 수 있다. 일상에 관련된 정보를 금융서비스와 연결하는 것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책임리더는 2020년 한 포럼에서 "네이버 지도와 네이버 부동산 그리고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부부의 자산과 소득수준에 알맞은 부동산 매출 추천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헬스케어 관련 업체 10여곳에 투자...의료 마이데이터 염두
건강이력 정보는 정부가 2021년 2월 마이 헬스웨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도입 방안과 '나의 건강기록' 앱 출시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사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마이 헬스웨이 도입 방안은 건강보험 등 공공 건강데이터, 병원 의료데이터, 개인 건강데이터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개인 중심으로 통합하고 진료·건강관리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응급상황 발생시 한번의 클릭만으로 본인 진료기록을 구급대원과 병원 응급실에 전송할 수 있고, 다운로드한 투약 이력을 외래 진료시 의사에게 보여주고 중복처방을 방지할 수 있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알림 서비스, 개인맞춤형 운동과 식이 처방 등 건강관리 서비스 등도 가능해진다.

'나의 건강기록' 앱 화면

'나의 건강기록' 앱은 국민이 의료분야 마이데이터를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먼저 공공기관 건강정보를 조회·저장·활용할 수 있도록 출시한 것이다. 투약정보(건강심사평가원), 진료이력과 건강검진 결과(건강보험공단), 예방접종(질병관리청)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개인이 원하는 경우 진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본인 건강정보를 원하는 곳에 전송할 수도 있다.
현재 인증 수단은 전자정부 인증 수단인 '디지털 원패스'와 함께 '네이버 인증서'만 있다. 네이버는 2021년 6월 보건복지부와 인증서 기술을 제공하는 '나의 건강기록' 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네이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네이버가 헬스케어 업체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미 10여 곳에 투자를 완료했다.
네이버는 2018년 뉴플라이트와 손잡고 헬스케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가 하면 대웅제약, 분당서울대병원과 헬스케어 합작법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하며 헬스케어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18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딥메디, 두잉랩, 아토머스, 아모 등에 투자했으며, 2019년에는 배뇨 소리로 질병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사운더블헬스에 투자했다.
2020년에는 아이크로진과 사운드짐, 엔서, 휴레이포지티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4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로봇수술 전문가인 나군호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으로 영입해 원격의료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이지케어텍에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하고, 의료 데이터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려운 건 네이버라는 플랫폼의 힘"...빅테크와 금융 결합 우려
"아마존이 당신의 은행 데이터와 자산을 파악할 수 있다고 쳐봅시다. 그렇게 되면 아마존이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자율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 그 수준에 맞춰 돈을 대출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 오마로바는 일찍이 빅테크와 금융의 결합을 우려했다. 『돈 비 이블』(Don't be evil)’의 저자 라나 포루하는 빅테크 기업에 대형은행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 활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금융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책임을 강화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의 일상을 파고든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활용하면서 ‘정보 우위’에 선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2월 내놓은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확대에 따른 주요 이슈와 정책적 논의’ 보고서에서 "개인정보의 집중, 소비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 기업에 대한 높은 협상력으로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연구원은 "빅테크에 의한 금융서비스 확대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의해 구축된 정보와 거래체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스템의 규율 체계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우회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20년 6월 미래에셋그룹과 협업한 ‘미래에셋증권 CMA-RP 네이버통장’ 계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또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 대상 대출 서비스도 지속하고 있다. 1금융권은 우리은행, 2금융권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지정대리인 자격으로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자에게 대출을 지원한다. 지정대리인 자격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이 실질적인 대출심사와 모집인을 맡고 있다.
2020년 설립한 NF보험서비스는 소상공인 의무보험 가입서비스로 현대해상이 제휴하는 형태다. 네이버파이낸셜 신용대출 서비스도 예정돼 있다.
금융위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휴만으로는 안 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 자격 등을 취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쇼핑 강화 위해 유통기업과 데이터 공유하는 물류협력체 구성
네이버는 사업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로 확장하면서 플랫폼 파워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통회사까지 네이버 플랫폼 산하에 두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물류업체와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쇼핑 분야 강화에 유통과 배송을 담당할 물류업체가 중요한 탓이다.
네이버는 2021년 7월 ‘네이버 물류협력체(NFA)’를 만들었다. NFA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만든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이다. 사업 출발은 중소상공인(SME)과 풀필먼트 스타트업을 연결로 시작한다. 이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물류 데이터 분석과 사업자별 물류 수요 예측 등 수치를 제공하려 한다.
참여 풀필먼트 업체는 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 총 7개다. 네이버는 이들 풀필먼트 분야 기업뿐만 아니라 택배, 프리미엄 배송, 도심 근거리 물류창고 등 사업자와도 협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네이버가 풀필먼트 사업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곳은 CJ대한통운이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202년 10월 교환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두 회사는 함께 스마트 물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1년 6월 군포와 8월 용인에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고 AI 물류실험을 하고 있다. 두 센터에 도입된 시스템은 물류 수요예측 시스템 ‘클로바 포캐스트(CLOVA Forecast)’다. 해당 시스템으로 물류, 로봇, 친환경 패키징 등 스마트 물류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최인혁은 이해진의 복심...신중호와 함께 가장 신뢰"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이해진 GIO는 최인혁과 신중호(라인 대표)를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GIO는 매우 극소수의 인물에게만 자신의 애정과 신뢰를 준다."
'직장내 괴롭힘 논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왜 건재할까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국감장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문제 당사자인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거취에 대해 "후임을 찾는 데에 단계가 필요하고 네이버 경영진도 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최인혁 전COO는 네이버 본사 COO와 사내이사직에서만 물러나면서 ‘경고'라는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네이버 사옥 / 이은주 기자

현재 최 대표는 지난 6월 기준,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이사와 네이버아이앤에스 기타비상무 이사, 네이버랩스 기타비상무이사, 네이버클라우드 감사, 웍스모바일 감사, 네이버 차이나 이사, 해피빈 대표 등을 겸직하고 있다. 그렇다면 네이버 본사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지적받은데다가, 최근 ‘해피빈 직장내 괴롭힘 사건'까지 터진 최인혁 전COO(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여전히 네이버 계열사의 대표직들을 다수 유지하는 배경은 뭘까.
네이버 출신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이를 최 대표에 대한 이해진 GIO의 신망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이 GIO는 매우 극소수의 인물에게만 자신의 애정과 신뢰를 나눠준다"며 "매우 극소수 인물만 신뢰하는 이 GIO에게 신임을 많이 받고 있는 인물이 최 대표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내에서도 전반적으로 최 대표의 능력과 인성에 대한 호평이 상당했다고 한다. "네이버 초창기부터 이 GIO와 함께 한 인물인데다가 후배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독실한 종교인이기도 하다. 익명의 관계자는 "최 대표는 이해진 GIO가 네이버 내에서 신중호 라인 대표와 함께 신뢰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국내 사업에서는 최인혁 대표, 해외 사업에서는 신중호 대표가 핵심 인물인 셈이다.
최 대표가 네이버 내에서 자기 사람들을 구축하고 세력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 GIO로서도 그의 거취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네이버 출신 퇴사자는 "최 대표는 이른바 ‘서울대 공대생' 출신으로는 흔치 않게 자기 사람들을 조직 내에서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이다"라며 "특히 네이버 노동조합이 이토록 반발하는 배경도 네이버가 상당부분 최 대표 중심의 경영스타일로 움직여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주요 임원도 "네이버가 집단 지도체제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해진 GIO의 뜻에 좌우되는 수직적 조직이고 의사결정이 핵심 C레벨 모두에게 단계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며 "최근에도 이해진 GIO에게 보고하기 전에 최 대표의 뜻은 한번 확인하고 거쳐야 하는 구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 "최 대표는 구조조정 전문가"
네이버 노동조합의 평가는 어떨까.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인혁식 경영스타일의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들은 최 전COO가 네이버 내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지나친 효율 중심 경영을 해왔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네이버 본사와 해피빈에서 벌어진 직장내 갑질 사건들은 그의 경영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 전COO는 저비용 고효율을 강조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만들어서 비용을 아끼며 예산을 절감하는 데 매우 최적화된 인물이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압박하는 스타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GIO의 핵심 복심으로 알려진 최 전COO의 경영과 인사스타일이 네이버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수직적·경직적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최 전COO가 본사 직책 외 계열사 모든 직위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네이버는 결국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움직인다"
어쨌든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사건 이후, 네이버는 연말까지 CXO(인사, 재무 등 각 분야 최고 의사결정자)의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는 새로운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C레벨 중심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는 2018년 이후 4명의 C레벨과 80~90명의 책임리더(조직장), 리더(부서장)로 구성된 조직 체제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한성숙 CEO(대표), 박상진 CFO(재무), 채선주 CCO(커뮤니케이션), 최인혁 전 COO(운영, 내부사업 총괄)로 구성된 C레벨 임원이 네이버의 타 계열사 주요 보직을 겸직하고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는 의사결정체제다.


/조선DB

이들은 이해진 GIO와 최소 10년 이상을 함께 일해온 ‘고인 물'이다. 이 GIO는 1998년 DB검색엔진 네이버를 개발, 자신이 이끌던 웹글라이더팀과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최인혁 전 COO, 박상진 CFO는 이해진 GIO와 같은 삼성SDS출신으로 네이버 초창기부터 함께 일했다. 채선주 CCO 또한 2000년부터 네이버에서 근무해왔다. 한성숙 CEO는 이중 가장 늦은 2007년에 합류했지만 약 14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을 네이버에서 일해왔다.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신중호 라인 대표는 검색엔진업체 첫눈 출신으로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한 2006년부터 임원으로 재직해왔다.
이같은 체제는 지난 2017년 이해진 GIO가 공정위에서 동일인(총수)로 지목된 이후 도입됐다. 이 GIO는 2018년부터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Global Investment Officer)과 라인 회장직만을 두고 네이버의 공식 의사결정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가, 사내이사는 한성숙 대표가 맡았다.

지난 6월 기준 네이버 C레벨 임원 겸직구조. 최인혁COO는 사내이사 8월10일 중도 사임/ 네이버 반기보고서

다만 네이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핵심 의사결정권은 여전히 이해진 GIO에게 있어왔다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이 GIO 결정에 따라서 사업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잦다"며 "최근 한 서비스도 이 GIO에게 보고가 들어간 이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규제 어떻게?...기업분리까지 가나
가장 명쾌하고 확실한 방법은 기업분할, 사업분리...그보다 좀 약한 방안은 회계분리
현실적으로는 검색 알고리즘 중립성 또는 투명성 규정...검색 결과 자기사업 우대 막아야
국내외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 규제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의 자기사업 우대 등을 불공정 행위로 보고 빅테크 기업의 ‘구조적 분리(기업분할)'를 검토하자는 논의까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 6월말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등 5개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에서는 EU(유럽연합)가 2020년 12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안은 발표했다. 미국, 유럽 모두 법안의 최종 통과와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같은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빅테크 기업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반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은 아니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들의 자기사업 우대를 심사지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과 비슷하게 보고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 등의 불공정 행위, 경쟁 제한이 심각하기 때문에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은 무엇인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네이버 사옥 / 이은주 기자 촬영

기업분리부터 법인분리, 회계분리 등 아이디어…"구조적 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의견도
국내에서도 구조적 분리를 근본적 해법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제협력팀장(『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저자)은 네이버 같은 핵심 빅테크 기업이 자신의 주력 사업이 아닌 부수적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이를 ‘플산분리'(플랫폼-산업 분리)라고 명명했다. 금융 규제 당국 종사자답게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에 빗댄 것이다.
현행 법령에서는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일정 지분 이상 소유하는 것을 막거나(은행 4%, 지방은행 15%), 금융회사가 일반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할 수 없는 등의 금산분리 규제가 있다. 금융회사가 부실 계열기업을 지원하거나 계열 기업을 위해 보유 자산을 운용하는 등 이해상충이나 불공정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은 인프라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특별히 규제하는 것이다.
강 팀장은 플랫폼도 금융처럼 인프라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플랫폼이 가진 막대한 ‘연결'의 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은 플랫폼의 주요 산업과 인접 산업을 구분하기 위한 선행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사람을 모으고 연결시키는 플랫폼의 기본 경쟁력은 훼손하지 않되, 자신의 핵심 사업들과 거리가 먼 사업들을 지속 확장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견제하려면 근본적 해법은 구조적 분리, 기업분할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네이버의 자기사업 우대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같은 ‘구조적 분리’를 대안으로 꼽는 의견은 소수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근본적이고 명쾌한 해법일 수 있지만, 현실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윤경수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구조적 분리가 깔끔한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자로서 다른 변수들의 현실 영향이 존재할텐데 네이버에 검색사업 외에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해외경쟁정책동향 제180호 내용 중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플랫폼 독점 종식법' 관련 내용 갈무리

다만 그는 중간 지점에서 대안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도 빅테크의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사업 분리의 형태가 고민되지만 급진적인 ‘법인 분리' 외에 여러 분리 방안들이 고민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극적 분리가 원천적으로 소유 분리, 곧 다른 회사에서 ‘커머스 사업'을 하도록 매각시키는 방안이라면 이외에 ▲소유 관계는 유지하되 법인 분리 추진 ▲같은 회사에서 운영해도 사업부를 달리해 회계 분리를 하는 방안 등이 방식들도 미국에서 논의된다.
윤 교수는 "앞선 두 방식의 분리(매각/법인분리)는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회계 분리 방식은 도입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회계가 분리되면 네이버 커머스 사업부에서 네이버 검색엔진에서 우선 노출시키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등이 회계를 통해서 외부에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와의 차별이나 자사 우대의 문제를 입증하는 과정이 좀 더 투명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치원 변호사도 "미국식 계열 분리 방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며 "특히 커머스 사업의 경우 완전한 네이버-쿠팡 중심의 독과점 시장이라고 보기엔 후발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존재하고 경쟁구도가 존재해 일률적 분리를 대안으로 논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논의의 핵심, 네이버 ‘자사 콘텐츠 편향 노출' 어떻게 막을까
국내에서는 미국식 구조적 분리보다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한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 연결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공평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알고리즘의 중립성, 공정성, 투명성 등이 자사우대 규제의 논의 중심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앞서 IT조선의 취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빅테크의 자사우대 견제를 위해 ‘알고리즘 중립성' 부여 의무를 고민했다. 이중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특별히 우대해 시장질서를 왜곡하지 않도록 하려면, 알고리즘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쟁당국이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입증하고, 중립적인 운영을 견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색 사업자들이 콘텐츠 게시의 광고료를 받으면서 사업 모델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 나열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중립성' 자체가 구현되기 어렵다. 또 기술적 알고리즘은 기술 설계 단계에서 중립성의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감별하는 게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알고리즘이라는 운영 원리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콘텐츠 노출 결과의 편향성을 중심으로 그 균형을 촉진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윤경수 교수는 "경쟁정책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검색 편향성이다. 자사 콘텐츠 편향이 자사우대와 연관해 발생할 때 경쟁제한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네이버 관련 사업들을 섹션으로 묶어 상위에 편향 노출하는 식의 노출에 대해서, 경쟁당국이 그 경쟁제한성을 명확히 측정해 개입의 ‘선'을 그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픽사베이

'알고리즘 투명성'이라는 대안도…편향 배치에 이해관계자 납득 필요
검색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난설헌 연세대 교수는 "투명성 도입하면 자사우대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여타 이해관계자들도 인식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우선 빅테크 기업의 자사우대가 정말로 시장지배력을 전이시키는 것인가에 대한 국내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양용현 KDI 연구위원도 "적절한 기준을 합의하고, 플랫폼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검색 알고리즘의 기준에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EU의 ‘온라인 플랫폼 규칙'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규칙에서는 ‘검색·배열순위 결정과 관련된 정보의 제공’ 의무를 규정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검색·배열 순위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해당 규칙은 "온라인 중개서비스 사업자는 자사 웹사이트 화면에 배열되는 업체·상품 등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매개변수(main parameters) 및 고려되는 각 변수(순위 결정요소) 간 상대적 중요도를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편향적이어 보이는 콘텐츠 노출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일정 부분 공개하거나, 설명해 납득시킬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킬러인수 통한 사업확장 견제 논의, ‘입증책임 전환' 논의 솔솔
동시에 향후 경쟁자로 성장할만한 잠재성 있는 기업들을 빠르게 인수합병하는 킬러인수를 통해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해 온 빅테크식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의 킬러인수에 대한 경쟁제한성이 면밀히 분석되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면밀한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성립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빅테크의 영향력이나 사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선제적 규제안으로서 경쟁제한성을 기업이 스스로 지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사무국장은 인수합병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업이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른바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현재는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선 공정위가 그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고 판단해, 결합이나 인수 승인을 내리는 식의 절차를 밟고 있다.
장 연구원은 "디지털-플랫폼 경제에서는 시장획정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기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에 비해 행정력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이처럼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인수합병의 타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해 기업으로선 향후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고 당국으로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빅테크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문어발 확장' 규제 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새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IT조선 취재에 따르면 공정위는 주요 플랫폼 기업이 인수하려는 스타트업의 잠재성을 종합 평가해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는 플랫폼이 인수합병하려는 기업에 ‘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조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간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인수 기업의 규모와 매출액·자산·시장점유율 등 정량적 요소만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규모와 질, 성장 가능성, 기업 혁신 능력 등 잠재성을 종합 분석해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들의 소규모 기업 인수 승인 여부는 인수 기업에 대한 당국의 평가, 분석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