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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돋보기

메타버스 돋보기

AI보다 유망하다고? 300조원 시장 전망 근거는

언제부턴가 '메타버스(Metaverse)'란 용어가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이미 '반짝 유행'을 넘어 하나의 '미래 트렌드'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과연 메타버스를 또 하나의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할까? 메타버스의 동향을 살피고 메타버스 대중화가 일상에 미칠 영향력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올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타버스 열기가 뜨겁다. 일부나 잠깐의 유행이라 치부하기엔 관련 소식들의 규모가 상당하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용자 수는 2억명을 넘어섰고 메타버스 게임의 대표주자 로블록스는 미국 증시 상장 첫날 4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업계 전망은 더 놀랍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800억달러(약 3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조사업체 스태티스타도 2024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2969억달러(약 340조원)로 예측했는데 이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의 비슷한 시기 시장 규모 전망(약 2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제페토(왼쪽)와 로블록스는 현재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서비스다 (자료=각사)

그래서 메타버스가 뭔데?

하지만 아직 메타버스란 개념 자체가 낯선 이들도 적지 않다. 제페토나 로블록스처럼 메타버스를 대표한다는 서비스들의 주 이용자층이 아직은 주로 청소년, 20대 초반 등 일부 세대에 집중돼 있는 까닭이다. 또 이들 서비스를 통해 '메타버스=가상공간 속 3D 아바타'와 같은 이미지가 각인되다 보니 기존 3D 게임과 메타버스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나타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메타버스 플랫폼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아바타로 활동하는 3차원 가상세계'란 뜻이다. 2006년 미국미래학협회(ASF)는 메타버스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류했다. △증강현실(AR) △라이프 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 네 가지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디지털 정보를 더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사진 앱이 사용자 얼굴에 가상 선글라스나 모자를 씌워주는 기능, 혹은 빈 공간에 3D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는 앱 등이 증강현실에 해당한다. 라이프 로깅은 일상 속 경험과 정보를 텍스트, 이미지, 영상으로 기록하고 디지털 공간에 공유하는 행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라이프 로깅에 해당한다.

 


거울세계는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되 정보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지구 곳곳의 변화하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글어스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가상세계는 디지털로 현실과 비슷한, 혹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도 이에 해당한다.

ASF가 정의한 메타버스의 기술적 분류
한마디로 앞서 우리가 즐겨온 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학문적 영역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을 우습게 넘을 거란 전망도 이해가 안 되는 주장은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산업, 사회, 문화가 융합되는 확장세계

다만 2020년 이전의 메타버스와 이후의 메타버스는 '의미'의 변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소통 방식이 다방면으로 진화하고 있는 점, 플랫폼 경제의 발달로 이종 서비스 간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뉴(New) 메타버스 탄생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한상열 SPRi 선임연구원은 "현실과 가상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메타버스는 새로운 산업, 사회, 문화적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으로 볼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 말처럼 지금의 메타버스는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문화가 사회적 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디지털 공간을 적극 활용해 현실과 다른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부캐)을 드러내는 한편, 그들끼리 소통하는 사회를 또 하나의 확장세계처럼 받아들인다.

로블록스 내에는 사용자들이 만든 5000만개 이상의 게임이 존재한다 (자료=로블록스)이것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의 주도권이 서비스 회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만 보더라도 개발사가 제시하는 미션을 제한된 기능 안에서 수행하던 과거 롤플레잉과 서비스를 즐기는 행태가 다르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 개발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그것을 소비한다. 나아가 그 세상 안에서 현실과 연결된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세상 속 또 하나의 '나'에 열광하게 된 것이 이 시대 달라진 메타버스의 본질 중 하나다.

제페토는 사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제작해 팔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자료=공식홈페이지)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메타버스 내 가상공간, 이를 활용한 비대면 회의 및 업무 환경 개발에 나서며 메타버스 전환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격 협업 플랫폼 '메쉬'에서 아바타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디즈니랜드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테마파크 메타버스'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현대의 메타버스는 크나 작으나 현실 공간, 혹은 사용자 그룹과 접점을 가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또 현실의 일부를 가상세계로 확장하고 이를 서로 연결시킨다는 개념이 자리잡아 가면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다양한 메타버스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메쉬 서비스 예시 (자료=MS)

'메타버스 디스토피아'는 경계해야

하지만 일부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메타버스 시장 발전과 발맞춰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의 이용자 보호 정책도 보다 세심하게 준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간한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서비스의 주 이용자인 10대를 타깃으로 한 아동 성범죄(아바타 스토킹, 아바타 몰카, 아바타 성희롱 등) 발생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공간인 만큼 일각에선 현실 규범이나 도덕적 관점과 동떨어진 디스토피아적 무법지대도 우후죽순 양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예컨대 집단성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이 같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성인들에게도 각종 불만과 욕구를 해소하는 그릇된 배출구로 변질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제조사들, 그리고 메타버스 산업 육성에 뛰어든 정부가 함께 기존 디지털 환경과 메타버스의 차이를 연구하는 한편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네이버·SKT·페이스북의 '확장현실' 전략, 차이점은?

메타버스는 2025년 인공지능(AI)을 넘어 30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유망 산업이다. 이는 현실과 가상공간의 접점이 메타버스란 이름 아래 기술, 사회, 문화적 융합을 거쳐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최신 트렌드에 바탕을 둔 전망이다. 확장현실 제공에 중점을 둔 기업들로는 네이버, SK텔레콤, 페이스북 등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상 가능한 모든 소통, '네이버 제페토'에서

제페토(ZEPETO)는 2018년 네이버 스노우에서 만든 3D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올해 3월 기준 전세계 누적 가입자 2억명을 돌파했으며 네이버제트로 분사한 뒤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제페토는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용자는 자신을 대리하는 아바타로 제페토 속 '월드'에서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 콘텐츠 생산 및 소비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얼핏 봐선 제페토나 과거 3D 소셜 게임이나 뭐가 다를까 싶지만, 제페토식 메타버스 플랫폼의 진가는 사용자가 가상공간 속 자신을 입체화할 수 있는 갖가지 장치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아바타 꾸미기는 기본이고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외형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인기 제작자라면 스스로 제페토 세상의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며 월 수백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블로터 편집국은 최근 제페토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이미지=블로터DB)
가상공간인 '월드'는 이용자들에게 휴식 공간이자 무대다. 일례로 실제 한강의 전경을 그대로 본 떠 만든 월드에서는 한강 특유의 정취를 3D풍으로 느낄 수 있고 'CU' 같은 현실 속 편의점이 이곳에 문을 열기도 한다. 직접 가상의 월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공간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며, 일상적인 대화 장소부터 각자의 끼를 뽐내는 무대, 대형 스타들의 비대면 이벤트 현장 등으로 시시각각 변모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제페토는 '쓰기 나름'인 플랫폼인데, 메타버스 플랫폼을 바라보는 세대 간 시각은 이 지점에서 갈린다. 온라인 게임만 하더라도 주어진 임무 수행 구조에 익숙한 20~40대들은 제페토류의 메타버스를 두고 "무슨 재미냐"고 반문한다.

 


반면 초중고생 중심의 신흥 디지털 세대는 오히려 정해진 룰이 없는 메타버스 공간 속 자유로운 놀이 문화 창조를 재미로 여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준비된 콘텐츠'보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다. 과거의 소셜 플랫폼들과 달리 사용자 중심의 소비, 창작 문화를 적극적으로 장려한 점이 이전 세대의 플랫폼과는 다르다.

가벼운 모임, 비대면 행사에 특화된 'SKT 이프랜드'

제페토나 로블록스는 범용 메타버스에 가깝다. 다만 상대적으로 놀이문화에 집중하는 편이고 주 이용자층이 학생들이다 보니 성인들 사이에선 오히려 접근이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조금 더 생산성, 비대면 모임에 집중하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등장하는 추세다. SKT가 지난 7월 공개한 이프랜드(IFland)를 예로 들 수 있다.

이프랜드는 플랫폼에서 게임, 창작적 요소를 덜어낸 대신 철저히 '모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메타버스다. 아바타 꾸미기 기능은 있어도 아이템이나 맵 제작 기능은 없다. 대신 800여종의 아바타 소스와 정교하게 구현된 18개 테마의 메타버스 룸을 사전 제작해 제공하며 각 룸에는 문서, 영상 자료를 참여자들 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발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바타 간 대화는 음성으로 가능하고 수십가지 제스처도 지원한다. 제페토와 비교하면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경량 메타버스에 가깝고, 회의나 컨퍼런스 진행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19일 이프랜드에서 진행된 SKT 메타버스 간담회 (자료=간담회 갈무리)
이프랜드처럼 목적성이 뚜렷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 재미없다'는 반응, 혹은 '딱딱한 화상회의, 온라인 콘퍼런스 대체용이나 가벼운 비대면 모임 공간으론 적격'이란 반응도 있다. 메타버스 소비층이 정형화되지 않은 현재, 상대적으로 개발사의 초기 서비스 포지셔닝 노력이 중요한 유형이다. SKT도 올해 이프랜드 내 자체 인플루언서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한편 대학 축제, K팝 팬미팅, 불꽃놀이 개최 등 외부 협력 이벤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360도 'VR 메타버스' 시동 중

전세계 27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SNS 플랫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이 5년 내에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이라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메타버스 분야에서 페이스북의 무기는 웹이 아닌 가상현실(VR)이다. 2014년 VR 기기 제조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그동안 높은 가격과 즐길거리 부족으로 흥행에 실패했던 VR 기기를 매년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VR 대중화의 초석을 마련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특유의 몰입도 높은 360도 VR 공간을 무대로 페이스북이 제공하던 커뮤니티, 상거래 공간을 메타버스로 재구성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 2017년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통해 사람들이 VR 공간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하는 환경을 구현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는 간단한 사진 공유, 핸드 제스처 중심의 초기형 메타버스였다면 앞으로 공개할 VR 메타버스는 보다 다채로운 사회적 활동 및 여가 문화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2017년 공개된 페이스북 스페이스 베타 서비스 (자료=오큘러스 유튜브 갈무리)
특히 지금까지 거의 모든 메타버스가 스마트폰 플랫폼 중심으로 구현된 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가 직접 가상공간에 참여할 수 있는 VR 메타버스는 경쟁사와 완전히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페이스북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한 독점 개봉 영화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 같은 서비스들도 향후 페이스북의 VR 메타버스에서 충분히 구현될 요소임을 예측할 수 있다.

한편 VR 메타버스의 흥행 여부는 페이스북이 약속대로 VR 기기를 얼마나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을지 여부, 복잡한 VR 공간에서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사용자에게 얼마나 높은 자유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가상 부동산도 파는 직방? 무너지는 온·오프라인 경계

직방 "이젠 메타버스로 출근하세요"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지난 6월 10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메타버스 협업 공간 '메타폴리스'를 소개했다. 메타폴리스는 가상공간에 현실 오피스 라이프를 생동감 있게 구현해낸 디지털 오피스다.

메타폴리스에 출근하는 모습 (자료=직방)
30층으로 구성된 메타폴리스 내에는 아바타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고 4층에는 실제로 직방이 입주해 있다. 동료 직원에게 접근하면 얼굴(화상)을 보거나 대화도 할 수 있다. 비대면이지만 현실 속 업무 경험을 적용해 함께 일하는 느낌을 극대화한 구조다.

직방은 메타폴리스에 '진심'이다. 앞서 지난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폐지하고 사무실 재계약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전국에 직방 구성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라운지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기본적으론 100% 비대면 근무를 지향한다는 의지다. 메타폴리스는 층당 300명까지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을 수용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메타폴리스 내에서 동료들에게 접근하면 얼굴을 보거나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자료=직방)
안성우 직방 대표는 메타폴리스를 두고 "지금까지 교통을 위한 통근 시대에 살았다면, 앞으로는 통신을 통한 통근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출근하고 일하는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현실과 연결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오피스가 등장함으로써 비효율적인 출퇴근 부담은 사라질 것이란 의미다.

이와 함께 대표적 실물 상품인 '부동산'을 중개하던 직방은 메타폴리스를 통해 사업을 가상 부동산 사업자로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윤곽은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롯데건설은 직방과 메타폴리스 활용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비대면 선거 운동 공간으로 메타폴리스 7개층을 임대했다.

 


향후 메타폴리스와 같은 메타버스 오피스가 대중화된다면 어떨까? 아침 점심 저녁마다 회사원들로 붐볐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들의 모습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대면 업무가 꼭 필요하지 않은 회사는 메타버스 중심의 가상 오피스로 전환하고 직원들은 자택이나 지역 곳곳에 마련될 소규모 거점을 활용하는 형태로 업무 형태가 변화할 것이다. 꼭 '강남'에 출근하지 않아도, 지방에 거주해도 서울 회사에서 충분히 근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직장에 묶여 서울에 무리하게 거주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메타버스 품는 KB금융신한은행…젊은층 사로잡을까

카카오뱅크 등장 이후 디지털 혁신에 눈을 뜬 은행들은 이제 메타버스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KB금융은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KB금융타운'을 개설하고 금융·비즈, 재택센터, 놀이공간 등을 구축했다. 금융비즈 센터에는 영업점이나 홍보·채용·상담부스 등을 마련해 실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이 25일 게더타운에서 진행한 신입행원 연수 교육 (자료=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내년 하반기까지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KB금융처럼 이용자들은 메타버스 뱅킹 환경에서 아바타로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을 받거나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이 같은 시도는 가상공간을 오프라인 창구나 뱅킹 앱 외에 고객 접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맞아들이는 시도다. 기존 뱅킹 시스템이 익숙한 기성 세대에겐 아바타를 생성하고 가상공간을 이동해 은행 업무를 보는 일이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러나 금융 서비스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들, 사회 초년생들에겐 이런 환경이 오히려 기존 은행에 가졌던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통 은행들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 뺏긴 혁신 이미지를 되찾는 한편 차별화된 형태로 젊은 신규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채널이 추가되는 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에스파'가 증명한 메타버스 아이돌의 가능성

한 사람의 스타가 곧 브랜드이자 재산이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메타버스 접목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잇는 시도가 계속해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팬들도 비대면 소통 채널 이용에 익숙해진 지금, 이제 스타를 활용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는 가상 영역에서도 빠르게 흡수되며 좋은 반응을 얻는 모습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걸그룹 '에스파'를 데뷔시키면서 각 멤버와 스토리 기반으로 매칭된 아바타 'ae(아이)'를 함께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에스파 멤버들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이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세계관 아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는 각 멤버의 외모나 춤 실력, 곡의 흥행 유무에 따라 그룹의 성공이 판가름 났다면 에스파는 현실 외에도 아바타 멤버와 연결된 메타버스 세계관을 생성하고 그에 기반한 곡을 발표하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인간 멤버와 아바타 멤버가 함께 데뷔해 주목받은 그룹 '에스파' (자료=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가 지난 5월 공개한 싱글 '넥스트 레벨(Next Level)'은 에스파와 아이의 연결을 방해하는 빌런 블랙맘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이 곡은 데뷔곡 '블랙맘바'와도 이어지는 스토리로 공개 직후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에 올랐으며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는 공개 3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4000만회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하이브'는 지난해 9월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 안무버전을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내 파티로얄 모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시도를 보였다. 포트나이트는 해외에서 3억5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인기 배틀 게임으로, 국내 인지도는 낮지만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게임의 주요 사례로 분류된다. 해당 이벤트는 게임 내에서 단순히 영상만 공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콘서트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그곳에 참여한 사용자 캐릭터들이 실제 안무도 따라 출 수 있도록 설계돼 큰 호응을 얻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제트가 서비스하는 제페토에 50억원을 투자하며 메타버스 사업 참여를 천명했다. 비슷한 시기 제페토가 3D 아바타로 구현한 JYP의 인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댄스 퍼포먼스 티저 영상은 공개 일주일만에 170만 조회수를 달성하는 등 높은 성공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제페토에 등장한 3D 버전 트와이스 (자료=네이버)
이 밖에도 다양한 크리에이터, 연예기획사, 스포츠 구단들이 비대면 시대에도 팬들과의 접점을 유지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열풍 속에 메타버스가 아우르는 영역도 전통의 IT 분야를 넘어 경계 없이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며 현실과 가상이 대융합되는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메타버스 개발, 민관이 협동하는 공통 과제로 

한편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디지털 뉴딜 1.0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차세대 디지털 뉴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꼽았다. 당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메타버스는 기존의 인공지능,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이 다 결합된 새로운 디지털 영토로 생각된다"며 "비대면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결성된 민간 메타버스 구심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출범 3개월만인 8월 기준 회원사 300곳을 돌파하며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얼라이언스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민은행, 신한카드 등 주요 금융권, LG전자, 현대차, SK텔레콤, CJ ENM 등 분야를 막론한 핵심 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라이언스는 당분간 소수의 프로젝트 그룹을 중심으로 신규 메타버스 서비스 및 기술 개발 등에 앞장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