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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수익 창출해드립니다" 판 깔아주는 플랫폼들

(사진=픽사베이)
‘크리에이터’의 정의가 광범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함께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크리에이터라는 용어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이들을 의미한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고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 핵심인데, 이젠 그 콘텐츠를 가지고 누구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특히 최근 다양한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가 구축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용자들을 잡아 두기 위한 콘텐츠 확보와 그 콘텐츠를 제작할 크리에이터 확보가 절실한 데 따른 것이다.

펀드 조성부터 브랜드와 매칭까지

유튜브와 틱톡의 크리에이터 지원 시스템이 대표적인 플랫폼들의 노력 사례다.
유튜브는 사실 지난 2007년부터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공유하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을 론칭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가입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YPP에 가입한 크리에이터들은 광고, 브랜디드 콘텐츠, 구독 멤버십, 상품 판매, 유료 디지털 상품 등 10가지 정도의 수익 창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엔 YPP에 가입하지 않은 크리에이터들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쇼츠 펀드’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조성해 가장 많은 참여와 조회수를 받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보상을 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는 15~60초의 숏폼 형식 동영상을 쉽게 제작해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유튜브가 쇼츠 펀드를 만든 건 같은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점점 이용자들이 짧은 형식의 동영상 소비를 선호하다 보니, 숏폼을 기반으로 탄생한 틱톡이 전 세계에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틱톡의 경우 크리에이터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 크리에이터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육, 패션, 푸드, 운동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문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틱톡 파트너 크리에이터’다. 팔로워 수 1만명, 업로드 한 영상 수 5편 이상이면 누구나 파트너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매월 주어지는 미션을 달성하면 카테고리별 순위에 따라 소정의 상금도 지급한다.
최근엔 라이브 코호스트, 라이브 Q&A 등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새롭게 업데이트했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라이브를 진행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팔로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의 크리에이터는 라이브를 하다 팔로워들로부터 받은 가상 선물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크리에이터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매칭해준다.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틱톡 파트너 크리에이터. (사진=틱톡)

페이스북 역시 모든 유형의 동영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광고 형식을 적용해 크리에이터의 수익 창출을 돕고 있다. 또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선 광고 집행뿐 아니라 시청자가 크리에이터에게 ‘별’을 보냄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했다. 시청자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상 선물도 있다. 이에 더해 스포츠, 요리 교실, 팟캐스트 등 유료 온라인 이벤트를 개최해 티켓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현재 미국서 ‘릴스 서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의 숏폼 형식인 릴스에 영상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좋아요 수나 댓글 수, 영상 퀄리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직접적 보상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구독 모델·창작 도구 제공도

이처럼 대부분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플랫폼들이 대세인 반면, 트위터는 조금 다른 행보다. 크리에이터 혹은 창작물 자체에 대한 후원의 성격이 강하다.
트위터는 최근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해 슈퍼 팔로우, 후원하기(Tips), 유료 스페이스(Ticketed Spaces) 등 다양한 수익 창출 기능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슈퍼 팔로우 기능을 통해 크리에이터는 구독료를 책정할 수 있는데 구독자는 독점 콘텐츠, 슈퍼 팔로워 배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부터 미국 및 캐나다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후원하기는 크리에이터, 저널리스트, 전문가, 비영리 단체 등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프로필 우측 상단에 후원하기 아이콘이 뜬다. 유료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커뮤니티 기능 ‘스페이스’를 통해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이 티켓을 판매할 수 있고 청취자는 티켓 구매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독점 스페이스를 청취할 수 있다. 스페이스 활성화를 위해 현재 미국 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국내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각 플랫폼들의 크리에이터 지원 정책. (사진=블로터)
국내 플랫폼도 창작물 자체를 선보일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물론 수익은 광고로부터 창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카카오와 네이버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카카오뷰’를 론칭했다. 전 국민 누구나 자신의 관점을 담아 콘텐츠를 만들거나 큐레이션 해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3개월 만에 2만여 개 채널과 25만여 개 콘텐츠 큐레이션 보드가 생성됐다. 카카오는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뽐낼 수 있게 도왔는데, 카카오뷰는 브런치와 달리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수익 창출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보드를 받아보는 이용자 수나 보드 노출 수 등에 따라 광고 수익 일부를 배분 받을 수 있다. 향후 이용자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 다양한 수익 모델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재단법인 카카오임팩트를 통해 크리에이터 지원을 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통해 크리에이터 육성과 발굴을 위한 웹툰, 이모티콘, 글쓰기 등 소규모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컨퍼런스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초대해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경험과 노하우 등도 들려주고 있다.
네이버는 주로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광고 수익을 창출하기 용이한 검색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적극적이다. 최근 네이버는 통합검색에서 개인맞춤형 검색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에이터들의 검색 결과 노출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의 취향에 따라 크리에이터들의 창작물을 묶어 더 눈에 띄게 노출시켜준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9년 인플루언서 검색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유명 인사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와 같이 인플루언서의 인물 정보를 뜨게 한 것이다. 지난 3월엔 온라인 공식 사이트 ‘네이버 인플루언서 센터’를 열기도 했다. 성장 지원 교육 프로그램부터, 브랜드와의 매칭을 통한 비즈니스 솔루션 제시까지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오프라인에도 크리에이터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파트너스퀘어’를 전국에 6곳 마련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센터. (사진=네이버)
이와 함께 네이버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또 다른 방식은 창작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네이버 계정으로 네이버TV 동영상 업로드와 통계 확인, 수익 정산, 광고 설정, 저작권 관리 등까지 할 수 있는 ‘네이버TV 크리에이터 스튜디오’가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스튜디오’ 역시 콘텐츠 유료 판매(구독모델)와 관리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일반인들도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자동 채색 ‘웹툰 AI 페인터’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웹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빼놓을 수 없다. 제페토 스튜디오는 제페토 플랫폼 내에서 팔 수 있는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구다. 이 도구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없고 누구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월 1000만원을 버는 크리에이터도 있다고 제페토 측은 설명했다.

돈 되는 이유?...'결국 팬덤 비즈니스'

(사진=다이아TV)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을까.
먼저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경쟁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이유에서 답을 찾자면 플랫폼 사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엔 ‘틱톡’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틱톡이 나오기 전 플랫폼들은 각자 차별화한 영역에 각각 시장을 두고 있었다. 예컨대 유튜브는 주로 영상, 페이스북은 글, 인스타그램은 사진, 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성향에 따라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가 나뉘었다.
하지만 틱톡은 이 다양한 포맷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숏폼 형태의 플랫폼이다. 여기에 참여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기도 한데, 대표적으로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챌린지’ 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는 모바일로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편집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을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시공간 제약 없이 짧은 시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소비 문화 현상인 ‘스낵컬처’가 주류가 된 것도 틱톡과 함께 숏폼이 대중화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에 플랫폼들은 서로 각자의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며 크리에이터들을 '모시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각각 ‘릴스’와 ‘쇼츠’ 등의 숏폼 형식을 플랫폼 내 도입했다. 네이버의 경우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블로그 게시물 내 동영상을 쉽게 편집해 올릴 수 있도록 ‘블로그 모먼트’라는 에디터를 선보였다.

크리에이터 활용 광고가 경쟁력 있는 이유

플랫폼들이 이렇게까지 크리에이터와 함께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보는 이용자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한 광고주 유입으로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전년대비 0.8% 감소한 11조995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디지털 광고 시장만 전년대비 13% 증가한 5조7106억원을 기록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광고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도 47.6%로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모바일 광고비가 전년대비 17.5%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소셜미디어(SNS) 등에 들어가는 광고비가 증가 추세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갔다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붙는 광고,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광고 등은 왜 경쟁력과 영향력이 있을까.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에 싣는 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효율적인 광고 집행 즉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팬덤 비즈니스’와 연관된다. 팬덤 비즈니스는 어떤 대상을 중심으로 모인 팬 문화인 팬덤을 통해 진행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일단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의 콘텐츠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같이 끌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팬덤화가 된다”면서 “팬덤화가 되니 굿즈든 이벤트든 계속 팔리기 시작하고 그게 하나의 이코노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거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매체에선 나와 취향이 딱 맞는 이들을 찾기 힘들었는데, 현재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세상에선 내 취향에 맞는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쉬워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팬덤화를 가져왔다.
이에 전통 매체나 유튜브 등 플랫폼에 단순히 광고를 하는 것보다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를 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해당 크리에이터의 팔로워들이 소비자와 일치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가 추천하는 상품은 무조건 믿고 살 가능성도 있다. 상품이 좋든 안 좋든 크리에이터가 광고하는 상품을 사고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팬덤의 힘이 다소 약하더라도 정말 취향이 일치하는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광고 효과는 더 극대화될 수도 있다.

IP 통해 수익 모델 다각화도 가능

더불어 크리에이터를 통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모색할 수 있다. 명확한 캐릭터가 있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자신의 브랜드, 상품 등을 출시하며 커머스 영역에 진출할 수 있다.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고 행사, 강연 등을 통해 여러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들이 다이아TV,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다. MCN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집중 지원 및 관리한다. 이처럼 전문적인 산업 영역으로 성장하다 보니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명확한 캐릭터가 있으니 거꾸로 이에 관심을 보이며 출연 요청을 하는 지상파 방송도 많아진 것이다.

(사진=샌드박스)
이와 같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크리에이터와 그들을 따르는 팔로워들에게 달렸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과 이러한 문화 현상을 즐기고 거기에 참여하는 팔로워들이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세대를 불문하고 있는 것 같다”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세상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들에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다”면서 “온라인상의 친구들도 오프라인 친구들과 동일하게 느끼고, 온라인상에서 내가 유명해졌으면 연예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일반인을 덕질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이 크리에이터가 뭘 하든 광고를 하든 다 받아준다는 게 깔려 있어 팬덤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가 되려고 하는 건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 돈을 벌고 싶은 욕구, 명예나 명성을 얻고 싶은 욕구 딱 3가지 니즈가 있는 것 같다”면서 “여기에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같은 경우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C씨도 “특히 어린 세대들은 지금 체험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유튜브에 올리기만 해도 수익화가 가능하단 걸 알고 있는 세대”라며 “돈이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욕구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성장 키워드?...'취향의 시대·알파세대'

(사진=픽사베이)
현재 국내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주로 팬덤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다이아TV,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들이 함께 성장해왔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2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금액 현황’에 따르면 상위 10%에 속하는 277명은 연간 수입이 평균 억대였지만, 하위 50%를 차지하는 1388명은 평균 100만원대, 하위 33%에 속하는 917명은 평균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많은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 지원 경쟁에도 나서고 있지만,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국내서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활용하는 플랫폼인 유튜브와 틱톡은 각각 크리에이터 지원에 자격 요건을 걸고 있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하려면 구독자 수 1000명 이상, 최근 12개월 간 공개된 동영상 유효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틱톡 파트너 크리에이터’는 팔로워 수 1만명, 업로드 한 영상 수 5편 이상 등이다.
이에 일반인들이 유명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만큼 주어질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수 있을지, 관련 시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양한 기회 요소가 있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과잉·취향의 시대

먼저 ‘콘텐츠 과잉 시대’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플랫폼, 쏟아지는 정보들. 이 안에서 대중은 누군가가 정보를 골라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는데, 이때 대중이 스스로 궁금한 분야와 관련해 가장 직관적으로 이슈를 따라갈 수 있는 대상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후기를 들려주고 추천해주는 뷰티·패션 분야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이 마케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콘텐츠 분야에서 이를 위한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뷰’다. 콘텐츠 큐레이션을 통해서도 누구나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다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 가능성은 ‘취향의 시대’에서 발견된다. 저마다 다른 개인의 취향 영역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생태계가 확장될 거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트렌드 키워드로 ‘나노사회’가 언급되는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도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한다”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심이 되는 크리에이터가 나노 단위로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영역이지만, 각자의 취향에 맞게 사람들이 각각 따르는 유명한 유튜버들이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런 식으로 계속 내가 모르는 영역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나노사회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가 2022년 대표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단이 사라지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뭉치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트렌드보다 ‘나’를 찾고, 취향에 따라 움직일 거란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요즘은 취향이 파편화되고 있어 대중적인 커다란 판을 잡고 있지 않고 파편화된 하나를 제대로 잡고 있어도 그 영향력의 강도가 약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작은 파편 하나하나를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큰 시장이 형성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관련해 진성 팬 100명만 있으면 크리에이터가 얼마든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단 말이 나오기도 한다.

성장 주도할 MZ세대·알파세대

앞으로 주력 소비 세대가 될 MZ세대(1980년대 초반 ~ 2000년대 초반 출생) 그리고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KT그룹의 디지털광고대행사 플레이디에 따르면 MZ세대는 깊은 오프라인 관계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가벼운 온라인 만남을 선호하고 서로 잘 몰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연결과 소속감을 느낀다. 특히 Z세대가 크리에이터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정도가 M세대보다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더불어 Z세대는 본인이 크리에이터가 돼 보고 싶단 의향도 M세대보다 높았다. MZ세대는 또 ‘나’를 중시해 취향과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해 본업과 부업 등 유연한 고용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페토)

MZ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라면 알파세대는 ‘유튜브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와 함께 성장했고, 키즈 유튜버 등도 등장한 세대여서다. 특히 이 지점에서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포착된다. 대표적인 것이 ‘메타버스’다. 업계 관계자는 “알파세대들은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어 팔고,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만들어 팔면서 크리에이터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또 그러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셜 계정을 오픈해 스트리밍을 하면서 또 수익이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인들도 전문가들과 크리에이터로서 창작활동을 겨뤄볼 수 있는 쉬운 제작 도구 제공의 확대에 따른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크리에이터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레드브릭은 쉽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데, 초등학생들이 이를 통해 게임을 만들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브랜디 자회사 아비드이앤에프는 동대문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고 패션 크리에이터에게 의류 대여부터 콘텐츠 제작, 판매를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이제 콘텐츠 제작과 편집을 쉽게 하는 도구를 제공하거나 전문 촬영 장비 및 공간을 대여하는 서비스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곳들은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지자체 등을 가리지 않는다. 나아가 현재 국내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모델은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다각화하기 위한 서비스까지 나오고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조공 등 후원을 하고 크리에이터와 1:1로 소통할 수 있게 한 플랫폼 팬심과 캐스팅이 대표적이다.

(사진=캐스팅)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만, 쉬운 디지털 툴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디어만 있었던 일반인이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 맞다”면서 “그게 아니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진입하지 않은 메타버스 등의 분야의 경우 굉장히 희소한 가치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나오면서 또 다른 기회의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