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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웨이브

1년만에 35배 성장...디지털 팔방미인 'NFT'

콘텐츠에 희소가치를 부여하는 NFT(Non-Fungible Token) 기술이 최근 다양한 산업군에서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NFT를 통해 불분명했던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으며 소유권 이전이 용이해지면서 관련 거래 시장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NFT(Non-Fungible Token) 전문 분석사이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전세계 NFT 거래 대금은 75억438만달러(약 8조815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약 1.5배 증가한 수치이며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란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NFT를 번역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여기서 토큰은 '디지털 증표'와 유사하게 해석되며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특정 사물의 정보가 기록된 증표로서 사본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재 NFT는 주로 사물의 소유권을 기록·증명하는 데 쓰이며, 복제 가능한 상품도 NFT를 연동하면 진품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NFT가 신뢰 기반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디지털 증표인 덕분이다. 블록체인은 서버(노드) 역할을 담당하는 다수의 컴퓨터가 널리 분산돼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며, 데이터 기록은 모든 노드의 검증을 통과한 데이터에 한해 이뤄진다. 이런 구조로 인해 블록체인은 해킹이 어렵고, 한번 저장된 데이터는 위·변조도 불가능해 신뢰도가 높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NFT가 태생부터 소유권 증명이나 정품 인증처럼 보안, 신뢰가 중요한 영역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유다.

NFT는 비슷한 역할의 기존 전자문서들보다 발행과 관리도 쉽다. 지난해 해외를 중심으로 NF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본격화되면서 비전문가도 웹에서 NFT를 제작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대거 생겨났기 때문이다.

약 2220만개의 NFT 콘텐츠가 유통 중인 오픈씨 마켓 (사진=오픈씨 갈무리)

현재 글로벌 무대에선 '오픈씨(OpenSea)'가 가장 대중적인 NFT 마켓으로 통하며, 국내에선 그라운드X가 개발한 NFT 제작도구 '크래프터 스페이스(KrafterSpace)'를 활용하면 NFT를 수분 내에 생성해 오픈씨에 유통할 수 있다. 타인이 발행한 NFT를 구입하거나 재판매하는 것도 자유롭다. 또 모든 NFT에는 최초 발행 시점과 거래 시각, 거래 대금, 역대 소유자 정보도 각인되므로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속이기 어렵다.

NFT 작품 'Avidlines #2687566046'의 소유권 거래 기록 (사진=오픈씨 갈무리)

이처럼 NFT는 손쉬운 발행과 유통이 가능하면서 높은 신뢰성이 보장되고 거래를 통한 수익화까지 가능하단 점에서 다양한 잠재력을 인정받는다. 적용 분야, 적용처도 무궁무진하다.

NFT가 처음 알려진 분야는 게임이다. 2017년 '크립토키티'란 블록체인+NFT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다. 단순한 고양이 카드게임처럼 보이지만 각 카드는 모두 NFT로 생성돼 대체 불가능한 희소 치가 부여되며, 카드를 결합해 더 희귀한 고양이 카드를 만들어내면 거래 가치도 그만큼 오르는 구조였다. 이 개념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 게임 업계에선 'NFT 아이템' 접목을 통해 사용자에게 게임의 재미와 더불어 수익화란 부수적 가치를 함께 제공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아예 가상의 메타버스 세상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요소가 NFT화된 '더샌드박스' 같은 게임도 있다.

게임에 이어 NFT 시장의 '꽃'을 틔운 분야는 디지털 예술이다. 그간 디지털 예술품은 복제가 쉽다는 한계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NFT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달라졌다. 수백, 수천장의 복제품이 인터넷에 만연하더라도 그중 진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할 수 있는 자는 연동된 NFT를 소유자 한 명(혹은 여럿, NFT 소유권은 n개로 분할 가능함)으로 좁혀질 수 있게 된 까닭이다.

비플의 작품들을 콜라주한 NFT 예술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자료=크리스티)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3월 해외 미술품 경매업체 '크리스티'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NFT 디지털 사진 작품이 무려 6934만달러(약 784억원)에 낙찰된 일이다. 비슷한 시기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그라임스의 동영상 작품 10점도 600만달러(약 67억원)에 낙찰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모든 NFT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건 아니다. 넌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NFT 작품은 1000달러 미만 소액에 거래된다. 하지만 비플과 그라임스의 사례는 그 자체로 디지털 작품이 실물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처럼 게임, 예술에서 NFT의 잠재력이 확인되자 NFT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이제 경계를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예컨대 꼭 예술품이 아니라도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디지털 기록에 NFT가 부여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가 하면, 다소 기상천외한 콘텐츠도 NFT란 이름 아래 거래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CEO의 첫 트윗이 한화 32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유명하며, 1년치 방귀 소리를 녹음한 NFT 오디오가 약 50만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

이후 NFT는 더 가볍게, 더 대중적으로 디지털 세상에 파고드는 모습이다. MBC는 '무한도전' '뉴스테스크' 등 자사의 유명 프로그램 클립 일부를 NFT화해 판매했고, 세타 블록체인이란 해외기업은 나사(NASA)의 화성 우주선 착륙을 기념해 해당 생중계를 시청한 사용자들에게 한정판 특별 NFT를 지급했다. 심지어 지난 7월 실물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유한 간송미술관은 지난 7월 해례본을 한정판 NFT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NFT 안내문 (자료=간송미술관)

대신 이 같은 NFT는 실제 상품, 콘텐츠 소유권과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상징성을 소유하는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팬심'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NFT를 구입한다. NFT의 영역이 일종의 '디지털 굿즈'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넌펀지블닷컴에 따르면 현재 NFT 거래 시장의 66%를 차지하는 항목도 바로 이와 같은 수집물(Collectible)이다.

한편 한창 개화 중인 NFT 시장에도 기술, 법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숙제들이 있다. 가상자산으로 거래한 NFT의 현금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현재 불법 자금세탁, 사행성 측면에서 각국 정부기관들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이유로 중국과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내 NFT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NFT 게임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거절당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또 NFT를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덕분의 NFT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무분별한 NFT 발행이 타인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도용된 NFT에는 원본과 다른 데이터가 기록되므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일일이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NFT의 재산권 인정 기준, 범위 등을 담은 법 제정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사업 열쇠 찾아 모여든 기업들…'기회의 땅'

올해 NF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NFT 기반의 신사업, 마케팅 기회를 찾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올해 온라인 경매 플랫폼 서울옥션을 비롯해 유승민 IOC 선수위원의 아이에스컴퍼니, 가수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 등 굵직한 파트너들과 NFT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블록체인 자회사인 람다256을 통해선 게임, 스포츠,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NFT를 발행하고 이를 이벤트 형식으로 업비트 회원들에게 증정했다.

올해 8월 진행된 '업비트X한화이글스 NFT 지급 이벤트'된 한화이글스 일러스트 NFT (사진=업비트)

업비트는 NFT 사업화 시기나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신고를 성공적으로 마친 점, 아직 거래 수수료 외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NFT 마켓을 병행하는 것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1호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은 지난 5월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먼저 NFT마켓을 열었다. 당시 오세진 코빗 대표는 "NFT 마켓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오 대표의 말처럼 NFT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NFT와 가상자산은 태생적으로 '블록체인'이란 동일한 뿌리를 두고 있으며 발행 및 유통 과정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NFT 거래는 이더리움(ETH) 같은 제3의 가상자산으로 체결되는데, 거래소는 NFT 거래에 필요한 가상자산을 함께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거래소로선 앞서 쌓은 운영 노하우를 녹여내기 쉽고 회원들도 NFT 거래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NFT를 폭넓게 다루는 '범용' 마켓이 있다면 보다 전문화된 마켓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도 있다. 국내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는 지난 6월 NFT 경매 플랫폼 '위믹스 옥션'을 오픈하고 게임 IP 중심의 다양한 NFT 작품을 유통 중이다. 또 세계 최초로 NFT 거래에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했으며 '만화 리니지 첫컷 NFT', '김계란 명화 NFT' 등 신선한 소재의 게임 NFT도 잇따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위믹스옥션에서 경매된 '김계란 명화 NFT' 시리즈 (사진=위믹스옵션 갈무리)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해외 유명 마켓과 제휴해 글로벌 NFT 시장 공략에 필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3월 글로벌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씨와 자사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통합을 이뤄낸 것. 이어 5월에는 누구나 쉽게 클레이튼 NFT를 제작하고 오픈씨에 판매할 수 있도록 '크래프터스페이스'란 웹 서비스도 출시했다.

블록체인 업계뿐 아니라 보다 대중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NFT 중심의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9월 유명 프로듀서 김형석이 이끄는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는 블록체인 전문기업 키인사이드와 손잡고 NFT 아트 전문 레이블 '아트네틱'을 공식 출범했다.

아트네틱의 목표는 현재 NFT 산업의 문제로 지적되는 산재된 정보, 기술적 진입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NFT 작품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작품 큐레이션 및 콘텐츠 기획 등 전반의 활동을 돕는 것이다. 이는 과거 유튜브, 트위치 등 온라인 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크리레이터들이 주목받던 시기에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생긴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이란 매니지먼트 모델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보다 양질의 NFT 콘텐츠가 시장에 전략적으로 유통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트네틱은 최근 신규 크루들을 잇따라 영입하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아트네틱)

앞서 두나무와 협력 관계를 맺은 JYP도 소속 가수들의 IP를 활용한 각종 NFT 콘텐츠를 팬덤 타깃으로 발행할 전망이다. 엔터 업계가 NFT 사업에 관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NFT를 일종의 '디지털 굿즈'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다양하고, 발행된 NFT의 내재가치를 인정해줄 팬덤 또한 두텁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과거 'CD'나 '브로마이드' 등으로 상징됐던 스타의 기념품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NFT로 변모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는 올해 해외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티니 개발사 스카이마비스에 약 1800억원, 앞서 또다른 NFT 개발사 대퍼랩스와 NFT 마켓 슈퍼레어에 투자하는 등 NFT 산업에 적잖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세대 NFT 비즈니스, 마케팅 전장으론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가 꼽힌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현실공간을 대체할 가상의 소통 공간, 놀이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기존의 가상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제작·판매하고 월드를 구축하는 사용자 중심의 세계관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이때 NFT의 복제 불가능한 소유권, 희소성 보장 속성이 보다 가시적인 가치를 지닌 메타버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디센트럴랜드'나 '더샌드박스' 같은 블록체인 게임들은 이 같은 메타버스와 NFT의 결합 가능성을 잘 구현한 선례로 꼽힌다. 이들은 게임 내 부동산(토지)이나 아이템(사물)을 NFT화해 모든 재화에 대해 사용자의 개별적인 소유권 인정, 판매를 통한 수익화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 재화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더샌드박스의 랜드맵 일부, 각 영역은 모두 NFT로 연동돼 있으며 소유자도 제작사가 아닌 사용자 개인이다 (사진=더샌드박스 홈페이지)

또 NFT 아이템은 각 서비스 내부가 아닌 외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독립적 데이터다. 향후 표준화된 개발 환경을 공유하는 메타버스 세계에선 서로 다른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아이템이 마치 '차원 이동'을 하듯 공유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편 미국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샬 샤 페이스북 메타버스 제품 담당은 2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했음을 알리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NFT와 같은 한정판 디지털 재화를 메타버스에 전시하거나 안전하게 판매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 것"이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페이스북이 그린 메타버스 청사진에도 이미 NFT가 접목돼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페이스북은 2020년 기준 2억8000만명 이상의 월간 사용자 수를 보유한 글로벌 SNS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 경우 현재 2D 예술품, 디지털 굿즈 중심으로 형성된 NFT 시장 트렌드에도 적잖은 변화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복제는 못해도 누구나 만든다…'무법지대'의 아이러니

NFT(대체불가능한토큰)는 무분별한 복제가 가능했던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 희소성을 블록체인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 널리 주목받았다. 그러나 NFT를 누구나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기되는 저작권 침해, 사기 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인증서인 NFT는 누구나 손쉽게 발행할 수 있다 (사진=Pixabay)

NFT는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다. 연동된 콘텐츠·사물의 소유자, 거래 정보, 저작물 내용 등이 시간 정보와 함께 블록체인에 각인된 형태로 존재한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NFT로 기록된 데이터는 무단 변조, 삭제가 불가능하며 NFT는 동일한 토큰이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NFT를 보유하면 사본이 존재하는 디지털 콘텐츠라도 원본,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다.

NFT의 등장으로 현물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디지털 예술품, 디지털 굿즈, 디지털 기록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고가에 판매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이 좋은 예다. 지금도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이와 연동된 단 하나의 NFT는 그 상징성과 희소성을 토대로 약 30억원의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 (자료=https://twitter.com/jack/status/20)

모든 기록과 창작물에는 크고 작은 유·무형의 가치가 매겨진다. 예를 들어 유명인이 생전에 남긴 자필 편지나 메모가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이유는 내용의 공개 여부, 디지털 사본의 존재 유무와 무관하게 원본은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NFT는 이 같은 개념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NFT만으로는 '허점'이 많다. NFT는 엄밀히 말해 증명서의 역할만 수행한다. 현실에서도 어떤 증명서가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증명서의 발급 주체도 그만한 신뢰를 충족하는 곳이어야 한다. 예컨대 운전면허증에 지방경찰청장의 직인이 없다면 제3자에게 그것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급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현재 NFT는 누구나 제약 없이 발행할 수 있다. NFT로 발행하려는 디지털 콘텐츠, NFT가 발행될 블록체인, NFT 보관을 위한 지갑만 있으면 된다. 다시 말해, 누군가 소유한 디지털 콘텐츠가 사본일지라도 보유만 하고 있다면 이를 NFT로 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8월에는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를 사칭해 제3자가 NFT 작품을 100이더리움(ETH, 당시 시가 4억원 상당)에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뱅크시 본인도 알지 못하는 NFT 작품이 고가에 낙찰된 것. 이 사건은 거래 직후 판매자가 대금을 구매자에게 다시 환불하며 헤프닝에 그쳤지만, NFT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지 나타낸 사례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NFT 거래 마켓도, 국가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량 기준 전세계 1위 NFT 마켓으로 꼽히는 오픈씨(OpenSea)에는 2000만개 이상의 NFT 작품이 등록돼 있지만 그중 원작자 인증을 거친 작품은 없다. 오픈씨 이용 약관에도 '당사에 등록된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 NFT 발행 도구인 크래프터스페이스 서비스 첫 페이지에는 1일 기준 "최근 타인의 저작권을 NFT로 발행하고 이를 외부 마켓에서 판매하는 경우를 다수 발견했다. 그라운드X는 저작권 소지 여부를 보증하지 않으므로 사전에 저작권자로부터 반드시 이용 허락을 받으라"는 내용의 공지가 있다. 타인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NFT화하는 문제가 이미 만연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크래프터스페이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저작권 침해 유의 공지 (자료=홈페이지 갈무리)

NFT 마켓들이 이 같은 문제를 방관하는 이유는 아직 NFT 생성, 유통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들이 원작자와 저작권을 확인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중국 등 일부 국가와 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NFT를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매매에 따른 과세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이다.

결국 NFT 생성과 유통에 관한 제도적 보완이 없는 NFT 시장은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한 저작권 없이 NFT를 무단 발행하는 자, 이를 방관하는 유통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요구된다. 국내 NFT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NFT 거래에 대한 과세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보다 적법하고 표준화된 NFT 유통 환경을 조성해두는 것이 향후 과세 과정에서도 뒤탈이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NFT 투자자들에게는 당분간 주의가 당부된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가짜 NFT를 거래하더라도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유명 작가, 콘텐츠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NFT는 거래 시 공식 채널을 통해 실제 NFT 발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력 조회를 통해 오리지널 NFT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