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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 대전환 출처: 증산도와가을개벽

[신년 기획]문명,그 길을 묻다-세계 지성과의 대화(1) ‘총균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ㆍ“인류가 지금처럼 산다면, 50년 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건 없다”
ㆍ“권력 잡은 1%만 행복하고 99%가 불행하면, 혁명 일어날 것”

2014년이 밝았다. 갑오년인 올해는 한반도가 역사적 격랑에 휩싸였던 120년 전의 갑오년에 비유되곤 한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 일본의 보수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보수와 진보의 반목이 더욱 심해지며 ‘유신’과 ‘종북’을 불러 싸움을 시킨다.

사람들 사이에 놓인 선은 집단끼리 경계를 만들며 이젠 벽이 된 듯하다. 월드컵 붉은 티셔츠를 나눠 입던 우리들은 서로에게 보수와 진보라는 딱지를 붙였다. ‘민주화’라는 단어도 두 개의 뜻으로 달리 해석한다. 좋아하는 영화에 따라 편이 갈리고 밥상에도 함께 앉기 불편해졌다. 그 속에서 미래의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기회들은 우리 손을 떠나고 있다. 세계는 문명의 위기를 논하며 산업적 전환을 꾀하고 생태환경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길게 멀리 보려 하지 않기에 걸린 덫이다. 역사에서 반복된 패턴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린 인류가 지나온 긴 시간을 거울 삼아 지금 당장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멀리 보면, 엉켜진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의 해결 실마리도 잡힐 수 있다.

우리의 현재를 비춰줄 안내자로 미국 UCLA 지리학과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를 찾았다. 그는 인류 탄생 이전부터 내려오는 수억년의 역사를 연구해온 학자다. 문명의 발생, 이동, 몰락을 세밀히 살펴온 세계적 지성이며 남은 생을 지구의 생명이 지속 가능하도록 이어가는 데 쏟겠다고 선언한 활동가다.

지난달 9일 LA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리학자로 출발해 인류문명 발달을 연구하는 비교사학자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다이아몬드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2월9일 LA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붉은 벨벳 재킷으로 격을 갖춘 노학자는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우리의 대담은 한 시간 동안 몰입의 깊이를 유지했다. 이 문명의 살길을 묻는 내게 그는 온 정성을 다해 답했다. 

안희경 = 선생께서는 2006년 <문명의 붕괴(Collapse)>를 출판하며 지구별은 이제 시한폭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4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별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단지 1000년뿐이다.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고요. 우리 현대문명은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스티븐 호킹은
1000년뿐이라 했지만
우리 지구별은
이제 시한폭탄


다이아몬드 = 스티븐 호킹은 틀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리에겐 1000년의 시간이 있지 않아요. 고작해야 50년뿐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풀든지 망치든지 할 수 있는 시간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이 별을 망쳐놓고 다른 행성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살 만한 별이라면 분명 이 태양계 말고 다른 은하계일 텐데, 그 먼 별에 도달하려고 불가능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별을 망가뜨리지 않는 데 우리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안 = 50년이라는 시간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다이아몬드 =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50년 뒤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생선을 참 좋아하죠? 안타깝게도 세계 대부분의 어장이 50년을 못 버팁니다. 알래스카 연어 어장이 속한 미국 서부 태평양 해안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는 어려워요. 참치는 고갈되고 있습니다. 황새치는 대서양에서 사라졌고 태평양에서도 사라져가고 있죠. 또 다른 예는 목재입니다. 한국은 열대우림의 목재를 엄청나게 수입합니다. 이대로라면 세계 대부분의 숲은 30년 안에 사라집니다. 쉽게 꺼내 쓰던 화석 연료도 고갈되니까 바다로 더 멀리 나가고 더 깊이 파들어가죠. 또 다른 예는 물이에요, 담수. 소금물을 가져다 염분을 제거해서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럼 또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써야 하니까 안되고요. 지금 세계 강물의 85%를 사용하고 있는데 나머지라고 해봐야 아이슬란드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주 외딴곳이니까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실제로 물전쟁이 터질 만큼 위태롭습니다. 다뉴브강을 두고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가 충돌했고, 시리아와 터키도 그랬어요. 중국과 베트남, 태국까지 히말라야 고원에서 오는 물 때문에 갈등이 깊어질 조짐입니다.

뉴기니에서 현장 답사를 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교수. 지난해 한국어판이 출간된 <어제까지의 세계>는 뉴기니와 인근 섬 지방 부족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의 가치를 살핀 책이다.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안 = 마지막 물고기를 잡고서야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는 인디언의 예언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불 붙은 집 안에서 이윤과 성장을 담보로 한 내기장기에 정신이 팔려 있구나 싶은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비관적인 예측 아닌가 싶어요. 그동안 현대문명은 기술 발전을 통해 많은 해법을 제시해 왔습니다. 

다이아몬드 = 그래요. 기술은 많은 것을 해결합니다. 에너지를 예로 들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기술도 나왔죠. 덴마크에서는 20%의 에너지를 바람으로 만들고, 독일 서부와 스페인 북부에서도 풍력 발전의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80% 가까운 에너지를 핵발전으로 생산하고, 캘리포니아 남부는 태양열 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염 문제도 풀고 있죠. 하지만 이는 기술이 갖는 좋은 면일 뿐입니다. 이에 비해 나쁜 면이 있습니다. 바로 부작용인데 세상에 완벽하게 좋은 기술은 단 한번도 개발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냉장고에 쓰는 냉매가 유독해서 가스가 새어나오면 사람이 죽었어요. 밤에 자러 가면서 걱정을 했죠. ‘냉장고가 새면 내일 아침에 깨어날 수 없을 텐데’ 하고요. 그 와중에 굉장한 기술적 진보가 일어났습니다. 1940년대에 프레온이 발견된 겁니다. 사람이 죽을 일이 없어진 거예요. 기술 혁신입니다. 그런데 이 신념이 뒤집혔어요. 그것도 20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프레온 가스가 태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엄청나게 위험한 물건입니다. 프레온 가스는 금지됐습니다. 자, 이제 제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우리에겐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작동시킬 에너지 발전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바람이나 태양, 핵발전처럼 더욱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겁니다. 

기술 발전 폐해 알았다면
지속 가능 에너지 찾아야
환경정책 거부만 말고
정치인이 결단 내려야


안 =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가운데 핵발전을 거론하셨는데요. 대기 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많은 정부들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방사능이 유출되면 치명적입니다. 최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식품 오염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면서 탈핵 요구 등 저항감이 높습니다. 

뉴기니에서 현장 답사를 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교수. 지난해 한국어판이 출간된 <어제까지의 세계>는 뉴기니와 인근 섬 지방 부족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의 가치를 살핀 책이다.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아몬드 = 후쿠시마 인근 주민들에게 건강 문제가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 역시 비극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렸습니다. 이 비극 속에서도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그곳에 핵발전소가 없었다면 무엇이 있었을까요? 화석연료를 태웠겠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끔찍한 대기 오염을 유발합니다. 중국의 오염된 바람이 한국까지 불어오잖아요. 저는 후쿠시마의 비극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우리의 생활 말입니다. 오늘날 한국과 중국에 사는 사람들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결과물로 고통받고 있어요. 베이징 도로에서 일하는 경찰관의 평균수명이 42세입니다. 거리에서 들이마시는 공기 때문에 폐 관련 질환으로 죽어가죠. 부정적인 면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그 일을 하지 않는 겁니다. 

안 = 핵발전소가 필요하도록 조장하는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말씀인데요. 에너지 소비가 감소되면 자연히 발전량은 줄어들게 되겠죠. 

다이아몬드 =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이 쓰는 에너지의 반만 소비합니다. 미국인들이 유럽인들을 닮을 수 있다면 미국의 화석연료 소비는 반이 될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 결핍된 것은 정치적 결단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환경정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안 = 나쁘다고 정의되는 일들이 세상에 기여해 온 업적도 있습니다. 수많은 파괴를 동반한 산업화의 결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싼 가격으로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다른 결핍에서도 벗어났죠. 저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여는 있다고 여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값싼 소비를 통해 생활의 편리를 얻을 수 있었죠. 중국은 대기 오염을 줄이고자 철강 생산에 제동을 건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생산 감소로 미국 철강회사의 이윤이 늘고 값도 올랐어요. 중국 대기가 맑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의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소비재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서민의 부담이 커집니다. 1%와 99%가 대결하는 갈등 구조 속에서 함께 감내해야 하는 불편은 수치로만 평등합니다. 실제 고통은 가난하고 불안정한 약자의 등을 먼저 휘게 만들죠. 

가난한 나라 분노 생기면
부자 나라에도 문제 발생
그 예가 소말리아 해적
그들 공격 멈추는 방법은
정직하게 살도록
나눠주는 원조가 유일 


다이아몬드 = 그래요, 우리 삶의 표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어요. 당신과 나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하루 세 끼를 먹습니다. 소수의 농부들이 키워주고 있죠. 미국에서는 인구의 2%인 농부들의 생산성이 매우 높아서 98%를 다 먹이고도 세계로 수출을 합니다. 현대인들은 항생물질 덕분에 병에 걸려도 죽지 않고 치료가 될 거예요. 내 이야기는 우리가 현대문명을 배척하거나 항생제를 버리고 다시 감기나 천연두로 죽어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경제를 받아들이자는 겁니다. 

안 = 지속 가능한 경제란 무엇을 말하나요.

다이아몬드 = 생산에 맞춰 소비하는 겁니다. 알래스카 연어 어장이 예가 되겠죠. 미국 자연산 연어는 거의 알래스카에서 잡힙니다. 연어잡이 어부들은 정부가 알려주는 어획량만큼만 잡습니다. 매년 야생 연어의 숫자는 비슷하게 되죠. 반대의 예는 지중해 참치입니다. 참다랑어라 불리는데 일본에서 최고의 횟감으로 큰 건 1억원이 넘습니다. 자, 이쯤되면 일본 사람들이 참치초밥을 무척 사랑해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하지만 아닙니다. 유럽에서 지중해 참치 어장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자고 토론할 때 일본 사람들은 앞장서서 반대했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 5년이나 10년 안에 일본은 참다랑어를 먹지 못할 겁니다. 세상 모든 어장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한다면, 우리는 스티븐 호킹 말처럼 앞으로 1000년은 넉넉한 해산물을 갖게 될 겁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는
생산에 맞춰 소비하는 것
지중해 참치어장 지속성
일본인들이 앞장서 반대
그 결과 5~10년 안에
참다랑어 못 먹게 될 수도


안 = 제가 말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생수를 마실 수 있는 현실입니다. 누군가는 산소탱크를 사서 오염 안된 공기를 흡입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구조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는 소득에 따라 삶의 질이 굉장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의 논리라면 물건값은 큰 폭으로 상승할 거고요.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은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욕망은 그대로인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까요.



다이아몬드 = 맞아요. 부자는 참다랑어를 더 오래 먹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5년 안에 끝납니다. 당신의 질문은 바꿔 말하면 ‘부자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리지 않을까’인데요. 네,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부자들도, 가난한 이들도 즐기지 못할 것들이 늘어갑니다. 이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1%의 미국인들이 80%의 부를 가졌습니다. 나라들 간에도 비슷해요. 한국은 1인당 평균 소득이 대략 2만5000달러인데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는 500달러죠. 한국의 수입이 가난한 나라의 50배라는 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훌륭한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풍부한 해산물을 즐겨요. 수도꼭지에서는 맑은 물이 흐르죠.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계화가 상황을 변화시켰습니다. 과거에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화났다고 미국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민중이 분노한다고 해서 미국에 지장을 주지 않았어요. 그러나 2001년 9·11 이후 더욱 분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의 가슴에 분노가 일렁인다면 이는 반드시 부자 나라에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한 가지 예가 소말리아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부마저 무너졌어요. 그들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배들이 지나가는 겁니다. 유럽의 상선들, 미국의 상선들…. 그리고 그들은 해적이 되었습니다.

안 = 한국의 배도 여러 차례 납치를 당했습니다.

다이아몬드 = 소말리아 사람들이 한국에 문제를 일으켜 돈 챙기는 법을 발견한 거죠. 소말리아인의 공격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원조입니다. 그들 스스로 배고픔을 해결하도록 돕는 거죠. 한국 배를 잡아 인질을 삼는 대신 정직하게 일하며 먹고살도록 이끄는 겁니다. 부자가 자신이 살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좋은 이기심이 이것입니다. 이제 가진 것을 지키려면 나눠야 해요.

안 = 1% 지배층의 자기 보호 방법은 ‘함께 살자’는 99%의 요구를 들어주는 거네요. 그렇죠. 함께 살자는 생각이 권력의 카르마(업)를 멈출 수 있겠네요. 그 누구보다 긴 역사를 다루어 왔는데 역사적으로 문명이 몰락하는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지요. 절정에 오른 문명이 극적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왔습니다. 문명 자체가 고도의 발전인데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역설적입니다. 

지도자의 역할은 
사회의 안녕을 만드는 것
모두가 안녕해야지 
그들만 안녕해서는 안돼 


다이아몬드 = 지도자의 역할입니다. 역사 속에서 왜 어떤 사회는 몰락하고 어떤 사회는 그렇지 않았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문명을 이뤘던 마야 사람들이 대단한 천문학과 문자, 사원 등을 가졌을 때 왜 무너졌을까요. 마야 왕들이 뿌려놓은 인과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백성은 계속 굶주리고 헐벗어 가는데도 그들의 생활은 품격이 있었어요. 결국 지친 마야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왕을 타도했습니다. 지도자들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선거에 몰두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잠깐은 괜찮아도 사회를 몰락으로 이끄는 과업을 피할 수 없습니다. LA에서 제 평생에 두 번 시민 소요를 봤습니다. 하나는 1960년대 LA 다운타운 흑인 동네에서 일어난 왓스 폭동이고, 또 하나는 방화와 파괴가 넓게 자행됐던 1993년 로드니 킹 폭동입니다. 특히 많은 한국 상점들이 화염에 휩싸였죠. 가난한 사람들이 빈민 지역에서 뛰쳐 나왔습니다. 비벌리힐스의 부자들은 집이 불에 탈까봐 두려움에 떨었고요. 경찰은 뭘 했을까요. 길에다 노란 폴리스라인을 둘러치더군요. 그래도 만약 가난한 사람들이 진짜로 비벌리힐스를 불태우려 했다면 했을 겁니다. 그때는 분노가 충분히 타오르지 않았기에 소강되었습니다. 만약 100만명의 시민이 나선다면?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최상위 1%에 맞서 99%가 일어난다면 비벌리힐스는 사라집니다. 답은 지도자들의 역할에 있습니다. 자기들만을 위해 살겠다면, 권력을 잡은 1%만 행복하고 99%가 불행하다면,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다시 말합니다. 지도자의 역할은 사회의 안녕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모두가 안녕해야 합니다. 그들만 안녕해서는 안됩니다. 

안 = 선생께서는 문명사에 대한 저술을 발표하다 어느 시기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생을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낳은 다음 더 민감하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는데 지구 살리기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이아몬드 = 나는 쌍둥이를 두었어요. 1987년에 태어나서 26세입니다. 언젠가 지금 우리 둘이 나누는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2050년에는 세상이 어떻게 될까’, 그러는 거예요. 2000년은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내가 예순셋일 테니까요. 2050년은 상상 속 숫자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AD 3200년처럼요. 그런데 아들들이 태어나니까 2050년이 현실로 와 닿았습니다. 내 아들들이 예순셋이 되는 실제상황인 거죠. 당신에게 적용해 봅니다. 딸이 여섯 살이잖아요. 2007년에 태어났겠네요. 2050년이면 마흔셋이고 우리가 다 파괴하지 않으면 살아있을 거예요. 그래도 2050년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아이티처럼 전기도 없고 물도 없고 하수시설도 없을지 몰라요. 아니면 소말리아 사람들이 자동소총으로 배를 해적질하는 대신 핵무기를 들고 한국이나 미국에다 핵폭탄을 떨어뜨릴지도 모르고요. 큰 기업들의 지도자들이 요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그래서 물어봤어요. 쉐브론 최고경영자한테 언제부터 신경 쓰게 된 거냐고. 딸 이야기를 합디다. 집에 가니 열세 살 딸이 묻더랍니다. “엄마는 환경을 위해 오늘 무슨 일을 하셨어요?” “환경? 난 그 말만 나와도 괴롭다. 환경이 뭐가 중요한데. 시간낭비 말고 공부해라.” 딸이 퍼붓더랍니다. “엄마는 한심해. 엄마가 세상을 망치고 있어. 엄마랑 말 안 해.” 그래서 바뀌었대요. 많은 경제계 인사들이 같은 말을 합니다. 자식의 미래를 지키려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가슴으로 느낀 거죠. 당신의 한국 지도자들, 신문을 읽을 경제를 책임지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식이 있다면 그 아이들이 살 50년 뒤의 세상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당신들이 지금 안녕한 생활을 하든, 지중해산 참다랑어를 음미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안녕할 것인지 그걸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문명, 그 길을 묻다(2) 제러미 리프킨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ㆍ화석연료는 끝났다…재생 에너지 중심 ‘3차 산업혁명’ 다가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거래와 공유에 대해 일찌감치 예언했던 제러미 리프킨.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통찰이 현실에 부합하는 걸 확인하면서 더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이미 거대자본 중심으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 시장이 변할 수밖에 없음을 예언했다. 그 바탕에는 지구적 재앙으로 다가온 환경위기와 함께 인류 문명이 더욱 넓혀놓은 사람들의 공감 능력 확대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과 개인의 소통은 시장을 바꿔놓았다. 아프리카 수단 할머니의 좌판에 놓인 대바구니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와 묶여 스웨덴, 뉴질랜드로 팔려가는 시대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강화된 세상은 산업의 동력인 에너지 생산 체계마저 바꿀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두 개의 트랙으로 갈라지고 있다. 한 트랙은 현재의 대량소비사회를 유지하며 자본주의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추진한다. 다른 한 트랙은 재생 가능 에너지망을 설치해 환경재앙을 막고, 무엇보다 개인 대 개인이 연결되는 새로운 상품과 거래망을 선점하려는 도전이다. 

첫 시작점은 미미한 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트랙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어느 시기에 돌아가려 해도 이미 시간이 흘러버렸기에 과거의 출발점은 사라진다. 그래서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로부터 전 지구적으로 맞대결하고 있는 신구 트랙의 움직임, 그리고 오늘 우리의 문명이 어떤 전환점에 와 있는지 들어보았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던 지난 6일은 20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동부가 꽁꽁 얼어붙던 날이었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지난 6일 워싱턴 DC 자택에서 에너지 생산과 유통의 혁명이 중심인 3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소영 사진작가

 


▲ 온난화로 기후변화 재앙… 세계 ‘두 트랙’으로 갈려
원전 80% 프랑스는 물론 중국도 3차 산업혁명 동참


▲ 집·빌딩·PC·휴대폰… 모두 ‘개인 발전소’ 갖고
분산 생산해 수평 이동… ‘에너지 인터넷’이 미래


안희경 = <문명, 그 길을 묻다>의 첫 인터뷰 대상자는 문명을 탐구해온 생태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였습니다. 그는 지구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제 50년뿐이라고 했습니다. 자원이 고갈되기 때문이라는 진단입니다. 

리프킨 = 19세기 1차 산업혁명과 20세기 2차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우리는 화석연료를 다 퍼냈습니다. 전체가 같은 문명을 창조하겠다고 그걸 태웠죠.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만들어냈어요. 지구의 물 순환이 바뀌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는 땅에서 7%의 강수량을 빨아들입니다. 물이 균형을 잃고 더 많은 집중호우가 내립니다. 눈은 봄까지 오고 봄 홍수, 여름 가뭄에다 초대형 허리케인과 태풍이 더 자주 찾아옵니다. 지구는 4억5000만년 동안 5번의 멸종 시기가 있었는데 온도변화 때문이었죠. 과학자들은 지금 6번째 멸종이 시작됐고 이번 세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생명 종 가운데 최대한 60%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완전히 잠에 취해있어요.

안 =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경제를 제안했습니다. 

리프킨=무엇을 지속가능한 경제라고 했나요.

안 =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소비하는 겁니다. 선생님의 해법은 어떤 것인가요.

리프킨 = 우리가 할 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를 산업의 동력, 생활에너지로 바꾸는 3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겁니다. 이제 학문적인 단계에서 실용적인 단계로 넘어왔고, 클라우스 핸슈 전 유럽연합 의장,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받아들였습니다.

안 = 중국까지 에너지 정책을 수정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작년 11월 중국공산당 3중전회(제18기 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환경의제가 채택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대기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나보다 정도로 짐작했는데 그런 규모가 아니군요. 

리프킨 = 중국은 경제 변화에서 앞서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겁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도자들과 3주 동안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더군요. “리프킨, 우리는 1차 산업혁명도 놓치고 2차 산업혁명도 놓쳤소. 그렇지만 3차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중국국가전망공사 회장이 3차 산업혁명을 진행하겠다는 글을 3주 전에 발표했습니다. 전력 분산을 위해 에너지 인터넷 배치에만 820억달러를 4년 동안 쓰겠답니다. 제 책이 2012년에 중국에서 출판됐는데 당시 왕양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는 중국 최대 산업단지가 있는 광둥성의 수장이었고 지금 중국 경제 부총리인데, 그가 3중전회에 발표했고 리커창 총리가 선택한 거죠.

안 = 에너지 인터넷이 3차 산업혁명을 아우르는 핵심 같은데, 이는 선생이 만든 개념인지요. 

리프킨 = 이미 변화하고 있는 일입니다. 젊은이들이 음악 파일을 공짜로 공유하기 시작할 때 음반 회사들이 질겁을 했어요. 하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신문도 블로그에 대해 듣고 싶어하지 않았죠. 지금, 신문도 내리막길입니다. 이미 수십억의 인구가 오디오, 비디오 텍스트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죠. 게다가 거의 공짜입니다. 이와 똑같은 움직임이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안 =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캠핑 가면 알루미늄 포일에다 조잡하게 뭘 연결해서 태양열로 불도 밝히고 밥도 하는 이들을 봅니다. 휴대용 솔라 발전기인데 그 발상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아! 에너지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구나 해서요. 

리프킨 = 우리 모두가 발전소 주인이 되는 겁니다. 두 가지가 발생할 때 경제적 혁명이 일어났어요. 첫째,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창조하는 것, 둘째, 그것을 운영할 소통 혁명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경제 패러다임이 바뀝니다. 19세기에 수공업 인쇄에서 증기 인쇄로 옮겨갔기에 학교에서 공부할 만큼 인쇄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공교육이 발전하고 그 안에서 노동력 보충이 이뤄졌죠. 1차 산업혁명은 인쇄술과 기관차와 증기력을 갖춘 공장이 합작한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였습니다. 20세기의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 통합은 중앙집중식 전력, 전화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발전했고 자동차와 교외 문화를 운영하는 거대 소비사회를 만들었습니다. 2차 산업혁명이죠. 하지만 이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타르샌드(모래층에 섞여있는 중질 원유) 같은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지구를 오염시키며 더 많은 비용을 유발하니까요. 생산성이 없습니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의 새로운 수렴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이 추진합니다. 중앙 집중이 아니라 분산적인 방식이죠. 이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형식이 아니라 협력적입니다. 수평적인 권력입니다.

지난달 한국전력이 완공한 경남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89번 송전탑. 높이 128m, 무게는 219t에 이른다. | 연합뉴스


안 = 인터넷은 수평적 소통이고 분산적 권력인 것은 모두 동의합니다. 그런데 분산적인 에너지는 무엇입니까. 

리프킨 = 석유, 천연가스, 핵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등은 몇몇 지역에서만 발견됩니다. 거대한 군사적 투자를 요구하고 지리정치학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규모 자본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안 = 지난 100년간의 군사적 충돌을 화석에너지를 향한 지정학적 긴장으로 보는군요. 

리프킨 = 분산적인 에너지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집과 빌딩을 개인 발전소로 바꾸는 거예요. 지붕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끌어오고 건물 벽면에 수직으로 바람에너지를 받고 땅 밑에서는 지열을 끌어올립니다. 빌딩 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 컴퓨터 갖고 있죠? 휴대폰도 있죠? 이제 개인 발전소를 갖는 겁니다. 다섯 가지 핵심 요소 중 첫째가 바로 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인데 유럽연합이 공식 서약을 했습니다. 2020년까지 전력의 3분의 1을 재생 에너지로 바꿀 겁니다. 

안 = 프랑스는 핵발전으로 80%의 전력을 충당하는데도 변화에 참여합니까. 

리프킨= 프랑스가 달라졌습니다. 올랑드 대통령이 작년 9월에 3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우리팀과 함께 프랑스 북부 노르 파드칼레 산업지구에 대한 마스터 플랜도 마친 상황입니다. 20년 동안 1년에 20억유로를 쓰기로 했어요. 독일에서는 제가 메르켈 총리의 공식적인 조언자로 함께합니다. 독일은 이미 23%가 그린 전력이고 2020년까지 35%의 전력이 기존 건물에서 나오게 될 겁니다. 자, 여기 두번째 핵심 사항이 있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는 겁니다. 살고 일하는 건물을 작은 개인 발전소로 개조하는 데는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천개의 작은 사업장이 필요해요. 인간의 노동력이 집약적으로 필요하기에 경제가 살아납니다. 

안 = 미국의 전 노동장관이 대기업이 미국에다 제조공장을 세웠다고 해서 일자리 창출이 되겠구나 싶어 반갑게 축하 연설을 하러 갔다가 기겁을 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 인간 직원은 100여명뿐이고 기계들이 도열해 있었던 거죠.

리프킨 = 일자리뿐 아니라 더욱 큰 기회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주인이 작은 생산조합이라는 겁니다. 소비자조합, 개인, 농부, 도시거주민들이 주체입니다. 거대한 회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핵심 요소 세번째는 에너지 저장입니다. 햇빛이 매일 있는 것도, 바람이 늘 부는 것도 아니기에 이를 저장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도록 수소 축전 기술이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인터넷처럼 작동된다는 겁니다. 남는 에너지가 있으면 스마트폰 앱에다 프로그램 할 수 있고 이 전기를 아일랜드에서 동부 유럽에다 건네줄 수 있어요. 인터넷처럼 하면 됩니다. 정보를 만들어 디지털로 저장하고 온라인으로 나누는 거죠. 지금 독일, 덴마크에서 시작 단계입니다. 다섯번째는 운송입니다. 도요타가 2015년에 수소차를 선보일 예정이고 혼다, 현대, GM이 이미 수소 연료전지차를 완성했습니다. 곧 아무 빌딩에서나 플러그를 꽂고 수소 하이브리드 차에 충전하면 됩니다. 반대로 남은 전기를 그린 에너지로 돌려놓을 수도 있고요. 이 다섯 가지 핵심 요소는 3차 산업혁명을 만드는 인프라 구조입니다. 앞으로 10년에서 30년 사이에 전체 경제가 바뀔 겁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에너지 이용의 패러다임을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 기존의 중앙집중적 방식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는 분산적 에너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 있는 유니레버 사옥(왼쪽 사진)은 태양열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리창-태양열 보호장비-비닐로 벽체를 3중 설계했다. 건물 구조를 변경해 재생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독일 함부르크 빌헬름스부르크 미테 지역에 있는 에너지 벙커. 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요새를 리모델링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바꾼 것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핵이 공해 없는 에너지라 ‘에너지 자본’이 우릴 속여

▲ 조합, 농부, 도시민 등이 스스로 그린에너지 창출
‘에너지 민주화’ 이룩해야


▲ 한국, 이 기회 놓치면 10년 뒤 세계 2부리그에

안 =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유리하다는 입장이 여러 중앙 정부들의 호응을 얻습니다. 한국도 그렇습니다. 물론 건설되는 지역의 저항은 심하죠. 한국은 원자력 말고도 밀양 송전탑 건설로 어르신들이 목숨을 끊어가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공급 거리가 멀더라도 경제적 효율을 위해서는 대규모 발전을 해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리프킨 = 송전탑은 중앙 집중적 방식입니다. 먼 거리에서 가져오고 그 지방사람들은 희생을 강요받죠. 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소도. 이들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닐뿐더러 모두 몇몇 사람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고 그들을 위한 겁니다.

안 = 그래도 핵발전은 태워 사라지는 것이 아닌, 재생 에너지이자 공해 없는 그린 에너지라는 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리프킨 = 아닙니다. 핵발전은 우라늄에 기초합니다. 일정량의 우라늄이 땅속에 있어 이를 플루토늄으로 재생하는 것인데 당신은 이 테러의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플루토늄을 갖기를 바랍니까? 자, 핵발전이 진행되는 비즈니스 세계의 논쟁을 들려줄게요. 좀 깁니다. 제가 세계에서 제일 큰 개발팀의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IT, 전자, 물류, 건축, 건설, 금융 다 모여있는데, 우리팀 CEO들은 핵발전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끝났다고 진단합니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에 20년 동안 그 누구도 핵발전소를 짓지 않았어요. 그러다 기후변화 이야기가 나오니까 핵 산업에서 “잠깐만 당신들은 우리가 필요해.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거든”하며 목소리를 높였죠. 이 주장에는 큰 하자가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최소한의 영향력을 미치려면 20%를 생산해야 하는데 원자력은 6%뿐입니다. 그렇다고 20%를 채우려면 노후된 핵발전소를 다 제거하고 매달 한 개씩 40년간 세워야 합니다. 비용적으로 이득이 없습니다. 두번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하기를 우라늄이 부족해 2030년에는 비용이 올라가 적자가 될 거라고 했어요. 그 다음, 핵 폐기물을 묻을 곳이 없습니다. 70년 동안 핵발전소들이 핵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방법을 모릅니다. 미국은 네바다주에 핵 폐기물 지하창고를 세우는데 16년 동안 80억달러를 썼습니다. 우리는 단 한번도 그 창고를 열어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그곳이 새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냉각수가 없다는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40%의 담수를 냉각수로 쓰는데 기후변화로 물이 뜨거워 쓸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그리 급하게 유럽과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거죠. 해수면에 세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위태롭습니다. 쓰나미와 태풍이 더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왜 그렇게 비싼 핵발전을 하려고 하는 거죠? 한국에는 모든 사람이 다 생산할 수 있는 공짜 그린 전기가 있는데요. 원자력발전은 중앙 집중 방식으로 몇몇 회사들에만 이득을 줍니다. 모든 동네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으로 소유할 수 있는 그들만의 에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독일이 지금 하는 일이죠. 모든 한국인이 자기 마당에서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 때 ‘파워 투 더 피플’, 즉 국민에게 권력을 쥐여줬다고 부를 수 있는 에너지 민주화를 이룩하는 겁니다. 

안 =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생산 동력인 에너지를 국민 손에 쥐여줌으로써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작동되겠네요. 가슴 뛰는 일입니다. 기존의 에너지망 속에 있던 기업들은 무엇을 하게 됩니까. 

리프킨 = 과거 중앙 집중식은 전기를 팔아서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경영하는 사람들은 생산성의 85%가 열역학적 효율이고 단지 15%만이 설비와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가진 전력 회사의 도움으로 전체 망 속에서 남는 에너지가 부족한 곳으로 원활히 흘러가도록 운영되면 에너지 비용과 재료 비용, 자원 비용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생산성은 극적으로 상승할 겁니다. 더 많은 성장이 이뤄질 거예요. 독일 전력회사 RWE, EnBW, 프랑스 최대 전력회사인 EDF도 이 길에 동참했습니다.

안 = 한국이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요.

리프킨 = 지금부터 10년 뒤에는 힘의 논리에서 2부 리그에 있게 되겠죠. 유럽과 중국이 이미 움직였습니다. 

안 = 미국은 어떻습니까.

리프킨 = 미국과 캐나다는 불행히도 궤도 밖에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오리건주와 뉴잉글랜드, 텍사스 남부의 샌안토니오부터 오스틴까지는 움직이고 있어요. 정말로 슬픈 일은 요즘 미국이 한다는 혁신에 있습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만들며 산업혁명의 반을 이뤘는데, 그만 멈춰 버렸어요. 셰일가스와 타르샌드로 가버렸습니다. 기존의 에너지 회사들이 우리에게 엉터리 상품을 팔아먹는 일을 용인한 겁니다. 셰일가스, 타르샌드가 훨씬 싸다며 그 값만 선전하고 있어요. 이는 중앙 집중화된 화석에너지 자본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 = 미국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움직인다는 보도가 등장합니다. 셰일가스는 지하수 오염에다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는 비판을 받는데도, 워낙 기름값이 오르니 한국도 가스공사, 석유공사, SK 등이 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리프킨 = 셰일가스 쪽으로 엄청나게 몰리는데, 미연방 정부가 말하기를 2020년이면 셰일가스 가격이 올라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가격을 유지하면서 미국은 결국 6년이란 기회의 시간을 놓치는 것이죠. 2025년엔 2류국가가 될 겁니다. 

안 = 한국은 서울시에서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합니다. 전력 수요가 가장 큰 곳에서 수요를 줄임으로써 서울로 인해 먼 곳에 세워질 수 있는 원전 건설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리프킨 = 서울시는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바마는 정말 큰 실수를 했어요. 그는 수십억달러를 경기 부양에 썼습니다. 하지만 고립적인 프로젝트에다 각각 따로 놀도록 했어요. 배터리 공장은 여기에, 태양열 공장은 저기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핵심은 연결된 설비를 만드는 겁니다. 

안 = <공감의 시대>에서 선생은 우리가 협력적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공감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신자유주의 논리 속에서 공기업의 이윤을 셈하는 요즘인데 인간의 착한 본성을 신뢰하기에는 시절이 참 각박합니다.

리프킨 = 신경인지과학과 진화생물학에서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신경회로망을 갖고 태어났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신 팔에 거미가 기어가는 걸 본다면, 나도 간지러울 거예요. 또 피를 흘리면 나도 움찔할 테고요. 인간은 공감 신경으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랑이보다 힘이 약하고 느린데도 살아남았겠죠. 본성적으로 어울려 살고자 교감합니다. 모든 문명도 그래서 이룩해 왔고요. 젊은이들은 필리핀에 태풍이 왔을 때 트위터를 날리고 비디오를 찍어 보냈습니다. 페이스북을 하는 아이들은 글로벌 교실에 있죠. 이들은 이제 인류를 핏줄로 나누지 않아요. 다른 종들 역시 가족의 일부라고 여길 겁니다. 온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끼죠. 물론 나는 나이브하지 않아요. 2075년을 생각하면 몸서리쳐집니다.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거든요. 모든 두 번째 이슈들은 미루고 심각하게 우리 사회의 전환에 뜻을 합쳐야 합니다.

▲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68)
10년간 EU 자문…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하는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필자 안희경씨(오른쪽)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68)은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워튼경영대학원 교수다. 또한 비영리 조직인 ‘경제동향연구재단(Economic Trends)’을 설립해 새로운 기술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공공의 이익 수호에도 관심을 갖는다. 최근에는 우리 문명이 맞닥뜨린 지구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내는 지역 및 국가적 산업구조 재편에 관여하고 있다. 

리프킨은 지난 10년간 유럽연합 자문역으로 활동했으며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사파테로 스페인 전 총리 등의 공식 자문역할도 맡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로 19권의 책을 35개 언어로 출판하면서 노동·환경·정치·사회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미래학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왔다. 저서로는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 <수소혁명> <공감의 시대> <3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리프킨과 만난 날, 그의 책상에서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났다. 4월에 영어권에 배포되고 9월에 한국어 등으로 출판될 다. 책상 왼편에는 쌀 세 포대는 됨직한 새 책의 자료와 초고 더미가 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옛날 전화번호부 두께의 A4용지 원고 묶음을 올려놓았다. 방대한 사고의 흐름이 압축되어 한 권으로 완성되는 엄청난 집중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쉼없이 현재를 통찰하며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3) 하워드 가드너 미국 하버드대 교수

 

경향신문 2014-01-27 

 

ㆍ한국, 경제적으로 성공했는데… ‘전쟁터 사회’ 벗어날 때도 돼
ㆍ바른 사람·바른 노동자·바른 시민이 되도록 아이들 가르쳐야

한국 사회에서 입시 경쟁이 세대가 바뀌어도 느슨해지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한 반면 분배가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력별 소득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고 학벌에 따라 기회가 제한되는 관행들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존엄을 갖출 만큼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복지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 때문에 불안은 커지고 경쟁은 점점 과열된다. 어른의 불안과 불만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쏟아지면서 우울한 어린이를 양산하고 있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나마 아직 열려 있는 보험 같은 문이라는 명문대 입시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 길에는 돈과 희생이 쌓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덫이 하나 있다. 공정하다는 평가시험 자체가 인간 능력에 대한 차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갖춘 여러 능력 가운데 수리능력과 언어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유리하도록 제도가 짜여졌다. 논리적 추론이 정교하고 셈이 빠르며 잘 외우는 능력만을 우대해 기회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25년 전, 하버드대 교육심리학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인간의 능력을 가늠하는 단일지능 우대 시스템에 반론을 제기했다. 인간의 두뇌는 8가지 다중지능을 갖고 있다는 이론이다.

그의 이론은 급속히 학계에 퍼졌고, 연구와 임상 그리고 뇌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견고한 틀을 갖추게 되었다. 전 세계 대학과 연구소가 다중지능이론을 존중하며 현실에 적용시켜 나간다. 21세기 들어와서는 대중적으로도 확산됐다. 앞서 2회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21세기를 ‘공감의 시대’라고 했다. 우리의 지능 가운데 인간 친화 지능과 자기 성찰 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사회경제적으로도 교류 양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닥쳐올 위기들 또한 협업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소통과 협력의 시대를 맞아 한국 교육 역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수업과 평가를 통해 문명의 지속성을 단단히 지켜내야 할 때다.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지 조언을 듣고자 하워드 가드너 교수를 만났다. 지난 7일 하버드대 그의 연구실에서 나눈 이야기다. 

 

▲ 언어·수리 능력 재는 시험이
“왜 죽나” “왜 싸우나” 같은 사유 능력 측정하진 못해


▲ 제도 안의 ‘학벌 편견’ 문제
남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라


안희경 = 요즘 대학 입시 발표가 나고 있습니다. 결과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한국은 대학이 마치 교육 레이스의 결승점처럼 됐어요. 대학을 가야 하고, 이름 높은 학교를 가야 남은 인생이 보장된다는 안도감을 얻습니다. 

하워드 가드너 = 왜 부모들이 자식을 그렇게도 명문대에 보내고 싶어 할까요?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적 높은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 가면 그들과 어울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죠. 물론 그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시험 점수로 사람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우는 것을 반대합니다. 왜냐면 똑똑하다고 칭찬할 만한 능력은 성적이 좋은 경우뿐 아니라 여러 다른 재능들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어느 특정한 능력에만 찬사를 보내고 미화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학과 언어 능력 중심으로 사람들한테 영광을 얻게 해준 거예요. IQ(지능지수) 검사를 보다 정교하게 보완한 검사 중 하나가 미국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치르는 SAT입니다. 한국 시험도 이와 비슷할 거 같은데요. 언어 점수와 수학 점수를 중시하는 일종의 단일지능 위주의 테스트죠. 20세기 산업 패턴에 맞춰진 테스트입니다. 이런 시험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자기를 바로 보는 능력, 예술적인 자질, 창의력은 평가할 수 없습니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매우 필요한 능력인데도요. 

안 = 시험 잘 못 봐서 기죽고 머리 나쁘다 실망하고, 또 IQ 낮아 열등감에 빠졌던 시간들이 결국은 단일지능 중심으로 만들어진 제도 때문에 자기비하를 한 거였군요. 억울해집니다. 

가드너 = 본인의 IQ를 압니까? 저는 모릅니다. 미국에서는 다들 몰라요. 안다 해도 IQ를 대화에 거론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을 평가틀로 끼워넣는 거니까요.

안 = 인종차별처럼 통용되는군요. 우리의 경우는 ‘머리가 좋다’는 표현이 대화에서 자주 오고갑니다. 

가드너 = 그렇다고 논리적 사고를 평가하는 IQ 테스트가 그 사람의 미래를 잘 맞추는 것도 아닙니다. 한 가지에 초점을 둬서 검사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조건들을 더해서 검사를 하면 예측성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사람의 미래를 뭐라 예측한다는 것이 참 부질없음을 알게 하죠. 성적이 좋으니까 법대 가면 잘할 거라는 기대감도 IQ 위주로 평가해서 나온 건데, 법은 논리와 언어 능력이 동등하게 요구되기 때문에 수학 잘한다고 법대 교수가 될 거라는 기대는 틀린 겁니다. 의사도 그렇습니다. 과학과 의학에다 환자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환자의 얼굴을 보며 상태를 읽어내는 능력은 IQ가 아니라 인간 친화 지능에 더 가깝죠. 바로 이 인간적 교감 때문에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고요. 누가 훌륭한 판매능력을 갖춘 마케터인지 알려면 시험 성적에 중점을 두면 안됩니다. 그 사람이 당신한테 물건을 팔 수 있는지 보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니까요. 또 새로 발명품을 만들어야 한다면, 이때는 그 어떤 시험도 미리 줄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안 = 성적 좋은 학생을 칭찬할 때는 학습 능력뿐 아니라 그 성실함까지 높이 사서 그런 건데요. 이도 특정한 재능과 연결되어 있기에 그런 이들이 조금 쉽게 참아낼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가드너 = 여러 사람이 평가받는 시험은 우선 치르기 편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거부터 언어·수리 능력 위주로 출제해온 겁니다. 그런 시험지에는 큰 질문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죽는가’ ‘사랑이 무엇인가’ ‘사람들은 왜 싸우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천 년 넘게 흐르는 긴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런 사유하는 질문들은 답하는 데도, 점수를 주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하지만 이런 질문에 쉽게 몰두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있습니다. 실존지능(Existential intelligence)이라고 논문을 발표할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런 큰 질문들은 종교와 철학 그리고 때로는 문학으로 승화되죠. 이런 능력은 테스트로 알 수 없죠. 수리능력, 언어능력이 독창성, 창의력, 공감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되어서는 안됩니다. 21세기는 협력하는 작업이 훨씬 중요해요. 이것도 우리가 종이에다 연필로 적어서 테스트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죠.


▲ 대부분 아이들이 학원 가는 한국 교육의 현재 상황은
매우 심각한 병리적 증상


▲ 한국서 다중지능이론 인기
아이의 흥미·자질 측정 아닌 8가지 지능 개발로 왜곡돼


안 = 이달 초 한국 언론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노동시장 선호와 선별에 기반한 입시체제의 분석과 평가’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학벌에 따라 받는 차별이 성별이나 연령, 출신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같은 대졸자라도 출신 대학에 따라 임금, 승진, 조직 내 관계에서 차별을 경험했는데 그 비율이 50%에 육박합니다. 

가드너 = 엘리트 학교를 다녔고 지금도 엘리트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 맞춤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한마디하고 싶은데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보다 나의 목표, 나의 능력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평가하는 겁니다. 남의 평가에 위축되는 분위기가 참 슬퍼요. 저는 아이가 넷인데 평판이 좋기를 바라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떤 중요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주목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무룩해지면 이렇게 말해줍니다. “애야, 너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문제란다.” 한국의 제도 안에 있는 학벌에 대한 편견이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 몹쓸 일이죠. 그래도 우리 눈으로 스스로를 진단해야 해요. 미스터 김이, 미스 박이 생각하는 대로 휘둘리면 안됩니다. 이럴 때 제도의 협조가 있다면 상황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안 = 사회 제도를 바꾸느냐 교육 제도를 바꾸느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라기보다 두 가지 모두 아우르면서 편견을 깨는 인식의 확장이 이뤄져야겠습니다. 

가드너 = 내가 매우 관심을 기울이는 두 개의 사회가 있어요. 핀란드와 이탈리아 북부입니다. 이곳은 중국이나 싱가포르보다 훨씬 균형감을 갖추고 있죠. 

안 = 두 곳 모두 경쟁보다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네요. 이탈리아 북부는 협동조합에서 태동한 레지오 아밀리아 교육을 떠올리게 합니다. 핀란드는 교육 이전에 복지와 부의 분배가 어느 선진국보다 잘된 곳이고요. 평등한 사회가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가드너 = 그렇죠. 내가 투표장에 가서 선거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걱정만 늘어놓을 것인지 바꿀 것인지 여러분이 결정해야 합니다. 제도를 바꾸고 싶다면 나서야죠. 출마도 하고 선거운동도 해서 도전하는 겁니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모두 명문대를 나왔다면 국민한테 아주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겁니다. 모두 좁은 구멍 속으로 자식을 밀어넣게 만들 거예요. 정부 요직에 있는 이들이 모두 같은 대학 동창생이라면 한국 사회의 긴장은 느슨해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학교를 나온 남녀가 정부 부처에 모여 뜻을 펼친다면, 사회로 퍼지는 의미는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안 = 협력을 깨는 것은 누군가 이윤을 독식할 때입니다. 교실 속 문제도 결국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가드너 = 사회가 더욱 다양성과 다원적인 문화를 가질 때 서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싸움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한국이야말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회가 됐는데 “긴장 풀자”고 여유 좀 부려도 되지 않나요? 이제는 돌볼 때입니다.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저의 다중지능이론이 인기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가요? 

안 = 중국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같습니다. 

가드너 = (웃음) 아이의 흥미와 자질을 알아보려고 이용하기보다 8가지 지능을 다 개발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는군요. 

안 = 본뜻과는 다르게 입시 경쟁, 출세 경쟁에서 남보다 뛰어나도록 키우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교육 시장이 커져서 그런데요. 유아교육 시장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죠. 

가드너 = 정말로 사회 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부모를 먼저 교육시켜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은 모두 다른 자질을 갖고 있고 그 다양한 능력이 존중받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인식할 때 사회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안 =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생하지 않고 잘살기를 바랍니다.

가드너 = 물론이죠. 단, 무엇이 잘사는 삶인가 물어야 해요. 편안하려면 돈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일단 돈을 갖게 되면 금방 불행해져요. 늘 다른 사람이 더 많이 갖고 있는 걸 알게 되니까요. 많은 연구 결과가 그래요. 행복의 의미가 무얼까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산적일 때,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되도록 도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삶이 잘사는 것 아닐까요? 


안 = 학교에서 행복을 경험하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수업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가드너 = 나는 학교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자기 일을 즐기고, 조금 더 나아지려 애쓰고, 또 서로 나누며 기뻐한다면, 그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의 미래가 또 그렇게 될 겁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을 절대로 듣지 않습니다. 다만 부모가 하는 행동을 봅니다. 부모가 “나는 정말이지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돈에 더 관심을 가지면,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돈이구나’라고 배워요.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어른들이야말로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책에서 뭐라고 하는가와 상관없이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어른의 모습으로 자랍니다. 

안 =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어른들 말씀이 생각납니다. 한밤에 우는 아기를 염려하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는 마을이라면 그곳에서 자라는 아이는 느긋하고 너그럽겠죠. 그런데 한국의 어린이들은 바쁩니다. 지금 방학인데도 학원 가느라 놀 틈이 없습니다. 다들 선행학습을 하기에 미리 배우고 학년에 올라가야 뒤처지지 않는다는 조바심이 있어요.

가드너 = 솔직히 말하면, 제게는 매우 병적 증상으로 들립니다. 아이들한테서 어린 시절을 빼앗는 강도짓이에요. 더 좋은 성적을 내라고 몰아치는 건데 그 시험은 어떤 누군가가 만든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해야 하는가 보다 생각한다면, 이건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쥐가 된 겁니다. 거기에서 꼼짝 못하고 계속 달리고 있는 거예요. 틀에 갇혔어요. 내가 만약 한국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이렇게 외칠 겁니다. “좋아, 이제 그런 시험은 없어. 다 걷어내는 거야.” 그럼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아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도 자기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발견하도록 기회를 줄 겁니다. 그런 시험 없이 우리는 훨씬 더 잘 해나갈 수 있어요. 그리고 모든 8살짜리가 같은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옳지 않아요. 사람마다 수리능력이 다르니까요. 어떤 8살 아이는 10살이 배우는 걸 해볼 만합니다. 그럼 기회를 줘야죠.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방과후에 학원으로 간다는 것은 병리학적 신호입니다. 알아차려야 합니다. 

안 =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합니까.

가드너 =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일 년 전이었어요. 한 학생이 찾아와서 말하더군요. “저는 왜 학교가 필요한지 더 이상 모르겠습니다. 모든 질문의 답은 이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잖아요.” 그래서 학생 말이 맞다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의 답은 아니죠. 한 종류는 없습니다. 바로 우리들 존재에 관한 질문들이죠. 나는 아이들이 자라나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가정을 이루어 자비로움, 보살핌이 중요하다는 것을 식구들과 나누며 살면 좋겠어요.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살아있는 단 한 가지 이유입니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굿 프로젝트’(www.thegoodproject.org) 일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사람들한테 세 가지 선을 이야기합니다. 바른 사람, 바른 노동자, 바른 시민이 되자고요. 바른 사람은 당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바로 달려가 돕는 사람입니다. 바른 노동자는 훌륭하고 참여적이며 도리에 맞게 살아가면서 공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충만하게 사는 이들이죠. 바른 시민이 되는 것은 규칙과 법을 알고 보살피며 윤리적으로 활동하는 겁니다. 자기만 성장하지 않고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거예요. 이 셋을 함께 이룰 수 있다면 바른 사회가 되겠죠. 신자유주의 속에서 돈이 제일이 됐고 세상이 없어질 때까지 그 돈을 쥐려고들 애씁니다. 참으로 멍청할 뿐 아니라 아주 위험합니다. 멍청한 이유는 그 누구도 충분한 돈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고요. 위험한 것은 이 세상에 쓸 수 있는 자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지혜와 지식을 동원해서 잘 사용해야 합니다. 농작물도 물고기도 광물도 그 양이 정해져 있기에 아끼고 또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눈을 부릅떠야 해요. 지금의 엄청난 소유 격차로는 이 세상을 지켜나갈 수가 없습니다. 과학도 수학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합니다. 오직 깨달음뿐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깨닫고 이 세상을 모두와 공유하며 살겠다는 인도적 가치를 깨달아야 생존할 수 있어요. 자유, 정의, 평등에 대해 일어났던 우리 문명의 혁명을 이해하며 편가르기보다 함께하도록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진실해야 한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71)
다중지능이론 창시… 개인 잠재력·지능의 다양성 밝혀


하워드 가드너(71)는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과 교수이자 하버드대 심리학과 겸임 교수이다.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의 창시자로, 그의 교육심리 이론은 여러 나라에 도입됐다. 또한 다중지능이론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는 학교와 연구소가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인간의 예술적·창조적 능력의 발달 과정을 분석하는 ‘프로젝트 제로’ 연구소의 책임자로서 20여년간 지능과 창조성, 리더십, 교육방법론, 두뇌개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1981년 맥아더 펠로십, 2000년 구겐하임 펠로십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윌리엄 데이먼과 함께 ‘굿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바른 사람, 바른 노동자, 바른 시민을 길러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데 열정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열정과 기질> <체인징 마인드> <마음의 틀> <다중지능: 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진선미> 등 29권의 책을 출판했고 32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 저서로는 작년 10월 영어로 출간된 <앱 세대(The App Generation): 오늘날 젊은이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친밀감 그리고 상상력을 펼치는 방식>이 있다.

▲ 다중지능이론

인간의 지능은 그동안 IQ 위주로 단일하게 평가돼 왔지만, 실상은 8가지 다양한 능력으로 이뤄진 다중지능이다. 8가지 지능은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이다.

각각의 지능이 드러나는 정도를 조합하면 개인이 갖는 잠재력과 개성은 무한하다.

가드너 교수가 제시한 8가지 인간 지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뇌과학으로 더욱 풍부하게 증명되고 있다.
사고로 두뇌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각각의 지능이 급격히 줄어드는 임상을 봐도 각 지능이 독립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 그 길을 묻다](4) 노엄 촘스키 미 MIT 교수 

2014-02-24 

 

ㆍ한반도 비핵화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시도라도 해야
ㆍ통일 대박? 이득보다 한국인의 열망 살려내는 차원 돼야

우리 문명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부분이 바로 위협받는 평화다. 지구의 생을 늘려보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가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 세계 평화를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화석 에너지원이 몰려 있는 중동과 더불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가 꼽힌다. 중국의 경제·군사적 팽창이 시작되면서 세계 강국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동의 자원을 가져오는 해로뿐 아니라 육로까지 파키스탄에 거점을 확보했고, 동시에 자신의 동쪽 해안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일본과 한국을 긴장시킨 방공식별구역 선포에서 드러났다. 반세기 넘게 미국이 관할하던 북태평양 해상지역에서 중국이 부상하자 미국 역시 오키나와부터 호주까지 해군기지를 강화했다. 거대 세력들의 틈바구니에 자리한 한반도는 북한의 핵개발과 맞물려 더욱 신중한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아우르고자 동북아 정세를 넘어 큰 그림으로 평화 의제를 조언할 분을 찾았다. 필자에게는 노엄 촘스키 교수가 최선이었다. 2년 전 대담을 하면서 미국의 힘이 미치는 중동·유럽·남미의 정세와 함께 동북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오랜 성찰을 피부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 힘의 지형을 제기했다. 그후 중국의 팽창은 꾸준히 확대됐고 중동 정세의 다변화 속에서도 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언적으로 제기한 ‘통일대박론’, 북·미관계 속 6자회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이 모두 세계 권력의 역학 속에 엉켜 있는 매듭이기에 반세기 이상 힘의 이동을 성찰해온 촘스키를 찾았다. 대담은 지난달 31일 매사추세츠공대(MIT) 그의 연구실에서 가졌다. 이미 상반기 인터뷰 일정이 마감되었고 촘촘한 시간표 속에서 틈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인터뷰 의도를 전하는 e메일을 보내 답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일정은 신속하게 잡혔다.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며 세계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그의 깊은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핵 전쟁은 그야말로 대재앙
비핵화 지역 확대 모색 바람직
한반도, 쉽지 않겠지만 가능


▲ 중국, 중동 등지에 거점 확보
미 압박 벗어나려는 노력
중앙아시아 쪽 향해 힘 키워


안희경 = 현재 시리아와 남수단이 전쟁에 휩싸여 있고 우크라이나 역시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늘 전운이 감도는 지구촌에서 평화는 생존과 결부된 의제가 됐어요.

촘스키 = 전쟁이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전쟁도 쉽게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핵전쟁은 그야말로 완전한 재앙입니다. 일단 벌어지면 뒷수습을 고민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습니다. 그 위력을 우리는 알죠. 겪어 봤잖아요? 이제부터 어느 나라에 심각한 수위의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우선 핵겨울 현상만으로도 그곳의 모든 것은 붕괴될 겁니다. 마비될 정도로 파멸적이죠. 지금 세계는 핵무기 문제가 그 무엇보다 심각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바람이 살아 있습니다. 핵무기 없는 비핵화 지역을 세계 곳곳으로 늘리자는 모색입니다. 남아메리카는 핵무기가 없는 곳입니다. 아프리카는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이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섬에서 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지역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군사력에서 미국은 독보적입니다. 2등이라 불릴 수 있는 상대가 없습니다. 세계 군비지출의 반을 미국이 하고 있어요. 세계 경제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미국이 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4분의 1로 줄었는데 군수산업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 줄었기 때문에 군사력은 그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죠. 세계에 미군이 주둔한 부대가 아마도 1000개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안 = 핵과 관련해 미국의 태도가 가장 위험해 보입니다. 조지 워싱턴 같은 핵추진 항공모함의 경우 어느 곳이나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촘스키 = 오바마 정부가 중앙아시아에 핵무기 시설을 포함한 군사작전이 가능한 부대의 기동력을 상당히 증강시켰습니다. 이 사실에서도 미국의 입장이 나타나죠. 남태평양 비핵지대조약도 프랑스가 프랑스령에서 핵실험을 하고, 또 미국이 그 지역을 핵무장 군함 이동통로로 쓰기 때문에 실행이 안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중동인데요. 미국과 이란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늘 핵이 터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입니다. 아랍국가들이 제일 적극적으로 중동 비핵화를 밀어붙입니다. 매우 가치있는 방향 설정이죠. 그래서 2012년 비핵무기 지대를 위한 국제회의를 핀란드에서 열려 했습니다. 유엔의 핵확산금지 지원 아래 진행되는 회의로 거의 막바지 단계까지 갔는데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스라엘이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이란까지 아무 조건 없이 참가하겠다고 했는데도요. 그러면서 미국이 회의를 취소했습니다. 무산됐죠. 유럽 의회, 아랍국가들, 러시아 모두 다시 소집하자고 압력을 넣는데도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북태평양 지역, 한반도에서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안 = 지난해 2월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핵무기의 폭발력을 증가시켰고 소형 경량화에 성공했죠. 당시 미국 여론은 들끓었고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촘스키 = 우리는 왜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핵무기를 상당한 규모로 개발해 왔는지 그 배경에 대해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이 협상에서 반복적으로 사보타주를 했어요. 획기적인 수용안으로 진행되는 도중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느닷없이 고착상태를 만드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거죠.

안 =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통일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계통에 있던 분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을 들었는데 미국 정부는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분단 상황을 힘의 완충지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거죠.

촘스키 = 나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 목표가 통일을 막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만 부시 정권이 모든 부분에 공격적으로 과격하게 취해온 입장을 표현한 거겠죠. 1994년 체결된 미·북관계 기본틀 협약 이후에 진행된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사실로 보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통일을 향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줄 사안들에 대해 거절한 이후 특히 더 그랬습니다. 이는 미국 학계가 검토한 평가에도 나와 있습니다. 미국이 뒷걸음질을 쳤고 가능했을 진전 단계들을 막았다는 것이 진실이죠. 하지만 북한은 상당히 까탈스러운 협상 상대입니다. 원만한 상황에서도 협상 테이블을 운영하기 어려운 파트너인데 부시 행정부의 행보는 특히 해로웠어요. 실제로 그 해악의 결과가 지금 나와 있죠. 부시 대통령이 취임할 때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무기가 없거나 거의 없었습니다. 그가 떠날 때 북한은 상당한 핵무기를 보유했어요. 미국이 실패한 겁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모두 함께하는 보다 건설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건 부시 정권입니다.

안 = 이어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도 올해 6년차입니다.

촘스키 = 불행히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습니다. 부시 정권처럼 혹독하게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부드럽게 조절하려는 발전은 없었죠. 나는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보다 더 큰 이슈가 배경에 버티고 있어서일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관계가 태평양을 포괄하는 주도권에까지 미치게 됐으니까요. 인도·태평양 지역이 세계 정세에서 주요 쟁점입니다. 한국 문제 역시 바로 그 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미국의 군사 전략은 소위 ‘차단할 자유’를 내세워 한국의 제주 강정기지부터 일본 오키나와, 괌, 호주까지 이어지는 아치형 구조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사진은 항공기 66대를 탑재할 수 있는 9만7000t급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북 자원 얻는다는 의제로
통일을 바라보는 건 부적절
인간적 가치란 이로움 얻길


▲ 북 파멸 않도록 힘 쏟아야
참혹한 결과 피할 수 있어
‘햇볕정책’이 궁극적 해법


안 = 중국의 동해가 쟁점으로 두드러집니다. 기존의 관리자를 자처하는 미국과 자국의 영해권을 회복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십니까. 

촘스키 = 미국은 중국 동해상에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 전략 언어로 ‘전통적 안보 딜레마’라고 묘사합니다. 양쪽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합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바는 ‘차단할 자유’입니다. 미국이 모든 곳에서 군대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이에 반해 중국은 자국의 영역을 포괄해 통제하고자 합니다. 중국 동해상의 갈등은 매우 불균형한 것입니다. 미국은 오랜 제국주의적 위치를 중국에서 고수하려 하고, 중국은 미국의 제국적 지배로부터 자신의 지위를 막 회복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런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연안에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떠다니는 것을 참고 있기 어렵겠죠. 중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군대가 아치형 구조로 자신들을 둘러싸고 압박하는 겁니다. 한국에 있는 제주 강정기지도 아마 군사기지로 진행될 텐데 이 적대적 압박 구조에 포함되죠. 일본 오키나와, 괌, 호주까지 이어집니다. 이는 군사적 봉쇄 아치입니다.

안 = 2년 전 강정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기 시작할 당시, 오바마 정부가 호주로 군사를 이동 전진 배치하면서 이런 봉쇄가 O형으로 러시아·인도까지 빙 둘러 중국을 에워싸는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촘스키 = 러시아는 중국과 긴 국경을 접하고 있죠. 여기도 매우 긴장이 고조된 국경입니다. 그동안 심각한 갈등이 있어왔고요. 인도 또한 중국과 전쟁을 치렀습니다. 

안 = 중국은 중동에서부터 인도를 감싸며 하이난항까지 연결하는 주요 항구에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라 불리는 전략인데 이제 예멘까지 뻗었습니다. 내륙으로도 파키스탄에 거점을 확보했고요. 한국의 경우 대중국 수출이 미국보다 두 배 넘는데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이 거대한 힘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안정을 갖추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촘스키 =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은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천천히 벗어나려는 중국의 노력입니다. 사실상 중앙아시아를 향하는 움직임이죠. 카자흐스탄부터 파키스탄까지 쭉 이어지도록 관계를 긴밀히 해나가려는 모색입니다. 물론 이란까지, 또 궁극적으로는 터키까지 도달할 거예요. 중국과 이들 아시아 나라가 참가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도 그 방향 속에서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는 기구인데 부분적으로는 서방의 간섭을 방어하면서 자신의 영향력과 힘을 확대하려 하죠. 그렇지만 중국 해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상당한 군사력이 들어와 있고, 당신이 언급했듯이 러시아와 인도가 다른 쪽에 또 버티고 있어요. 상하이협력기구는 인도와 이란은 옵서버로 승인했으나 미국은 옵서버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습니다. 이 기구가 앞으로 얼마나 발전해 나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꽤 요원하기는 해도 세계 무대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보게 됩니다.

안 =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TPP)에 미국이 적극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행보라는 진단이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손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한국 정부 역시 가입 의사를 밝혔다가 거부당했지요.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무역 타격을 입을 거라며 국민적 이해를 구하기 전에 가입 기회부터 잡고자 열중합니다. 

촘스키 = 글쎄요. TPP는 매우 뒤섞인 사안입니다. 매우 신중하게 바라봐야 해요. 이름은 무역협정인데 무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협정의 세부 사항을 모르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계속 비밀로 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수백에 이르는 기업 로비스트와 기업 변호사들에게는 보안을 걸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협상안을 쓰게 합니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다른 협정을 모델로 삼고 진행될 겁니다. NAFT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닙니다. 고도의 보호무역주의예요. 투자자 권리 협정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득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민간에게는 심각하게 해를 미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기업이 정부를 고소하도록 허용했습니다. 환경 규제 등 기업이 손해볼 것 같은 잠재적 영향력을 미리 차단한 거죠. 이는 기업에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장비를 갖춰주면서 고수익을 내도록 보장하는 시도입니다. 무역협정에서 자본은 이익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자유가 있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NAFTA가 생기고 미국 국경에 새 철책이 들어서면서 경비와 단속이 삼엄해졌는데, 이는 노동하는 이들을 한 곳에 붙박아 놓으려는 계획과 맥을 같이합니다. 전반적으로 TPP를 포함한 무역 협상들은 노동 비용에 비해 자본이 우위를 점하도록 구상되어 있습니다. TPP의 경우 미미하게나마 흘러 전해진 사안 가운데 지적재산권 관련 안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존재했던 것 중 가장 강력한 특허 보호조항이라고 합니다. 독점적 가격결정권을 보장하도록 했답니다. 제약업체, 미디어업체들의 이익이 불공정하게 보장되죠. 이익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본의 이동 자유를 보장하는 협정입니다. 사람을 위하는 협약이 아니라 자본, 돈을 위한 것입니다.

안 = 올해 한국에서는 통일이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선언했습니다. 구체적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은 한반도뿐 아니라 그 주변의 국가들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 ‘북한 광물자원이 남한의 20배’ 등 투자 홍보 같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촘스키 = 한국의 통일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주는 것은 확실하지요. 두 반쪽은 굉장히 상호보완적입니다. 좋은 움직임이에요. 북한에는 광물자원도, 엄청난 예비 노동인력들도 있지요. 그렇지만 값싼 노동력을 취하는 것이 바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남한 수준으로까지 점진적으로 향상시키자는 목표를 가져야죠. 통일을 바라봄에 있어 자원을 얻는다는 의제로 다가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품 속에 묻혀 있는 열망을 회복시키는 보다 큰 차원의 꿈을 보여줘야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한반도의 통일 열망은 대단했습니다. 다시 하나가 되어 살아가자는 염원이 절절하고 강렬했죠. 이젠 역사 속으로 들어갔지만요. 나는 한국 사람들이 그 열망을 다시 살려내 남북한 모두 보다 높은 인간적인 가치에 도달하는 이로움을 얻었으면 해요. 한민족으로 뜨겁게 하나가 되는 통일은 그 어느 것보다 한국 사람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안 = 우리는 잊었지만 선생님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사는 것이 팍팍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는 가치들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러면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북한을 붕괴시켜야 하는 적으로 규정하는 관점입니다.

촘스키 = 북한이 파멸하지 않도록 막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참혹한 결과를 피할 수 있어요. 붕괴는 핵무기 사용을 불러올지 모릅니다. 통일은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과정이 최악의 결과를 방지하도록 부드러워야 합니다. 저는 햇볕정책과 관련한 일련의 방식들이 궁극적으로 통일에 다다를 해법이라고 봅니다. 천천히 동화시키는 적절한 방향이에요. 상업적인 교류, 문화적인 교류 그리고 여행을 허용하는 거죠.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발 더 나가서 민간 차원에서 서로 수용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도록 해줄 겁니다. 정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관계는 상당히 부드러워지니까 그 다음 진전된 도약을 불러올 거예요.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통일의 형태를 갖추는 틀이 마련될 가능성도 생길 겁니다. 지금까지 두 사회가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달려왔습니다. 쉽게 진행될 단계들이 아님은 분명하죠. 그저 차근차근 작은 발걸음들이 그 목적지에 조금씩 순조롭게 도달하도록 가는 겁니다. 무엇보다 북한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안 = 한국의 집권층은 미국으로부터 군작전 통수권을 넘겨받을 상황이 아니라며 전작권 환수 연기를 요구합니다.

촘스키 = 내 생각으로는 한국이 중립화를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이로울 겁니다. 거대한 세력들의 갈등과 대치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것, 세계의 주요 군사력에 의존하기보다 그 편이 더 건강할 거예요. 물론 이것이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 안에는 안보 문제가 있고, 그저 괜찮을 거라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죠. 그러나 정책 목표로 중립화라는 지향을 갖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한반도 비핵화입니다.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단히 기념비적인 진보를 이뤄 왔습니다. 경제적인 발전에서 사회적·문화적인 진전까지 해냈습니다. 더구나 지독하게 냉혹한 독재구조까지 무너뜨리며 민주적인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강렬한 역사의 발자취입니다. 한국인들은 하나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늘 궁극적으로 하나의 나라가 되어 통합하고자,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자 희망해 왔습니다. 이것이 가장 건강한 열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열망이 가장 건강한 통일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엄 촘스키(Noam Chomsky·86)
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미 비판적 여론 형성 리더


노엄 촘스키 교수(오른쪽)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안희경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86)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언어학과 교수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언어학자 중 한 명으로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만들어냈으며 <통어 이론의 제상>(1965) 등의 저작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또 인지과학의 선구자이기도 한 그의 학문적 성과는 지금도 컴퓨터공학, 수학, 심리학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그는 역사학자 또는 사회운동가로도 불리는데 1967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글 ‘지성인의 의무’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 자본주의 경제, 인권, 언론 등에 관한 시론을 꾸준히 쓰면서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는 리더로 자리매김됐다. 깊이 있는 논지로 학계와 대중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스위스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 등 당대 대표 석학들과 공개 대담을 갖기도 했다. 100권이 넘는 전문서적 및 시론서, 10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지금도 꾸준히 저서를 펴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등이 있다.

지난 1월 마지막 날 찾아간 촘스키 교수의 연구실에는 한 장의 확대된 편지봉투 사진이 놓여 있었다. ‘수취인 불명’ 도장이 찍혀 반송된 편지로 팔레스타인 주소로는 전달되지 않는 이스라엘 원주민의 한을 담고 있다. 촘스키는 유태계 미국인으로 오늘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로울 권리와 평화를 지원한다.

[문명, 그 길을 묻다](5) 공공보건학자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교수 

경향신문 2014-03-10 

 

ㆍ‘평등해야 건강’ 이젠 의료 투자보다 소득 분배 구조 바꿔야
ㆍ개인들은 뭐든 좀 적게 갖고, 결속력 강화에 더 노력해야

살 수 있는 시간마저도 부자일수록, 권력자일수록 더 길다는 사실을 통계가 보여준다. 특히 선진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져 왔고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소수의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됐으며 어중간한 부자와 중산층은 하층으로 밀려났다. 그러면서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기대수명도 양극화를 맞았다. 런던, 시카고, 뉴욕에 사는 부자의 기대수명은 가난한 이들과 20년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부자가 더 좋은 의료 시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인구당 의사 수나 병원 수용가능률, 개인의 의료비 지출 여부가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답은 불평등이다. 평등한 지역의 기대수명은 차이가 적고, 불평등한 지역은 평균이 낮은 데다 기대수명의 차이 또한 심각했다. 내려올수록 더해지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하층 사람들의 정신력을 갉아먹고 육체의 면역체계인 저항력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20세기 말부터 역학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왜 더 많은 질병에 더 자주 걸리는가에 있다’고 시각을 바꿨다. 그러면서 그들은 물었다. ‘만약에 부자와 지위가 높은 CEO일수록 더 질병에 노출된다면 사회가 이렇게 조용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차갑게 접근하더라도, 다수 근로 인구가 불평등 때문에 쇠약해진다는 것은 생산비용을 높여 산업을 약화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하물며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는 존엄한 인간이다. 납세자이자 소비자로 국가 운영의 중심이기도 하다. 당장의 불평등에 집중하지 못하면 국가는 현재보다 더 큰 사회 비용을 물어야 하고 집단적 우울에 빠질 수 있다.

대한민국 자살자 가운데 20%는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이제는 성장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안전을 점검할 때이다. 소득과 분배의 구조를 바꾸고 재정 지출로 공공망을 확충한다면, 급격한 호전을 볼 수 있다는 해답이 있다. 불평등을 줄여 건강과 사회 안전도를 높인 몇몇 국가들이 증거로 존재한다. 희망은 선택에 달려 있다.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30년 넘게 사회구조와 공공의 건강이 갖는 관계를 추적하면서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와의 대담은 지난달 11일 영국 요크의 자택에서 2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 런던, 빈부 따라 수명 20년 차… 양극화·불평등 고통 받는 약자
경제 성장이 건강 보장 못해


▲ ‘건강 불평등’ 해결 방법은 ‘소득 격차’ 줄이는 것
단순 세금이나 혜택이 아닌 기업들, 노동자 요구 들어야


안희경 = 현대인의 건강, 안전한가요?

윌킨슨 = 19세기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중앙난방에다 온갖 전자기기, 자동차에 식기세척기까지 갖췄으니 일종의 유토피아 같은 데서 사는구나 싶을 겁니다. 그 어떤 시대보다 오래 살 거라는 기대도 높고요. 하지만 이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아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수명이 다르니까요.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 차이가 납니다. 미국의 경우 부자 동네 백인 남성은 75살까지 살 가능성이 있지만 가난한 동네 흑인 남성은 59살에 세상을 뜰 확률이 높습니다. 몇 주 전 보고서에도 썼는데 런던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기대수명이 20년이나 차이 나요. 뉴욕이나 런던의 가난한 이들보다 방글라데시에 사는 이가 더 오래 사는 거죠. 이렇게 같은 도시에서 수명이 차이 나는 이유는 사회적 위치가 낮을수록 근심이 많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적고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체계가 망가지면서 심장·혈관계도 약해지게 되는 거죠. 이런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있어요. 가장 부자들의 바로 아래 있는 사람조차도 건강상태가 덜 좋게 됩니다. 대학을 나왔고 직업을 가졌다 해도 당신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 있는 사람과 당신의 건강상태는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같은 건강 불평등의 틀 속에 있어요. 

안 = 사회적 서열이 높고 자신의 책임 아래 놓인 인원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이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런 부담을 딛고 남보다 많은 일을 했기에 성공했을 거라는 인정도 받고요. 그래서 건강을 해칠 위험도 그들이 더 높을 것 같은데요. 

윌킨슨 = 매우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런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1967년부터 10년 동안 1만7000명을 조사했습니다. 공무원들의 생활과 사망률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밝혔고, 회사 내 서열에 따라 사람들의 건강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나이, 흡연 여부, 식습관, 운동 등의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사망률을 좌우하는 뚜렷한 차이점이 드러났는데요. 바로 중간층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고위층 공무원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비율이 4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이 연구는 1980년대 말에 다시 시작됐는데 같은 현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가 같을 경우 지위가 높은 사람이 건강했어요. 가장 강력하게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은 권력이었습니다. 

안 =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에 2만4000달러였습니다. 소득 격차가 있고 생활의 질이 다르다고 해도 절대적인 건강은 경제 성장과 함께 향상된 게 아닐까요? 문맹률이나 영아사망률, 수명 등의 수치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윌킨슨 = 깨끗한 식수나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태에서는 생활 수준이 높아진 만큼 건강 수준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경제 성장이 국민 건강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국민총생산(GDP)이 미국의 절반인 그리스 사람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높아요. 실상을 알려면 개별 국가의 사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뚜렷한 변화가 생겼어요. 영국이나 미국은 국민들의 소득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가 1930년대부터 좁아졌고 한동안 평평하게 유지됐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와서 다시 벌어졌는데요. 그때부터 우울증약 판매가 증가하고 범죄가 늘고 10대 출산율, 비만, 약물남용까지 더해서 사회적 사다리에서 하층의 건강이 나빠지고 말았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소득 차이가 커질수록 이런 문제가 사회 전체로 퍼진다는 거죠. 잘 사는 축에 든다 해도 불평등한 사회 속에 있기 때문에 정신적 건강은 더 나빠집니다. 더 쉽게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꿈에서 멀어지죠. 

안 =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사회현상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고 청소년 자살률도 심각합니다. 학교 폭력, 왕따 같은 갈등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요. 

윌킨슨 = 자살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문화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해요. 다만 왕따는 불평등과 매우 강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국제적인 데이터가 많아 여러 문화에서 보여지는 왕따를 비교할 수 있는데요. 결론은 소득 차이가 클수록 더 많은 왕따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원숭이들이 서열을 만들어서 먹잇감도 차지하고 짝짓기도 하는데, 그 서열 싸움에서 진 원숭이들은 어김없이 그 다음 서열한테 화풀이를 해요. 그럼 또 그 다음 서열이 공격당하구요. 이런 현상을 ‘자전거 타기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인간 사회도 보면, 높은 서열에게는 머리 숙이면서도 계속 아래 서열에게 앙갚음하고 발길질하죠. 왕따를 하는 아이가 다른 곳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억압을 당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업률이 높아지거나 불경기가 되면 사람들이 불안해지고 위축되면서 인종주의적인 공격도 강해진다는 조사가 나와 있습니다. 또 빈부 차이가 심한 사회에서는 정치 참여,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연구도 있고요.

안 = 가장이 화가 나면 애꿎은 바둑이까지 골병든다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결국 불안으로 인한 고통은 약자가 가장 많이 흡수하게 되는데요. 경제적 사다리에서 소득이 끊기거나 건강을 잃을 경우, 아래로 갈수록 생활 기반 전체가 무너집니다. 한국에서는 자살자의 20%가 경제적 이유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처럼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어지는 자살과 가족해체에 사회안전망이 작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윌킨슨 = 영국에서도 벌어졌던 일입니다. 해고 광부들 가운데 많은 이가 목숨을 끊었지요. 나이든 사람들이 더 자살을 많이 했어요. 1980년대 실직률이 높을 때였습니다. 아노미적 자살현상이 불거진 거죠.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안정적인 사회 규제가 부족할 때 일어납니다. 숙명론적 자살의 경우는 사회에 대해 무력감을 느낄 때 나오는데 학생들의 자살이 여기에 속할 수 있겠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레이건과 대처가 밀어붙였어요. 대처는 아동 빈곤을 엄청나게 증가시켰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되는 시기에 성장한 아이들이 더욱 폭력적이고, 더 많은 폭력 집단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사회 통합이 약해지는 거죠. 평등과 건강, 사회의 결속은 함께 갑니다. 살인율과 자살률이 높아지면 거기에는 실업이 늘었다거나 하는 사회적 원인들이 꼭 있습니다.

특히 한부모 가정 연구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요. 보통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들의 발달에 덜 좋은 현상이 보여질 때가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원인은 경제적인 데서 옵니다. 한부모가 더 가난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한부모의 아이들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의 생활을 누립니다. 그들이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가 돕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봐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한 사회의 건강지수를 높이는 일, 기대수명을 높이는 일에서 평등과 함께 두 번째로 중요한 것도 어린 시절이에요. 어렸을 때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평생에 걸쳐 스트레스를 다루는 조절능력이 달라집니다. 부모들이 일하고 늦은 밤에 오고 피곤에 지쳐 응대해 주지 못하는 처지라면 그 아이의 조건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달라지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어휘가 훨씬 다양한 것은 인지발달에 미치는 사회경제적인 조건의 차이 때문입니다. 임신기간에 스트레스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태반막을 지나 아기한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엄마의 아기는 스트레스 단계가 다르게 프로그래밍되는 거예요.

윌킨슨 교수는 경제적 사다리 구조 속에서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기대수명을 비롯한 건강의 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통계로 증명했다. 사진은 200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평등해야 건강하다>의 표지 이미지. | 후마니타스 제공


▲ 미국 초기 이탈리아 이민자들 유독 건강했던 이유는 ‘평등’
모든 사회는 문제들이 있지만‘평등’은 그 문제들을 해결
소비주의는 사회의 위험요소… 물질의 비루한 경쟁 끊어야


안 = 국가의 임무는 당장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 들어갈 사회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공적 기능을 지켜내는 국가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겠죠. 북유럽 국가들처럼요.

윌킨슨 = 핀란드나 노르웨이 역시 모두 계급적인 사회입니다만, 어떤 나라들은 그 차이가 적고 어떤 나라들은 더 벌어지는 거죠. 

안 = 그 평등의 기울기, 경사의 차이인데요. 기울기를 줄이는 열쇠는 소득입니까? 분배입니까?

윌킨슨 =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 차이를 줄이도록 바꾸는 겁니다. 단순하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금 이전에 조치해야 해요. 최근 들어 대부분 나라에서는 세금 부과 이전의 소득에서 큰 격차가 있습니다. 소수의 소득이 엄청나게 증가했죠. 이제 법으로 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가하도록 규제해야 합니다. 영국은 아직 쫓아가지 못하지만, 유럽의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킵니다. 독일의 경우 회사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면서 직원이 2000명이면 그 이사회의 반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보장하고 있어요. 민주적인 절차를 보장하는 회사에는 세금 혜택을 줘서 불평등을 줄여가야 합니다. 더 나아가 외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원이 주주가 되어 이윤을 나누고 그 덕에 소비가 일어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상호친화적인 사회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변화하도록 협력을 중심에 두는 건데요. 우리 인간은 사회적 관계에서 평등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의 언어를 예로 들면 ‘Companion’(친구)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풀어보면 ‘빵을 함께한다’는 뜻의 조합입니다. 당신의 동반자는 그러니까 기본적인 요구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인 거죠. 나눔의 욕구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요.

안 = 진화적 관점으로 살펴봐도, 인간이 호랑이보다 힘 없고 치타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살쾡이보다도 이빨이 약해도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공감하고 관계 맺는 본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들이 품앗이와 상조를 강조한 것도 함께 살 수 있는 형식을 발달시켜온 건데요. 미국은 빈민지역인데도 흑인 지역과 달리 히스패닉 지역은 외지인들이 밤에 상점을 가도 될 만큼 덜 위협적입니다. 대가족 전통이 확대된 형태의 공동체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역 공동체의 유대 역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해체된 안전망으로 다시 복원해야할 시민활동의 대상이라고 봅니다. 

윌킨슨 = 미국에서 초기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살던 지역에 대한 연구가 있었어요. 유독 그 마을만 건강 수준이 주변보다 월등히 높았죠. 동네 사람들을 겉으로 봐서는 부자인지 가난한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해요. 굳이 자신을 과시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권력 불평등이 생기지 않았던 겁니다. 관계의 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만성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는 중요 요소라고 봅니다.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이죠.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 평가할까, 내가 못났다고 여길 텐데 하는 위축감과 근심들. 이런 부분에서 우리 각자를 지켜주는 힘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심리학자 셸던 코헨이 했던 실험이 있습니다. 행복을 가늠하는 좋은 잣대는 바로 건강상태라는 게 결론인데 행복하냐고 묻는 것보다 건강한지 살피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메시지죠. 그의 실험을 보면, 손에 상처가 났을 때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파트너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더 빠르다는 겁니다. 친구가 적으면 감기에 더 쉽게 걸려요. 같은 전염성에 노출되더라도 외로운 사람은 4배 더 쉽게 걸립니다. 사회적인 관계는 건강과 행복에 매우 중요하죠. 그리고 이 사회적 관계는 불평등에 의해 금방 끊어질 수 있습니다.

안 = 한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성장’, ‘발전’이라는 신기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불평등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꿔 나가는데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윌킨슨 = 모든 사회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다 평등한 사회가 그 문제를 줄여갈 수 있다고 믿어요. 이는 문명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소비주의와 연결된 가장 핵심이 소비자의 지위경쟁인데요. 사람들은 성공을 쫓기보다는 남보다 성공하는 것을 쫓고 있어요. 그래서 그걸 남한테 보여주고 싶어 과잉 소비를 합니다. 실직 상태인 젊은 청년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최신형 전화기를 사는데 돈을 엄청나게 썼더군요. 그 친구 하는 말이 최신형을 갖지 않으면 여자들이 말도 안걸 거라는 겁니다. 소비주의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위협입니다. 소비주의 구조를 깨면 탄소 배출량도 줄어듭니다. 이 소비주의 구조 속에 똬리 틀고 있는 것이 불평등입니다. 위축감을 덜어내고 싶고 불안감을 감추고 싶은 거죠. 

안 =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작도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하고, 그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완성하는 것 역시 사회와 함께 변화하는 개인의 태도일 겁니다. 

윌킨슨 = 평등하게, 서로 엇비슷하게 살아가려는 삶 속에는 우리가 뭐든지 좀 적게 갖도록 줄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모두 함께 견뎌야 하는 불편한 진행이죠. 그래도 우리는 반드시 보다 나은 삶의 질로 가는 길에 나서야 합니다. 더 친화력 있게 어울리고 가족과의 유대감을 늘리는 일에도 마음을 써야 하고요. 민주적인 경영을 위해 노력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고 보다 평등하면서 결속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질적 표준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그 속에 사는 이들의 웰빙을 가늠하는 방식으로 운행해야 해요. 행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행복을 막는 장애를 본다면, 건강을 제한하는 사회적 관계를 본다면, 지금 당장 그와 맞서야 합니다. 우리의 눈을 물질적인 수준을 올리는 비루한 경쟁에서 모두 함께 관계 맺는 사회의 질을 개선하는 혁신으로 반드시 돌려내야 합니다.

■ 리처드 윌킨슨
소득 불평등의 사회적 영향 연구, 사회역학 분야 선구자


리처드 윌킨슨 교수(오른쪽)가 요크의 자택에서 안희경씨와 인터뷰하고 있다.


리처드 윌킨슨(71)은 영국 노팅엄의과대학 사회역학 명예교수이자 런던대학(UCL) 공공건강과 역학(疫學) 명예교수이다. 수십년에 걸쳐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온 그는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는 사회심리적 요인을 연구하는 사회역학 분야의 선구자다. 

윌킨슨은 특히 ‘왜 어떤 사회는 건강한데 다른 사회는 그렇지 못한가’라는 의문에 대해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 소득과 사회적 격차가 주요 요인이라는 입장을 증명했다. 그의 의견은 학계뿐 아니라 정치적 좌우 입장을 넘어서 리더들의 존중을 받는다.

 
윌킨슨은 <가난과 진보>(1973),<건강 불평등,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1996), <건강 불평등: 무엇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가>(2000), <평등해야 건강하다>(2005), 그리고 학문과 삶의 동반자인 아내 케이트 피켓과의 공저 <평등이 답이다>(2009) 등의 저서를 발표했다. 특히 <평등이 답이다>는 2011년 세계정치학회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케이트 피켓과 함께 ‘평등 트러스트’를 만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 요크에 사는 이들 부부는 인터뷰가 있던 날도 영국 공공보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새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었다.

2040년 모든 일상 데이터화…'프라이버시' 는 없다

 

헤럴드경제 2014-07-08 11:40

 

개인 정치견해 · 구매습관 등 감시

 

사실상 빅브라더 시스템 구현…온라인-오프라인 경계 무의미

 

10년안에 드론 80% 농업용 사용

100년뒤 현금은 ‘박물관 유물’로…WSJ, 유명인사들 미래예측 기고

 

앞으로 맞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인터넷을 하지만, 언제나 다른 누군가에게 감시된다. 또 화성에 새로 살 집을 구경하러 갈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드론을 이용해 농사를 할 수도 있다. 동전은 박물관에 가서야 구경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창간 125주년을 맞아 글로벌 경제, 에너지 등 총 28개 분야에서 저명한 인사들의 기고문으로 구성된 특별 리포트를 내놓고 각 분야의 미래를 예측했다.

 

인터넷으로 모두 연결된 세상=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지구촌이 모두 연결되고 경제도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람들은 갈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하기 힘들어지고, ‘커뮤니티’의 개념도 일개 국가나 단체 수준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수준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사용 인구는 27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을 다소 넘는 수준이다. 거꾸로 말하면 3명 중 2명은 인터넷에서 소외돼있다는 뜻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봤을 때도 손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2011년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5년 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1%가 인터넷과 관련된 경제활동에서 나왔다. 선진국에서 인터넷 경제는 이제 농업이나 에너지보다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따라서 저커버그는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개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기업과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에서의 인터넷 발전이야말로 인류가 한 발 진보할 수 있는 중대사업이라고 간주됐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인터넷 사용 환경을 확대함으로써 일자리 1억4000만개가 만들어지고 1억6000명이 빈곤에서 탈출하게 되면서 아동 사망률까지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프라이버시에 작별”= “기술의 발전으로 사생활이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온다”세 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사이버보안에 대해 조언한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자 사이버 보안 컨설팅사 굿하버의 CEO인 리차드 클라크는 앞으로 25년 간 개인의 모든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 수집기술이 발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 차량, 직장 어디에 있든 개인의 모든 활동을 데이터 수집기기가 기록하고 수집한다는 것.

 

그에 따르면 2040년이면 정부나 기업이 이러한 정보를 습득해 개인의 정치적 견해, 재정상태, 건강, 위치, 구매습관까지 알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시스템의 구현이다. 이러한 체제 하에선 차량 절도나 속도위반, 강도 같은 범죄가 줄어든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사생활이 사라진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누구에게도 감시되지 않는 사생활을 가질 수 있는 건 부자에게만 허용되고, 그나마도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게 클라크의 전망이다.

 

100억인구 물전쟁, 드론으로 해결=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명으로 늘어난다.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특히 물 수요는 55% 뛰어올라 각국은 피 튀기는 수자원 확보전을 벌여야 한다.

 

이 우울한 시나리오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부속 로버트 몬다비 와인ㆍ식품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클레어 해슬러 루이스 대표가 ‘2014 유엔 세계물개발보고서’를 토대로 제시한 미래다.

 

그러나 해슬러루이스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의 도입으로 물 공급이 원활해지고 농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대한 자료를 이용해 최적화된 생산환경을 구현하는 ‘빅데이터’ 기술부터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무인기(드론)까지 농업에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국제무인시스템협회(AUVSI)도 향후 10년 안에 상업용 드론의 80%가 농업용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 재활용 기술이 발달해 앞으로는 세정 과정에서 90%에 달하는 물이 재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금, 박물관 유물된다”=제임스 고먼 모간스탠리 회장과 아자이 방가 마스터카드 CEO는 미래엔 현금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해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고먼은 100년 뒤 지폐가 완전히 사라지고, 동전이나 수표는 박물관의 유물이 될 것이란 파격적 예측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ㆍ디지털 뱅킹의 발전은 현실 세계의 은행도 불필요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영업 중인 은행 지점 9만7000곳 중 1만 곳은 100년 뒤면 사라지고, 남아있는 지점도 금융거래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금융 교육이나 사교모임, 명품 투자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고먼은 예측했다. 그나마도 대형 글로벌 은행들은 살아남지만 소규모 은행들은 도태되는 등, 업계가 대형은행 위주로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다.

 

우주ㆍ레저ㆍ문화 어떻게 될까=우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예측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메스연구센터를 이끌었던 스캇 허버드 스탠퍼드대 교수가 전망한 우주 활용의 미래다.

 

그는 우주 탐사산업의 발전으로 우주여행이 흔해지고 다변화될 것이라고 했다. 단순 여행을 떠나는 사람뿐 아니라 광물을 추출하고, 화성에 마련할 제2의 집을 알아보러 떠나는 사람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또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겸 CEO는 레저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더라도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랑, 모험, 영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여전히 인기를 끌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60년 뒤면 기술 혁신으로, 창의적 이야기를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는 한계가 거의 사라져 테마파크, 영화 등 레저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아이거 회장은 내다봤다. 그밖에 영화 ‘인셉션’ ‘다크나이트’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겠지만 영화극장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반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지만,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인기가수들의 음반은 계속해 잘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지음ㆍ안진환 옮김

 

민음사 발행ㆍ584쪽ㆍ2만5,000원

 

재생에너지 기반의 사물인터넷이 모든 사물을 사람과 연결해 주고 / 3D프린터로 뭐든 만들 수 있어 / 소유가 무의미해진 평등한 지구

 

일상 생활용품부터 에너지, 각종 지식과 정보, 온갖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것이 거의 공짜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윤은 사라지고 소유는 무의미해지고 시장은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 언제 어디서든 모든 지구인이 무엇이든 서로 나누고 협력하며 풍요를 누리는 세상을. 

 

이 꿈 같은 이야기는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신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말하는 미래 전망이다. 거기서 더 나간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군림하지 못하고 경제 체제의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다, 경쟁 대신 협력에 기반한 공유 경제가 무대의 중앙을 차지할 것이라고. 리프킨은 늦어도 21세기 후반이면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인류 역사에 없었던 신천지 유토피아가 등장하는 데 40년도 안 남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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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천에는 만국이 화평하여 백성들이 모두 원통과 한(恨)과 상극과 사나움과 탐심과 음탕과 노여움과 번뇌가 그치므로 말소리와 웃는 얼굴에 화기(和氣)가 무르녹고....

3 빈부의 차별이 철폐되며,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이 바라는 대로 빼닫이 칸에 나타나며 4 운거(雲車)를 타고 공중을 날아 먼 데와 험한 데를 다니고 땅을 주름잡고 다니며 가고 싶은 곳을 경각에 왕래하리라. 

 

(증산도 道典 7:5)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최광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토호쿠지역에 진도규모 9의 지진과 이에 의한 쓰나미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원자력산업회의 타쿠야핫토리 회장은 ‘과거의 우수한 원전 성능에 취해서 원자력산업은 일본규제기관의 요건만 만족시키면 곧 세계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사고와 관련하여 상상력을 뻗치는 것을 중지하였다’고 말하였다. 참으로 때늦은 고백이요 뼈아픈 후회가 아닐 수 없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진 이후 높이 15m의 쓰나미가 닥치자 해수차단벽이 이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낮은 위치의 비상발전기가 물에 잠기고 냉각수를 공급할 전력 상실 이후 원자로심이 용융되어 격납건물내 수소가 폭발하였다. 일본은 이 지역에 과거 서기 869년 조간(Jogan)지역의 규모 8.6의 지진이 있었다. 그리고 해안 아네요시마을에는 과거 선조들이 쓰나미가 올라온 높이 38m 지점에 돌비석을 세워 그 아래에는 거주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큰 쓰나미가 없자 사람들은 점차 해안가로 내려왔고 주변에 여러 기의 원전이 들어섰다. 원전 설계에 그런 규모의 지진과 높은 쓰나미를 고려해야 했었지만 사람들이 그 경고를 무시하고 안이한 선택을 한 결과 그런 큰 재난을 맞았던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유럽의 원자력선진국 프랑스의 원자력규제기관은 ‘프랑스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는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이는 원전의 설계, 운전을 위한 극한사고 시나리오를 현실적인 것을 뛰어넘어 상상하고 대비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대체 어떻게 상상한다는 것인가? 프랑스가 던진 이 화두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원전에서 ‘강화된 코어’ 라는 이름으로 원전에서 어떤 사건 발생 시에도 이것이 중대한 사고로 진전되지 않도록 하는 여러 설비들을 부가하도록 했다. 그 핵심은 결국 사고시에 원자로심을 식혀줄 충분한 물과 그것을 계속 공급해줄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구상의 440여기의 원전과 여러 원자력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사고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앞으로 있을 원전 중대사고는 과연 무엇에 의해서 일어날 것인지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보자. 먼저 역사적으로 발생했고 그래서 해당 지역 원전설계에 이미 반영된 지진과 쓰나미 규모를 초과하는 외부사건 발생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기록적 폭우와 홍수에 의한 범람이다. 기상이변에 의한 폭설도 대상이 된다. 그리고 적이나 종교적 원리주의자에 의한 철저히 준비된 테러리스트 공격이 있다. 잘 계획된 원전운영자와 하청업체 등 내부자의 사보타지 등도 우려 대상이다.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세계의 수백개의 원전 운전원들 중에 이미 과격한 신념으로 세뇌된 사람들이 침투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운석이나 유성 등이 지구로 날아 들어와 원전근처 상공에서 폭발하거나 직접 충돌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영화 ‘아마겟돈’적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전쟁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월호사고는 ‘상상할 수 있는 것’도 상상하지 않은 결과였다. 최근 핫이슈인 서울시내 지하 북한 땅굴 존재 역시 상상할 수 있는 것의 영역이므로 이 또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기록과 역사의 교훈을 지키지 않는 민족,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민족은 언젠가 일본처럼 대형재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바드대학교의 경제학자 케네스로고프교수는 국가의 경제위기를 언급하고 ‘위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그 국가가 경제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적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위기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다. 가수 김민기는 ‘꽃밭 속에 꽃들이 한 송이도 없네 오늘이 그 날일까, 그 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라고 운명의 날(dooms day)을 상상하며 노래했다. 원전운영자나 규제기관은 과거 큰 사고의 기억을 잊지 말고 또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러한 ‘운명의 날’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여러 극한상황에 미리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최광식 연구원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저자 '제레미 리프킨'…패러다임 시프트 이뤄지는 40년간 일감 쏟아질 것

매일경제 2014-10-31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소(FOET) 소장의 집무실은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있다. 야트막한 건물 6층에 자리잡은 그의 집무실에서는 한적한 공원이 내려다보였다. 사무실 입구에 놓인 서가에는 그가 펴낸 저서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리프킨 소장은 1시간 반에 걸쳐 인류 미래에 대한 예언을 쏟아냈다. 그는 “공유경제(Shared economy), 한계비용 제로 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고 불리는 전혀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부상하고 있다”며 “36년 후인 2050년에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리프킨 소장은 “2050년이 되면 자본주의는 공유경제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와 무대를 나누어 쓰게 될 것”이라며 “이 두 시스템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보조를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와 공유경제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Hybrid economy)’가 도래할 것이란 설명이다. 인류 사회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변모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말한다. 리프킨 소장은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물류 인터넷이 통합된 슈퍼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사실상 ‘공짜’가 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재화와 서비스를 ‘무료’로 자유롭게 공유한다.

 

 

한계비용 제로, 패러다임 바뀐다

 

리프킨 소장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패러다임 전환의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디지털화된 재생 에너지, 3D 프린팅, 카 셰어링(Car sharing)이다.

 

그는 “독일에서는 현재 27%의 전력이 태양열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는데, 2020년에는 이 비율이 35%로 올라갈 것”이라며 “일단 고정투자가 이뤄지고 나면 이들 재생에너지의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0)”라고 말했다. 게다가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위한 고정투자 비용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는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은 와트당 68달러였다. 그러나 오늘날 그 비용은 66센트에 불과하다.

 

3D 프린팅도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모든 학교에 1대의 3D 프린터를 비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프킨 소장은 “현재 수십만 명의 애호가들과 소규모 창업기업, 사회적 기업들이 3D 프린팅으로 물건을 만들고 있다”며 “이들은 특허나 저작권이 없는 공짜 소프트웨어를 함께 사용하며 (3D 프린팅의 원자재인) 필라멘트도 쓰레기를 재가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야기하는 혼란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본보기는 자동차 산업이다. 리프킨 소장은 “오늘 날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에는 10억대의 자동차가 있지만 향후 10년 내에 3D프린팅을 통해 제조된 위치추적시스템(GPS)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면 8억 대의 자동차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공유한다면 2억 대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설명하는 자본주의의 미래가 음산하거나 섬뜩하지는 않았다. 리프킨 소장은 역사적 필연에 의해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겠지만, 앞으로 40년간 이어질 과도기에는 기존 산업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수억 명의 젊은 세대가 자라나 그들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들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공유하게 되더라도 기존의 거대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40년 동안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들에게 경제적 활동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기업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 설치를 도맡게 된다는 것이다.

 

리프킨 소장은 “기존 자본주의가 번성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는 대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이다. 그는 ‘대규모 전력 그리드 전환 사업 및 관련 설비’, ‘3D 프린팅이 불가능한 대형 선박 및 슈퍼 여객기 제작’, ‘교량 등 대형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그런 사례로 꼽았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자본주의적인 대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존 기업이 번성할 또 다른 분야는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트위터처럼 공유물을 모아놓은 대기업들이다.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통합 공급자’(aggregater)들이다. 리프킨 소장은 “에너지 인터넷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력회사가 필요하고, 물류 인터넷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면 운송 및 유통회사가 그러한 인터넷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기업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과도기 적극 활용해 사물인터넷(IoT) 기반투자 서둘러야 

 

리스킨 소장은 바로 이 대목에서 한국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년 동안 이어질 번영에 안주하지 말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충고다. 그는 “한국도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해야 한다”며 “한국의 경우 전력 그리드도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프킨 소장은 “한국은 전력, IT(정보기술), 물류 운송, 건설산업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모든 산업을 갖춘 나라”라며 “문화, 경제, 사회적으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4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실업자가 넘쳐나는 것은 아닐까.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공유경제의 혜택을 받아 생활비가 감소하더라도 생계를 위한 임금은 여전히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리프킨 소장은 “과도기가 지나면 급격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때가 되면 해석적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매우 적은 숫자의 관리자와 근로자만 유지될 것”이라며 “(40년의 과도기를 허송세월하지 말고)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자리 감소를 끔찍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조부모를 언급하며 “왜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트럭을 하루 10시간씩 50년 동안 운전해야 하고, 하루 8시간씩 40년 동안이나 공장의 좁은 방에서 조립라인의 제품을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리프킨 소장은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자본주의 경제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로 변모할 것”이라며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창조하는 영역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찮은 일들은 기계에게 맡겨놓고 사람은 건강관리, 복지, 교육, 스포츠 문화 등의 영역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심오한 작업’이 아니라 ‘심오한 놀이’에 전념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리프킨 소장은 앞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분야로 비영리 조직을 꼽았다.

 

리프킨 소장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비영리 조직의 일자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며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로 비영리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이 아담 스미스와는 다른 것 같다”고 하자 리프킨 소장은 “그렇다. 많이 다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과거 역사와 신경생물학에 따르면 ‘사회적 창조물’인 인간은 원래부터 타인과 공감하도록 설계된 존재”라며 “이제 우리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공유의 시대를 연다

 

“왜 인간들이 갑자기 경쟁과 자기이익보다 공유와 협력을 우선시하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부분적으로는 기술이 그러한 마음가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리프킨 소장은 “인터넷에서는 게임, 지식 등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 작업한다”며 “인터넷과 함께 자라난 젊은 세대는 항상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의논하고 창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리프킨 소장은 인터뷰 시간의 상당 부분을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19세기에 비롯된 공장식 교육모델”이라며 “중앙집권적이고, 교사는 권위적이며 암기위주여서 창의적, 비판적, 시스템적인 사고방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리프킨 소장은 “만약 학생들이 지식을 서로 공유하려고 하면 그것을 부정행위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공유경제 또는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도무지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식은 곧 힘이고, 그러니까 나만 가져야 한다고 배웠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다르다”며 “그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면 남과 공유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리프킨 소장은 “만약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의 공유를 가로막고 있다면 재고가 필요하다”며 “보다 수평적인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스쿨이나, 의학, 경영학 대학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업방식을 학부와 고등학교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을 학습반(모듈)으로 나눠 학생들이 함께 작업하고, ‘팀 싱킹(Team thinking)’을 하도록 한다”며 “개별 학생들은 모듈 내의 다른 학생들의 교육을 도울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리프킨 소장은 “학생들이 공부에 참여하고 서로 협조해 지식을 공유하도록 하고 창의적이 되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지식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의 결과물인 연구개발(R&D) 활동, 특허, 카피 라이트(저작권)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그들이 특허와 저작권을 발견할 때마다 모두 사들이려고 한다”는 그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공유물을 창조하는 세대가 자라나고 있으며, 그들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그들이 만든 모든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키피디아나 유튜브의 사례를 꼽았다.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카피 레프트’(copy left)가 뚜렷한 트렌드라는 것이다. 리프킨 소장은 “앞으로도 여전히 지적재산권과 저작권이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과 힘겨운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소(FOET) 소장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다.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 20권의 저서를 쓴 문화비평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하다. 경제, 사회, 기술, 노동, 환경분야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견해왔다.

 

현재 그의 저서는 35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수백 개 대학, 기업, 정부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1945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난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터프츠대 플레처법과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전 세계 지도층 인사의 자문역도 맡고 있다.

교황, 세계 종교 지도자들과 현대판 노예 폐지 공동선언

 

2014-12-03 

 

【바티칸시티=AP/뉴시스】이수지 기자 = 교황 프란치스코와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2일(현지시간) 인신매매, 장기매매, 강제노동, 매춘을 인류에 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2020년까지 현대판 노예제를 종식하자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교황, 힌두교 지도자 마타 암리타난다마위,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영국 성공회 대주교, 불교 승려 틱낫한 외에 유대교 랍비, 동방정교회 주교, 이슬람교 이맘도 이날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공동선언문 조인식에 참석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종교 지도자들은 2020년까지 전 세계 약 3500만 명의 현대판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 각자의 종교단체들과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신의 관점에서 남녀 어린이, 남녀 성인 모두 자유인"이라며 “이들 모두 평등과 박애 속에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빈민가에서 사역할 당시에 영감을 받은 교황은 현대판 노예제 종식을 재임 중 주요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에 교황청은 올해 초 정부, 기업, 교육계, 종교계가 노예 노동 공급원을 제거하는 것을 장려하도록 다종교 간 협력 구상인 '세계 자유 네트워크'를 발표했다.

 

이 네트워크의 창립 회원인 '워크프리재단'(WFF)은 이 네트워크의 창립회원인 '워크프리재단'(WFF)이 5개국이 전 세계 노예 인구 중 61%를 차지하며 이 5개국은 1420만 명이 노예인 인도를 비롯해 중국,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라고 밝혔다. 

2015년 72억, 2082년 100억… 인구가 폭발한다

 

동아 2015-01-10 

 

 

 

◇인구쇼크/앨런 와이즈먼 지음/이한음 옮김/660쪽·2만 원/알에이치코리아

 

 

수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는 지하철역. 저자는 4.5일마다 100만 명씩 증가 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않으면 인류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세균 한 종이 1분마다 둘로 나뉘면서 증식한다. 오전 11시. 병에 세균을 넣었다. 낮 12시가 되니 병이 세균으로 꽉 찼다. 세균이 병의 절반을 채우는 시점은 언제일까? 

 

놀랍게도 오전 11시 59분이다. 일정 수가 제곱이 되면 어느 순간 증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세균을 인간으로 치환해보자. 인류가 사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언제일까? 11시 55분? 그때는 병의 32분의 1밖에 채워지지 않는다. 

 

이 책은 현재 인류가 이 같은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인구는 20만 년 동안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0.1% 기간에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1815년 10억 명을 돌파한 후 2015년 현재 72억 명이 넘는다. 4.5일마다 1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2082년이면 100억 명에 이른다. 이에 저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비롯해 이민자 증가를 우려하는 영국 등 유럽 사회,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온 중국, 피임법이 보급되면서 출산이 준 아프리카, 줄어드는 인구에 대비 중인 일본 등 20여 개국의 현장을 방문했다. 단순히 연구 결과, 통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면서 여러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구문제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탐사 끝에 내린 결론은 현재 인구로는 식량, 에너지, 환경이 버틸 수 없다는 것. 인구 증가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온난화가 심화됐다. 지구 온도가 1도만 올라도 곡식 생산량이 10% 감소한다. 더구나 지구의 얼어붙지 않은 육지 표면 중 40%를 식량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경작지로 쓸 만한 땅은 거의 다 이용했지만 앞으로 20억 명을 더 먹여야 한다. 인구가 100억 명이 넘어가면 에너지 수요도 8배 늘어나지만 에너지는 고갈 위기다. 

 

그렇다고 ‘인구 증가가 무섭지’라는 식의 경고만 하진 않는다. 저자는 우선 인구가 줄면 경제규모가 줄고 침체의 늪에 빠진다는 ‘경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이 어떻게 지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논의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제목의 서문을 따로 쓰면서 저출산 문제로 고심하는 한국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은 평균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층을 위한 연금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없도록 자녀를 더 낳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인구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진짜 이유는 감추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사람이 많을수록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어요. 인구가 감소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해도 국민 1인당 소득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노동력이 귀해지다 보니 임금은 오르고 복지가 높아집니다. 당장은 연금 지급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기반시설 투자 금액 감소와 정부 예산으로 극복이 가능합니다. 한 세대가 지나고 고령층과 후세대 사이에 다시 균형을 이루면 복지 문제는 완화됩니다.”

 

 

인구 증가를 기반으로 한 성장 위주의 현 체제는 영속적일 수 없기 때문에 인구와 지구가 균형을 이루는 ‘성장 없는 번영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가. 인류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인구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다만 중국처럼 출산을 1명으로 제한하자는 막무가내식 주장은 아니다. 현 위기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부터 공유하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여성 1인당 자녀를 0.5명 덜 낳으면 지속 가능한 수준인 62억 명 선에서 그친다. 반면에 0.5명 더 낳으면 인류는 158억 명까지 늘어난다. 앞으로 15년. 세계가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다. 

 

 

'세계 최고 학자 "미래세계 중심은 한국이 될 것" 

/ YTN' 보기 - 세계 최고 학자 "미래세계 중심은 한국이 될 것" / 

YTN:


 

옐로스톤 지하에 거대 마그마…화산분화시 지구 대재앙
연합뉴스 2015-04-25
 
 
옐로스톤 지하에 거대 마그마…화산분화시 지구 대재앙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미국 와이오밍 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지하에서 그랜드캐니언 부피의 11.2배를 채울 수 있는 거대 마그마 저장소가 새로 발견됐다. 미국 유타대 지질학·지구물리학과와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지진연구소 연구원인 황신화(黃信樺) 박사 등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결과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2015.4.25 solatido@yna.co.kr
옐로스톤 지하에 거대 마그마…화산분화시 지구 대재앙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미국 와이오밍 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지하에서 그랜드캐니언 부피의 11.2배를 채울 수 있는 거대 마그마 저장소가 새로 발견됐다. 미국 유타대 지질학·지구물리학과와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지진연구소 연구원인 황신화(黃信樺) 박사 등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결과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2015.4.25 solatido@yna.co.kr
약 70만년 주기 추정…당장 분출할 조짐은 전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미국 와이오밍 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지하에서 거대 마그마 저장소가 새로 발견됐다.

이는 암석이 녹은 마그마가 지하에 괴어 있는 것으로, 화산활동의 원천이 된다.

미국 유타대 지질학·지구물리학과와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지진연구소 연구원인 황신화(黃信樺) 박사 등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결과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현재와 같은 옐로스톤 분화구는 64만 년전 대분화가 일어나면서 만들어졌으며, 130만 년전, 210만 년전에도 이 지역에서 매우 큰 화산 폭발이 있었다.

특히 210만 년전의 폭발에서는 자그마치 2천450㎦, 즉 2천450조ℓ의 화산재와 암석 등 화산쇄설물이 분출됐는데 이는 1천여 년전 백두산 분화 당시의 25배에 해당한다.

또 그 후에도 비교적 소규모 폭발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가장 최근 폭발은 7만 년전에 발생했다.

옐로스톤의 지하 상부지각에 그랜드캐니언을 2.5번 채울 수 있는 초대형 마그마굄(magma chamber)이 있으며, 여기서 마그마가 분출되는 것이 옐로스톤 지역 화산활동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논문 저자들은 그 아래 하부지각에 4.5배 더 큰 마그마 저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밝혀 냈다.

그랜드캐니언 부피의 11.2배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의 마그마가 새로 발견된 것이다.

맨틀 최상층과 맞닿아 있는 이 거대 마그마 저장소는 그 위의 마그마굄에 마그마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마그마의 원천은 맨틀 깊은 곳에 있으며, 솟아오르는 길다란 마그마 기둥들이 마그마 저장소로 연결된다.

연구자들은 지진파를 이용해 지하 깊은 곳의 이런 상황을 규명했다.

거대 분화구가 생길 정도로 큰 화산 폭발은 옐로스톤 지역에서 약 70만 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났다는 게 지질학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이런 폭발이 일어난다면 지구 전체의 하늘이 온통 화산재로 뒤덮이고 농작물에 심각한 냉해가 발생하는 등 전대미문의 대재앙이 될 것이 확실하다.

또 소규모 폭발이 64만 년전의 마지막 대규모 분화 후 최소한 50차례는 있었고, 이런 경우도 지구 전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런 마그마 시스템은 약 1천700만 년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예견 가능한 기간 내에 옐로스톤 지하의 마그마가 화산 분화를 일으킬 조짐은 전혀 탐지되지 않고 있다.

solatido@yna.co.kr

〈현대문명의 대전환〉 핵발전의 현주소와 미래 2강 방사능과 질병

인류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습니다. 그중 핵문제는 가장 위험한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2년전 일본은 쓰나미로 인해 핵발전소가 무너지는 참사를 겪었습니다. 좁은 땅덩이에 23개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한국에서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인은 거의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천지에 변산처럼 커다란 불덩이가 있으니 그 불덩이가 나타나 구르면 너희들이 어떻게 살겠느냐” 하시며 불을 묻는 화둔공사를 보셨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요. 지난 시간에 이어 김익중 교수님을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STB 
-이 프로그램은 www.stb.co.kr 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김익중 교수 
[프로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의대 박사(미생물학). 현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과 교수, 경주 환경운동연합 의장,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장 
주요논문 「방사능과 건강」「프리온 질병의 생물학적 측면」외 다수 

저번 시간에 왜 탈핵을 해야 되나, 핵발전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나, 이 논의를 했습니다. 오늘은 방사능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씀 드리고, 경주 방패장이 안전한지, 우리나라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1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피폭량과 암발생은 비례해요. 피폭량과 위험은 비례합니다. 피폭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최선을 다해서 피폭량을 줄여야 되요. 기준치 이하로도 마찬가지냐?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이런 말 믿지 마십시오. 기준치 이하라도 줄일 수 있는 만큼 더 줄여야 됩니다. 병원에서 찍는 것도 줄여야 되고, 먹는 음식도 줄여야 되고. 어쨌든 안전한 음식만 먹어야 된다. 위험한 음식은 뭡니까? 일본산 수산물. 위험합니다. 방사능이 나올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조심하셔야 된다고 말씀 드립니다. 

방사능 피폭 3대질병



[그림] 방사능이란 것은 우리 몸을 통과하면서 모든 세포를 다 손상시키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인간에게 나올 수 있는 모든 병이 다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병이 골고루 나오지 않고 어떤 병은 많이 나오고 다른 병은 좀 적게 나오고 그렇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병이 세 가지 질병인데 첫째는 암입니다. 둘째는 선천성 기형 같은 유전질환이고 세째가 심혈관 질환인데요. 그 외에도 신장염, 폐렴, 중추신경계 질환, 그리고 백내장, 이런 병이 많이 발생한다고 교과서에 나와 있습니다. 

[그림] 체르노빌에서 사고가 나자 바람이 벨라루스라는 나라 쪽으로 불었어요. 벨라루스 상공 위에서 방사능 농도가 제일 높아졌을 때 비가 왔습니다. 공기중의 방사능 물질이 다 땅으로 떨어지게 된 거죠. 땅이 오염돼 버렸어요.

일본의 경우처럼 땅이 한번 오염되면 300년 정도 지속되는데, 벨라루스는 사고 난 지 30년 지났기 때문에 한 270년 더 남았구나 이렇게 보셔야 됩니다. 1986년도에 사고가 났는데 그후 5~10년이 지난 다음부터 갑상선암이 증가합니다. 여성한테 갑상선암이 올라가는데요. 여기서 그만두거나 밑으로 내려오지는 않을 겁니다. 계속 더 올라갈 겁니다. 얼마동안? 오염된 지역에 사람이 사는 한, 암환자 수는 증가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염된 땅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기 때문에 피폭을 피할 길이 없겠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일본은 방사능 피폭량이 많기 때문에 세 가지 질병이 지금 시작됐을 것이다. 그렇게 봅니다. 암하고 유전병하고 심장병 중 암은 5년 내지 10년 지나야 시작돼요. 지금은 올라갈 때가 안 됐습니다. 그러나 심장병은 지금 당장 시작했어요. 그리고 기형아, 이것은 발견하기 힘들어요 요즘 초음파 때문에 미리 알아내고 다 제거해버립니다. 그러니까 심장병이 지금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일본 신문에 난 기사들 보면 사망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이 많다. 이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공식 데이타로는 아직 안 나와요. 일본 논문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아직 공식 데이터가 안 나왔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그러나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반드시 그런 논문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건강문제는 앞으로 가 큰 문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방사능, 여성과 어린이 공격


그런데 여성의 경우는 올라가는데 남성은 별로 안 올라가요. 몇배 차이가 납니다. 좀 이상한 일이죠? 그러나 원래 이렇습니다. 방사능에 피폭이 되면 암이 발생하는데, 그 암 중 가장 많이 올라가는 게 여성 갑상선암입니다. 두 번째가 유방암입니다. 유방암도 역시 여성만 걸리는 병이죠. 그리고 3, 4등이 남성 위암, 간암, 이런 것들입니다. 가만히 보면 방사능은 여성을 집중 공격합니다. 남자는 좀 봐줘요. 그리고 어른보다 어린이를 더 공격합니다. 어린이 중에도 여자 어린이를 집중공격합니다. 그리고 태아를 공격합니다. 

자, 엄마, 어린이, 태아, 이것이 뭡니까? 생명현상의 중심축이죠. 물론 성인 남자도 중요한 존재입니다만 생물학적으로는 곁다리거든요. 중요한 것만 딱 골라서 공격합니다. 대단히 반생명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방사능이다 이렇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 이 그래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동안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①첫 번째가 히로시마, 나가사키 핵폭탄에 피폭된 사람들이죠. ②두 번째는 체르노빌 사고 때 피폭된 사람들입니다. ③세 번째는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 전세계가 핵실험을 2천번 넘게 했는데 그중 60%가 미국에서 했어요. 그 핵실험 때문에 피폭된 사람들이 또 많습니다.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들(논문들 전체)을 모아 한 개의 그래프로 만든 것입니다. 

누가 그렸냐? 미국과학아카데미가 그렸습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가 그대로 인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IAEA(국제원자력기구), ICRP(국제방사선방위위원회) 같은 단체들도 똑같이 이 그래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그래프는 의학적 결론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논란도 없어요. 이 결론, 이 그래프 하나만 이해하시면 방사능과 암과의 관계를 모두 안다고 얘기해도 됩니다. 

그런 정도로 중요한 그래프인데요. X축은 도우즈=피폭량입니다. Y축은 암발생입니다. 피폭량과 암발생은 이렇게 직선 비례그래프가 형성됩니다. 곧 피폭량이 많을수록 암발생이 많습니다. 피폭량이 적으면 암발생이 적습니다. 피폭량이 적당하면 암발생이 적당히 증가합니다. 피폭량이 극미량이면 암발생도 극미량 증가합니다. 이게 의학적 결론입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면 피폭량과 암발생은 비례합니다. 비례해서 올라갑니다. 그런데 어떤 암은 좀 많이 발생하고 어떤 암은 적게 발생해요. 이 기울기가 조금씩 다른 거죠. 예외가 딱 하나 있는데, 여기 약간 밑으로 굽은 곡선을 보이는 경우가 바로 백혈병 모델입니다. 하지만 백혈병 그래프도 원점을 지납니다. 원점에서 출발해요. 그러니까 아무리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백혈병 발생을 증가시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의학적 결론이에요. 이 결론은 앞으로 아마 안 바뀔 겁니다. 왜냐면 충분한 데이터들이 있으니까. 

잘못된 방사능 관련 정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그림] 그런데 여기 지금 아주 중요한 그래프 하나가 나오는데, 점선으로 돼 있죠. 원점이 아니라 X축에서 출발합니다. 이걸 문턱값이라고 하는데, 문턱이 있다는 것이죠. 방사능에 조금 쪼일 때는 암발생이 증가하지 않아요. 그러나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즉 기준치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 위험이 증가한다 이런 얘기입니다. 

만일 이 그래프가 맞는다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이 맞게 됩니다. 기준치 이하에서는 암발생이 증가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 그래프는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학적 결론이 그래요. 인체에서는 이 그래프가 나오지 않아요. 이 그래프는 옳지 않은 그래프다 이겁니다.

기준치가 여기 많이 있잖아요. 그 기준치 어디를 정한다 하더라도 기준치 이하에서도 비례한다는 겁니다.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발생이 증가한다. 이게 결론입니다. 

그런데 이 잘못된 그래프는요. 원래는 여기서 밑으로 이렇게 내려갑니다. 그건 뭘 의미해요? 방사능에 조금 피폭되면 암발생 확률이 줄어준다? 방사능에 소량 피폭되면 항암효과가 있다는 거죠. 이거는 틀렸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조금 피폭이 되면 조금 증가하는 겁니다. 

■호메시스 이론의 오류

 

[그림] 재작년에 노원구에서 방사능아스팔트 나왔을 때 방사능방어학회에서 이 그래프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설명을 했었습니다. 이 그래프를 잘 보시면요. 

X축이 방사선량, 즉 피폭량입니다. 위로 가면 이득, 밑으로 가면 해악이에요. 원래 의학적 결론은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발생이 증가하니까 직선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게 의학적 결론인데 이 그래프는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요. 뭘 의미합니까? 방사능에 조금 쪼였을때는 이득이 있다는 거에요. 항암효과가 있다는 거에요. 그러다가 많이 쪼이면 그때부터는 암발생이 증가한다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잘못된 이론이에요. 전세계의 의학적 결론을 무시하는 이론이다 이렇게 봐야 됩니다. 이 이론에 이름이 있어요. 호메시스입니다. 호메시스 이론은 틀렸습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농약을 많이 먹으면 죽어요. 그런데 농약을 아주 조금 먹으면 건강에 이로와. 말이 됩니까? 방사능 많이 쪼이면 죽어요. 그러나 조금 쪼이면 항암효과가 있어. 말이 됩니까? 말이 안되는 겁니다. 틀렸어요. 전세계 의학계가 틀렸다라고 결정을 내놓은 잘못된 이론입니다. 

문제는 이 주장의 데이터에는 인체데이터가 없어요. 그럼 뭐 가지고 이론을 만들었냐? 전부 세포, DNA, 이런 거 가지고 실험한 겁니다. 사람 가지고 해본 데이터는 모두 비례그래프가 나와요.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 나옵니다. 

이 호메시스 이론은 미국 핵산업계가 연구비를 댔어요. 정부도 아니고 학계가 아니고 핵산업계. 한국 같으면 한수원 같은 조직에서 돈을 대서 이 호메시스 데이터를 모아낸 겁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이비 이론이에요. 정설이 아닙니다. 이 논문은 의사들이 발표를 잘 안하고 주로 공대 교수들이 발표를 해요. 의학논문인데. 굉장히 이상한 일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발표하셨던 분도 공대 교수입니다. 원자력공학과 교수예요. 저는 이런 행위는 옳지 않다 생각합니다. 국민들도 잘 아시기 바랍니다.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틀렸습니다. 기준치 이하라도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발생이 증가한다. 이게 전세계 의학계의 결론입니다. 꼭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사능 피폭경로 3가지



체르노빌 사고난 지 20년 만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음식을 통한 피폭이 대부분이다. 90%다. 

이건 제가 설명을 좀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방사능 물질이 여기 있다면, 피폭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렇게 쪼이면 외부피폭입니다. 몸안에 들어오는게 아니죠. 그러니까 쪼이는 동안만 피폭되는 겁니다. 내가 이 방을 나가 딴데 가버리면 피폭 안되는 겁니다. 두 번째로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에 많이 있다면 숨을 쉴 때 폐로 들어와버리겠죠. 그것을 내부피폭이라고 합니다. 호흡을 통한 내부피폭이에요. 세 번째는 방사능 물질을 먹어요. 아! 그러면 어떻습니까? 이것이 몸에 들어와 흡수돼버리죠? 세포 안에 들어와버립니다. 이건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 방사능 물질이 몸안에 있기 때문에 24시간 쪼이는 것과 같습니다. 방사능 물질이 몸밖으로 나갈 때까지.

방사능 물질에 따라서 우리 몸에 머무는 시간이 좀 다른데, 며칠만에 나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몇년씩 갑니다. 그래서 내부피폭이 중요한데,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를 보면 음식을 통한 피폭이 대부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를 보면, 방사능 오염이 아주 많이 돼 있는 지역들이 있어요. 그런 지역은 살고 있는 집, 동네 전체가 방사능이라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피폭이 되는 거죠. 외부피폭이 더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 땅이 넓기 때문에 그런 지역은 많지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은 음식 경로를 통해서 피폭이 됐다. 이렇게 설명을 하는 겁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왜 못막나


일본의 경우, 농산물의 70%가 오염이 됐어요. 수산물도 오염이 됐어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지금 음식을 통해서 굉장히 많이 피폭되고 있는데, 한국에 살면서 물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일본것만 먹어요. 그러면 어떻습니까? 일본 사람의 90%가 피폭당하는 겁니다. 그러나 일본에 살면서도 일본물부터 시작해서 한방울도 안먹고 전부 한국것만 먹는다. 그러면 일본 사람의 10%만 피폭이 된다. 이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어떻습니까? 

피폭 경로 중에 음식이 제일 중요한데, 문제는 일본산 수산물이 거의 그대로 수입되고 있어요. 후쿠시마 핵사고 난 다음에 이탈리아나 미국의 몇개 주(州)는 사고 나자마자 채 한달도 못돼 일본산식품 전면수입금지를 시킵니다. 그런 나라들은, 일본하고 외교관계 갈등이 생긴다 해도 상관없다, 우리 국민들 보호하겠다. 이런 조치를 취한 거죠. 

한국은 어떻습니까? 그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아요. 수산물이 그대로 수입됩니다. 제가 정부한테 대놓고 질문을 했어요. 작년 3월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몇번 들어왔냐? 그 오염도가 어느 정도 범위에 있냐? 그것들이 몇키로씩 몇톤씩 들어왔냐? 이렇게 물어본 겁니다. 정부로부터 제가 받은 답변을 보니 3월까지 50회, 6월까지 또 50회, 대략 100회정도에요. 그럼 일년이면 한 200회정도 되겠죠. 그것들을 다 더해봤더니 2,500톤 되요. 방사능에 오염된 굉장히 많은 수산물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됐고, 모두 예외없이 한번도 되돌아간 적 없이 모두 유통됐습니다. 국민들 입속으로 다 들어간 겁니다. 

■한국 기준치 너무 높다 100베크렐

오염도는 ㎏당 0.5에서 25베크렐 수준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기준치는 100베크렐이에요. 그러니까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이러면서 유통시킵니다. 굉장히 큰 문제에요. 저는 도저히 이 기준치를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안돼요. 이 기준치 너무 높습니다. 

참고로 ㎏당 10베크렐이 넘으면 방사성 폐기물로 관리해야 돼요. 그 기준에 열배까지 먹어도 된다? 이거 인정할 수 있습니까? 이거 많이 낮춰야 됩니다. 기준치라는 게 얼마나 웃기는거냐면요. IPPNW라고 전세계 노벨평화상을 받은 의사들 단체가 있어요. 핵전쟁 방지를 위한 세계의사회인데, 그 의사회가 권고하고 있는 것은 400, 800베크렐입니다. 일본산 수산물은 일본 기준에 따라서 100베크렐이에요. 국산수산물, 국산농산물은 기준이 370베크렐입니다. 일본산보다 훨씬 높아요. 사고난 나라보다 3.7배 높아요. 그만큼 먹어도 된다고 지금 우리나라 법에 되어 있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되게 높아요. 국민들이 피폭을 안 당할 수가 없어요. 

국민건강을 위한 식재료 정보

 

■명태, 동태 위험하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생선은 냉장명태, 냉동고등어, 활돌돔, 방어, 대구, 이런 것들입니다. 명태의 경우, 국산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안 잡힌 지 한 20년 됐어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명태는 모두 수입이에요. 특히 후쿠시마 앞바다가 명태가 많이 잡히던 동네였습니다. 명태의 산지예요. 일본사람들 명태 잘 안 먹습니다. 대부분 수출해요. 제일 수입 많이 해가는 데가 한국이죠. 생태는 전부 일본산이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동태는 러시아산이라고 해서 러시아산 안전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류를 공부하시는 분이 얘기하는데, 일본에서 태평양을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그래서 캐나다, 미국을 거쳐서 적도를 통과해서 다시 돌아온답니다. 해류는 지금 현재 후쿠시마에서 러시아까지는 충분히 갔어요. 

제가 방사능측정기를 사서 실제로 재봤어요. 제 경험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산 수산물 중 명태, 4번 쟀는데 4번 다 세슘이 나와요. 경주에서 3번, 서울에서 1번 샀습니다. 4번 다 나오니까 그 다음부턴 제가 안 쟀어요. 더 잴 필요없죠. 이 정도 확률로 나오는데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이 서잖아요. 물론 오염 안된 것도 있겠죠. 그러나 확률로 봤을 때 너무 높다. 이렇게 봅니다. 

그래서 명태, 동태 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명태, 동태, 황태는 어떨까요? 마찬가지죠. 노가리? 북어? 마찬가지입니다. 코다리? 마찬가지죠. 명란젓, 창란젓, 다 명태입니다. 시장에서 파는 생선전, 다 명태입니다. 명태는 얼마동안 위험하냐? 300년 위험합니다. 300년 동안 먹지 말아야 된다. 저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고등어, 돔, 방어, 이런것들은 국산도 있어요. 그러니까 일본산만 조심하면 되는데, 문제는 원산지 표시를 믿을 수 있냐. 이게 문제입니다.

※명태(Pollack)의 다양한 이름 [편집자주] 

■현재 일본산 수산물 1위 고등어

 

참고로 고등어 얘기를 제가 좀더 해야 되겠는데요. 2011년의 경우에는 명태가 많이 들어왔어요. 고등어 적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정부에 물어보니까 이제는 고등어가 제일 많이 들어와요. 일본산 수산물의 대부분이 고등어예요. 그럼 어때요? 이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두 가지는 안 먹습니다. 먹지 말라고 강의도 하고 애들한테 먹이지 말라 얘기합니다. 관련 산업에 계신 분들이 저를 원망할지 모르지만 다른 생선도 많이 있으니 가능하면 다른 생선을 파시는 게 어떻겠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안 그렇습니까? 그래서 이런 조치를 정부가 해주지 않으니까 우리 국민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됩니다. 그래서 이 음식들 조심해야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국내산 표고버섯 위험해

 

국내산 수산물 안 나와요. 나오더라도 거의 0.01 이렇게 나옵니다. 국내산은 아직은 괜찮은 거 같다. 하지만 일본산은 위험하다. 저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구요. 그 다음에 국내에서 나오는 농산물 중 모금하신 분들의 요청으로 할 수 없이 재봤는데, 그 결과 국내산 농산물 다 괜찮아요. 거의 안 나옵니다. 그러나예외가 있어요. 국내산 버섯 중 오직 표고버섯에서만 나와요. 야, 국내산인데 왜 나오냐? 다시 재봐도 나와요. 다시 사와서 재봤어요. 또 나와요. 북한산을 사다가 재봤어요. 또 나와요. 자기집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깨끗하게 키웠다다는데, 또 나와요. 안 나온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거냐? 문헌을 봤더니, 체르노빌 사고 때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겁니다. 버섯 중에 몇가지 버섯이 세슘을 농축시키는 거에요. 주변보다 훨씬 높은 농도로 농축시키는 겁니다. 표고버섯이 그래요. 지금은 사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지구가 측정해도 안 나올 정도로 조금씩 오염돼 있는데, 표고버섯은 농축시키기 때문에 높게 나오는 거죠. 그래서 표고버섯 위험하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전 주변 5㎞ 안에 사람 살면 안돼


역학조사 얘기를 좀 하는게 좋겠어요. 원전에서 5㎞ 안에 사는 사람들이 주변주민입니다. 전세계에서 반핵운동하는 사람이 한국에 한번씩 오는데, 한국을 돌아보고는 모두 깜짝 놀랍니다. 한가지 이유 때문에! 원전 주변에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많이 사냐는 겁니다. 전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답니다. 원전에서 가깝게 너무 가깝게 사는 거죠. 심지어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삽니다. 다른 나라들은 10㎞ 안에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해요. 5키로 안에는 아예 사람이 살 수 없어요. 우리는 500m 1,000m에 살아요. 이게 문제입니다. 

사실 원자력발전소는 평소에 방사능을 내뿜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아도, 고장 없이도 방사능이 나와요. 자동차 배기가스 나오듯이 나오는 겁니다. 원전 주변의 흙을 파보면 방사능이 많습니다. 원전에 가까울수록 농도가 더 높아요. 소나무 잎 따가지고 매년 조사하거든요. 그러니 이런 일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봐야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전에서 가까이 사는 분들, 이주시켜 줘야 해요 돈이 많이 들겠지만 그게 도덕적인 행위다 이렇게 봅니다. 

■주변주민 역학조사의 문제점

 

[그림] 주변주민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남자에서 위암, 간암 30% 40% 증가, 여자에서 유방암 50% 증가. 갑상선암 150% 증가. 갑상선암이 제일 많이 올라가요. 2등이 유방암이에요. 여성들이 집중 공격당합니다. 그게 우리나라 데이터에서도 나왔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상선암, 여성에서 제일 많이 올라가요. 두 번째가 유방암입니다. 그런 데이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학회에 발표했죠. 

영광 원전에서 20년쯤 전에 어떤 사람이 애를 낳았는데 무뇌아가 나왔어요. 다음해 다시 애를 낳았는데 무뇌아가 또 나왔어요. 왜 이런 일이 생겼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신문에도 대서특필되고. 알고 보니 옛날에는 원전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의 가운을 손으로 빨았어요. 그 빨래하던 사람이예요. 이 분이 그런 일을 당한 거예요. 그래서 원전주변에 있으면 암이 많이 발생하나, 기형아가 많이 발생하나, 이런 의심이 발생했죠. 정부가 할 수 없이 역학조사를 실시했는데 방법에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 조사발표자 중에 제가 들어가 있습니다만 저는 이 결과가 굉장히 불만족스러워요. 왜냐하면 저 조사가 굉장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해야 됩니다. 조사대상자를 딱 정한 다음에 이 사람들을 20년 동안 지켜보면서 암이 발생하는지, 죽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 조사는 5년후 사람이 좀 적은거 같은데 하고 대상자를 더 집어넣어요. 10년후 또 집어넣어요. 15년후 또 집어넣어요. 그러니까 결과를 희석시키겠죠. 지금 조사결과 나온 사람 중 상당수는 5년전 대상자로 들어온 사람들이예요. 

두 번째 문제는 대상자 중 어린이는 다 뺐어요. 어른만 조사했어요. 실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른보다 어린이가 더 민감합니다. 그러니 훨씬 더 결과를 희석시키는 대상이었고, 세 번째 더 큰 문제는 중간에 한명씩 한명씩 집어넣었잖아요. 중간에 집어넣는 사람들은 암에 안 걸린 사람만 집어넣었어요. 이해되세요? 그러니까 15년후 들어간 사람, 5년전 들어간 사람은 그 사이에 암에 걸린 사람들은 다 빠지고 안 걸린 사람만 집어넣은 겁니다. 원래 있어야 될 차이를 굉장히 희석시키는 이런 세 가지 문제있는 방법을 쓴거죠. 그런데도 이 결과가 나온 겁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조사했다면 훨씬 더 큰 차이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병원방사능 피폭량 높다



[그림] 그리고 우리나라 병원 방사능. 이것도 좀 중요합니다. 의사가 쏘여준다고 방사능이 안전한 것은 아니거든요. 간호사가 쏘여주면 안전합니까? 아니죠. 똑같은 방사능입니다. 자연방사능도 똑같고, 병원에서 쪼여주는 것도 똑같아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것도 똑같고요. 방사능 양에 비례해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사선 검사선량을 보시면 가슴에 엑스선 사진 찍어보면 0.02밀리시버트입니다(기준치는 연간 1밀리시버트). 그렇다고 이 기준치가 안전 기준치냐? 그 이하면 안전한 것이냐? 그건 아니에요. 그러나 기준치가 있어야 비교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1밀리시버트를 기준치로 해놨어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가슴 엑스선 사진은 50장, 또는 수십장을 찍어야 일년치가 되요. 그러니까 양이 적습니다. 이걸 가지고 방사능이라서 안 찍으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이 가슴사진 찍읍시다. 엑스레이 한 장 찍읍시다. 그러면 이건 그냥 찍으셔야 되요. 이건 양이 적습니다. 

■CT보다 MRI를 선택하자

문제는 CT예요. 이것은 어때요? 머리 CT, 한방에 2년치 맞는 거예요. 가슴CT는 8년치, 배 골반, 이것은 10년치예요. 스펙트 같은 것은 더 많습니다. 20년치 되는 것도 있어요. 양이 굉장히 많아요. 그렇다면 어때요? CT는 절대로 안찍는다 이러면 안 되겠죠. CT 찍는 이유가 있고 이로움이 있는 것이니까 저울질을 해야 됩니다. 위험과 이익 사이에서 이익이 더 많을 때는 찍어야 돼요. 그러나 이익이 별로 기대되지 않고 아무 증상도 없다. 교과서에서 찍으라는 내용도 아니다. 그런데도 매년 한번씩 가서 찍죠? 이거 좋지 않은 것입니다. 건강검진에서 CT 찍는 것은 반대해야 돼요. 증상이 있고 엑스레이 찍어봐서 무슨 일이 있을 때, 수술하기 전에는 찍어야 됩니다. 꼭 필요할 때만 찍어야 된다고 말씀 드립니다. 

전세계적으로 병원에서 피폭된 양이 우리나라가 아주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좀 줄일 필요가 있고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MRI는 방사능이 아닙니다. 초음파도 방사능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아, CT찍어야 되겠는데요. 그러면 한번쯤 물어보세요. 혹시 이거 MRI로 대체 가능합니까? 어떤 경우는 대체 가능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MRI로 바꾸시는 것이 피폭량을 줄이는 거다. 안될 때도 있습니다. 그럼 할 수 없이 찍어야죠. MRI를 찍으면 뭐가 문제냐 하면 보험이 안되요. 비싸요. 그래서 저는 정부에 요청하고 싶어요. 예산 조금 더 들이더라도 MRI도 보험적용 시켜 달라. 그래야 국민들 피폭량이 줄겠다. 그러니까 방사능이 뭔지, 양이 얼마나 되는지 대충 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 우리나라 방사능 관리실태


핵발전소를 하면 방폐물이 나오죠. 이 방폐물 관리실태를 말씀드리고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야 되냐 하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방폐물(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한가지는 고준위 핵폐기물, 나머지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그럼 고준위 핵폐기물은 뭐냐? 사용후 핵연료만 고준위 핵폐기물이예요. 원자로에서 4년반 동안 타고 밖으로 나와서 식힌 것, 바로 이것만 고준위 핵폐기물로 분류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중저준위에요. 

경주 방폐장, 안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원자로를 폐로한다면 그 원자로는 고준위 핵폐기물 아니거든요. 중저준위에요. 또 울진의 경우에 증기발생기를 바꿨는데, 증기발생기는 방사능이 많죠. 하지만 이것 역시 중저준위로 분류돼요. 그럼 이 중저준위 방폐물은 어디로 가냐? 경주로 가게 돼 있습니다. 2005년도에 주민투표를 해서 경주로 결정됐어요. 그래서 지금 중저준위 방폐장이 건설중입니다. 어떻게 하냐면 땅이 있으면 지하 100m 깊이로 동굴을 팝니다. 거기에 사일러라는 방을 만들어요. 방 6개를 만들어서 거기다가 10만 드럼의 중저준위 폐기물을 집어넣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그 공사가 지금 진행중인데 문제는 정부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는 거에요. 제일 중요한 거짓말은 경주 시민들한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지금 방폐장 부지, 굉장히 좋습니다. 암반이 단단합니다. 안전성에 대해서는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2005년도 주민투표 당시에. 그게 사실이면 좋겠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난 겁니다. 이게 이 불행의 시작이죠. 방폐장의 안전성이 뭐냐 하면 방폐물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 있습니다. 자연방벽을 이용해서 방사성 폐기물을 인간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것, 이것이 안전성이다. 즉 방폐장을 만드는 이유는 방사성 물질을 그 안에다가 완전히 가두어놓기 위해서, 격리해놓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이제 여기서 방사능이 샐거냐 말거냐 이거만 판단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교과부 고시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처분시설, 지금의 방폐장이죠, 그 부지는 균질한 기반암이어야 된다. 천연방벽이 발달해야 된다. 균열이 많고 석회암이면 안된다. 이런 규정이 있는데요. 이거 모두 위반합니다. 지하수 유속이 작아야 된다. 지하수가 흐르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야 된다는 거에요. 그러나 굉장히 빨라요. 지하수가 들어오면 방사능 유출되고, 그리고 이 사실은 킨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가 알고 있어요. 정부기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공사를 계속해요.

원자력진흥계획 위험하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사용후 핵연료입니다. 가장 위험한 거죠. 10만년에서 10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되는 것. 그게 바로 사용후 핵연료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인데, 재작년 12월에 확정됐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국내에 있는 모든 핵발전소를 수명연장 하기로 해요. 수명연장은 핵사고의 원인이다. 이렇게 제가 이미 말씀드렸죠. 모든 핵발전소를 다 연장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출력증강을 한대요. 출력증강이 뭐냐하면 자동차로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악셀 좀더 밟고 운전하는 거에요. 더 안전할까요? 아니죠. 더 위험하죠. 그만큼 안전의 여유도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세 번째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 핵폐기물을 재처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예요. 파이로 건식처리, 소듐고속증식로 방법을 하겠다는 거에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재처리를 비난하죠. 왜 그렇죠? 핵무기를 만드는 플루토늄이 나오니까. 북한은 그걸 가지고 핵무기를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비난받는 겁니다. 핵재처리를 하는 이유는 플루토늄을 뽑기 위해서예요. 플루토늄 뽑아서 뭐하죠? 핵무기 만들기 위해서. 

그럼 한국이 핵무기 만들 수 있나요? 못 만들어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왜? 미국이 못 만들게 해요. 한국이 만약 미국의 이 반대를 무릎쓰고 핵무기를 만들면 북한처럼 적대시할 겁니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견딜 수 있을까요? 못 견뎌요. 미국의 핵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은 핵재처리 안되요. 미국이 바뀔 리 없죠. 만일 한국에 허용해주면 이란이 하겠다고 할 거 아니냐. 다른 나라 다 하겠다고 할 거에요. 결국 재처리 못해요. 

그런데 이걸 하겠다고 지금 계획해놓고 추진하고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경상북도가 지금 원자력 클러스터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정부의 원자력 진흥계획과 똑같습니다. 정부의 계획을 그대로 가져온 거예요. 어느 쪽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내용이 거의 같아요. 파이로건식처리, 소듐고속증식로, 이런 거예요. 

■사용후핵연료 1%가 플루토늄

기술적인 말씀을 드리면요. 사용전 핵연료는 우라늄인데요. 거기서 핵반응이 일어나면 사용후에는 다른 것으로 많이 바뀌어 있어요. 사용후 핵연료 전체 중 1%가 플루토늄이고 세슘, 요오드 등 굉장히 위험한 것들이 많이 발생해 그것이 4~5% 정도 되요. 그리고 나머지가 우라늄입니다. 여기서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일을 재처리라고 합니다. 플루토늄을 뽑아내도 다른 불순물들인 세슘, 무슨 아메리슘, 이상한 이름들의 원소들이 많아요. 약 100가지 그런 것들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핵반응인데, 플루토늄 1%를 뽑아내더라도 나머지는 어때요? 여전히 고준위 핵폐기물이예요. 사용전 우라늄은 저기 원자로에서 쓸 수 있지만 사용후 핵연료는 많은 잡스런 원소들이 생겨서 다시 쓸 수가 없어요. 플루토늄만 뽑는거죠. 

플루토늄 재처리 방법


조금 어려운 얘기입니다만 재처리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습식이고 하나는 건식인데, 전세계가 순수한 플루토늄을 뽑는 재처리방법은 습식방법입니다. 표준방법이에요. 산, 강산 같은 걸 사용해서 녹여가지고 그중 순수한 플루토늄, 우라늄, 이런 것들을 뽑아낼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건식처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순수하게 뽑아내질 못하고 대충대충 쓰레기들이 묻어 있는 채로 뽑아내거든요. 그런데 뭐하러 돈 들여서 이 방법을 쓰냐? 핵발전소에서 다시 쓰겠다는 거예요. 재처리를 해서 우라늄을 사올 필요없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뽑아내서 이것으로 또 핵발전을 하고 이걸 다시 뽑아내서 또 핵발전에 쓰고. 그러면 우라늄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는 거겠죠. 영원한 에너지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냐?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죠. 

파이로 건식처리 선택 이유?

첫 번째는 파이로 건식처리를 해봐야 이걸로는 핵무기를 못 만든다. 미국이 인정해줄 것 같지 않아요. 이걸 하면 그 다음에 순수한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일이 더 쉬워질 것 아니에요? 미국이 쉽게 이것을 인정해주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이고, 그 다음에 이것으로 원자로를 다시 돌리겠다는 것도 기술적으로 말이 안돼요. 왜냐하면 보통 우리가 쓰고 있는 원자로에 재처리한 것을 핵연료로 쓸 수가 없어요. 순도가 너무 낮아서. 

그래서 ‘소듐고속증식로’라는 특별한 원자로를 만들어야 이 원료를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파이로 건식처리를 하는 이유는 소듐고속증식로의 원료를 대기 위해서예요. 만일 이것이 불가능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이해가 되시죠? 뽑아와봤자 딴데는 쓸 수가 없어요. 문제는 소듐고속증식로가 너무 위험하다는 거에요. 사고 안난 경우가 없어요. 프랑스, 러시아, 중국, 미국이 다 해봤어요. 일본도 해봤어요. 다 사고 났어요. 너무 위험해요. 

■소듐고속증식로 위험천만하다

이거 왜 안되냐? 사고가 왜 이렇게 많냐면요. 원자로를 식히는 데 뭘 썼습니까? 물 썼죠? 보통 경수로 또는 중수로, 물을 씁니다. 그런데 이 소듐고속증식로는 물을 쓰지 않고 냉각제 소듐을 써요. 나트륨, 액체 나트륨을 써요. 온도도 높고. 액체나트륨은 반응성이 너무 좋아 조금만 새도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는 거예요. 냉각수 누출이 조금만 돼도 화재폭발이 일어나요. 우리나라에서 냉각수 누출사고 수십번 일어났어요. 그럼 원자로마저 이것이었다면 화재폭발사고도 수십번 일어났단 얘기예요. 그렇게 엄청나게 위험한 겁니다. 사고도 많이 났고. 

▶일본은 몬주라고 하는 소듐고속증식로를 한 20년 전쯤 지었어요. 지어놓고 1년 정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사고났어요.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고치는데 14년 걸렸어요. 겨우 고쳐가지고 다시 재가동을 했는데, 한달 만에 또 고장났어요. 다시 2년에 걸쳐 겨우 고쳤어요. 그래서 내년쯤 재가동하겠다는 거예요. 일본도 돌았죠! 

▶프랑스, 미국은 어떠냐? 다 포기했어요. 해보니까 너무 위험하다는 거죠. 비싸고. 해봤자 쓸데가 별로 없는 거예요. 기술만 있지. 그것을 지금 하겠다는 겁니다. 전세계가 실패하고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을 하겠다는 거예요. 사고 안난 경우가 없는데! 

이걸 하면 누가 이익을 볼까요? 정말 이렇게 해서 순수한 플루토늄을 만들어내 쓸 수 있는 영원한 에너지가 될 수 있겠냐. 안돼요. 안됩니다. 그럼 누가 이익을 볼까요. 엄청나게 비싼 원자로거든요. 국민들은 그 돈 대야죠. 위험 감수해야 되죠. 사고 나면 국민들이 바로 피폭되죠. 온갖 손실을 다 뒤집어씁니다. 그럼 누가 이익을 봐요? 이거 연구하는 사람만 이익을 봐요. 이것은 굉장히 부도덕한 짓이다. 그렇게 봅니다. 반드시 막아야 해요. 한국 핵재처리 안돼요. 정상적인 습식방식도 반대해야 할 처지인데, 훨씬 더 위험한 건식방식, 소듐고속증식로, 이건 너무나 위험합니다. 

핵폐기물 어떻게 해야하나


이 정도까지 얘기하면 핵, 원자력 좋아하는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꼭 이 얘기를 합니다, 핵융합 반응이라는 게 있다. 핵을 너무나 좋아해서, 결국 이것은 될 게다. 이런 얘기를 해요. 제가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한테 직접 물어봤습니다. 핵융합 반응이라는 게 있냐.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대요. 그러면 가능한지, 안 가능한지 언제 알 수 있냐? 전세계가 한팀이 돼서 엄청나게 열심히 연구하면 50년 후에 가능할지 말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답을 했어요. 

지금 정부 돈이 이거 연구하는 콘소시엄에 들어가고 있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이걸로도 갈 수 있다라는 거죠. 하지만 이것은 그냥 광고판이예요. 지금까지 핵붕괴반응 갖고 핵발전 해왔는데 그 다음에 핵융합반응까지 간다. 
그러니까 앞으로 원자력은 엄청난 발전을 할거다 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건데, 이 현상은 현실로 희망이 없다는 것이죠. 

<1> 핵폐기물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준저준위 경주 방폐장, 일단 공사 중지해야 돼요. 그러면 핵폐기물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경주에 말고 딴데 하잔 말이냐. 그 얘기 아닙니다. 제 얘기는 경주에 짓되, 안 새게 지으라 이것입니다. 안전하게 해주면 나는 환영하겠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니까 문제제기 하는 것이죠. 

<2> 두 번째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떻게 할거냐. 재처리하면 안된다. 직접 처분해야 된다. 미국도 직접 처분해요. 지금 재처리해놓은 플루토늄이 전세계에 넘쳐납니다. 일본이 만들어놓은 플루토늄, 이걸로 핵 만들 수 있을까요? 못 만들어요. 엄청난 돈을 들여서 외국에 보내고 자기들이 또 재처리 하고 해서 플루토늄 잔뜩 쌓아놨는데 이거 못써요. 일본이 완전히 실패한 그 길을 왜 똑같이 따라가냐 말이죠. 잘못된 길이라고 입증된 길을 따라가는 것은 바보가 하는 짓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3> 핵융합 얘기는 하지도 마라. 50년 후에 가능성이 있을지 말지 알 수 있다. 이런 얘기예요. 소듐고속증식로, 핵융합, 이런 황당한 기술에다 국민의 안위를 맡길 수가 없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국민피폭 방지 제안

<1> 국민피폭을 막는 것이 우선, 제일 중요합니다. 피폭경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입니다. 일본산 수산물, 그래서 중요합니다. 학교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 빼는 운동을 좀 해야 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학교에 전화하면 됩니다. 

<2> 핵사고는 나라가 망하는 길입니다. 땅이 좁은 나라는 한번의 핵사고로 끝납니다. 우리나라는 그래서 반드시 탈핵을 해야 되고 탈핵은 가능합니다! 전국민이 이걸 안 믿어요. 가능해요. 다른 나라들이 다 하고 있어요. 우리도 묻어가면 되요. 핵발전소 없으면 전기가 없어지고 원시시대로 돌아갈 것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은 재생가능에너지 개발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3>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드리면요. 탈핵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재생가능이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예요. 전기를 적게 쓰는 거에요. 탈핵 결정한 나라들은 해가 갈수록 전기를 적게 씁니다. 탈핵 안되는 나라들은 해가 갈수록 전기를 많이 써요. 독일, 경제발전은 하고 있죠? 매년 전기수요가 줄고 있어요. 에너지를 아끼는 것, 이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전기를 덜 쓰는 것. 이거만 되어도 재생가능 없이 탈핵 가능해요. 할 수 있습니까? 이게 너무도 힘드니까 재생가능을 좀 보조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탈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이다. 이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 길로 갈 수 있다. 한국도 갈 수 있다. 다 가는 길 묻어서 같이 갑시다 라는 것이 제 강의 내용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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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근 교수가 말하는 미래우주개척

현대문명의 대전환 비긴즈 7회ㅣ미래문명 특집편 엄창섭 교수

현대문명의 大전환 21회 4차 혁명으로 가는 길 1부

강화도서 불과 400km···韓서해 맞은편에 中원전 12개 있다

 
중앙일보 2019-09-05

 

 

 

강화도서 불과 400km···韓서해 맞은편에 中원전 12개 있다

 

중앙일보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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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전 백서’ 첫 발표...47기 운영, 세계 3위

산둥반도 중국 원전...인천 강화도서 불과 348km

中 정부, “엄격한 관리...안전성 보장”

전문가, “원전사고 실질적 방지 위한 조기경보ㆍ매뉴얼 필요”

 

중국 원자력 발전소 분포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정부가 현재 4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국 서해안과 직접적으로 마주보고 있는 중국 동북부 해안가 원전이 12기로, 전체 중국 원전의 25.5%에 이른다.

 

중국 국무원은 3일 원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원자력 안전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원전 수는 2019년 6월 기준으로 총 47기로, 미국 98기, 프랑스 58기에 이어 세계 3위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11기다. 모두 완공되는 2024년 이후가 되면 프랑스와 함께 세계 2위의 원전 국가가 된다.

 

중국 원전 수 증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9년 11기이던 중국 원전 대수는 매년 3~4기씩 증가해 10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위도상 한반도와 같은 범위에 있는 중국 랴오닝성, 산둥성, 저장성 북부에 최근 원전 건설이 집중됐다. 라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홍얀허(?沿河) 원전엔 6기가 가동중이다. 2013년 6월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하이양 원전. 위 조감도는 2009년 원전 건설 시작 당시 조감도. 6기로 계획된 부지에 현재 2기가 완공된 상태다. [바이두 캡쳐]

 

인천 강화도에서 직선거리로 431km 떨어진 산둥성 옌타이시의 하이양(海?) 원전은 2015년 2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3세대 원자로 AP1000의 기술이 도입된 원전이다.

 

중국 산둥성 시다오완 원전은 인천 강화까지 직선거리 348km 떨어져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 원전이다. [바이두 캡쳐]

 

이보다 한국과 더 가까운 산둥반도 동쪽 끝 해안에선 시다오완(石??·한국과 직선거리 348km) 원전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210만 메가와트 규모의 4세대 원전이다. 지난 2016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검사를 통과한 데 이어 2017년 6월 건설이 마무리돼 곧 운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시다오완 원전은 중국이 미국의 AP1000 기술을 자체 업그레이드해 개발한 CAP1400 원자로가 처음 사용됐다. 원전 측에 따르면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여기에 제주도와 근접한 위도 상에 있는 장쑤성 톈완(田?) 원전은 4기가 가동중이고 2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중국 원자력 발전이 건설 초기 중국 남부 광둥성(13기)과 동남부 저장성(11기)에 집중되다 동북부 지역 전력 수요를 원자력으로 대체하면서 원전 건설지가 북상한 결과다.

 

하이양 원전에 사용된 AP1000 원자로. [바이두 캡쳐]

 

백서는 중국 정부가 원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화 국가 원자력 안전 국장은 “정부가 원자력 시설의 부지 선정, 설계, 건설, 운영 및 해체의 수명 주기 활동을 엄격히 관리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명보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타이핑 링(太平?) 원전 1호기가 홍콩에서 약 90km 떨어져 있고 양장(陽江) 원전 2기가 추가 건설 중에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세계 각국별 원자력발전소 운영 현황. [출처: 원전안전운용정보시스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중국 산둥반도 원전 사고시 국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톈완(田?) 원전에서 지난 2011년 후쿠시마 규모의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은 3~5일 만에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과 교수는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인한 낙진 범위가 무려 2400㎞에 이르렀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규모 해수 오염이 발생한 사실을 상기하면, 중국 동부 지역 원전은 유사시 한반도 대기와 해양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ㆍ중 양국만이라도 원전사고 방지와 조기경보, 위기 대응 협력 매뉴얼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지금 75억 인류는 대재앙의 시간으로 걸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2020.01.21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작년 가을에 시작돼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꺼질 줄 모르는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은 묵시록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러자 ... 땅의 삼분의 일이 타고, 나무의 삼분의 일이 탔으며, 푸른 풀이 모두 타 버렸습니다."("요한 묵시록" 8장 7절, <공동번역 성서>) 그리고 그 나무, 풀과 더불어 살던 짐승들이 죽어간다. 또한 겨우 목숨만 구한 인간들 역시 속절없이 떠돈다.

 

남반구에 여름이 오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늘 산불이 났었다 한다. 날은 더운데 건조해 산불 나기 딱 좋은 날씨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륙 전체를 덮으며 끝없이 불길을 이어간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이 여러 원인을 짚지만, 누구도 근본 원인이 기후 변화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건조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고 길어지니 산불의 규모와 지속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화석 자본주의의 온실 가스 대량 배출 때문에 시작된 지구 평균 기온 급상승이 묵시록이 전하는 "천사의 나팔 소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첫째" 굉음일 뿐이다. 묵시록에 따르면, 나팔 소리는 아직 여섯 차례나 남아 있다. 과학자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산불로 최소 4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작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해 배출량에 맞먹는다. 이렇게 예기치 않게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기온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되먹임 효과'다. 이런 일이 빈발한다면, 2050년까지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묶는다는 목표는 일찌감치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다가온 2020년대의 첫 번째 얼굴이다. 이는 '기후 위기'라는 말로도 충분히 형용할 수 없는 파국의 형상이다. 이제껏 기후 '변화'라고 태평히 지칭되다가 1, 2년 전부터 기후 '위기'라 불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기후 '재앙'이라 해도 다들 이상하다거나 과장이라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 75억 인류는 대재앙의 시간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전시 동원 상태"가 필요한 기후 위기 대응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미 전에 없던 더위와 추위를 겪은 데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가을 태풍에 시달린 나라인데도 그렇다. 한국인들이 기후 위기보다 더 중요시하는 미세 먼지 문제조차 기후 변화 탓에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바뀐 탓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총선을 몇 달 앞둔 한국 정가에서는 기후 위기를 진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는 여전히 '외신' 면 소재다. 우리는 지구 대기 바깥에 사는 외계인들인가?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지하고 연대 의식이 넘치는 이들조차 손사래를 칠지 모른다. 삼성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를 응원하는 집회에서, 현 정부가 임명한 공기업 사장의 노동 탄압에 맞서 지금껏 투쟁하는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혹은 날마다 전해오는 빈곤층 가족의 동반 자살 소식에 가슴 아파 하는 이들 곁에서 기후 위기를 강조하면, 마치 응급 처치 현장에서 양생법을 설파하는 것처럼 황당해보일지 모른다. 더 급한 일들 천지인데, 고담준론이나 읊는다고 할 수 있다.

 

실은 한국만 이런 것도 아니다. 어느 나라든 좌파는 기후 변화와 사회 불평등 사이에서 딜레마를 느끼곤 한다. 둘 다 자본주의 탓이지만, 선거에서 공약을 내거나 정부에서 정책을 논의할 때는 어쨌든 어느 쪽을 먼저 다룰지, 어느 쪽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지, 선택의 순간에 부딪히곤 한다. 이럴 때마다 선택하는 대상은 확실히 '기후 변화' 쪽은 아니다. 좌파정당의 명망가든 노동조합원이나 분노한 시위대이든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작년에는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까지 있었다. 물론 부유세 인하 같은 다른 요인과 함께 봐야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시위의 직접적 원인은 기후 변화 대응을 빌미로 한 유류세 인상이었다. 이 조치에 누구보다도 중소도시의 소외된 계층이 격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는 착취와 수탈, 불평등과 배제가 더욱더 증대하는 사회에서 기후 재앙에 대응하기 쉽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작년 말에 한 유럽 매체와의 대담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전시 동원 상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www.euronews.com. 2019. 11. 18). 전시 총동원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해야만 기온 상승 속도를 늦출 정도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가 "전시"라 말할 때 염두에 둘만한 전쟁은 십중팔구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이때 미국은 유럽과 태평양, 두 전선에서 싸우면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연합군 진영의 병기창 역할을 했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에 미국이 매년 GDP의 1/3을 전쟁 수행에 쏟아 부었다고 평가한다. 작년 미국의 명목 GDP는 대략 21조 달러였다. 그 중의 1/3이면 7조 달러, 우리 돈으로 8천1백조 원이 넘는다.  

 

이를 그대로 한국 상황에 대입하면, 625조 원 가량을 기후 위기 대응에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의 대한민국 재정 규모(2018년 총수입 447조 원)보다 더 큰 액수다. 너무 커서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만큼을 기후 위기 대응에 쏟아 부어야 한다면, 다른 급한 일들, 그러니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고용 증가나 복지 확대 같은 과제들은 어찌한다는 말인가? 이 모두를 희생한 채 기후 문제에만 매달려야만 한다는 이야기인가?

 

 

"전시"는 거대한 전환의 시기이기도 하다

 

스티글리츠라면, 누구보다 불평등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학자다. 그런 그가 기후 위기 대응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현실의 다른 중요한 문제를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일종의 "전시 동원 상태"를 통해서만 기후 재앙에 맞설 수 있다는 말은 난마처럼 얽힌 21세기의 사회 문제들이 더욱 궁지에 빠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불평등 위기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해결될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왜 그러한가?  

 

20세기 전반은 공황과 전쟁, 학살로 점철된 어두운 시대이기도 했지만, 냉정히 뜯어보면 인류사에서 전례가 없는 진보의 시대이기도 했다. 다른 무엇보다 인간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그랬다. 1910년대 말에서 192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보통선거제도가 실현됐다. 모든 시민의 정치적 평등이 보장된 것이다. 다시,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는 자본주의 중심부에서 복지국가의 토대가 구축됐다. 정치적 평등을 넘어 사회적 평등을 향해 한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 두 시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 전쟁 직후라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자 그간 정치 참여에서 배제됐던 노동계급과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됐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나자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 고용과 보편 복지가 민주주의 국가의 의무가 됐다. 세계 전쟁과 이런 대대적인 개혁 사이에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런 상관관계의 중심에는 총력전이라는 새로운 현실이 있었다. 그 전에도 자본주의 아래서 전쟁은 많이 있었다. 아니, 자본주의 자체가 늘 크고 작은 전쟁과 함께 했다. 그러나 이전의 전쟁은 국내 사회 개혁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국내 사회 개혁을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20세기의 두 차례 세계 전쟁은 달랐다. 총력전이었기 때문이다. 참전국이면 어느 나라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성인 남성을 최대한 징집해야 했고, 전방에서는 높고 낮은 여러 계급이 함께 부대끼며 적군과 싸웠다. 남성들이 징집돼 생긴 생산의 구멍은 여성들이 채웠고, 전쟁 수행 필요성 앞에서 여성의 역할을 둘러싼 온갖 구닥다리 제약은 삽시간에 힘을 잃었다. 군수 생산이 급한 정부는 그간 탄압만 해온 노동조합에 손을 내밀었고, 당연한 듯 천문학적 국채가 발행되고 계획 경제 체제가 들어섰다.

 

이런 변화를 이미 겪은 대중에게 정치적 평등의 인정이나 복지국가 수립은 너무도 당연한 최소한의 성과였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죽을 때까지 실현되는 꼴을 보지 못할 것 같던 엄청난 목표들이었는데, 총력전 형태의 세계 전쟁을 겪고 난 뒤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상 시기에는 좀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제도의 변화, 사회 세력관계의 변화, 사람들 마음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슬픈 진실이지만, 지난 세기의 가장 위대한 진보는 이렇게 두 차례 세계 전쟁을 거치며 실현됐다.  

 

전쟁을 예찬하자는 게 아니다. 불평등의 해소 같은 대대적인 개혁은 결코 '일상' 시기에는 이뤄질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자본주의 구조가 평화롭게 작동하는 일상 시기에는 개혁은, 그 말에 값할 정도로 대대적이고 실질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아주 어렵다. 이런 시기에는 오히려 불평등 구조가 확대 재생산되기 쉽다.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0여 년 간 세상의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경향이었다.  

 

몫 없는 자들이 사회의 중심에 진입하는 그런 변화는 지극히 비일상적인 시기에 이뤄진다. 큰 변화는 커다란 격동이 이미 시작된 사회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그럴 때에만 중간층은 현상유지보다 변화 쪽에 함께 하길 선택한다. 그럴 때에만 지배층은 기존 지배 방식이 더는 통할 수 없음을 스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럴 때에만 몫 없는 자들의 도전이 '일상'이 된다.  

 

슬프게도 20세기의 인류는 오직 전쟁, 그것도 세계 전쟁을 통해서만 이런 비일상성의 시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될 비극적인 상황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핵무기의 존재 때문에 반복될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세계 전쟁의 가능성이 닫힌 이 세계에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형태로 비일상성의 시간에 진입해야 한다는 요청을 마주하고 있다. 스티글리츠 같은 이들이 "전시 동원 상태"에 준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후 위기가 그것이다. 이번에는 강대국과 강대국이 서로를 죽이려는 전쟁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함께 살기 위해 문명을 혁신하려는, 전에 없던 공동 시도다. '전쟁'은 이것과 가장 거리가 먼 경험이겠지만, 이제까지 인류 경험 속에서 이와 비슷한 어떤 상태를 환기시킬 수 있는 말은 역설적으로 "전시 상태"뿐이다.

 

기후 재앙에 맞서는 전혀 새로운 "전시 상태"에서 어떻게 인류 역사상 최대로 심화된 불평등이 흔들리고 뒤집힐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분석과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예외 상황에서 각 나라의 재정 규모와 그 지출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도록 허용할지 혹은 변화해야만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일자리의 대대적인 변동 속에서 20세기의 완전 고용-보편 복지와 그 형태는 다르면서도 내용은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시장 주도 자본주의를 어떻게 뜯어고쳐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전시 동원"이 전체주의나 권위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민주주의(미국의 뉴딜이나 영국의 보수당-노동당 거국내각을 훨씬 넘어설)와 결합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어쨌든 "전시 상태"라는 말이 환기시키는 비일상성의 가능성이 이런 논의와 실천의 의지와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기후 위기 대응은 단지 위기일 뿐만 아니라 크나큰 기회이기도 하다. 지구 어느 곳에서나 세습 자본주의라는 말기적 단계에 접어든 이 자본주의 질서를 반전시킬 기회 말이다.  

 

 

녹색 전환은 이제 모든 정책의 대전제  

 

그러나 기후 재앙은 전쟁과는 다르다. 적국의 공격을 못 알아챌 이는 없겠지만, 지구 생태계의 신음은 지나쳐 버리기 쉽다. 많은 이들이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이나 일본의 태풍을 남의 일 취급하고, 우리가 겪은 이상 기온조차 잊곤 한다. 우리들 사이에, 지구의 반격을 '해석'해주는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이미 비일상적 시간에 진입했음을, 다만 일상의 질긴 관성 때문에 이를 애써 부정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지금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외치는 '그린 뉴딜'은 단순히 환경 분야 정책이 아니다. 기후 위기 대책과 일자리 정책의 결합만도 아니다. 기후 재앙에 맞서는 가운데 미국 자본주의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외침이다. 그런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적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만이라도 한다면, 2020년대가 스티글리츠가 말하는 "전시 동원 상태", 그러니까 위대한 전환의 시대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결정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바깥에서 이러한 메시아적 계기를 기다리기 전에 해방의 몸짓은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다가올 총선에서 이런 목소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 이제 녹색 전환은 단순한 한 분야의 정책이 아니라 모든 진보적 정책의 대전제이며 세습 자본주의 타파의 출발점이라는 목소리,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원론이 아니라 2030년까지 10년 동안 시급히 실현해야 할 계획으로서 녹색 전환과 한국 사회 양대 불평등(부동산과 교육)의 구조 개혁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로블록스·제페토 성공은 시작일 뿐…'1700조 시장' 메타버스가 온다

 

머니투데이 2021-05-29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편집자주]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가상의 신세계 메타버스가 어느덧 우리 삶에 성큼 다가왔다. 친구와의 소통, 수업이나 업무, 취미모임 등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일들이 메타버스에서 펼쳐진다.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신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메타버스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기획 - 메타버스 대전환시대 온다] - ①]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우리 산업과 서비스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대체하는 '차세대 플랫폼' 자리를 메타버스가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코로나19(COVID-19)가 일상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꾼 데 이어 현실을 가상세계도 빠르게 연결되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얼핏 어려운 개념처럼 들리지만 1999년 영화 '매트릭스', 2009년 '아바타', 2018년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영화적 상상력에 그쳤던 메타버스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뒷받침하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수만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도 지연시간 없이 대응이 이뤄져야 해서 5G,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이 필수다.

 

기반 기술이 마련된 만큼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50조원에 그쳤던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10년 뒤인 2030년 1700조원(1조5000억달러)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한 해 예산 556조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인터넷·모바일 익숙한 10대 디지털네이티브 세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로 환승

 

 

제페토 트와이스 티저/사진=네이버 제페토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성공 사례는 로블록스(Roblox)다.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만 60조원이 넘는다. 이용자가 레고를 닮은 게임 속 아바타를 움직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통화나 채팅도 한다. 도구와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열린 세계다.

 

로블록스는 2006년부터 서비스가 됐지만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과 인터넷에 친숙한 Z세대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미국의 유명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11월 로블록스에서 가상콘서트를 개최해 이틀 동안 3000만명의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말 그대로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세상인 셈이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만든 '제페토(ZEPETO)'도 전 세계 이용자가 2억명을 넘어선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에서 활동한다. 제페토 안에서는 아바타가 명품을 사는 것은 물론 이용자끼리 전화와 문자도 자유롭게 보낸다. 전체 이용자 중 80% 이상은 10대 청소년,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미래의 고객이 될 10대가 메타버스에 친숙함을 느끼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메타버스 관련 투자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네이버, SKT '합종연횡'…메타버스 정부까지 나오나?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ICT문화융합센터에서 열린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국내 움직임도 분주하다. 기업들도 정부와 손을 맞잡고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가상융합기술(XR) 수요·공급기업과 이동통신사, 방송·미디어사 등 관련 산업 기업들과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차와 분당서울대병원, 네이버랩스, 맥스트, 버넥트, 라온텍,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KBS, MBC, SBS, EBS, MBN, 카카오엔터, CJ E&M, 롯데월드 등 굵직한 ICT 기업들이 참여한다.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민간이 프로젝트 기반으로 주도하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최근 정부는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메타버스 TF'를 꾸렸다. 정책적으로 메타버스 산업을 지원할 부분을 살피고 궁극적으로는 '메타버스 정부'까지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민원 관리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해 많은 국민이 거리와 시간에 제약 없이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각 부처의 장관들이 하나의 가상공간에 모여 국무회의를 하고,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아바타로 출석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도 있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변곡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