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 봉황은 천자 상징...태평성대·다산 염원도 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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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봉도(김혜경 作)는 예로부터 천자를 상징하고 태평성대와 다산을 염원하는 백성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군봉도-군왕의 위엄과 선민사상 담아
'새 중의 왕은 봉황새요, 꽃 중의 왕은 모란이요, 백수의 왕은 호랑이'라는 말처럼 봉황은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여겨지며 한국인의 의식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황은 새 중의 으뜸으로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왔으며, 봉황이 한 번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하게 된다'하여 봉황은 '천자(天子)'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천자의 궁문에는 봉황을 장식하게 되어 '봉궐(鳳闕)', '봉문(鳳門)'이라 하였고, 천자의 수레를 장식하여 '봉거(鳳車)' '봉련(鳳輦)' '봉여(鳳輿)'라고 했습니다.
좋은 벗을 봉려(鳳侶), 아름다운 누각을 봉대(鳳臺),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봉음(鳳音) 이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봉황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화 속에서 등장하는 봉황은 어떤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을까요.
현재 전해지고 있는 봉황 그림은 대부분 민화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봉황을 소재로 한 민화에는 오동나무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이 많고, 오동나무 대신에 대나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주로 오색구름 위로 솟아오른 오동나무, 대나무 아래에 한 쌍의 봉황이 그려집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봉황이 봉황인지 닭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봉황을 실제로 본 적이 없고 많은 사람들이 기록이나 상상을 통해 그렸기 때문에 봉황은 점점 추상적으로 상상속의 동물로 변화되는 과정을 겪게 되었습니다.
한편 민화에서 붉은 태양과 봉황이 함께 그려지는 것은 '봉명조양'의 고사에 근거한 봉황 그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황은 천리를 날아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좁쌀은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봉황이 대나무 열매만 먹으며 오동나무에만 앉는 고귀하고 청렴한 군자, 어진 성군을 상징하는 새임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봉황 두 마리가 그려지면 '쌍봉도(雙鳳圖)'라고 부릅니다.
봉황이 아홉 마리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그림은 '구추도(九雛圖)' 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9라는 숫자는 양을 의미하여 길상의 의미를 지니는 고귀한 숫자로 여겨졌습니다. 자수나 나전과 같은 공예에서는 아홉 마리의 새끼봉황이 문양에 주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다산과 부부화합의 의미와 태평성대의 염원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군봉도(群鳳圖)에는 아홉 마리의 새끼 봉황은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끼 봉황이 표현된 경우에는 암수 한 쌍에 적게는 두 마리 많게는 열한마리의 봉황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모습은 일상 생활용품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혼부부의 베게인 구봉침의 베갯모 장식에 암수 한 쌍, 새끼 일곱 마리의 봉황을 수놓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봉황은 민화뿐만 아니라 예복, 장신구, 가구, 공예품 등의 문양에 널리 사용되면서 봉황의 상징적 의미가 '득남(得男)' '번영(繁榮)' '안락(安樂)'을 바라는 세속적 의미로 변화되었습니다.
이는 민화에서도 반영되어 봉황의 형태가 매의 머리에 긴 꼬리를 결합한 비현실적인 묘사에서 점차 닭 또는 학의 모습으로 변형되어 표현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를 봉황에 비유하여 우리 스스로의 소망을 현실적으로 담아 두려고 한 선조들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 봉황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어 문헌마다 조금씩 다르게 묘사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모습은 크기가 1m 이상 되고, 머리는 닭, 턱은 제비, 목은 뱀, 다리는 학, 꼬리는 물고기, 깃털은 원앙, 등은 거북, 발톱은 매를 닮았으며, 오색찬란한 빛(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등의 5색)으로 빛나는 몸에 다섯 가지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내며, 오동나무에 거주하며, 예천(醴川)을 마시고 천년에 한번 열리는 대나무의 열매만을 먹고 산다고 한다.
봉황의 몸의 각 부분에는 다섯 가지 의미가 있는데, 가슴은 인(仁)을 날개는 의(義)를 등은 예(禮)를 머리는 덕(德)을 배는 신(信)을 나타낸다고 한다.
우주 전체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머리는 태양을, 등은 달을, 날개는 바람을, 꼬리는 나무와 꽃을, 다리는 대지에 각기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