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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감염 사망 사례 처음으로 나왔다

네덜란드서 발생...점점 늘어나는 코로나19 재감염 사례…”노란 경고등 켜졌다”

빨간색이 사람에게서 분리한 코로나19의 모습이다. NIAID/NIH/SPL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가 목숨을 잃은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마졸라인 웨그담블란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의대 교수팀은 89세 여성이 코로나19에 재감염돼 사망한 사례를 의학학술지 ‘임상 감염병’에 보고했다. 현재 관련 내용은 출판을 허가 받은 상태다.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이 여성은 올해 초 심한 기침과 발열로 처음 입원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골수암을 앓고 있어 면역 조절제 등으로 치료를 받던 상태였다. 입원 5일 후 상태가 호전되며 퇴원했다. 모든 증상이 나아졌다. 다만 여전히 피로감은 느끼는 것으로 보고됐다.  


골수암 치료를 위해 항암화학요법 받은 지 이틀이 되던 날, 이 여성은 다시금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호소했다. 코로나19 진단을 처음 받은 지 59일 후였다. 재입원 당시 산소 포화는 90%였고, 다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94% 미만으로 떨어지면 증상이 중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입원 4일과 6일에 항체 존재 여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8일째 증세가 악화됐고, 2주 후 여성은 목숨을 잃었다.


연구팀은 “두 차례에 걸친 감염에서 유전적 구성이 각기 다른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에 첫번째 감염이 지속된 것이 아니라 재감염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항암치료가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해당 여성이 받은 항암요법의 유형을 고려하면 항암치료 후에도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면역반응은 충분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고된 전세계 재감염 사례 23건...재감염 때 증상이 더 심한 경우도 다수 보고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면역 기작. 폐를 통해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증식을 통해 감염된 세포 밖으로 분출되며,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몸 안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된다. 선천성 면역계(위)는 병원체 침입초기에 활성화되며 우리 몸을 방어한다. 후천성 면역계(아래)는 선천성 면역계에 연이어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공격한다. 그림 김영찬/IBS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의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를 잡기 위한 항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인식하는 면역 단백질인 이뮤노글로불린G(IgG)와 이뮤노글로불린M(IgM), 이뮤노글로불린(IgA) 등이 그 예다. 이 항체가 몸속에 남아있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백신 또한 이러한 항체를 만들어 몸이 오랫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내 다시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코로나19를 막는 항체의 지속기간이 길지 않은 것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져 왔다. 항체의 지속기간이 짧으면 백신의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코로나19 사례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홍콩과 미국, 인도 등 현재까지 보고된 재감염 사례만 해도 23건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22일 밝힌 전 세계 재감염 사례는 6건으로 국내 사례는 없다. 


문제는 두번째 감염 때 증상이 더 심한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네덜란드 여성 사례와 지난 8월 미국에서 발견된 미국 네바다에 거주하는 25세 남성 사례가 그렇다. 이 남성은 첫 감염 후 48일 만에 재감염이 발생했는데, 첫번째 감염 때는 가벼운 증상으로 완쾌했으나 두번째 감염 때는 폐렴으로까지 증세가 발전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 7월 두번째 더 심한 증상을 앓은 사례가 나왔다. 84세의 이 여성은 지난 4월 무증상 감염 판정을 받고 한 달간 자가 격리 치료를 거쳐 회복됐다. 이 여성은 7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다시 받았다. 북부 베로나에서도 한 여성에게서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 여성 역시 첫 감염을 쉽게 넘겼지만 두 번째 감염에서 더 심한 증상을 겪었다. 이탈리아 의료계는 이러한 특이 사례를 주목하고 있으나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례 외에도 더 많은 재감염 사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키코 이와사키 미국 예일대 면역학과 교수는 “(재감염 사례가) 100만 분의 1의 사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수백반 명의 사람들이 감염되면서 사례들이 빙산의 일각인지 매우 드문건 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첫번째 감염 때 큰 증상이 없이 넘어갈 경우, 두번째 감염 여부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고도 설명했다.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 교수는 “재감염 사례들은 ‘노란색 경고등’이라 할 수 있다”며 “재감염 사례들은 항체가 얼마나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잠재적으로 백신이 얼마나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재감염 때 증상 악화...항체가 몸에서 오히려 바이러스의 증식을 돕는 부작용 때문 일수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재감염 사례와 관련해 이탈리아 과학치료연구소(IRCCS) 연구팀은 첫번째 감염 때 생성된 항체로 '항체의존면역증강(ADE)'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의학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 지난 7월 7일자에 발표했다. 항체의존면역증강은 항체가 몸에서 오히려 바이러스의 증식을 돕는 부작용을 뜻한다. 연구팀은 첫번째 감염때 만들어진 항체가 더 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재감염 발생 원인과 관련해 첫번째 감염 후 항체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크 반 란스트 벨기에 루벤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첫번째 감염 후 항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게 재감염의 이유일 수 있다”며 “6~9개월 사이 이런 환자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라 코비 미국 시카고대 역학과 교수는 항체가 적게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첫번째 감염 때 증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며 “홍콩 사례의 경우에도 남성은 첫번째 감염 후 혈액검사에서 충분한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감염은 이미 예상하던 상황"..."항체 수명 최소 2년" 희소식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 12일 오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들은 재감염 증상이 더 경미할 것이라 예상해왔다. 코로나19를 겪고 나면 한 차례라도 겪고 나면 조금이라도 형성된 항체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감염학과 교수는 “누군가 재감염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항체는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쉬시 즈하 미국 하버드대 국제보건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증거에 따르면 감염 뒤 회복되면 일정기간 동안 감염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보고된 홍콩 33세 남성 재감염 사례에서 일부 실낱같은 희망을 찾았다. 이 남성의 경우 약 4개월 반 만에 재감염됐는데, 두번째 감염에서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놓고 항체가 어느 정도 몸에 다시 침입한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항체가 약 3개월 정도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폴 켈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바이러스유전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증상이 가벼운 코로나바이러스 4종의 경우, 회복 80일만에 재감염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의 연구팀도 코로나19 항체의 수명이 3개월 정도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외에 리첼 찰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감염병학부 교수 연구팀은 4개월, 디타 바타차그야 미국 애리조나대 의대 교수팀은 5~7개월 간 항체가 유지될 것이란 연구결과를 내놨다. 


바타차그야 교수의 연구결과는 코로나19 확진자 5882명을 대상으로 한 현재까지 최대 규모의 실험으로 이달 13일 공개됐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 중 항체 유지 기간이 가장 길었던 사례가 7개월으로 확인됐다”며 “아직 이 항체유지기간은 유지되고 있으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감염자들이 17년 후에도 여전히 항체를 가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항체 유지기간은 최소 2년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