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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백범, 월북하다 출처: 한겨레21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남한에서 발간된 백범 김구 선생의 전기 <소설 백범 김구>(전 2권·구사 펴냄) 3천질(6천권)이 지난 7월22일 인천-남포항을 통해 북송됐다.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의 행적을 다룬 책이 북한에 제공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사)백범정신실천연합 홍원식(42·사진 오른쪽) 사무처장이 지난 2000년에 출간한 이 책은 북한쪽과의 수차례에 걸친 도서 제공 협의 끝에 북송이 성사됐다.

책은 ‘소설’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백범의 삶과 해방 정국을 사실 그대로 담고 있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이란 제목은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으로 분류되면 독자층이 협소해질까봐 붙인 전술적 발상”이라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이 국내 반민족 세력과 결탁해 ‘블랙 타이거’라는 암호명 아래 백범을 기획 암살하는 대목은 영화처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대영웅의 위대한 역사와 못다한 사랑’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백범이 동학혁명 직후에 만난 첫사랑의 추억부터 연인과의 사별, 거듭되는 이별 등 백범의 인간적 면모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떠올리듯 오롯이 담고 있다. “북한 청소년들까지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책을 구상했기 때문에 사상적 측면보다는 영웅의 로맨스를 주요 소재로 삼아 백범의 민족주의 이념을 부드럽게 보여주려 했습니다.”

홍씨가 백범을 운명적으로 만나 인생행로를 바꾸게 된 건 1999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신창균 명예의장한테 ‘붙들리면서’부터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등고시 헌법 강사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남북 통일헌법을 연구하면서 임시정부 헌법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이를 인연으로 신창균 의장을 수발들고 대변하는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동안 북송 비전향 장기수 등 백범과 함께 해방 정국을 살았던 사람들의 생전 증언을 꼼꼼히 녹취했는데, 이를 토대로 백범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게 이 책이다. 그의 말마따나 “<백범일지>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백범의 일대기를 젊은 친구가 겁없이 시도한” 것이다.

책을 펴내기 위해 여기저기 빚내서 들인 돈은 6천여만원. 이번에 북송된 책값만 4200만원이다. “지난 8년간 월급도 없이 연명해왔습니다. 책은 뜻대로 북으로 보냈지만 책값은 못 받았어요. 혹시 인도주의 차원에서 누군가 책값을 해결해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