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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다기능 나노로봇' 나왔다

최은표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연구부장(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뒤에서 가운데) 연구팀은 고형암을 진단하는 동시에 치료도 가능한 다기능성 의료용 나노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제공

암을 향해 직접 움직이며 암을 진단하고 치료용 약물을 내뿜는다.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다 치료 효율도 높이는 기능이 들어있다. 이를 포함해 모두 5가지 기능을 동시에 하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로봇이 개발됐다. 아직 인체에 적용하긴 이르지만 세포와 동물실험에서 능력을 입증해 암 치료의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된다. 

최은표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연구부장(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고형암을 진단하는 동시에 치료도 가능한 다기능성 의료용 나노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암을 치료할 때는 ‘전신치료’ 방법이 주로 쓰인다. 약물을 넣고 몸 속 곳곳을 돌아다니다 암으로 전달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약물이 체내 다른곳에도 퍼지다 보니 약물저항성이 생기고 암에 약물을 보내기 위해 약물을 많이 쓰면서 독성과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하는 곳에 약물을 바로 보내는 약물전달시스템(DDS)이다. 하지만 DDS는 약물 전달 성능이 몸 속 환경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문제가 있고 암속 깊숙이 침투하기도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개발된 것이 체내에서 자기장 등을 이용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나노 크기의 ‘나노로봇’이다. 하지만 나노로봇은 크기가 작다 보니 암을 진단하도록 설계되면 진단만, 약물을 전달하는 로봇이면 약물만 전달할 수 있어 암 치료에 필요한 여려 기능들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로봇의 모습이다. 나노 자석입자와 금 입자를 뭉친 나노로봇에 폴리도파민과 엽산, 항암물질을 코팅했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5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10~20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 자석입자와 금 입자를 뭉쳐 100㎚ 크기의 나노로봇을 만들었다. 자석입자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움직이며 입자를 암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 준다. 금과 나노입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실시간으로 로봇이 몸 속 어디로 이동하는지 볼 수 있게도 해 준다. 

로봇의 외부는 홍합에서 추출한 자연 물질인 ‘폴리도파민’으로 코팅했다. 이 물질은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외부에서 쏘아 준 근적외선이 로봇에 흡수되면 자석입자와 금 입자, 폴리도파민이 열을 방출해 온열치료로 암을 치료할 수 있게 한다. 그 바깥엔 암 세포에 반응하는 표적 물질인 엽산을 연결해 암을 발견하면 달라붙도록 했다. 간 항암제로 쓰이는 ‘독소루빈’ 물질도 붙여 로봇이 암을 발견하고 달라붙으면 항암 물질이 방출되도록 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분자도 나노로봇에 붙여 다른 생체분자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해 항암 약효를 높였다. 

연구팀은 나노로봇이 간암 세포실험에서 간암 세포주의 크기를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쥐 실험에서는 쥐의 간 오른쪽 부위에 나노로봇을 보내고 근적외선을 가했더니 이곳에서 열이 방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쪽으로 보내고 실험했을 때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자연적으로 약을 퍼트렸을 때보다 70% 높은 비율로 약물을 원하는 곳에 전달할 수 있었다. 

나노로봇은 동물 간 속에서 외부에서 조작하는대로 움직이며 약물을 방출하게 된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제공

세포실험과 쥐 실험으로 로봇을 검증한 김규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으로의 효과적인 약물전달을 극대화하면 주변 정상조직으로 전달은 최소화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며 “약물이 암 조직 속으로 침습하는 걸 극대화하고 치료 과정과 약물 작용 과정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국소치료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직 인체에 적용되기는 이르지만 암 치료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직 원천기술단계”라고 강조하면서도 “생체 내 환경에 의존하는 수동형 약물전달시스템 기술 한계를 극복해 암 치료와 약물전달 응용 분야에서 기술 도약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와 김 교수, 박석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부 교수, 허강무 충남대 고분자공학과 교수, 송지환 한밭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함께한 이번 연구결과는 이달 6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