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 살펴보니...시장 규모 따라 '네거티브 규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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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이달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증강현실(VR·AR)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이달 3일 발표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은 기술의 발전 방향과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예상되는 규제 35건을 먼저 찾아내 기술발전 시기에 맞춰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비대면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는 VR과 AR 기술이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산업을 먼저 키우고 규제를 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의 규모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는 서비스를 본 후 필요한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날 개선하기로 한 규제 35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16개가 관여하고 있다. 이중 이미 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명시적인 규제는 7건으로 분류됐다. VR과 AR이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만큼 빠르게 해결해야 할 규제들이다. 예를 들면 지금도 놀이공원에 설치된 VR 시뮬레이터에서는 VR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 대신 전체이용가 등급의 게임물만 틀어야 한다는 규제가 대표적이다. AR도 현행 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이 3차원 공간정보 해상도를 90m로 제한하고 있어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법체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기적 규제는 16건으로 분류됐다. VR과 AR용 3차원 영상물을 기존 2차원 영상물과 같은 방식으로 등급을 분류하거나 가상공간에서 성매매와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성범죄 이슈가 있음에도 처벌규정이 적용되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교육현장에서 VR을 활용하기 위한 지침이 없거나 데이터 소유권 기준, 각 분야에 투입될 때의 VR기기의 기술기준 등 규제가 불명확한 사례도 12건이 확인됐다.
규제를 개선하는 방향은 가급적 신제품과 신서비스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이후에 추가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날 로드맵을 발표한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앞으로 우리가 선진적으로 가능하다면 규제를 정비하고 새로운 제도로 도입할 때 포괄적인 네거티브 체제를 한번 도입해 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 사실 포지티브 형태로 규제가 돼 있는 부분이 좀 있다”며 포괄적 네거티브를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포지티브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와 반대로 정부가 촘촘한 규제를 통해 출시가 가능한 제품을 지정해주는 방식이다. 이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이쪽 산업이나 기술, 서비스 모델들이 확산하는 전기를 만들어 보자는 다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각 규제의 개선 시한은 VR과 AR의 기술 시나리오에 맞춰 정해졌다. VR 시뮬레이터에 영화를 허용하는 규제 완화는 올해까지 마무리되는 반면 가상공간에서의 성범죄 유사행위 제도정비는 2025년까지로 예정됐다. 김성수 본부장은 “2025년까지 규제혁신에 관한 부분을 도전적으로 혁파하겠다고 계획이 돼 있다”며 “1단계가 끝나는 2022년도에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또 새로운 규제혁신이 뭐가 필요할지를 봐서 보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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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 3일 발표한 VR및 AR의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는 이번 규제개선을 통해 2025년까지 VR과 AR용 콘텐츠를 만드는 실감콘텐츠 전문기업을 150개 육성하고 시장규모도 14조 3000억 원으로 커지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번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디지털 뉴딜에서 나온 수치다. 다만 한국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여전히 VR과 AR 사이에서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희망섞인 기대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로 불편함이 늘고 스트레스가 가중돼 많은 분들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며 “이런 부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VR과 AR 기술이 그런 불편함을 해소시킨다면 폭발적으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시장규모나 이런 것을 보면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하기에는 사실 굉장히 어려우나 가능성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저희들이 단계별로 2년 뒤에 또 5년 뒤 계획을 가겠다는 것은 이런 시장의 규모도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어떻게 커질 건지,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서비스 모델이 다양해질 텐데 어떻게 관련된 규제를 선제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계속 만들어가는 게 이 산업을 키우는 가장 핵심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