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통신비 인하 공약이 사라졌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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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목전에 두고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정책들을 쏟아내며 민심 잡기에 한창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에는 역대 대선의 단골 공약 중 하나였던 '통신비 인하' 관련 정책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것. 그동안 대선에서 가계통신비 인하는 중요한 정책 키워드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7대 통신비 공약의 일부로 1만1000원 상당의 기본료 폐지와 선택약정할인 20%에서 25%로 상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과 겨룬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통신비 포퓰리즘'을 비판했지만 그가 제시한 취약계층 중심의 통신비 지원·절감 정책 역시 1조6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통신 가입비 폐지, 데이터 기반 무선인터넷 전화(VoIP) 허용 등을 제시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기본료·가입비 인하, 통신망 임대(NVNO, 현재의 알뜰폰) 사업 허용 등 여러 굵직한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반면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 가운데 통신비 관련 정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내놓은 '병사 반값 통신비'와 '전국민 안심데이터' 공약이 전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통신비 공약 일부 (사진=이재명 공식 블로그)
병사 반값 통신비는 전기통신사업법 요금 감면 규정을 개정해 20%였던 장병 통신요금 할인 수준을 50%까지 올리는 것이 골자다.
이 후보는 "2019년 도입된 장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 시행 이후 장병들의 평균 휴대전화 사용 시간은 3~4시간인데 가장 보편적인 100GB 요금제 기준으로 군인요금제가 이통사의 '언택트 요금제'보다 비싸다"며 "법 개정을 통해 장병 요금할인 폭을 키우고 이통사의 선택약정할인 25%까지 더해 통신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또 안정적인 정책 실행을 위해 정부가 감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심데이터 공약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이 후보는 해당 공약에 대해 "휴대폰 이용은 이제 국민생활의 필수인데 지금껏 유선인터넷 서비스 접근성만 보장됐다"며 "최소한의 (이동통신) 이용권 보장을 위해 요금제 기본 데이터를 모두 소진 후에도 최소 수준의 속도로 데이터 이용을 보장하는 '안심 데이터' 정책을 2022년까지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안심 데이터와 유사한 서비스는 이통사들이 3000~5000원 수준에 판매 중이며, 이를 전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단 뜻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아직 통신비 절감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통신비 공약의 인기는 왜 '시들'해졌을까? 기본적으로 통신업계 반발에 따르는 부담과 더불어 근래 가계통신비 부담이 계속 줄고 있는 점, 10년 전과 비교해 통신비 절감 수단이 확대된 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먼저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2018년 13만4100원 → 2019년 12만3000원 → 2020년 12만원으로 최근 3년세 감소세다.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안착되고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진 까닭으로 풀이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통신 서비스 비용은 2019년에 전년 대비 4.16%, 2020년에 2.3% 줄었으며 휴대폰 구입비는 같은 기간 19.6%, 4% 줄었다.
2020년 연간 가계지출 통계, 통신비는 전년 대비 줄고 전체 지출에서 5% 정도를 차지한다 (자료=통계청)
또한 가계 통신비 인하는 모든 국민이 가장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재정적 혜택 중 하나지만, 정부 입장에선 민간기업인 이통사에 합리적인 명분 없이 요금 감면을 강제하기 어렵다. 국민 입장에선 '복지'지만 기업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이통3사가 '탈통신'을 외치며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3분의2 이상은 본업인 통신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통신비 감면이 이뤄질 때마다 이통사들은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의 통신비 절감 공약, 인하 정책은 매번 업계의 강한 반발과 마주해야 했다. 가깝게는 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정책이 업계의 법적 대응까지 불사한 반발로 무마됐고, 대안으로 제시된 저렴한 보편요금제 출시 또한 오랜 논의 끝에 불발됐다. 당시는 이통3사가 대규모 5G 신규 투자를 앞둔 상황이기도 했다.
단순히 기본료 폐지나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도록 강제하지 않아도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수단도 늘었다. 대표적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들 수 있다.
2011년 도입된 알뜰폰은 제3의 사업자가 이통사의 통신망을 저렴하게 임대해 재판매하는 서비스로, 같은 통화량과 데이터 제공량 기준 이통사 요금제 대비 30~50% 가까이 저렴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망도매 대가 인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알뜰폰의 경쟁력이 간접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알뜰폰의 품질이 이통사와 다르지 않고, 서비스 접근성도 높아지며 휴대폰 회선 가입자는 현재 5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난 상태다.
알뜰폰 도입 후 가입자 증가 추이. 1000만명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더한 수치이며 휴대폰 회선 기준으로는 1월 기준 600만명 전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과기정통부)
또 최근 몇 년 사이 이통3사가 각각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며 스마트폰·인터넷·IPTV 등 기본적인 통신 수단에 대한 저렴한 결합상품 수도 늘어났다. 과거에 비해 소비자가 조금만 발품을 팔면 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계통신비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닦이고 있는 셈.
무엇보다 5~10년 전에 비해 사회의 디지털화, 온라인 중심 구조가 안착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정책 방향도 단순 통신비 인하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편익 개선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화' 정책과 더불어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도 '플랫폼 수수료의 투명화' 등 보다 변화한 시대적 인식에 걸맞은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한편 이번 대선의 달라진 통신비 정책 트렌드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관점이 달라져야 할 시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현재 통신 분야는 통신비뿐 아니라 변화하는 서비스 사용 환경, 그리고 잇따른 통신 불안 사태 등에 대한 대응과 해결방안 강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단 얘기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소소한 통신비 절감 공약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제 대선 후보라면 통신정책 전반, 그리고 가계통신비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지금은 데이터 중심 사회나 혁신 성장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들을 이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안정적인 통신망"이라며 "보편적인 통신비 정책과 더불어 통신 인프라 안정성 강화에 대한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떠오르는 'OTT·콘텐츠'로 미디어 부처 탄생할까…과기정통부·방통위는?
과기정통부 세종 청사. (사진=과기정통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그 속에서 콘텐츠의 역할도 커지면서 차기 정부에서 미디어 전문 부처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아직 ICT 관련 부처의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된 공약을 공식적으로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고민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는 조직에서는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미디어 전문 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재 각 부처에 혼재된 방송 진흥과 미디어 관련 기능을 모은 미디어 전담 부처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등에 흩어져있는 미디어 관련 기능만 따로 떼어내 미디어 전문 부처를 설립하면서 ICT와 미디어를 분리한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는 통신과 디지털 플랫폼을 비롯한 ICT 기능을 유지하고 방통위에는 방송과 관련된 규제 기능을 남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OTT의 급부상으로 (혼재된 미디어 관련 기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많다"며 "미디어 전문 부처를 신설하고 ICT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며 보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문체부의 미디어 기능을 더한 독임제 부처를 만들어 콘텐츠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의 진흥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되는 부처에는 통신 인·허가와 사후규제, 유료방송, OTT 진흥·규제, 디지털 플랫폼 등의 기능까지 더해진다. 이에 합의제 기구를 별도로 두고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인·허가를 맡기는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디어 기능을 중심으로 한 거대 ICT 부처가 꾸려지는 형식이다. 미디어 전문 부처를 신설한 후 기존 과기정통부는 방송미디어정책만 분리해 신설 미디어 전문부처로 이관하고 방통위는 방송 진흥정책은 신설 전문부처로, 통신규제 기능은 과기정통부로 이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방식과 차별화된다.
정부과천청사의 방통위 현판. (사진=블로터 DB)
전문가들도 ICT를 총괄하는 대부처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CT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을 펼치려면 유료방송·콘텐츠·플랫폼 등을 모두 다루는 대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기존 통신사인)기간통신사업자보다 (콘텐츠제작사들이 포함된)부가통신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이들의 진흥과 규제를 함께 다뤄야 할 것"이라며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갈등을 해소하는 대통령 직속의 혁신·갈등해소위원회같은 기구도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부총리급 ICT 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진호 동국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ICT를 컨트롤하기보다 자문의 역할을 주로 맡으며 힘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부총리급의 ICT 부처를 신설해 기존의 ICT 산업을 진흥하는 업무와 다른 부처들의 디지털 전환도 함께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ICT 관련 부처가 나뉘어 있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규제의 통일성·효과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ICT 관련 여러 부처가 있다보니 기업들은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각종 규제에 대응하는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관심 높아졌지만 ‘속 빈 강정’ 우려…진정성도 물음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사진=각 대선 캠프)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를 도입하겠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립하겠다.”(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대전의 명칭을 ‘대전과학특별자치시’로 바꾸고 그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겠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
대선 후보들이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과학기술’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각자의 진흥 비전을 내놓으며 ‘과학기술 지도자’를 표방했다. 그러나 과학계에선 공약의 추진 의지도, 실효성도 적다고 우려한다.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이 ‘행정부처 변화’ 같이 대부분 외형적 정책에만 치중할 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본질적 문제해결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주자들이 과학기술 공약에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개최한 ‘대선 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 행사에 직접 참여한 후보는 안철수와 김동연(새로운물결) 후보 뿐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거대정당의 두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윤 후보를 대신해 참석한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예정보다 빨리 토론회장을 떠났다. 원 본부장과의 토론에 참석 예정이었던 과학기술계 패널 전원이 참석 거부를 선언한 영향이다. 패널들은 원 본부장이 행사 전날 돌연 주최 측에 토론 시간을 단축해달라고 요청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들은 원 본부장의 참석이 토론이 아닌 단순 공약 발표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선 박영선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이 참석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왼쪽 두번째)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개최한 ‘대선 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사진=한국과학기술원)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계 인사는 “새로운 행정부처 설립·개편 등 굵직한 공약들이 넘치지만 실제로 과학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세운 공약인데 당연히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 최고 연구진들이 소속돼있는 카이스트가 주최한 행사에 거대 두 정당이 보인 태도는 사실상 과학계 전반을 무시한 것”이라며 “과학기술 공약을 내놓으면서 그 판에 올라와 있는 전문가들의 검증과 의견을 받지 않는다면 허상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효성이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대선 후보들이 공통으로 발표한 행정부처의 변화 공약보다 ‘규제 혁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명예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큰 정부는 결국 규제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학계는 관리·감독이 많아질수록 자율성이 떨어진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노벨 과학상 정도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국가 R&D 예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규제 때문에 이에 맞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를 개선해 과학기술계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패권경쟁에 따라 국가 과학기술 역량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떠올랐다. △반도체·배터리 등 기술 집약 제품의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코로나19 대응 △우주산업 등 최근 각국의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분야 모두 과학기술과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과총 등 국내 과학 관련 6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 확립을 요구합니다’라는 성명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이 선도국이 되느냐 쇠퇴의 길을 걷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절체절명의 시기에 정치지도자들의 인식 전환을 통한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 확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학기술이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고 있는 대전환의 시기”라며 국제 질서 재편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선 주자들도 이 같은 국제 정세에 맞춰 다양한 공약을 발표했다. 방향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으로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된 새로운 국가 기관의 설립을 언급했다. 지역 발전의 방법으로 과학기술을 꼽는 등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도 눈에 띈다. 현재 과학기술 정책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변화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과학기술 정책을 발표한 후보는 안 후보다. 그는 지난해 11월 1호 공약으로 ‘5-5-5 전략’을 통한 과학기술 진흥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 후보 역시 지난해 12월 ‘과학기술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아직 과학기술 종합 공약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역·대학 간담회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탈원전 정책 재검토’나 ‘경남 항공우주청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향자 국회의원(무소속·기획재정위원회)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느낀 것은 ‘위기감’이었다. 기술격차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차기 정부의 정책 뒷받침이 간절한 시기”라며 “대선후보들이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나라의 본질적 과학기술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은 찾기 힘들다. 연구 환경 개선보단 행정적 외형 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과학기술 관련 공약으로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 △미래 국가전략기술 확보 및 기술주권 확립 △우주강국시대 선도 △사회문제 해결·삶의 질 높이는 과학기술 연구 △지역 과학기술 역량 증진 △연구자 중심 과학기술 연구환경 조성 △전환선장 이끌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내걸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30개 과학기술 단체가 개최한 ‘과학기술인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토론회에서 “과학기술 혁신전략을 국정과제 앞줄에 배치하고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세계 5대 강국으로 발돋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공약 중 특히 ‘과학기술 부총리 제도 부활’이 과학계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 위원장 역시 카이스트 행사에서 “부총리제는 노무현 정부에 있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다. 다시 부총리제를 도입함으로써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예산기능을 입안할 수 있는 기능도 부총리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R&D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바꿀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대전환위원장(왼쪽 두번째)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개최한 ‘대선 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사진=한국과학기술원)
해당 공약은 안 후보 역시 비슷한 관점을 제기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카이스트 행사에서 “부처마다 연구비가 따로 중복되면서 비효율적 부분이 많다”며 “과학기술 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삼고 청와대에선 과학기술수석비서관제를 둬 과학기술 정책을 조율,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 제도의 부활이 실효성이 있을지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김 후보는 “이미 과학기술부총리도 있었고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있었다”며 “거버넌스 개편으로 과학기술계 문제가 해결된다면 과거에 해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항공우주청’은 지역 공약으로 제기됐다. 민간 우주여행 성공 등 세계 우주산업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NASA와 같은 우주산업 전담 기관 도입의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윤 후보는 ‘경남’에, 안 후보는 ‘대전’에 각각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경남 창원을 찾아 “서부 경남을 한국의 NASA로 만들어서 항공우주 산업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 후보는 지난 19일 대전을 찾아 “대전 지역의 국방과학연구소·항공우주연구원·한화 등의 연구역량을 융합한 ‘우주 국방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이 같은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시스템을 바꾸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시스템을 잘 구축해도 이를 작동하게 하려면 결국엔 인사가 중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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