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김민석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와 신현영 연구원은 같은 직장 선후배 사이였다. 이들은 2014~2015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에서 노화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 방침에 따라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노화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던 김 교수는 사표를 던지고 나와 2016년 DGIST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신 연구원도 DGIST로 스카우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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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교수(오른쪽)와 신현영 연구원. - 남승준 제공
●운동 효과 내는 ‘전자약’ 실험 돌입
두 사람의 연구 주제는 ‘전자약’이다. 전자약은 약물이나 주사 등 화학적인 방법 대신 전기자극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거나 신체 기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다.
미국 기업 엔테로메딕스가 개발한 비만 치료용 전자약이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전자약 연구는 활기를 띠고 있다. 비만 치료용 전자약은 뇌와 위 사이에서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를 자극해 식욕을 조절한다. 최근에는 우울증과 파킨슨병 치료에도 전자약을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전자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기자극으로 근육세포에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줘서 신체 노화를 지연시키는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에 있을 때부터 구상했던 연구다. 운동을 하지 않고도 실제로 한 것 같은 효과를 낸다니, 다이어트 제품의 과장 광고에나 등장할 법한 얘기다. 하지만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일차적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람의 노화 근육세포를 배양한 뒤 다양한 주파수의 전기자극을 가하자 근육섬유가 두꺼워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김 교수는 “관절 질환 등으로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제 막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했다. 지금까지는 실험에 필요한 기본 장비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가령 세포가 특정한 자극 조건에 따라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여러 개의 세포를 한꺼번에 실험할 수 있는 바이오 칩을 3년 동안 개발했다.
바이오칩은 유리 기판 위에 금색 전자회로가 새겨진 모양으로 크기가 명함 정도다. 실제로 전기를 흘려준다는 점에서 전자회로가 맞지만, 회로 끝에서 세포가 자란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자회로와는 다르다.
유리 기판 위에 새겨놓은 18개 지점에 세포를 넣어 배양시킨 뒤 세포마다 다른 주파수의 전기자극을 가하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을 분석할 수 있다.
이 칩을 이용하면 세포를 배양하고 실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존의 80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실험 속도도 확연히 빨라졌다. 김 교수는 “세포에 가하는 전기자극의 조합은 전압과 주파수 등의 조합에 따라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며 “하나의 칩에서 여러 조건을 동시에 실험하는 바이오칩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칩 개발에는 신 연구원의 공이 컸다. 처음에는 칩에서 세포가 자라는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전기자극을 주기 위해서 반도체 재료를 이용해 제작했다.
하지만 막상 실험해보니 세포가 제대로 자라지 않거나 측정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세포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주입 하기도 쉽지 않았다.
신 연구원은 반도체 물질 대신 유리 기판에 정교하게 패턴을 새기는 공정 기술을 개발해 세포가 자리 잡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세포를 정확한 위치에 주입할 수 있도록 ‘세포 정밀 패터닝 장치(Guide Slit)’도 고안했다.
신 연구원은 “바이오칩 같은 실험 도구를 직접 개발한 경험이 없었던 만큼 시행착오를 수 없이 겪었다”며 “그럴 때마다 재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고민했고, 결국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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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준 제공
○ “다양한 경험이 나의 자산”_신현영 연구원의 짧은 인터뷰!
“저는 화학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기업 연구원으로 6년을 일했어요. 그런 뒤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전에는 연구자라면 한 가지를 깊게 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연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