➀ 미북관계 – 국면전환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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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앵커: 새해에도 미북 간 갈등과 대립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 미국 내 정치 상황 등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을 풀어가기에는 시간과 여건 모두 좋지 않다는 건데요. 북한도 당분간 도발 수위를 조절하며 미국의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미북 관계와 관련해 로버트 킹(Robert King)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 위원장 태도, 이전과 달리 냉정∙강경해
- 로버트 킹 전 특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왔는데요. 특사님께서 특별한 주목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우선 메시지가 매우 냉정하고, 강경했죠. 이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비롯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 회담이나 판문점 회동 당시 보여준 외적인 모습과도 다른 듯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매우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 북한은 지난해부터 계속 ‘새로운 길’을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했고요. ‘새로운 길’과 ‘새로운 전략무기’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시나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아직 명확지 않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장거리미사일(ICBM) 발사 시험 등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일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잠수함 미사일 발사 시험이나 다른 도발, 또 한동안 중단했던 추가 핵실험의 재개도 시사한다고 보는데요. 어떤 것이 됐든 우려할 만한 사항이죠.
북의 강경 태도 속 국면 전환 가능성 작아
- 지난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긴장만 고조됐습니다. 전원회의 내용을 비추어볼 때 올해 미북 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예상하시나요?
[로버트 킹 전 특사] 김정은 위원장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고 봅니다. 무언가 합의할 것으로 크게 기대했던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죠. 하노이 회담은 이전 미북 회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준비가 안 돼 있었죠.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적으로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두 정상이 먼저 만난 뒤 협상을 이어가는 ‘탑다운’방식은 외교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부터 차이를 좁혀나가야 실패를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먼저 만난 겁니다.
저는 이 같은 (협상) 방식이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북한과 핵무기 제거를 요구하는 미국 간 차이만큼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지금은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로서는 쉽게 풀릴 것 같은 신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북한의 문제 중 하나는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 처해있습니다. 물론 가능성은 작지만, 잠재적으로 파면 위기에 놓이면서 불확실성이 생긴 겁니다. 또 올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고, 민주당의 상황도 여전히 어수선하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될지 확실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명확해질 때까지 쉽게 합의할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 ‘대북제재의 완화’가 국면 전환의 돌파구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가능할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에는 대북제재의 완화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죠. 북한은 조금씩 제재를 벗어던지길 원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대북제재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들이 참여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경제교류를 더 확대하려 하겠죠.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처럼 조금씩 제재를 완화할 수 없고, (비핵화 합의 이후 이행 조치와 함께) 동시에 하길 원하는 겁니다.
- 지난해 말 국제사회는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주목했습니다. 일단은 그냥 넘어갔는데요.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당연히 북한은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것이란 데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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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태이
미, 이란 갈등∙탄핵∙대선 등에 집중할 것…북 관심 여력 없어
- 신년 들어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북한 문제에 영향을 줄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물론입니다. 당분간 미국에서는 주요 관심이 앞으로 이란과 벌어질 상황에 쏠릴 겁니다. 이란 군부가 개입했고요, 트럼프 대통령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했죠. 이 밖에도 추가 행동에 따른 중동의 불안정한 상황에 미국이 매우 우려할 테고요. 결국, 미국의 외교정책이 이란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하나는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의 경선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요. 이것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외교 현안에서 국내 현안으로 옮겨가겠죠.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잘하는 트위터에서 북한이 아닌 미국 정치를 더 언급할 겁니다.
- 북한의 의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문제, 대선, 이란 문제 등으로 미국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란 말씀이시죠?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바라면서도 그들의 조건대로 합의하길 원합니다. 또 그 조건이 북한에 유리하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합의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죠. 지금은 여러 가지로 시간이나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우려하는 것은 남북관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서로에 대해 조심스럽고 긍정적인 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관계가 좋지 않아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남북관계는 좋지 않다는 겁니다. 불과 몇 달 전보다 더 나빠졌어요. 글쎄요. 김정은 위원장이 무슨 의도에서 이러는지,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고 군사력을 강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동북아 정세에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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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킹 전 특사는 “새해에 미북 간 오랜 교착국면이 풀릴 만큼 미국의 정치·외교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분석했다.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부족 아쉬움
- 국무부에서 북한인권특사로 근무하셨는데, 최근 북한의 인권상황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의 인권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북한 주민은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여행의 제한이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도 과거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아진 것이 없죠.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유엔은 계속 인권과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도 계속 북한 인권에 주목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미국도 그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북한 인권이 의제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안보리 회원국의 9표가 필요했는데, 이때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주도해왔고, 유엔 안보리에서 이를 논의하려 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점, 또 미국이 북한 인권을 강조하지 않는 점 모두 심각한 문제입니다.
- 북한 측과 직접 협상을 해보셨던 경험자로서 미국과 북한에 하고 싶은 실질적인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우선 아래에서부터 합의가 가능한 영역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진전 시켜 나가는 거죠.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두 사람만의 대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어느 누구도 양보를 통해 체면을 구기고 싶어 하진 않죠. 정상회담은 보여주는 행사이지,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협상은 많은 이목과 관심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죠.
한편, 대북제재 완화 없이도 다른 양보를 통해 북한에 좋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민간단체가 북한에 들어가 인도주의 지원이나 의료∙교육 지원을 할 수 있죠. 북한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은 이 같은 작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않는데, 그러고도 언젠가 큰 것을 이룰 것이란 희망만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 미북 관계 전망과 관련해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② 북중관계 – 노골적 봐주기 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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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앵커: 올해 미북∙남북관계에서 교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다만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 가운데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겠지만, 미∙중 관계를 의식해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하면서 기존의 ‘전략적인 관망’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북∙중 관계와 관련해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 과거와 다른 ‘새 병진 노선’ 추구
- 이성현 센터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각 전문가에게 공통된 질문을 드리고 있는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센터장님께서 특별히 주목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성현 센터장] 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해 분석하는 차원이 있겠고요.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분석하는 부분이 있는데, 북한이 미국의 전략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본심이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정치∙외교적 명분을 챙기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해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미국의 ‘강도적인 태도’라면서 미북 간 교착상태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미북 관계, 특히 ‘북한이 생각하는 미국의 전략은 무엇인가’가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미국이 대화 타령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보다 시간벌기용이고, 이를 통해 북한의 힘을 약화하려는 것’이란 관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당신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라고 한 셈이죠.
- 북한이 지난해부터 계속 강조했던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작년과 달리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도 없었고, 1만 8천 자가 되는 전원회의 보고에서도 새로운 길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실상 새로운 길을 걷는 셈인데, ‘충격적인 실제 행동’,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라는 말이 군사도발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겠지만, 문맥을 살펴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군사적 부분을 강조했기 때문에 북한이 병진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도 있지만, 이전의 병진 노선은 아니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본문에서 현재 정책이 경제건설의 총력 집중이고, 과거의 정책을 병진 노선으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현재 정책인 경제건설에 전념하는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으면서 전략무기 개발 등 국방력 강화가 첨가된 것이죠.
‘정면돌파’란 단어도 마찬가지인데요. 정면돌파란 단어가 23번이나 강조됐는데, 이는 무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 관영 언론에서도 정면돌파 전의 기본전선은 경제 전선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즉, 외부가 북한을 잘 못 해석할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분석가들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북한에서 말하는 ‘70일 전투’가 정말 전투가 아닌 노동력 배가 선전인 것처럼, 중국에서도 ‘투쟁’이란 단어가 내부 결집을 위한 선전으로 쓰이거든요.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분석할 때 이 같은 사회주의 문화의 특성도 고려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에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 노골적으로 북한 지지 안 해… 유엔 통해 제재 완화 시도
- 올해도 미북 관계의 긴장∙갈등∙대립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런 가운데 올해 북∙중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미국과 교착상태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미국과 통하지 않고 있고, 남한은 북한 스스로 따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가 필요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정치적∙외교적 의존도는 심화하겠죠.
하지만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북한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큰 문제인 미∙중 무역전쟁을 하고 있고, 이는 미래의 패권을 둘러싼 대결인데, 스스로 책임 있는 대국을 표방하는 중국으로서 자신들이 북한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인상을 노골적으로 주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이미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국은 항상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력을 규합하려는 것이 최근 중국의 외교적 전략입니다. 유엔을 통해 러시아처럼 뜻이 맞는 국가와 함께 북한의 편의를 봐주고자 하는 것은 중국이 실질적으로 북한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모습은 숨기는 형태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의 완화’에 관한 유엔 결의안을 제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이성현 센터장]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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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략적 관망 유지’... 적극적 개입 안 할 것
- 그동안 미북 간의 견해차가 커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전략적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하셨는데, 올해 미북 관계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현 상황에서 중국은 유엔에서 대북제재의 완화에 관한 결의안을 제출했고, 미국은 이를 거부했죠.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부터 스톡홀름의 실무회담까지 결렬된 가운데, 미국 내 일부에서는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며 심각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함께 유엔이라는 기구를 이용해 미국에 신호를 보낸 것인데,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더 강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항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종착지는 똑같지만, 접근 방법에서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거부할 것을 뻔히 알면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북한을 배려한 정치적 제스처(행위) 입니다.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고마워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안 나오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많은 관찰자가 항상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혼동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동안 중국이 ‘전략적인 관망’ 자세였다면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여할 것으로 보시나요?
[이성현 센터장]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략적인 관망’과 ‘적극적인 개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도 있는데, 중국의 기존 전략을 ‘전략적인 관망’, 즉 매우 관심을 두고 있지만, 일부러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자세를 말하죠. 물론 중국 스스로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국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관한 토론의 여지가 있는데요. 제가 기존에 설명했던 것처럼 여전히 ‘전략적인 관망’으로 나갈 텐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뒤에 중국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 ‘중국이 북한 뒤에서 비핵화 협상에 훼방을 놓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전략적인 관망’,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언은 하겠지만, 미국의 의심을 살 정도로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매우 전략적인 행동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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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기보다 유엔 등에서 세력결집을 통해 대북제재의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한∙중 관계 변수
- 지난달에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조만간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중 1차 무역 협상도 합의됐습니다. 이 같은 외교적 변화가 북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한∙중 정상이 만난 것은 사드 갈등을 겪은 후였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인데, 이는 문제해결의 종결이 아닌 해결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미∙중 1차 무역 협상이 합의됐지만, 쉬운 부분이 합의된 것이고 중국의 법률 개정이나 지적재산권,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중국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등에 있어 핵심 부분은 1차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2차 협상에서 다뤄질 텐데, 그것이 본 게임이고,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1차 무역 협상이 합의됐어도 이는 봉합일 뿐 앞으로 더 큰 도전이 남았다고 보고, 미∙중 갈등도 중∙장기적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중관계를 물어보셨는데, 미∙중 관계를 먼저 꺼내 든 것은 중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한국은 한∙중 양자 관계가 아니라 미∙중 관계 속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도 대두될 텐데,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을 자기편으로 견인하려 할 테고, 적어도 미국 본토 외 가장 큰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억지하려 할 것입니다. 동시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도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미∙중 간 경쟁 구도에서 한반도의 남과 북 모두를 중국과 미국 사이의 ‘완충지대’로 만들려 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중국이 이전의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완충지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한∙미∙일 삼각관계에서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놓으려 하기 때문에 이같은 노력은 더할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상황은 더 민감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올해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클 것 같은데요. 미국의 대선이 북∙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이는 매우 창조적인 질문인데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주로 국내문제가 관심을 받지, 북한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중국 문제도 무역, 특히 경제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럼 북∙중 관계가 미국의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련해서는 최근 러시아도 중국,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죠.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내 현안 중심의 미국 대선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대선 이후 중∙장기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의 결속이 미국의 지도력과 국제사회 속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미북 관계,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소통∙협력해야 할까요?
[이성현 센터장] 우리가 관찰했듯이 미국과 중국 간에 경쟁∙갈등의 시기인데, 한국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하고요. 북핵 문제 해결에도 두 나라가 필요하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위치가 애매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이 중국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앞서 한국 스스로 어떠한 국가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저는 중국이 앞으로 한국을 어떻게 대하려 할 것인지를 지적하고 싶은데요. 중국은 미∙중 관계의 악화에서 한국을 자기편으로 견인하려 할 것이고, 한국은 북핵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견인책에 호응하려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중국이 내세우는 논리는 “북핵 문제는 미북 양국에만 맡기면 안 되고,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북아지역의 안보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자”라며 한국을 설득하려 할 텐데요. 이는 결국, 아시아에서 미국은 떠나라는 것이거든요. 한국이 이런 논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한미동맹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미∙중 관계에서 국익을 위해 한∙중 관계를 이용하려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한국은 더 지혜롭게 한∙중 관계를 조정해야겠고요. 그 첫걸음으로 한국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 북∙중 관계 전망과 관련해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센터장님, 고맙습니다.
[이성현 센터장] 네. 고맙습니다.
③ 북일관계–올림픽 감안 ‘관리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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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5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을 원하는 국민대집회'에서 인사말 하는 모습.
앵커: 일본 정부는 올해 열리는 도쿄 하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과 함께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올림픽 이전까지는 현 상황을 관리∙유지할 것이란 설명인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쿄올림픽에 공식 초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북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논설위원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일, 올해도 납치피해자 문제 해결에 최우선
- 고미 요지 논설위원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각 전문가에게 공통된 질문을 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위원님께서 특별히 주목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고미 요지 위원]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말이 나왔는데, 제가 제일 주목한 말은 ‘정면돌파’입니다. ‘정면돌파’라는 말은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국과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를 풀고 경제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을 북한 주민에게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반대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말도 했지만, 당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정은 위원장의 전원 회의 메시지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고미 요지 위원] 올해는 신년사도 없고, 나흘간 이어진 전원 회의 끝에 강경한 말이 나오니까 ‘북한이 다시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 실험을 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겠지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하면서 북한도 나름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까, 갑자기 도발 행위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입니다.
- 지난해 미북 관계, 남북관계가 오랜 교착 국면이었는데요. 좋지 않았죠.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미 요지 위원] 일본 정부도 미북 관계,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북∙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움직임이 없으니까 이에 대한 실망감도 크고, 당분간 북∙일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관심도 크게 줄었습니다.
- 지난해 일본도 북∙일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특별한 진전은 없었습니다. 올해 북∙일 관계는 어떨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미 요지 위원] 아베 신조 총리의 신년사가 발표됐는데, 외교 과제로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습니다. 일본은 올해 도쿄 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일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협상을 하기보다 미국과 강경한 대북제재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 도쿄올림픽 성공에 주력… 북 자극 않고, 관리 나설 것
- 말씀하셨듯이 올여름 일본에서는 도쿄 하계올림픽이 열립니다. 도쿄올림픽이 북∙일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일본에서는 어떤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까?
[고미 요지 위원] 제일 좋은 방법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도쿄 올림픽 때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북∙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한국에도 아직 안 갔는데, 일본에 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가능한 북∙일 관계를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올림픽 이후에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시나요?
[고미 요지 위원] 아마 공식적으로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북한에 일본 정부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고요. 하지만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일본 내에도 여러 현안이 있습니다.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고요. 이 같은 일본 내 현안이 북∙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고미 요지 위원] 최근 들어 아베 총리에 대한 많은 의혹이 나왔고,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북∙일 관계를 개선하려면 외교적 큰 힘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지금 상황은 북∙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에 여유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과거에 아베 총리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오지 않았습니까?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고미 요지 위원] 올해는 아무래도 도쿄 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없을 겁니다. 만약 북한이 올림픽 기간에 도발 행위를 하면 올림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 자극적인 말이나 행동은 자제하고, 조용히 지내려 노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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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논설위원은 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올해 일본은 성공적인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북·일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학교 학생 급감∙지원 중단 등으로 조총련계 위축
- 일본 내 조총련계 소식도 궁금한데요. 미북 관계의 교착국면 속에 최근 북한의 도발도 있었습니다. 조총련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고미 요지 위원] 미북 관계, 남북관계가 진전했을 때에는 조총련 내부에서도 북∙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내부 단속에 집중하고 있고,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많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생 수가 계속 급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가면 조총련을 유지할 수 없는 거죠. 미북 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니까 일본 내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요. 조총련을 보는 시선도 좋지 않고,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조총련의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미 요지 위원] 네. 거의 변함은 없고, 이전과 똑같습니다.
올해도 독자적 대북정책 아닌 미국과 보조 맞출 듯
- 올해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클 것 같은데요.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과 북∙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고미요지 위원] 일본의 아베 총리는 1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북정책도 일본의 고위 관리들이 예상하지 못하면서 어느 길을 갈지 몰라 헤매고 있는데, 결국 미국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독자적으로 북한과 협상하거나, 다른 길을 가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지난해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북 관계,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도 중요할 텐데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소통∙협력해야 할까요?
[고미 요지 위원] 저는 개인적으로 한∙일 관계에서 ‘강제징용’ 문제가 가장 큰데, 일본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하면 해결이 쉽지 않아요. 강제징용 문제는 당시 한국 사람뿐 아니라 일본 사람도 많이 고생했습니다. 같은 입장에서 당시 고생했던 사람의 보상 문제나 잘못에 대한 사죄 등에 일본 정부도 나름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도쿄 올림픽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고, 한∙일 관계가 어려우면 북∙일 관계도 풀리지 않죠. 역사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아베 총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위원님께서는 북한 지도층에 대한 관심이 크고, 관련된 취재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는 어떻다고 평가하십니까?
[고미 요지 위원] 김정은 위원장은 아마도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북 관계가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강경하게 나가지도 못하고, 경제발전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 스스로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백두산에도 자주 가는 것 같은데, 마음을 단단히 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제스처(행동)인 거죠. 그런 모습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도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 북∙일 관계 전망과 관련해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논설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고미 위원님, 고맙습니다.
[고미 요지 위원] 네. 고맙습니다.
④ 북러관계–‘관망세’ 유지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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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건배를 하고 있다.
앵커: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집권 뒤 첫 북러 정상회담을 양국간 가지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로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북한과의 교역 수준이 비교적 작은 편이고, 한반도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 참여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북·러 관계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한덕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지도부, 외교보다 대미 군사 압박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돼
-란코프 교수님.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 내용으로 올해 북한의 새로운 길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 주목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교수: 올해 신년사가 없었던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지만, 아주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당중앙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신년사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보도의 기본 내용을 보면, 핵심은 미국에 대한 압박입니다. 북한은 나라의 경제발전의 길을 가로막는 대북 제재를 하루 빨리 완화하고 싶어합니다. 북한측은 작년에 회담과 외교로 미국측의 양보를 얻으려 노력했지만 완전히 실패로 끝나 버렸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올해는 외교보다 대미 군사 압박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무엇일까요? 북한이 가만히 있는 대신에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다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을 보여준다면, 미국측에서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올해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할수도 있으며,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측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우려감이 심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요즘에 미국이 대미 도발을 담당했던 이란 고급 장군을 살해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건은 미국이 결정을 내린다면 어디에서나 아무 때나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북한 지도자들은 이 사건을 감안하여 더욱 조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성사에도 불구 양국 교역 수준은 여전히 미미
-지난 2019년 한해 동안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어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북-러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교수: 작년에 제일 중요했던 사건은 북러 정상회담입니다. 이 상봉은 2019년 4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곧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요. 그들은 작년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측은 북한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무역이나 경제 협력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고, 러시아의 대북지원도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러시아의 ‘전략적 관망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푸틴의 개인 태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북러 관계의 객관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거의 불가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때문에 푸틴-김정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러 관계는 작년에 많이 활발해지지 못했고, 올해도 별로 활발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북한과의 무역에 흥미 없어···유일한 예외는 노동력뿐
-북러 관계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늘릴 것으로 보시나요?
란코프 교수: 의존도라는 말을 이 경우에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20년 동안 북한은 러시아와 무역을 거의 안 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북 무역 규모를 보면 중-북 무역 규모의 5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러시아에 북한 파견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야 외의 다른 분야에서의 러-북 협력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이 분야에서 협력이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북한과의 무역에 거의 흥미가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노동력 뿐입니다. 물론 러시아정부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러북 무역을 후원하기로 한다면, 어느정도 무역이 활발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납세자들의 세금을 쓸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러 지도부, 비핵화보다 핵군축·핵확산 방지 등 현실주의적인 목표에 집중할 가능성 더 높아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큰 견해차는 대북제재의 완화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에 관한 유엔 결의안을 제출했는데요. 러시아의 의도, 뭘까요? 일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저항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란코프 교수: 미국과 러시아 사이는 좋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가끔 미국을 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러시아 지도부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아주 싫어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말로는 북한 비핵화를 계속 지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비핵화보다 핵군축과 핵무기 확산 방지 등 현실주의적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니까 러시아는 바로 그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어느정도 완화한다면 북한측도 핵군축이나 적어도 핵동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 비핵화는 비현실적 목적이고, 유일한 장기적인 목적은 북핵 관리와 통제입니다.
러시아가 무기 기술 직접 전했다기보다 북한이 불법으로 취득했을 가능성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쏜 단거리 발사체가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 전수탄도미사일을 복제 개발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등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기술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또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만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새로운 전략적 무기”가 ‘부분궤도폭격체제(FOBS·Fractional Orbital Bombardment System)’를 겸비한 위성폭탄, 그러니깐 러시아가 앞서 공개한 차세대 전략적 무기 RS-28 사르맛(Sarmat)과 유사한 공격체계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는 추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란코프 교수: 저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러한 주장을 매우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러시아는 반미 국가이니까 아무때나 나라의 극비 기술을 북한에게 전달하는 미친 나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소련은 북한 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 국가에도 최신 군사 기술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요? 특히 러시아는 소련시대에도, 지금도 북한을 믿을 만한 협력국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러시아에게 얻은 군사 기술을 돈을 벌기 위해서 아무에게나 팔아 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과 관계가 가까운 파키스탄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사실상 싸운 나라이며, 지금도 파키스탄은 반러시아 감정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파키스탄은 유일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돈을 벌기 위해서 군사기술을 아무 때나 팔아버릴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가 의식적으로 북한으로 미사일 기술을 전달했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 정찰국이나 보위성과 같은 특무기관 사람들이 러시아 미사일 기술을 불법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러시아에게 중요한 건 비핵화보다 현상유지···북한 문제 관망할 가능성 더 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의 견해 차는 여전합니다. 올해 미북 간 비핵화 협상, 나아가 미북관계에 관한 러시아의 관점과 태도는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전략적 관망 자세를 유지할까요 아니면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할까요?
란코프 교수: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러시아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북핵관리를 바랍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북핵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상유지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같은 심한 위기가 발발하지도 않고, 미국도 중국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러시아에게 있어 합리주의적인 태도인데,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모스크바에게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별로 움직이지 않고 관망할 것 같습니다.
러, 북한에 물밑 지원 가능하지만 소규모일 것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제재를 우회하는 일종의 ‘물밑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없나요? 예를 들어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계속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란코프 교수: 러시아가 물밑 지원을 할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문제는 규모입니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물밑 지원이든 공개 외교이든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소규모 대북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규모는 중국에 비교하면 아주 작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불법 무역을 하는 러시아 회사들의 활동을 못본 척 할 것 같습니다. 노동자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러시아는 모든 파견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쓰고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별로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평백성들은 돈을 벌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데, 파견 노동은 그 몇 안되는 기회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파견노동자들은 외국 소식을 많이 듣고, 북한 사회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러, 대북 압박 반대 기조 유지할 것
-끝으로 올해 북미관계∙남북관계에 교착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미국과 한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어떻게 소통∙협력해야 할 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란코프 교수: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을 환영하지 못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에서 위기가 생기는 것을 무섭게 생각해서 대북 압박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다자회담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며, 어느 정도 중개인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전략적인 관망 태세는 러시아에게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태도입니다.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 북러 관계 전망에 관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란코프 교수: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