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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속도 따르지 못하는 느림보 공급체계코로나 치료제 활성화 막고 있다

3대 한림원 주최 코로나 치료체 현황과 전망 포럼

윤영경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가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현황과 전망'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환자에 사용되는 치료제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단과 치료가 잘 연계되지 않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들이 치료에 적극 활용하고 싶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만큼 치료제를 실시간으로 보급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국가가 직접 공급하는 체계가 느린 것은 맞지만 제약사의 요청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치료제 보급 속도가 빨라지려면 약제에 친해지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경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해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현황과 전망’ 포럼에서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문제점과 관련해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진단과 치료 연계”라며 “지금의 치료제는 조기투약이 상당히 중요한데도 의료진이 처방해도 보건소에서 이를 다루는 등 연계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로 정맥 주사 방식의 ‘렘데시비르’와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항체치료제로 정맥 주사 방식의 ‘렉키로나’ 3종이다. 렘데시비르는 기계호흡이 가능한 중증 환자에게 활용되고 렉키로나는 고위험군 경증에서 중등증 환자에게 쓰인다.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 환자의 중증 예방을 위해 쓰인다. 의약계에 따르면 현재 렘데시비르는 약 3만 2000명, 렉키로나는 4만 5000명, 팍스로비드는 3000명 정도에게 공급된 상황이다.

이중 팍스로비드는 3만 1000명분이 도입됐으나 아직 3000명에게만 활용돼 10%도 채 쓰이지 않았다. 특히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확진 통보가 지연되면서 확진 후 5일 내로 복용해야 하는 팍스로비드의 활용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 윤 교수는 “1차 의료기관이 치료체계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진단체계를 세우는 데도 급급한 상황”이라며 “진단과 치료를 연계해 1차의료가 핵심 역할을 하도록 환자 관리에서 치료제를 실시간으로 보급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경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경구치료제가 중요한 자원인 만큼 환자에게 빠르게 전달해야 할 필요가 크다. 윤 교수는 “투약 전 평가가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된 의료기관에는 약을 미리 재분비하는 등 제도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정약국을 확대하고 배달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운반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맥주사 방식의 치료제도 외래 환자에게 쉽게 쓸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교수는 “외국에서는 주사제 치료를 늘리기 위해 외래 환자의 정맥 주사를 늘리고 가정 방문 정맥 주사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며 “외래진료센터와 호흡기전담클리닉의 기능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국가가 일괄 관리하는 현재 치료제 공급 체계가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곽진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 과장은 “현재 치료제는 정부가 사고 직접 공급하는 방식인데 사실 운영체계에선 효율적이지 않고 행정력 많이 들고 상황에 신속 반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체계를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곽 과장은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약을 정부가 단독으로 계약해 일괄 공급하는게 편하고 위기상황에서는 정부보다 제약사 힘이 강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의 이용량도 점차 가속화될 수 있다고 했다. 곽 과장은 “투여량 변동을 보면 팍스로비드 이전 약제도 도입 초기는 투여 비율이 낮다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실제 세계 데이터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치료제를 처방받아도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납하는 경우도 나타난다고 토로했다. 곽 과장은 “처방 받은 이후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납하라는 환자의 요청도 보고를 받고 있다”며 “의료진을 비롯해 약제에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향후 치료제의 특성에 따라 바이러스 배출 감소 등이 검증되면 격리기간 단축이나 격리 해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약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곽 과장은 “중증화 예방이나 증상 감소, 입원 단축에 더해 격리기간 단축이나 격리 여부까지도 영향을 미칠 약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