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강소국 규모의 광역지방정부 세워야
“당의 요구에 충실하게 복무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가령 당이 안 지사에게
충남도지사 3선에 도전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나 다름없는 계기가 바로 내년 지방선거다. 당이
안희정이란 묵직한 카드를 충남지사 3선이란 평면적 공간에 배치할 리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안 지사의 최측근인 박수현(53)
청와대 대변인이 충남도지사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미루어, 안 지사의 중앙정치 입문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다.
안 지사는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믿는 전형적인 지방분권주의자다. 과거 민주화 운동이 정치권력이라는 거대 괴물과 시민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시장이라는 자본권력과 시민공동체의 싸움’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사공론’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공 하나하나가 배의 주인이 되어 노를 젓는다면, 사공이 많을수록 배가 안정적으로 속도감 있게 나아간다는 믿음을 그는 견지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권력과 권한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마키아벨리의 역설을 그는 굳게 신봉한다.
그가 인터뷰에서 가장 크게 강조한 대목은 ‘연방제 수준의 광역지방정부론’이다. “5백만~2천만 인구 단위의 광역 지방정부 안을 내년 개헌안에 넣자”는 것이 그 골자다. 그는 현재의 안보상황을 ‘최고 단계의 위기’로 규정하고 “사드 배치를 결단한 문 대통령에게 모든 국민이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터뷰는 토요일인 9월 9일 오후 도지사 관사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인터뷰 전문은 9월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10월호에 실렸다.
질의 :충남 도지사 3선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중앙정치 무대에 오를 것인가, 충남도민과 지지세력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응답 :“지금은 지방 정부의 책임자로서 도지사 직에 충실할 때다. 대선 재도전의 여부나 그 외 정치적인 일정은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
응답 :“2009년 안산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나가지 않았다.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나갈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충남 도지사 선거에 도전해주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해 중요한 일이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제가 속해 있는 당의 형편 안에서 다음 운신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연말연초 당의 상황이나 나라 안팎의 상황을 보면서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할 생각이다. ”
응답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으로서는 일절 말씀드릴 수 없다.”
응답 :“민주주의의 큰 흐름에서 볼 때 당연하고 올바른 것이다. 프랑스는 2003년 헌법을 개정해 제1조에 지방분권을 명시했다. 우리도 이제는 자치분권국가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치분권국가’라는 선언이 명실상부하게 헌법에 명문화되기를 희망한다.”
응답 :“5백만에서 2천만 정도의 인구가 포함되는 유럽 강소국 정도의 지방정부가 필요하다. 이정도 규모의 광역자치정부가 서로 경쟁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넘치게 하자는 구상이다. 광역단체 규모를 경제권 단위로 확대하여 연방제 수준의 국가기능 분담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것은 장기적인 플랜인가 아니면 내년 헌법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인가.
응답 :“자치분권 헌법과 연방제 수준의 분권 국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이 있지 않았나? 당연히 이번 개헌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응답 :“권력이 중앙에 집중된 체제 하에서 누군가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여러 세력의 이익이 중앙집중 권력에 달려 있다. 중앙집권세력은 단순하게 중앙정부의 관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인 시장점유율을 통합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모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회부문의 권력이 이 중앙집중 권력시스템을 옳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자치 개혁은 엄청난 개혁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뜻이 있다고 해서 금방 바뀌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지방자치세력이 이 악물고 도전을 해야 하는데 이 도전이 중앙정부와 정치싸움으로 풀리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더 유능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응답 :“개헌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와 대통령 간의 권력분점 논의로만 졸속 처리되는 것에 반대한다. 개헌은 시기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국회 차원의 국민토론회가 준비되고 있고, 대통령도 개헌에 대한 국민적 토론을 조직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이 공약한 시점에 되느냐 안 되느냐를 예단하진 않지만, 결국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
응답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를
하도록 돼 있다. 법령이 정해주지 않으면 자치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치입법을 만드는 일도 불가능하다. 이것을 ‘법령의 범위 안’이 아니라
‘법령의 기본 정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다시 말해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 조항을 두자는 것이 저의 제안이다. 그것만 이뤄져도
지방은 엄청난 재량권이 생긴다. 그런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 지방자치를 규정한 헌법 117조, 118조 모두 폐쇄적 규정이다. 지방자치법을 폭
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이번 개헌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
서울의 한 구청장에게 물어보니 “실질적으로 인사권이나 재정권에서의 자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응답 :“올바른 지적이다. 지방 자치도 결국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고갈에 한몫을
하는 국고보조금 사업을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 두 번째는 8대 2 구조로 되어 있는 납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 4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재정이 빈약한 자치단체를 위해서는 일반 교부금 제도를 현재 19.24%에서 단계적으로 25% 이상으로 높이자는 것이 저의 제안이다.
재정과 업무의 영역에서 지방정부의 책임을 더 높여야 한다. 현재는 대통령이 모든 욕을 다 먹는 구조다. 살충제 달걀이 왜 대통령 욕을 먹이는
소재가 되어야 하나. 그래서는 국가의 대표자로서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없다. 현재 구조로는 모든 책임을 죄다 대통령이 져야 한다. 청와대 터가
세서 대통령이 욕을 먹는 게 아니다. 바로 중앙집중형 권력구조 때문이다. 지방에 자치입법 권한을 주고 재정, 인사문제도 풀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늘 리더십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충남도의 경우도 부지사가 두 분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도지사만 만나려 한다.
이렇게 되면 도지사도 일을 할 수 없다. 지방정부가 명실상부하게 그 분야의 책임자들이 권위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의 책임자들이 권한을 갖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응답 :“현재는 안보상의 위기가 극한에 와 있다. 안보환경이나 군사기지, 군사시설 때문에 생기는 지역적 불이익이 곳곳에 많다. 환경적, 경제적 문제는 정부와 꾸준히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의 안보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진보, 보수, 지역을 뛰어넘어 대통령을 지지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