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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청춘을 말하다

청춘(靑春)이란 단어는 가슴을 뛰게 합니다. ‘푸른 봄’이란 한자어에는 느낌만으로도 싱그러움이 담겨 있습니다. 서양의 대문호가 쓴 철천지원수 가문 사이의 사랑 이야기 속 여자 주인공은 13세이지만 우리 나이로 보면 15세입니다.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구성진 판소리 속 사랑의 주인공들 역시 16세 동갑이었으니, 그 시대 청춘은 동서를 막론하고 10대였습니다.
최근 데이터 속에서 청춘은 일반적으로 20대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시니어들이 남기신 글을 모아서 보니 60대와 청춘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함께 회자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60대와 청춘이 연결되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예전에 한 갑자(甲子)가 돌아오는 생일엔 마당에 천막을 두르고 아들딸 손주들의 절을 받으며 만수무강을 빌었지만 이제는 칠순 잔치마저 가까운 가족끼리 간단한 식사로 대신합니다. 100세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은 지금 나의 건강상태에서, 그리고 90세 이상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옆쪽 섬나라에서 온 소식에서 생겨납니다.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의 유행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1995년 처음 만들어졌지만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게 된 20년 후인 요즘에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죠. 최근 유엔은 청년기를 18세에서 65세까지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 어딘가 가까운 곳에 ‘종착역’이 있고 거기에 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다급하게 살아오던 삶의 박자는 이제 좀 더 긴 호흡을 요구합니다. 예전 60대 이후의 삶이,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며 생을 정리하던 식이었다면 지금의 새로운 60대는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또 배우는 게 늘어나게 된 것같이 말입니다.
앞선 시니어들의 글에 60대를 청춘이라고 주장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70대, 80대를 넘어선 분들이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생각해 보니 60대가 청춘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들도 보입니다. 그 이야기 속 ‘60대 청춘’은 그때가 빛나는 젊은 시기여서라기보다 무엇인가 시도하고 노력할 수 있는 때라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안주하지 않는 것,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 하는 그것이 바로 청춘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2002년도 통신사의 광고가 이제 현실이 돼 갑니다. 당신은 지금 청춘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