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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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온통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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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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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가 더해진 어둠이 내 눈을 가리고,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메아리를 듣건대, 엄청 넓은 공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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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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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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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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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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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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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듣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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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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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워, 갈기갈기 찢어졌던 이 세상이 마침내 하나가 되는 걸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질서로 재구성됐어. 이제 우리의 칼끝이 미래를 새로 쓸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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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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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뇨, "당신"이겠죠.
애당초 반드시 저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당신에게 있어 저는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도구, 장기말일 뿐이죠.
더는 당신에게 부려먹히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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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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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을 하려는지 알고 싶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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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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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진리를 신봉하는 고슴도치는, 세상을 단 하나의 틀에 넣고 가시를 세워 다른 사상을 모조리 거절했다.”
“반면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여우는, 어지러운 시대의 파도 속에 숨어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을 뒤집을 불협화음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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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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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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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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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될 생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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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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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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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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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더는 당신에게 이용당하기 싫은 겁니다.
제가 했던 모든 선택이, 결국엔 전부 당신과 당신 같은 빌어먹을 작자들을 위한 발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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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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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무슨 선택을 하든 무슨 상관이죠? 세상은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제 선택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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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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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겠네. 허나 자네는 선택을 함으로써 지나간 과거를 딛고 넘어서야만 해.
도피는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하네.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은 겁쟁이나 하는 짓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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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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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겁쟁이? 하,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다시는 저를 찾지 마십시오, 돌아올 생각도 없으니.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이것이 제가 선택하는 망명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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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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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십시오, 훈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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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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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선택을 하게. 자네는 결국 올바른 길로 되돌아올 운명이야.
이 짧은 이별을 충분히 즐기게나.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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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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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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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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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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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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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콘솔 앞에서 바쁜 그로자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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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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깼어, 지휘관?
커피 머신 옆 테이블에 해장차 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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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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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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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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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차.
메이링이 취했을 때 적어놓은 레시피대로 한번 만들어 봤어. 마셔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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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메이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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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테이블로 가, 이미 식어버린 호박색 액체가 든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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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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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 들어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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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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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이상한 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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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잘 알지도 못하는 걸 내게 먹이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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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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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방패와 검이 되어 줄 테니, 너는 내가 만든 모든 것의 맛을 봐 줘.”
설마 까먹었다고 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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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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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수명 깎는 약속은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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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크헥?! 콜록콜록! 매, 매워!
이거 정말 마셔도 되는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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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
맛은 몰라도 효과는 확실한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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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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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확실히 냄새만 맡아도 정신이 확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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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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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다음 파티 때 쓰게 남겨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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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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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파티는 없을 거야, 어제 누구누구 씨가 메이링의 컬렉션을 싹 털어다 캐롤릭의 환영식에 써버렸는걸.
그거, 어떻게 보상해 줄지는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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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요즘 루련에서 개척 계획 추진에 더 속력을 내고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바랴그단도 여기저기서 날뛰지, 시생물도 갈수록 자주 보이지, 임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
나레이션
|
(테이블 위의 단말기를 보니, 화면은 여전히 임무 인터페이스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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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임무 번호 TASK-3115, 물품 운송. 임무 시작 후 오늘로 25일째인데, 진도는 아직 6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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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임무 수행 예산에 시간을 곱해서, 돈으로 환산하면...)
|
지휘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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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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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돈벌이가 어려워져서, 우리 엘모호도 매월 적자라고...
그러니까 메이링의 쌀술은 임무 끝난 다음에 얘기하자. 뭐어, 이해심 없는 애도 아니잖아?
|
그로자
|
우리도 요즘 들어 지출이 갈수록 늘어서 꾸준히 의뢰를 받아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
새 멤버가 들어왔으니 상황이 조금은 호전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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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캐롤릭 말이지?
드디어 네메시스와의 소통 문제가 해결되는구나...
|
지휘관
|
다른 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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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
지금 여유 있는 애들은 모두 엔진룸에서 메이링을 도와 벡터 엔진을 점검 중이야. 3시간 전에 드론이 붕괴폭풍을 포착했거든. 이쪽으로 접근 중이야.
|
지휘관
|
3시간 전... 그럼 우리 지금 폭풍 안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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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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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했을 당시엔 다들 휴식 중이었거든. 그래서 차량도 그냥 기존에 설정된 경로대로 이동했어.
|
지휘관
|
여기 붕괴폭풍 다발 지역이었나?
|
그로자
|
글쎄? B.R.I.E.F.가 제공한 환경 정보엔 그런 주의 사항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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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거 참 믿음직하네... 주변 지형도 띄워 봐.
|
나레이션
|
(그로자의 조작으로 지휘실 보조 스크린에 지형도가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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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
보다시피 우린 지금 붕괴폭풍에 다가가고 있어.
역풍 방향에 협곡이 있지만, 지형이 많이 복잡해서 폭풍을 피하러 갔다가 매복에 당할 위험이 있어.
|
지휘관
|
...벡터 엔진이 아직 점검 중이야. 이대로 폭풍을 맞는 게 더 위험해. 협곡으로 들어가자.
|
그로자
|
최근 기지차량의 잔고장이 부쩍 늘었어, 언제 한 번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할 거야.
|
지휘관
|
그야 10년이나 굴렀으니...
이번 임무 마쳐서 보수 들어오면 엘모호부터 통째로 뜯어고치자.
|
그로자
|
그래서 말인데, 이번 임무, 보수가 너무 센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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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그렇지... 게다가 그린존까지 들어가야 하니, 여간 고생이 아닐 거야.
그래도 현상금 사냥꾼이니까, 돈을 받았으면 얌전히 심부름을 해야 먹고 살지.
|
그로자
|
...당신의 지난 10년간의 행실 중에 어디가 얌전하단 걸까?
|
지휘관
|
음... 더 예전에 비하면 얌전하지 않나?
|
그로자
|
...그건 그렇네.
|
그로자
|
협곡의 실제 고도가 지형도 데이터랑 달라. 폭풍 때문에 드론을 내보낼 수도 없어서 주변 지형 정보와 실시간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어. 이런 상황에서 계속 전진하면 매복에 당할 위험이 더욱 높아질 거야.
|
지휘관
|
즉,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 벡터 엔진 정비는 어때?
|
그로자
|
여전히 작업 중.
|
지휘관
|
출력 상한 해제하고 전속력으로 통과한다.
...나중에 시장 들르면 메이링한테 술 몇 병 사 줘야지.
|
그로자
|
협곡 통과 예정 시각 08시 54분.
|
나레이션
|
(그리고 지휘실은 조용해졌다.)
|
나레이션
|
(하지만 시간은 확실하게 흘러, 이윽고 협곡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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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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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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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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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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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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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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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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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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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그 마크, 바랴그단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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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랴그단 두목
|
흥.
|
지휘관
|
좀 더 편하게 묶을 순 없었어?
|
바랴그단 두목
|
하, 주둥아리는 살아가지고.
맨몸으로 붕괴폭풍 쐐본 적 있냐?
|
지휘관
|
......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
바랴그단 두목
|
거 참 잘 됐구만, 이참에 체험시켜 주랴?
|
나레이션
|
(나는 몸을 최대한 펴, 가슴 아래의 신원 식별 추적기가 제자리에 있는 걸 확인했다.)
|
바랴그단 두목
|
뭐냐! 가만 안 있어!?
|
지휘관
|
다리 저려서 좀 펴는 것도 안 되냐.
|
바랴그단 두목
|
수작 부릴 생각 말고 있는 대로 다 불어!
|
지휘관
|
불라니, 뭘?
|
지휘관
|
내가 어제부터 내내 술만 마셔서... 아, 차 한 잔도 마셨지.
지금 불면 입냄새 끔찍할 텐데?
|
바랴그단 두목
|
헛소리 말고 새꺄! 이 망할 것 여는 법 불라고!
|
지휘관
|
망할 것? 지금 네 발밑의 그 상자 말이야?
상자 따는 일은 너네 바랴그단이 아주 전문이라 들었는데.
|
지휘관
|
...큭!
|
바랴그단 두목
|
혓바닥 놀리는 것도 눈치 봐 가면서 해라.
오늘이 제삿날 되기 싫으면 당장 이거 열라고!
|
지휘관
|
...패스워드가 필요해.
|
바랴그단 두목
|
이거 하나 여는데 비번이 필요하다고?
|
지휘관
|
그래, 비밀번호.
그걸 가져가려는 이유를 말하면 비밀번호를 알려 줄게.
|
바랴그단 두목
|
이이유우~?
바랴그단이 물건 뺏는데 이유가 필요하냐? 눈치 있으면 이거 말고도 돈 될 만한 거 다 꺼내!
|
지휘관
|
...돈 때문이라면, 우리 거래하는 건 어때?
몸값 낼 테니까 그 상자랑 같이 풀어 줘.
|
바랴그단 두목
|
거래는 개뿔, 그딴 고물딱지나 끌고 다니는 놈이 뭔 돈으로?
|
지휘관
|
음, 그건 좀 상처받네.
|
바랴그단 두목
|
비번이나 빨리 불어!
|
지휘관
|
비번이 많이 복잡해서 말이지, 조금――커흑!
|
바랴그단 두목
|
대가리 따서 직접 속을 뒤져봐야겠냐?
|
지휘관
|
...우리 의뢰인이, 긴급 상황 아니면 열지 말라고 해서 말이다.
그리고 패스워드는 내 차량 콘솔 안에 있어.
|
바랴그단 두목
|
헛소리가 풍년이네 이 새끼가! 네 차랑 그 고물 인형들이랑 싹 다 찌꺼기 하나 안 남기고 박살냈어 임마!
|
지휘관
|
박살냈다...
이상하네, 멀쩡해 보이는데?
|
바랴그단 두목
|
뭐라고!?
|
바랴그단원
|
형님!
|
나레이션
|
(지프를 타고 어느 정도 달린 뒤, 나는 의료상자를 꺼내 어깨의 총탄이 스친 상처를 응급처치했다.)
|
지휘관
|
뭐 하다 이제 왔어?
|
??
|
들판 위. 폭풍이 모습을 감추어, 볼 수 없는 사물...
|
지휘관
|
어... 응, 그렇구나.
그로자, 캐롤릭은? 그리고 너희 왜 더미 소체야?
|
그로자
|
지휘실에 있던 나, 그리고 엔진룸에 있던 캐롤릭과 네메시스 모두 폭발에 휘말렸어. 메이링은 빈 연료통 속에 숨어서 살았고.
소체 격납고가 완파돼서 나와 네메시스의 마인드맵을 그나마 무사했던 더미용 소체에 인스톨할 수밖에 없었어. 지금 인스톨 끝나자마자 온 거야.
|
그로자
|
메이링은 지금 드론 엘리베이터를 수리 중이라 공중 지원을 받으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해.
지휘관, 지시를.
|
지휘관
|
......
상자를 탈환한다.
|
나레이션
|
(조수석에서 주위를 경계하던 그로자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
그로자
|
...그러면 당신을 지킬 사람이 없어.
|
지휘관
|
지금 내가 보호가 필요한 상태로 보여?
저 상자를 뺏기면 우린 쫄쫄 굶어야 된다고.
|
그로자
|
......
|
그로자
|
알았어.
|
나레이션
|
(지프를 타고 어느 정도 달린 뒤, 나는 의료상자를 꺼내 어깨의 총탄이 스친 상처를 응급처치했다.)
|
지휘관
|
뭐 하다 이제 왔어?
|
??
|
들판 위. 폭풍이 모습을 감추어, 볼 수 없는 사물...
|
지휘관
|
어... 응, 그렇구나.
그로자, 캐롤릭은? 그리고 너희 왜 더미 소체야?
|
그로자
|
지휘실에 있던 나, 그리고 엔진룸에 있던 캐롤릭과 네메시스 모두 폭발에 휘말렸어. 메이링은 빈 연료통 속에 숨어서 살았고.
소체 격납고가 완파돼서 나와 네메시스의 마인드맵을 그나마 무사했던 더미용 소체에 인스톨할 수밖에 없었어. 지금 인스톨 끝나자마자 온 거야.
|
그로자
|
메이링은 지금 드론 엘리베이터를 수리 중이라 공중 지원을 받으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해.
지휘관, 지시를.
|
지휘관
|
......
상자를 탈환한다.
|
나레이션
|
(조수석에서 주위를 경계하던 그로자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
그로자
|
...그러면 당신을 지킬 사람이 없어.
|
지휘관
|
지금 내가 보호가 필요한 상태로 보여?
저 상자를 뺏기면 우린 쫄쫄 굶어야 된다고.
|
그로자
|
......
|
그로자
|
알았어.
|
나레이션
|
(옐로우존, 협곡의 개활지.)
|
나레이션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붕괴폭풍 속을 나아가던 지프가, 지면에 튀어나온 돌부리를 밟아 심하게 요동쳤다.)
|
나레이션
|
(한쪽 발만 창문틀에 걸친 채 루프 위에서 작업하던 그로자가 균형을 잃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
나레이션
|
(이 와중에 가까운 절벽 위의 붕괴폭풍에 휩쓸린 커다란 돌덩이가, 하필이면 이쪽으로 굴러오고 있었다.)
|
나레이션
|
(그리고 지프가 돌부리에 걸려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 탓에, 끈질기게 쫓아오던 바랴그단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
나레이션
|
(선두의 바랴그단 졸개가 루프에서 우리와 상자를 향해 화력을 퍼부었다.)
|
그로자
|
지휘관, 상자를 고정할 수가 없어!
|
지휘관
|
칫...!
|
지휘관
|
(포탄과 돌덩이가 거의 동시에 지프와 상자에 도달했고, 꼼짝 못하는 그로자는 어느 것도 막을 수 없었다.)
|
지휘관
|
그로자!
|
지휘관
|
(계속되는 흔들림과 전투에 상자의 금이 점점 벌어지다가, 결국 폭발했다.)
|
지휘관
|
(우연일까, 터진 상자의 파편이 포탄과 돌덩이를 튕겨냈다. 하지만 그 충격파로 지프의 한쪽 모서리가 움푹 패였고, 그로자도 차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지휘관
|
차 세워 네메시스!
|
지휘관
|
(네메시스는 급정거를 밟아 차를 세웠다.)
|
지휘관
|
(부서진 상자가 뱉어낸 것은 조금 작은 사이즈의 상자였다. 겉보기만으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
지휘관
|
(그런데 작은 상자가 공중에서 살짝 움찔하는가 싶더니, 충격파에 떠밀려 그로자와 함께 몇 미터 정도 날아갔다.)
|
지휘관
|
......?
|
지휘관
|
저게 무슨...?
|
그로자
|
지휘관...!
|
그로자
|
(붕괴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상자 가까이에 떨어진 그로자가 힘겹게 일어섰다.)
|
그로자
|
(차를 멈추니 추격해 오던 바랴그단에게 둘러싸이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다만 놈들의 두목이 탄 차량은 졸개들 뒤로 저 멀리에서 멈췄다.)
|
바랴그단 두목
|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냐?
|
지휘관
|
......
|
지휘관
|
목숨을 낭비하는 건 아주 멍청한 짓이야.
그리고 우리도 너희한테 쓰기엔 총알값이 좀 많이 아깝거든?
|
바랴그단 두목
|
...저 상자 가져와.
|
바랴그단 두목
|
저 자식은 죽여버리고!
|
바랴그단 두목
|
얼른 안 가!? 저 상자 가져오라고!
|
나레이션
|
(바랴그단들이 잠깐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포위망은 여전히 조금 느슨했다.)
|
지휘관
|
머릿수 차이가 심각한걸...
그로자, 상황은?
|
그로자
|
움직일 순 있지만 타이어가 터져서 느릴 거야.
|
바랴그단 두목
|
야 이 쫄보 놈들아! 고작 몇 명 상대로 뭘 꾸물거려!? 한꺼번에 공격하라고!
|
지휘관
|
드론 지원은 언제 와?
|
그로자
|
출발 전에 메이링이, 엘리베이터가 언제 다 고쳐질지 알 수가 없다고 했었어. 지금은 붕괴폭풍의 영향 때문에 통신도 불가능하니...
좀 더 버텨야 할 거야, 지휘관.
|
지휘관
|
좀 더 버티려다 지휘관 새로 모시게 생겼는데.
|
바랴그단 두목
|
큰 거 가져와! 후딱 해치운다!
|
지휘관
|
저건...?
|
그로자
|
개조 기갑이야! 대구경포를 탑재했어, 빨리 차에서 내려!
|
나레이션
|
(붕괴폭풍이 몰아치는 한복판에, 공업용 기계를 개조한 듯한 기갑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
나레이션
|
(놈들의 차량들 뒤에서 나타난 기갑은, 제자리에 굳어버린 졸개들의 차를 거칠게 밀어내며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
바랴그단 두목
|
어디 내 포탄을 맞고도 총알이 아깝나 보자고!
|
나레이션
|
(뜻밖에 등장한 놈들의 비밀병기는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이었다. 너덜너덜해진 내 지프는 다가오는 기갑에게 무용지물이었다.)
|
지휘관
|
아무래도――여기까진가 보다.
|
??
|
지휘관!
|
바랴그단 두목
|
얼른 안 가!? 저 상자 가져오라고!
|
나레이션
|
(바랴그단들이 잠깐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포위망은 여전히 조금 느슨했다.)
|
지휘관
|
머릿수 차이가 심각한걸...
그로자, 상황은?
|
그로자
|
움직일 순 있지만 타이어가 터져서 느릴 거야.
|
바랴그단 두목
|
야 이 쫄보 놈들아! 고작 몇 명 상대로 뭘 꾸물거려!? 한꺼번에 공격하라고!
|
지휘관
|
드론 지원은 언제 와?
|
그로자
|
출발 전에 메이링이, 엘리베이터가 언제 다 고쳐질지 알 수가 없다고 했었어. 지금은 붕괴폭풍의 영향 때문에 통신도 불가능하니...
좀 더 버텨야 할 거야, 지휘관.
|
지휘관
|
좀 더 버티려다 지휘관 새로 모시게 생겼는데.
|
바랴그단 두목
|
큰 거 가져와! 후딱 해치운다!
|
지휘관
|
저건...?
|
그로자
|
개조 기갑이야! 대구경포를 탑재했어, 빨리 차에서 내려!
|
나레이션
|
(붕괴폭풍이 몰아치는 한복판에, 공업용 기계를 개조한 듯한 기갑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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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놈들의 차량들 뒤에서 나타난 기갑은, 제자리에 굳어버린 졸개들의 차를 거칠게 밀어내며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
바랴그단 두목
|
어디 내 포탄을 맞고도 총알이 아깝나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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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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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등장한 놈들의 비밀병기는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이었다. 너덜너덜해진 내 지프는 다가오는 기갑에게 무용지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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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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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여기까진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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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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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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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님! 들리시나요? 지휘관니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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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붕괴폭풍을 뚫고, 드론 2대가 나의 위치로 급강하했다.)
|
나레이션
|
(드론에 장착된 단거리 통신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신호 교란 때문에 뚝뚝 끊겼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우리 모두 안도했다.)
|
지휘관
|
메이링, 타이밍 환상적이었어. 기지차량은 어때?
|
메이링
|
우리 망해써여 지히간니이임!! 엘모호 완전 구멍 송송 바람 숭숭이에여어어!!
|
지휘관
|
...아...
|
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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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물자도 부품 재고도 전멸이에요! 제가 모아뒀던 붕괴결정 샤드까지 싹 다 털렸다고요! 으아앙!!
|
지휘관
|
어... 메이링? 괜찮아, 샤드는 다시 모으면 되잖아. 일단 우릴 여기서 탈출시켜 줘.
드론 얼마나 더 날 수 있어?
|
메이링
|
아...! 아아 그렇지! 지휘관님이 계시니까 돈은 또 벌면 되죠!
|
나레이션
|
(메이링은 드론 한 대로 개조 기갑에게 제압 사격을 가하는 동시에, 다른 한 대를 살짝 먼 위치의 안전한 절벽 위에 착륙 대기를 시켰다.)
|
메이링
|
지금 드론에 남은 연료면 56분은 버틸 거예요! 빨리 타세요!
|
지휘관
|
그로자, 네메시스, 철수한다.
상자 챙겨!
|
나레이션
|
(드론이 임시 수리된 엘모호의 루프 엘리베이터 위에 비상 착륙했다.)
|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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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잔해 속에서 몸부림치며 기어나와야 했고, 그 바람에 내 어깨의 상처가 벌어져 피가 스며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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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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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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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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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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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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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친 것뿐이야, 나중에 정밀 검사 받을게. 메이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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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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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메이링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나타나 헐레벌떡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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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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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메이링? 우리 지금 붕괴 방사선에 절여지고 왔으니까 감동의 포옹은 나중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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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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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태평한 소리예요?! 지금 구동부도 통신 설비도 죄다 망가졌다고요! 제어 시스템은 일부나마 어떻게든 고쳤지만, 부품 재고에 인형 소체까지 전부 포함해서 창고가 완전히 박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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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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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설비를 장만하려 해도 예산이 이미 바닥인데... 지휘관님, 아직 비상금으로 꿍쳐둔 샤드 있으시죠? 그렇죠? 제발 그렇다고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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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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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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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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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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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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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신 설비가 망가진 상태로는 B.R.I.E.F.에 발주를 넣을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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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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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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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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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 엔진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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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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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든 작동은 하는데요, 제어 시스템을 제대로 수리하려면 부품이 부족해요. 지금 상태론 차량에 무리 안 가게 움직이려면 시속 25km밖에 못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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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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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설비는 얼마나 망가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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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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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기째로 터져버렸어요.
차내 예비 시스템을 쓰면 단거리 통신은 가능하겠지만, 신호 증폭 및 중계에 필요한 통신 장치가 완전히 박살나서... 네트워크 연결이나 장거리 통신은 무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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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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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고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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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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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예비 부품이 있었지만 창고랑 같이 펑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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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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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많이 힘들긴 해도, 임무 물품인 상자는 아직 우리에게 있어.
이 임무만 완수하면 엄청나게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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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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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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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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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정말이지.
지금은 먼저 통신과 이동수단을 복구해야 해, 나머진 천천히 해결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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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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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가 짊어졌던 상자를 내려놨다. 그런데, 그로자가 멀어지자 그때까지 덜덜 떨리던 상자가 바로 진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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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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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여자아이가 있는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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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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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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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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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혈관을 도는, 냉엄한 독재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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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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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체도 전부 잃어서 캐롤릭을 재기동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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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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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봐서는 비싸기만 한 평범한 상자 같은데...
그런데, 왜 지금은 진동하지 않는 거지? 그로자, 다시 가까이 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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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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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가 접근하자, 상자가 다시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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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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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네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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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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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가 멀어지고 네메시스가 가까이 가도, 상자는 계속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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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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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가 문제인 건 아닌가 보군... 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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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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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가 멀어지자마자 바로 상자의 진동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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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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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지휘관님의 공통점이라면... 인간이라는 점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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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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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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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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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임무 계획부터 확인하자, 전원 지휘실로 집합.
메이링, 안전한 곳에 상자 보관하고 수리 작업 계속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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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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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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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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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전체 자가 진단 개시, 완료 예상 시각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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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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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휘실의 창문 앞에 섰다. 지금 창밖은 신기하리만치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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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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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붕괴폭풍, 기상 데이터 오류, 지형도 오류, 임무 정보 유출... 우연이라기엔 지나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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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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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습격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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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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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어. 이 주변 환경 정보, 누구한테 얻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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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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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기록에 따르면 인근 B.R.I.E.F. 지부야. 태그는 일반 정보. 정보 제공자한테 딱히 특이사항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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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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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의뢰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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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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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할 때부터 익명 의뢰였어. B.R.I.E.F. 본부에서 주선한 건이고, 그 이상의 정보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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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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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높아서 많은 현상금 사냥꾼들이 쟁탈전을 벌였지만, 결국 우리가 따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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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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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몸을 살짝 기울여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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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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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네트워크에 접속 불가능이라 정보 갱신이 안 돼. 하지만 지금 파악한 정황으로 본다면, 보수가 이상하게 높은 것만 빼면 일반적인 의뢰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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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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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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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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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통신부터 복구해. 네트워크에 접속이 돼야 물자를 조달해서 기지차량을 수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빨리 소체를 구해서 캐롤릭을 재기동해야 해, 네메시스의 묘한 직감이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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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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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안개 속을 배회하는 그림자... 뾰족한 모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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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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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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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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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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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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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생물 무리 접근 중, 위협 수준 II~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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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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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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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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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자가 진단 완료, 차체 손상도 49%.
네메시스가 메이링을 도와서 응급 처치 중이야. 부품이 심각하게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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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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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동 가능한 전술인형은 나와 네메시스뿐이야. 더 위협적인 시생물이 나타나거나 바랴그단이 쫓아온다면 대처하기 힘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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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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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든 기지차량부터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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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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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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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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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ZJKK32E-U8PB4Q로 나아가고는 싶지만, 지금 상태로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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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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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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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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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예전하고 비슷한 느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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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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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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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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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막 현상금 사냥꾼이 돼서, 오염지대에서 의뢰를 처리하던 때 말이야.
곧잘 이렇게 어쩔 줄 몰라하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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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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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인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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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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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당신은 지금이랑 아주 딴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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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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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너도 지금이랑 아주 딴판이었지.
...아니, 지금이 "예전"의 너 같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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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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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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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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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지대로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적응도 제대로 못하고 연달아 손해를 본 뒤에야 내가 더는 예전의 "지휘관"이 아니란 걸 깨달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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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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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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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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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B.R.I.E.F. 시스템도 제대로 못 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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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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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면서, 정말 힘겨웠던 그 몇 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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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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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나 혼자뿐이었거니와 당시엔 현상금 사냥꾼이 제대로 된 직업도 아니었기에, 나는 사소한 개인 의뢰나 맡으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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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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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로자를 "주워" 다시 함께하게 되었고, 그 후엔 둘이서 함께 메이링을 구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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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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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얼마 안 있어 B.R.I.E.F.가 설립되었다. 마침내 공식적인 현상금 사냥꾼 업무 루틴과 행정 시스템이 구축됐고, 그제서야 엘모호도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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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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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는 나의 몹쓸 꼴을 수도 없이 보면서도, 언제나 내 곁을 지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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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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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상인의 사설 네트워크랑 루련의 공공 네트워크조차 구분 못해서, 의뢰 물품 정보를 루련 관공서에 보내버렸지. 게다가 정보 내역에 금지 품목도 있어서 한 달 정도 수배당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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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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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지대에선 신호가 워낙 나쁘다 보니까, 네트워크를 왔다갔다하다가 실수한 거야.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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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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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B.R.I.E.F.가 중간에서 조율해 주고, 암시장 네트워크와 루련 네트워크의 통신 코드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아니까, 메시지를 잘못 보내는 일은 아마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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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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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루련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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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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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비콘! 장성열차 주둔군이 오염지대에 설치한 신호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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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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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타고 올 때 장성열차가 있었어, 분명 비콘도 근처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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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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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비콘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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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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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하나를 "빌려서" 통신을 복구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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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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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의 비콘은 많이 낡았어, 지금 사용 가능한 건 이 두 개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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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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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 모델, 너무 구닥다리라서 엘모호의 통신 모듈이랑 호환이 잘 안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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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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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근의 정화구역, 코드 번호가 여전히 W_2069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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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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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9? 정화 효율 한 번 끝내주는구만...
통신 설비는 쓸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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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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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은 잘 안 되긴 해도 어떻게든 쓸 수는 있겠어요. 중거리 통신이라면 문제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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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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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라... 메이링, 신호에 잡히는 모든 채널에 "화창한 날씨, 사막에 울리는 세이렌의 노래"라고 송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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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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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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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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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안 가 답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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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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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받았어요. "샤드를 준비해라, 아르파공이 기다리고 있으마." 그리고... 이건 통신 코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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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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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통신 코드 맞아, 그걸로 호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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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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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곧바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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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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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이 늦은 시간에 뉘신가 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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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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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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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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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지휘관님 아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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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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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구호를 나 말고 또 누가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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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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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래서, 아르파공의 세례를 받으실 준비가 되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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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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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마침 이 근처에서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암상인이 너였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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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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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팍 식네.
나 삐졌어, 가격 비싸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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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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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봐줘라...
지금 기지차량용 각종 모듈 부품이랑 인형 소체가 잔뜩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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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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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업이라도 하나 벌일 셈이야?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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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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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습격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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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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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제야 좀 우주의 균형이 맞는 거 같네! 그 동안 여기저기 일만 벌리고 다니더니 웬일로 된통 당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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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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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통까진 아니고, 아직 평범하게 의뢰 진행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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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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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약간 수상한 의뢰인데다 여러모로 우연이 겹치긴 했지만, 일단 화물은 우리 수중에 있어.
의뢰 마치고 보수 받으면, 엘모호의 전면 개수를 너한테 맡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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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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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호의 전면 개수...? 설마 그 비싼 의뢰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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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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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걸 말하는진 모르겠다만 일단 아주 비싼 의뢰인 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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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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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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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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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의뢰 말이야... 요즘 이상한 소문이 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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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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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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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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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비~밀~
주문품 가지러 오는 김에 이쪽 골칫거리 좀 해결해 주면, 내가 살짝쿵 가격 할인에다 공짜 정보도 제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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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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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 드론도 인형도 거의 전멸한데다 쓸 수 있는 지프도 한 대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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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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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지금 특수한 시기라 배달은 못 해줘. 그리고 이 공짜 정보는 비매품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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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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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뭐가 말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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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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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최근에 들여놓은 물품이 좀 있는데 똥개들이 냄새 맡고 몰려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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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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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들어도 대단한 말썽인 것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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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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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웬수 놈들이랑 내통이라도 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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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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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웬수라니, 그런 게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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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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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있지! 그나저나 그쪽 상황이 어떻길래 통신이 자꾸 치지직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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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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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차량의 통신 설비가 박살나서 지금 다른 거 빌려 쓰느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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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루드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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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무리 그래도 노이즈가 심상치 않은데...
아무튼, 좌표는 TY3IU-8SSZ90이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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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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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물자 리스트 작성해서 이 통신 코드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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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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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 지휘관님? "폴루드니차"란 분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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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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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머리에 나사 빠진 친구. 비싸게 받아먹긴 해도 있을 건 다 있는데다 그만한 값어치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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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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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요... 거기에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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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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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술도 추가해, 10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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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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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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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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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워요 지휘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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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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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통신 장치 조정해서 통화 채널 고정하고 암호화해.
그로자, 네메시스, 심부름 부탁한다. 캐롤릭의 마인드맵 백업도 챙겨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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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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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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