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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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네이처’ 표지에는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의 옆모습을 식물의 줄기와 잎으로 표현한 그림이 실렸다. 그런데 오른쪽 아이를 이루는 식물은 생기가 돌지만, 왼쪽 아이를 이루는 식물은 제때 물을 주지 않은 것처럼 잎과 줄기가 채 자라지 못한 채 시든 모습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사이먼 헤이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은 2000~2015년 아프리카 51개국의 교육 불평등과 아동 영양실조 실태를 상세 지도로 나타낸 결과를 2편의 논문에 걸쳐 ‘네이처’ 1일자에 발표했다. 아프리카 내에서 지원이 필요한 소외 지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양실조는 대사 작용 등 신체 기능 저하나 체중이 같은 연령대 평균에 못 미치는 등의 성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 영양실조가 많다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 받지 못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아가 교육은 한 국가가 인적 자본을 축적하고 양성 평등, 건강 증진 등의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 주는 또 다른 핵심 요소다. 교육 실태를 조사하면 국가의 발전 현황을 가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수천 개 마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나이, 신장, 체중 등을 조사한 뒤 공간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이들 표본 데이터를 지역의 기후나 지리 정보 둥과 결합해 지도화 했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진은 15년에 걸친 아프리카 전역의 아동 영양실조와 교육 성취도 변화를 보여 주는 5km x 5km 크기의 지도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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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북이나 이남의 동부와 남부 지역의 경우 조사 기간 동안 영양 실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차드, 소말리아 등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국제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역도 많았다. 여전히 지역 간 격차가 곳곳에 남아 있는 셈이다.
헤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까지 아동 영양실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사하라 사막과 사바나 사이의 사헬 지역은 여전히 목표치와 거리가 멀다”며 “현재와 같은 수준이 유지된다면 아프리카 대륙의 어떤 나라도 ‘2030년까지 영양실조를 없애자’는 국제연합(UN)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수준 역시 사헬 지역이 가장 낙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사이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교육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교육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지역도 많아 오히려 불평등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교육의 성(性)적 불평등은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 전역에 공통적으로 남아 있었다. 가령 차드의 카디아 주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일반적으로 5~6년가량 더 교육을 받는다.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 (코피아난재단 이사장)은 “지도들은 아프리카가 십여 년간 이뤄온 진보와 그 사이 더 굳건해진 사회적 불균형을 동시에 보여 준다”며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는 평균치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지역적 불균형을 꿰뚫어 본 것으로 지금 우리가 어떤 일들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 그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