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과 인도 견제하려고 파와 관계 강화
미국은 인도와의 관계 강화 시사
대테러전 협조는 더 멀어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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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냉전 시대 때부터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중국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차례의 전면전을 포함해 허다한 무력충돌을 빚어온 숙적 인도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인도에 접근한 소련을, 중국은 국경분쟁을 벌이는 인도를 견제하려고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아라비아해 입구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중요성에다가, 2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무슬림국가 파키스탄은 특히 미국에게 중동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계속되는 아프간 전쟁에서 파키스탄은 미국의 중요한 배후기지이자 필수적인 대테러전 동맹으로 더욱 중요해졌다.중국에게도 파키스탄의 중요성이 커졌다. 인도양으로 나가는 통로이자, 최근에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중국 경제력을 확장하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국이 됐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파키스탄에 50억달러의 경제원조를 제공한 반면, 중국은 550억달러 상당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했다.한편에서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인도-태평양’ 안보 개념을 도입했다. 또, 미국은 파키스탄이 대테러전에서 오래 전부터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탈레반이나 하카니 네트워크 등 이슬람주의 테러 세력들을 뒤에서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사실 파키스탄은 접경한 아프간을 자신의 영향권 하에 두기 위해 친파키스탄 세력 양성에 주력해왔다. 탈레반 탄생은 파키스탄의 작품이다. 아프간, 인도와 영토분쟁을 벌이는 카슈미르 내의 친파키스탄 세력을 동원해 인도를 견제하는 데 이용했다. 파키스탄으로서는 아프간 등지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적당히 제어하는 게 자국 안보에 필수적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파키스탄이 대테러전에 비협조적이라며 압박하자, 파키스탄은 특유의 배짱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미-파 사이의 동반자 관계는 끝났다’는 미국의 선언에 대해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외교장관은 “우리는 어떠한 동맹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 때문에 파키스탄을 나토 회원국에 준하는 동맹으로 취급해왔다.중국은 최근 사태에서 파키스탄을 옹호하는 성명을 냈다. 파키스탄이 이번 사태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인도의 접근이다. 파키스탄의 국립국방대학의 하마윤 칸 교수는 “미국은 이제 서남아시아를 인도라는 프리즘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에게 파키스탄은 인도에 대한 억지력을 만들어내는 안정된 국가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파키스탄에게는 아직 남은 카드가 많다.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에 대한 군수품 수송로를 차단하거나, 아프간 평화회담에 협조하지 않는 것 등이다.미국 쪽에서는 중국을 지렛대로 한 파키스탄의 위협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이다. 미국 관리들은 파키스탄에서 중국의 역할은 미국의 이익에 위협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중국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없는 안정된 파키스탄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중국이 노력을 치하하며,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지 않도록 파키스탄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도 파키스탄이 미-인도 관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미국-중국-파키스탄-인도에 아프간과 러시아까지 개입하는 복잡한 역관계가 다시 서남아에서 조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