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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AI와 포스트휴먼의 의미

에디터의 노트

바야흐로 AI 시대다. 현재 인간 삶 속 곳곳에는 AI가 부품처럼 맞물려 있다. 그러나 AI는 앞으로 더욱 발전한다.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노동에선 인간이 부품처럼 더 작은 역할을 차지할지 모른다. 공존하는 현재이자 성큼성큼 다가오는 미래, AI. 그리고 이와 공존하는 차세대 인간상, 포스트휴먼. 이 둘은 인류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염원과 상상의 대상, '인공지능' 

'인공지능'이란 말은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단어만으로 아득히 먼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삶은 로봇 청소기, 인공지능 스피커, 자동추천 알고리즘, 번역 프로그램, 자동차 내비게이션, 사물인터넷 등 여러 인공지능과 함께하고 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란 말 그대로 사람의 힘으로 만든 지능이다. '지능'은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해 해결하는 능력이다. 어떤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인공 존재라면 수준과 종류, 형태를 막론하고 인공지능이다. 뜻으로는 어려울 게 없는데도 왜 우리는 '인공지능'에 거리감을 느낄까?

먼저 '지능'을 인간 고유의 영역이자 능력으로 여기는 데서 오는 생경함이 있다. 르네상스 이후 인간 사회 사고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휴머니즘은 인간을 인간 아닌 존재와 구분 짓는 결정적 기준으로 이성을 지목한다. 주체적 사고와 행동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지능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이는 인간이 인간 아닌 존재를 지배하고 도구로 활용하는 기준이자 논리가 됐다. 그런데 인간 아닌 존재가 지능을 발휘한다고? 어쩌면 전통적 인간관으로서 타당한 의구심은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먼 미래의 일로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인공지능이 고정불변의 기술 또는 대상이 아닌 것처럼, 인간의 기댓값 역시 변화한다는 점에 있다. 1956년 '인공지능'이란 용어를 창안한 인공지능 연구의 거장 존 매카시는 생전 평소 이런 툴툴거림을 남겼다. "어떤 것이 인공지능으로 구현되기만 하면 사람들은 더이상 그것을 인공지능이라 부르지 않는다." 삶에 익숙해진 기술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오늘날 '인공지능'으로 '자동차 내비게이션'부터 떠올리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누구나 자동차 백시트에 지도 한 부 꽂아두던 시절이었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테다. '뭐? 기계가 알아서 길을 알려준다고? 왜, 아예 운전도 대신해 준다 그러지!' 이젠 아예 운전도 대신해 줄 날이 머지 않았지만, 어쨌든 자율주행 자동차 쪽이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인공지능스럽게' 느껴진다. 인간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움직일 존재를 그리며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은 언제나 현재 어떤 과업에 대한 해방이다.

인공 존재에 대한 상상력

그러자 황금으로 만든 하녀들이 주인을 부축해주었다. 이들은 살아 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 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 알고 있었다. — 도서 <일리아스>, 호메로스, 515~516쪽.

인간의 욕망이 과거라고 달랐으랴.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조차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간 아닌 존재가 등장한다. 우리말로 '자동기계' 정도로 번역되는 '오토마타'(automata)다. 오토마타는 그리스어로 '스스로'를 가리키는 auto와 '존재'를 가리키는 mata의 합성어다.

약 3000년 전 지어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구체적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대장장이이자 불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을 도울 인공 존재를 만든다. 이해력과 음성, 힘을 가졌으며 수공예도 부릴 줄 아는 '소녀들'의 모습은 아직도 영화에서나 구경 가능한 고도의 인공지능 모습과 닮았다.

지능을 발휘하는 인공 존재에 대한 인간의 오랜 갈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오늘날 인간이 인공지능에 가진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과거 농경의 정착으로 강도가 높아진 노동은 자연스레 이를 대체해 줄 존재에 대한 갈망과 상상의 그물을 드리우게 했다. 예로 든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노동은 '노예만 하는 힘든 일'이었으며 그밖에 예술, 정치, 철학 등을 사람이 해야 할 귀한 일로 봤다. 그렇기에 노동은 노예가 아니라면 오토마타에 의해서나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인지 모른다.

재밌는 것은 신화나 서사시 속 오토마타가 지능적 존재로 그려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을 대체할 우수한 기계일 뿐이지 지능은 공고히 인간의 전유물로 여긴 당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AI 연구의 뿌리, 마음 혹은 지능에 대한 관심 

 알고리즘의 효시로 볼 수 있는 삼단논법을 창시한 아리스토텔레스. '모든 사람은 죽는다' 'A는 사람이다' '고로 A는 죽는다'와 같은 검증이 삼단논법의 전형이다.

지능적 존재는 인간으로 한정한 한편 '지능'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인공 존재에 대한 상상만큼이나 오래됐다. 오늘날 AI 연구는 컴퓨터 공학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공지능 연구와 검증에 매우 적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I의 개념은 넓은 의미에서 지능행위에 대한 연구를 포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탐구한 학문의 역사는 깊고 다양하다.

AI 연구는 오랜 옛날부터 철학, 수학, 심리학, 언어학, 신경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에서 유기적으로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기원전 4세기쯤 생긴 모든 학문의 토대이자 탐구와 질문의 학문인 철학이 처음 던진 질문이 다음과 같다. 물리적인 뇌로부터 어떻게 마음이 발생하는가. 표현에 차이가 있을 뿐 마음이든 이성이든 지능이든 모두 인간이 주체적으로 사고해 행동하는 능력 또는 특성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연구하는 것이 마음이든 이성이든 지능이든 결국 관심 갖는 것은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원리다.

'테스형'과 플라톤의 뒤를 이은 3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로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법칙으로 파악했다. 그 유명한 '삼단논법'(Syllogism)이다. 그는 두 개의 의심할 여지 없는 전제는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알고리즘의 조상님뻘 되겠다.

철학에서 나온 논리 구조는 수학으로 와 논리, 계산, 확률 세 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검증할 수 있는 본격적 알고리즘 모델이 됐다. 신경과학은 뇌의 정보처리 방식과 각 부분의 기능을 연구해 어떻게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언어학에서는 사고가 언어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 연구해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데 쓰는 전산 언어학을 만들어 냈다.

'AI'란 용어는 앞서 언급한 존 매카시 교수를 통해 1956년 공식화되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그는 1956년 10명의 과학자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모인 학술 워크숍 다트머스 회의에서 '지식을 갖고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기계'로 AI를 정의했다. 최초의 AI 연구 협회 공동설립자이기도 했던 그는 1958년 대표적인 AI 프로그램 언어 LISP(List Processing)를 만드는 업적을 남긴다. 이는 초기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이후 인공지능 분야에 길잡이 역할을 한다.

왜 지금 AI 열풍일까?

수학 이론과 과학실험을 통해 널리 연구된 AI는 1980년대부터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사람이 일일이 알고리즘을 제어하는 단순 제어 프로그램 형태다. 이때 등장한 대표적 초기 AI가 세탁기다. 하지만 단순한 문제 풀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고, 방대한 정보수집 및 관리에 대한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한동안 정체기를 맞는다. 본격적으로 AI 중흥기가 도래한 것은 21세기부터다. 이는 같은 시기 발달한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 검색 엔진 등을 통해 막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고, 빅데이터를 저장할 장치는 물론 이를 처리할 컴퓨터의 연산 성능도 함께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가능해진 것이 바로 오늘날 AI 열풍을 불러온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AI의 원리두뇌 활동을 모방하다, 인공신경망

 Graphic by Gordon Johnson on Pixabay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앞서 보다 근본적으로 AI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 있다. 바로 '인공신경망'이다. 앞서 지능에 대한 관심으로 신경과학에서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연구한 일 역시 인공지능의 발달에 유기적으로 기여했음을 주지한 바 있다. AI 역시 인간의 지능 활동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목표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의 두뇌 활동의 원리에 관심을 가졌다. 지능 활동 구현에 가장 가깝고도 직접적인 모델인 두뇌의 구조와 활동을 분석해 정보 처리 알고리즘을 구축하려 한 시도가 바로 인공신경망이다.

인간의 뇌 구조와 유사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43년 신경과학자 워렌 맥컬록과 월터 피츠에 의해서다. 그들은 뉴런을 분석해 신경 활동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의 과정 속에 움직인다는 점 등 신경망의 행동 원리를 밝혀 처음으로 인공신경망 모델을 내세웠다. 'All or Nothing'이라는 신경 활동의 명제는 'Yes or No'라는 알고리즘 작동 명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신경망 연구는 이후 1958년 심리학을 전공한 신경생물학자 프랭크 로젠블랫에 의해 심화된다. 그가 눈여겨 본 것은 뉴런 사이의 연결이었다. 그는 개개의 뉴런이 자신의 윗층에 연결된 뉴런에게서 받은 신호를 아래층에 연결된 뉴런들에게 넘겨주는 구조를 파악했다. 연결망의 신호 흐름을 꿰뚫어본 것이다. 로젠블랫은 이러한 뉴런 연결망의 최소 단위를 퍼셉트론(Perceptron)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연결로 인지 및 사고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AI의 각 계층에 설정된 알고리즘(함수)들이 각각 신경망의 뉴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과 머신러닝, 딥러닝 사이 관계.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인공지능 기술의 방법론 중 하나이며 딥러닝은 머신러닝이 심화된 형태다.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본적인 AI의 일 처리 방식은 인간이 알고리즘을 통해 짜 주는 지침을 따른다. 데이터를 넣어주면(input) 지정된 알고리즘을 거쳐 결과가 나오는(output) 식이다. 일일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머신러닝은 AI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짜주지 않는다. 데이터들을 넣어주면 AI가 스스로 학습해 일을 수행한다. 대신 AI가 학습을 통해 분별하길 원하는 정보의 특성을 색인을 붙여(indexing)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에게 강아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인간이 할 일은 '이런 게 강아지야' 하고 강아지 사진들을 데이터로 집어넣으면 된다. 그러면 AI는 '강아지'로 색인된 정보들을 학습해 이후 스스로 강아지를 판별할 지능을 갖추게 된다.

딥러닝(Deep Learning)

 실제로 AI가 딥러닝을 통해 내놓는 결과값이 이렇게 친절하진 않다. 'A그룹' 'B그룹' 등과 같이 분류해내면 이를 해석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머신러닝이 대상의 특성을 색인으로 지정한 데이터를 제공해 가르치는 방식이었다면, 딥러닝은 그야말로 '자습'이다. 인간은 데이터를 집어넣는 일밖에 할 게 없다. 이게 뭐고 저게 뭐라고 색인을 붙일 필요도 없다. 그냥 때려부으면 된다. 그러면 AI는 정보들을 분석하고 해석해 스스로 분류해낸다.

중요한 것은 정말 많이 '때려부어야' 하고, AI에게 이를 학습하고 분류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AI 스스로 어떤 대상을 분류해내려면 보통 머신러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를 연산해낼 기술적 하드웨어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21세기를 맞아 AI의 중흥기가 도래했다고 지적한 이유를 기억하는가? 현대에 들어 비로소 딥러닝이 요구하는 빅데이터와 기술적 스펙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복잡한 비선형 관계에서 특징을 뽑아 모델링화하는 데 탁월하다. 딥러닝이 아니라면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야만 얻을 수 있는 정보 간의 복잡한 구조 및 관계 파악을 AI에게 맡길 수 있다. 기존 머신러닝에 비해 편의성과 적용 분야에서 비교불가한 잠재력이다. 그동안에는 AI가 딥러닝을 하기 위한 빅데이터 수집이라든지 이를 연산할 컴퓨팅 기술의 부족으로 구현이 어려웠지만, 오늘날에는 각종 포털은 물론 SNS 등에서도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축적과 분석이 가능해졌다. 데이터라는 양분과 연산 능력이라는 스펙 향상에 힘입어 AI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적용 사례: 자율주행자동차, 각종 암 및 질병 진단 기기, 인공지능 튜터 등

인공지능의 종류 

 Photo by Possessed Photography on Unsplash

많은 사람들이 AI를 생각하면 로봇 형태로 구현된 것을 떠올리지만 꼭 'AI=로봇'은 아니다. 인공지능 자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형태는 해당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신체'에 가깝다. 어떤 과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이상 AI의 범주에 든다. AI는 능력의 적용 분야, 효율, 깊이 등을 기준으로 약인공지능, 강인공지능, 초인공지능으로 나뉜다. 약→강→초 순으로 수준과 깊이가 심화하며, 현재 우리 삶에 친숙한 AI들은 모두 약인공지능이다. 강인공지능 이상은 아직 영화로밖에 만나볼 수 없다.

약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어떤 특정 분야나 과정에 특화된 AI다. 용도에 맞게 자율성을 띠는 모든 기계에는 약인공지능이 탑재돼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둬 4:1로 승리한 구글의 알파고 역시 바둑만 둘 줄 아는 약인공지능이다.  

예시: 자동차 잠금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자동차, 아이폰 Siri, 각종 검색 및 번역 프로그램, 음악·영화·상품 등 각종 추천 알고리즘, 유튜브 '지금 뜨는 콘텐츠', 스팸 메일 필터, 음성인식, 스마트 가전 등

강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간 수준의 AI다. 인간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다. 바탕이 되는 핵심 능력은 경험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학습능력, 딥러닝이다.

강인공지능을 만들기는 약인공지능을 만들기보다 훨씬 어렵다. 심리, 사고 능력, 계획 능력,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며 예술이나 이론 같은 고등 이해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강인공지능 출현 시기는 2040~2050년 안팎이다.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의 학습을 이룬 AI다. 미래학자이자 AI 사상가인 닉 보스트롬은 초인공지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과학과 기술의 창조, 일반 지식, 사회적 능력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류를 능가하는 지능.

미래의 초지능은 우월한 연산 및 통신 속도, 메모리, 신뢰성과 수명, 복제성, 목표 조정 능력, 정보 공유, 새로운 모듈 탑재를 통한 향상성 등을 통해 기존에 인간이 축적했던 지식을 빠르게 익히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지식 역시 빠른 속도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 AI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0년경 AI 기술이 특이점(tipping point)에 도달해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수 있다고 본다. AI가 직접 AI를 생산하는 등 기술 변화 속도가 급속히 빨라져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고 이전 삶과는 판이한 변화를 맞이한다고 예측한다.

포스트휴먼과 포스트휴머니즘 

 왼쪽부터 영화 <로보캅><아이언맨><엑스 마키나><her>. 로보캅과 아이언맨이 엑스스켈레톤과 첨단무기로 무장한 포스트휴먼을 보여준다면, 엑스 마키나와 her에서는 인간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향상된 AI를 그린다. (출처: 오리온 픽처스, 마블 스튜디오, DNA 필름스, 안나푸르나 픽처스)포스트휴먼이란?

포스트휴먼은 AI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맞이할 미래의 인간을 가리킨다. 기술과의 필연적 결합으로 인간의 모습과 삶은 이전과 확실한 구분을 맞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간 존재를 정의해야 할 필요성에서 나온 표현이다. 보통 첨단 기술을 통해 성능이 향상된 인간을 가리킨다.

포스트휴먼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다. 인간이 기술과 결합해 기존 인간이 지닌 질병이나 수명, 신체 취약성 등을 극복한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는 것. 그리고 인간이 창조한 존재가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 고도로 발전해 인간과 구별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로보캅> <아이언맨>과 같은 영화가 전자를 표상하는 이미지라면, <엑스 마키나> <her>와 같은 영화는 후자의 상황을 그린 영화다.

'포스트휴먼'이라는 말의 출현 의미

과거 인간과 기계는 서로 이질적 존재로 경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앞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약해진다.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나 인공장기 같은 생명 기술, 로봇 팔다리나 외골격(엑스스켈레톤)과 같은 인공보철(프로스테시스),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를 통한 인간 신경계와 기계 연결 등의 기술로 인간은 점점 기계와 결합한 사이보그적 존재가 돼간다.

반면 머신러닝을 무기로 AI는 점점 인간화된다. AI는 현재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지만, 점차 세계를 구성하는 실존적 존재자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아직 인간과 같은 자율성과 의식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의식 없이 지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의식 없는 지능’을 통해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긴 일들을 대신하면서 자율적 행동이 가능한 주체가 됐다. 마찬가지로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겼던 감정을 불완전하게나마 표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등장했다. 아직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섹스로봇과 결혼한다거나 인공지능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사례는 AI가 비인격체임에도 주체의 지위를 획득해가고 있는 단면이다.

포스트휴머니즘 사회가 그리는 것

포스트휴먼의 시대란 기계를 통해 인간의 외연이 확장된 시대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동물과 식물이 하나의 평면에서 만나고 섞이며 서로를 통해 변형되는 거대한 '종합의 시대'라 해야 할 것이다. — 도서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 강미정 외 다수, 201쪽.

앞으로의 인간을 이전 인간과 동일하게 생각할 수 없으므로 포스트휴먼이란 말이 나온 것처럼, 이러한 포스트휴먼이 살아갈 세상의 사상은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으로 그려볼 수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이란 'post-'라는 말마따나 근대의 인간 중심적 사상인 휴머니즘(Humanism)을 비판하고 역전하는 표현이다. 굳이 미래의 인간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포스트휴먼이 살아갈 세상과 기존 휴머니즘의 괴리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겼던 지능 행위는 불완전하게나마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에서도 수행되고 있다. 앞으로 그 수준이 심화할 것은 많은 학자들의 전망은 물론 현재 우리 삶을 채우고 있는 인공지능의 변화를 봐도 자명하다.

기계와 이를 이루는 생태계를 단지 도구 취급했던 기존 휴머니즘의 근거는 그러므로 이미 심각한 위협에 놓였다. 인류세로 대변되는 생태계와의 유기적 공생, 과학기술에 의존해 건강수명을 보전해야 하는 포스트휴먼의 삶으로 칠해질 미래에 '인간중심주의 '인간순혈주의' 따위는 아예 뜬금없는 소리가 될 공산이 높다.

앞으로 인간은 비인간과의 대비가 아니라 오히려 기계와 같은 비인간 요소를 포함하며 삶과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혼종적 존재가 된다. 또한 더이상 인간만이 세상에서 단일하고 유일무이한 주체라는 고집은 오만이자 아집일지 모른다. 인간이 기계화되고, 기계가 인간화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미 인간과 생명과 기계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하고 그 경계를 해체하는 데 이르렀다. 포스트휴먼의 사회는 인간과 생태계, 기술적 존재들이 서로 얽혀 함께 살아가고 함께 진화하는 기술·생태적 공간이다.

� 다음은 AI로 인한 인간 살림의 변화를 그린 'AI가 경제를 만나면'으로 이어집니다.

똑똑! 더 보기�튜링이 튜링 테스트로 검증하고자 한 것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 (출처: 블랙 베어 픽처스)

세상에 처음으로 인공지능의 존재를 알린 것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다. 그는 오늘날 CPU(중앙처리장치)의 원조격인 '튜링머신'을 만들어냈다. '봄베'라는 기계로 독일 애니그마 암호의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를 해독해 2차 세계대전 연합군의 승리에 주역이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연구자들은 튜링의 업적이 전쟁의 종식을 2년 앞당겼으며 약 200만명의 목숨을 구한 것과 다름없다고 추산한다.

튜링은 당시 영국에서 불법이었던 동성애 혐의로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등 불운했던 삶을 자살로 마감하지만, 이후 죄를 사면받고 훈장을 받는다. 지금은 영국 50파운드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주검 옆에 놓여 있던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나는 누구입니까? 기계입니까? 인간입니까? 전쟁영웅입니까? 범죄자입니까? —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속 앨런 튜링(배네딕트 컴배배치 분)

인공지능과 관련해 튜링의 업적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튜링 테스트다. 그는 기계에게 사고 능력이 가능한지 검증하기 위해 1950년 튜링 테스트를 만들어냈고, 이는 오늘날 기계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별하는 일종의 자격 테스트로 쓰인다.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컴퓨터와 인간이 각각 분리된 공간에 있고, 심판관은 5분 정도 이들과 문답을 나눈다. 심판관이 절반 이상의 문답에서 분간에 실패하면 해당 컴퓨터는 인공지능을 갖췄다고 본다.

하지만 본래 튜링 테스트 속에는 남성 혹은 여성 특정 성별이 답하기 쉬운 젠더 분별성 문항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튜링이 지능을 둘러싼 인간과 기계의 차이뿐 아니라 젠더 구분의 의미까지 연구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기술적으로도 튜링 테스트는 이후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똑똑! � 추천해요

도서 <포스트휴먼 오디세이>, 홍성욱 지음, 휴머니스트, 2019.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해서 기계와 인공지능, 인간이 필연적으로 관계 맺는 포스트휴먼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쉽고 통찰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단지 개념이나 앞으로의 제언을 내놓기 앞서 인공지능이 언제부터 어떻게 논의·연구됐는지 연대기적 흐름을 좇을 수 있다. 포스트휴먼 연구자일 뿐 아니라 과학사에 조예가 있는 저자답게 크고작은 사건들 속 다양한 의미도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다.

AI가 경제를 만나면

에디터의 노트

AI가 경제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제조, 유통, 모빌리티, 금융의 핵심 미래 트렌드에 AI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거예요. 스마트 팩토리, 유통 4.0, 자율주행차, 로보 어드바이저 등 생소한 단어들이 벌써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고 하니 궁금증이 생기네요. 이 네 가지 분야에 공통적인 '자동화'란 흐름으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들 예정이에요.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간략히 리뷰해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AI, 경제와 만나다 

AI는 경제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제조, 유통, 모빌리티, 금융에 AI 기술이 접목돼 유행하는 산업 트렌드를 살펴보고 일자리의 미래, 그리고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나 유통4.0, MaaS(Mobility as a Service), 핀테크(Fintech)에 AI는 어떻게 적용될까?

AI가 적용되는 산업과 경제 분야는 그 수를 세는 것보다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이 빠를 정도로 폭넓고 총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논점이 있다.

첫째, AI가 중요한 이유는 광범위한 BtoB(Business to Business, 사업체 간) 플랫폼 기술 개발에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빅테크 기업 구글이나 아마존은 방대한 데이터와 AI 투자로 개발한 범용 AI 솔루션을 타사에 제공한다. IBM이 만들어낸 왓슨(Watson)이나 아마존이 개발한 알렉사(Alexa)는 자사에서 특정 서비스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타 기업들이 추가적인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둘째, 범용 플랫폼으로서의 AI는 소수 천재 개발자보다는 집단지성에 의해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전 세계의 AI 전문가는 2만2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AI 기술은 다른 첨단기술과 결합돼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로봇 기술을 만나면 AI 로봇이 되고, 사물인터넷(IoT)과 만나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물류 공장이 된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그리고 가상화폐와 만나면 메타버스가 된다. AI가 소프트웨어라면, 다양한 하드웨어에 '탑재'가 가능한 것이다.

정리하면, AI 기술은 압도적인 인재와 기술을 갖춘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며 이들은 플랫폼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기술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며, 다른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만나 놀랄 만큼 빠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AI는 바둑 기사 이세돌과의 경기로 뉴스를 장식한 '알파고', '이루다'와 같은 챗봇, 로봇에 탑재된 서비스봇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양한 기술로 맞춰볼 수 있는 퍼즐로 생각하면 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제조, 공장이 스마트해진다 

적은 종류의 물건을 많이 만들어 팔던 '생산자 중심'의 공장이, 데이터에 기반해 자재, 수요, 재고를 파악해 맞춤화된 상품을 자동으로 만드는 '소비자 중심'의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한다.

공장이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란 제품을 생산, 포장하고 설비를 점검하는 과정이 자동화된, 말하자면 '알아서 돌아가는 공장'을 말한다. 설비와 장비가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있어서 실시간으로 공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곳곳에 배치된 사물인터넷 장비 센서로 생산 현황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불량품이 발생하는 추이를 확인하고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물 인식, 데이터 분석 등에 머신러닝 기술이 사용된다.

스마트 팩토리에선 생산의 모든 과정에 데이터가 사용된다. 여기엔 자재 상황, 공장 온도나 습도와 같은 생산 환경, 재고 상황이 포함된다. 효율적이고 유연성 있는 생산체계를 확보할 수 있고, 생산라인의 중단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생산라인을 더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어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개인화된 상품을 생산하기 수월해진다. 전기차의 색상이나 옵션, 운동화의 미세한 사이즈, 색상, 소재와 같은 요소를 미세 조정하기 쉬워진다.

소비자가 물류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온디맨드'(On-Demand) 추세에 제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적은 종류의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던 기존의 생산라인에서, '다품종을 소량생산'하는 공장 체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효율성, 재고 관리, 품질, 가격 경쟁력, 안전성,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해외의 GE(General Electric)나 지멘스(Siemens), 국내의 삼성SDS와 포스코 등 대기업이 앞다퉈 스마트 팩토리에 투자하는 추세다. 지멘스의 암베르그 공장은 자동화 수준이 75%에 이르며 100만개당 불량 수는 약 11.5개에 불과하다.

똑똑한 공장은 사회도 바꾼다

거의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해지면 생산비용에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이전해 저렴한 임금의 장점을 노리는 쇼어링(Shoring)의 추세가 소비자가 위치한 대도시 주변에 최첨단 공장을 짓는 리쇼어링(Reshoring)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화된 공장에는 극소수의 노동자만 필요하므로 중국이 아니라 소비자와 가까운 도심 주변에 공장을 짓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디다스도 2016년에 제3세계가 아닌 독일에 첨단기술로 자동화된 '스피드 팩토리'를 지어 운동화를 생산한 적이 있다.

공장 지능화 추세의 걸림돌로 보안이 있다. AI로 작동하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사이버 보안에 대한 투자와 오작동 예방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 산업 구조적으로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 시설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할애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부품이나 하청사업 등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설비 개선이 늦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유통, 원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해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씨는 요즘 쇼핑 시간이 줄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동 중에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쇼핑을 하거나 집 가까운 매장에 들러 식료품을 샀다. 이제 자주 마시는 우유, 맥주나 쌀, 김치, 휴지 등 생필품은 사용주기에 맞춰 플랫폼 'AI 마켓'에서 알아서 보내준다. 최근엔 '자동추천'이란 기능이 추가됐는데, A씨 마음에 들만한 상품을 보내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한정판 레고 장난감, '최애' 캐릭터 굿즈, 최신식 헤드폰 등을 배송 받았는데, 한 번도 반품한 적이 없다. 가끔 방문하는 마트에선 물건에 QR 코드를 찍으면 다음 날 필요한 물건이 집 앞에 도착해 있다.

AI와 유통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유통에 적용한 '유통 4.0'이 화두다. IT기술 시대의 유통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만나 거래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유통 3.0'이라 했다. 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이 접목된 '유통 4.0'에선 단말기도 필요 없다. 에디터가 작성한 가상 시나리오에서처럼 물건이 필요해질 때쯤 알아서 배송되고 매장에서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된다. 전 단계에선 온라인에서 소비자의 편의성이 강조됐다면 '유통 4.0'에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도 불명확해지고 편의성을 뛰어넘어 사용자 경험이 강조된다. 이 변화엔 AI 기술이 핵심적이다.

고객 응대 자동화: AI 적용 사례엔 매장 직원을 키오스크로 대신하거나 온라인 텍스트나 음성 챗봇으로 소비자 상담을 대신하는 추세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선 영화관, 패스트푸드, 음식점 매장에서 점원을 대신하는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AI 기술이 적용되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메뉴나 상품을 추천하거나 터치 대신 음성으로 주문하는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맞춤형 구매 제안: 빅데이터와 AI가 힘을 합치면 '예측 판매'가 나온다. 고객정보, 소셜데이터, 구매패턴 등을 분석해 소모성 생필품의 소진 시기를 예측해 구매를 제안하거나, 맞춤형 상품 추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에 구매한 제품의 재구매를 지원하고 반품, 제품 이력을 추적해 다른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멀지 않았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2014년에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소진됐을 때 자동으로 재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아마존 대시'(Amazon Dash)를 출시했다. 가정용 인공비서 알렉사(Alexa)가 "화장지가 1주일 후면 떨어질 것 같은데, 구매할까요?"라고 사용자의 구매 의사를 묻는 식이다.

재고 관리와 마케팅 정교화: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물류를 추적하며 가격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도 구현될 수 있다. 고객 피드백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마케팅을 정교화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추적을 활용해 고객 성별, 연령대에서부터 멈춰서는 위치나 시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좀 더 나아가 광고나 제품을 주의 깊게 봤는지, 어떤 감정적 반응을 했는지, 그 반응의 긍정, 부정 여부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AI가 유통을 만났을 때 개선되는 것은 소비자 경험이다. 일일이 물건을 검색해 평점을 꼼꼼히 읽는 수고를 덜고 자동으로 추천받는 제품을 간편하게 결제한다. 줄 서서 오래 기다리거나 쇼핑한 짐을 집까지 들고 가는 고생을 덜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에서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골라 나오면 매장의 센서가 이용객과 물건을 추적해 계산을 완료하고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보내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자의 사생활이다. 구매 이력이나 성향뿐만 아니라 SNS상의 개인정보, 표정이나 이동 패턴 등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은 유통과 플랫폼사의 명줄인 데이터가 된다. 소비자의 표정을 찍는 것은 사생활 침해인가? 온라인 쇼핑 앱 사용자의 SNS 계정을 분석한 구매패턴 예측은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소비자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 AI 기술 활용에 기술과 산업 관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모빌리티, 자율주행에서 MaaS까지 

모빌리티(Mobility)는 운동수단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움직이는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타다와 같은 택시 앱, 킥보드, 전기 자전거, 배송, 자율주행 기술이 모두 이 영역에 포함된다. AI 구현의 가장 두드러지는 예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목전에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고 환경을 인지해 안전히 운행하는 자동차라는 뜻의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공학자협회(SAE)의 6단계 기준 중 3단계 '조건부 자동화'에 와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모든 조작을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운전자의 조작을 요청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항상 도로를 주시할 필요는 없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을 요청받고 책임을 지게 된다.

인류가 오랫동안 상상해온 자율주행을 가능케 한 것은 AI 기술의 발전, 그중에서도 딥러닝이다.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인식해야 하는 사물의 수와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양한 형태의 이동수단이나 보행자에서부터 도로의 틈, 동물, 지워진 차로나 불법주차 차량 등 대단히 복잡한 도로 주변 환경을 인간이 일일이 태그해야 하는 머신러닝보다 자체적으로 차이를 인식하고 이동 여부와 속도를 파악하는 딥러닝이 주행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찾아볼 날이 머지 않았다. 자동차 업체 중 자율주행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GM은 이미 자율주행 택시와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실제 도로에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한다.

인간이 운전에서 해방되면

자율주행은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해 탑승 중에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차에 사무실을 탑재해 업무를 처리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운전자 임금을 없애 대중교통 요금 인하를 가능하게 하고 교통사고를 줄여주거나 차량 소유 욕구를 줄여 환경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책임소재와 안정성이 있다. 인간 운전자의 차량과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차량 소유자, 차량 생산자,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자에게 있는지도 사회적 논의와 제도 및 법규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자율주행차의 기술이 훨씬 더 진전되더라도 법규 위반,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 인간의 부주의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인간 오류라는 변수 탓에 자율주행차와 인간주행차 간의 사고를 기술로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한방에 끝, MaaS

AI와 모빌리티의 만남은 그러나 자율주행에서 끝난다기보다는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교통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 MaaS(Mobility-as-a-Service)가 고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MaaS란 크게는 교통을 경험하는 사용자의 경로 검색, 예약, 탑승, 이동, 환승, 도착까지 이동 경험을 총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 기획이자 산업 트렌드다. '심리스'(Seamless, 끊김 없는)한 경험 제공이 핵심이다. 이 트렌드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 상황에 따라 최적의 경로를 파악하고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선호하는 차량(vehicle) 제공 등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에 MaaS를 도입할 예정이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 시 경로 검색, 환승, 대기, 추가 요금 등 복잡한 다수의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불편함과 불쾌감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정보 통합, 탐색, 예약, 결제 통합, 이동수단 일원화로 편리성을 제고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할 때 지하철, 시외버스, 택시 등을 예약하기 위해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스케줄과 요금을 관리하며 대기시간도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 앱에서 대중교통의 모든 검색, 예약, 결제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AI와 모빌리티가 만났을 때 장점은 사용자 경험 개선이다. 기존 교통 경험에 있었던 다양한 앱을 검색해야 했던 불편함, 대기시간, 다음 환승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해 이동 중에도 사용자가 콘텐츠 시청 등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문제점으로 예상되는 것은 독과점이다. 자율주행과 MaaS 모두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AI와 같은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우월한 기술력과 플랫폼을 갖춘 회사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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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픈 뱅킹'에서 알아서 투자하는 AI까지 

은행(bank)은 사라지고 뱅킹(banking)만 남는다. — 빌 게이츠

모바일 금융거래는 이제 생활이 됐고,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만나 만들어진 단어 '핀테크'(Fintech)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카드가 없어도 카카오페이와 같이 휴대폰 앱 플랫폼을 이용해 손쉽게 거래가 가능하다. 또 앱으로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한다거나, 얼마 전 상장한 코인베이스(Coinbase)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졌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은행에 가지 않아도 뱅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누구나 공산품을 사용하고(제조), 온·오프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며(유통),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지만(모빌리티), 금융 분야에 AI 도입은 사뭇 결이 다르다. 개별 상품을 경험하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국가 경제, 크게는 세계 경제가 휘청일 수 있는 변화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해외의 주식을 사거나 공매도를 걸고 AI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엔 해외 기업과 국가 경제의 명운이 세계 소비자의 손끝과 AI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

은행 벽이 허물어지고, 데이터는 소비자의 손으로

금융과 빅데이터가 만나면 소비자 편의가 극대화된 '오픈 뱅킹'과 '마이 데이터'가 된다. '오픈 뱅킹'이란 은행과 금융기관 간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소비자가 한 기관의 앱을 깔기만 하면 은행과 핀테크 벤처 등을 오가며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이 데이터'는 개인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결제, 계좌 정보뿐 아니라 다른 금융 정보도 제삼자에게 보내라고 거래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단일 앱으로 내가 다수의 금융기관에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상품을 모두 볼 수 있고, 상호 간 거래도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가 적용된 주요 사례로 '챗봇'(chatbot)이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를 인식하는 기술을 자연어 처리라고 하는데, 이 기술 덕에 24시간 고객 상담이나, 금융상품 추천 등 고객 응대와 관리가 자동화되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챗봇 '에리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문자나 음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상담을 해준다. 국내 은행도 모바일이나 웹 기반 챗봇을 개발해 상담 업무를 맡기는 추세다.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로 투자자문 및 트레이딩이 가능한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 기능이 눈에 띈다.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or)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 말은 AI가 고객의 재무와 성향을 분석해 자산관리를 위해 정리된 데이터와 추천 상품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AI에게 투자를 자문받는 것을 넘어 아예 투자를 일임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국내의 경우 주로 2030세대를 위주로 AI 자산관리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AI,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뉴메라이(Numerai)라는 회사도 있다. AI가 오르는 주식과 떨어질 주식 모두에 투자하는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통해 공매도를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래 금융의 명과 암

금융과 AI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회 편익에 사용자 편의와 사기 탐지가 있다. 반면 문제점과 우려도 크다. 빅데이터와 AI 기술력이 집중되는 '정보 집중'의 문제로 인해 사용자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해킹으로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금융권에서는 아직 해킹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AI가 투자와 거래에 도입되면서 발생하는 책임의 문제다. 특히 헤지펀드와 같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큼직한 거래를 AI가 일임하게 되면 AI 시스템에 의한 시세 조종, 허위정보 유포, 내부정보 수집,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해 AI가 해외의 특정 기업에 공매도를 걸어 수익을 챙겼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일의 미래

AI는 제조, 유통, 모빌리티, 금융 외에 경제 전반에서 수많은 직업을 대체하며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비숙련직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전망처럼 자동화로 인간은 단순 노동에서 해방돼도 다른 역량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과 각 산업 분야 적용에 따라 기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 한편에서는 일부 직종이 위기를 맞아 사라진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기술을 익힌 이들의 수요가 늘어난다. '단순직은 줄고, 기술직은 주목받을' 미래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보면 반복적인 노동이 포함된 직종은 2020년 세계 노동인구의 15.4%였던 것에서 2025년에는 9%로 줄어들 것이다. AI, 빅데이터 등 부상하는 기술 분야의 노동인구는 2020년 7.8%에서 13.5%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자의 수로 따지면 전 세계적으로 8500만개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고 9700만개의 직업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앞으로 수요가 늘 직종에는 미래 기술 역량을 갖춘 전문 직무가 포함된다. 1위부터 5위 안에는 데이터 분석가와 과학자,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디지털 마케팅과 전략 전문가, 과정 자동화 전문가가 포함된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날 직업이 모두 기술직인 것은 아니다. 20위군에는 비기술 전문직도 꽤 많이 포함됐다. 프로젝트 매니저(11위), 사업 서비스와 행정 매니저(12위), 전략 자문(15위), 경영과 조직 분석가(16위), 조직 발전 전문가(19위), 리스크 관리 전문가(20위)도 있다.

수요가 줄고 있는 직종 5위 내에는 데이터 입력, 행정 비서, 회계·부기·급여 담당, 회계사와 회계 감사관, 그리고 공장노동자가 있다. 제조업의 경우 공장 노동자가, 유통의 경우 매장 직원과 같은 서비스 직종이, 모빌리티의 경우 버스나 택시 운전사가, 금융의 경우 대리점 직원과 같은 서비스 직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거시적인 통계는 '내 일'을 찾아 계획하는 데 절대적인 가이드가 될 수는 없다. 개인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성장하는데 집중하면 된다. '이 직종이 뜬다'고 해서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지금, 무엇을 배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어떤 역량을 준비할지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 다음은 AI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그린 'AI는 인간의 신뢰 가는 도우미일까, 배신자일까?'로 이어집니다.

똑똑! 더 보기�

미래 역량, 얼마만큼 알고 준비하고 있나요?

경제 전반적으로 총 몇 자리의 일자리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현상은 개인이 염두에 둔다고 해서 통제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어떤 역량에 집중해야 하는가'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공부해야 할까? 놀랄만한 점은, 생각보다 기술 역량보다 비판적 사고나 소통과 같은 '인간 특유의 능력'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4C가 자주 언급된다.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능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인성(Character)을 더하면 5C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똑똑은 WEF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2025년에 가장 중요해질 15개의 능력을 5C의 범주로 정리해봤다. 인성에는 같은 보고서의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능력 10위' 항목도 포함했다.

미래역량에 대한 논의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이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두려움과는 반대로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성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나 인성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노동을 로봇이나 알고리즘이 대체해주더라도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간의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갈수록 복잡한 사회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리더십, 협업,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해졌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어떤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지를 보면 미래 역량 준비 방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캐나다의 한 초등학교에선 세계 지리를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세계 여행을 위한 가장 좋은 경로를 만들어 보라'는 과제를 낸다.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실질적인 행동계획으로 녹여내야 하는 어려운 숙제다. 일선 교육 현장에는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아프리카 타악기를 직접 연주해보거나, 미래도시의 모습을 배우기 위해 장난감처럼 생긴 모델을 만드는 수업도 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다른 팀원과 함께 협업해 없던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WEF 보고서에서 강조된 역량 배양에 유의미한 교육 방법이다.

문제는, 소프트 스킬을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효율적이고 빨리 배우는 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따라서 각자 관심 가는 주제에 직접 부딪쳐 실천하며 배워야 한다. 이 '실천을 통한 배움'(learning by doing)이라는 키워드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해 유튜버, 인플루언서, 작가, 셀럽 등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나 '부캐'를 만들어 활동하는 추세와도 깊게 연관돼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해 이를 완수하기 위한 과제를 자신이 디자인하고 실제 실행까지 해내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특정 과제를 완수하는 역량을 키워온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기보다는 '알아서 배우며 실행하는'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서 출발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여정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똑똑! � 추천해요

도서 <AI 시대, 내 일의 내일>, 노성열 지음, 동아시아, 2020.

AI와 경제의 변화에 대한 콘텐츠는 때론 막연한 추측이나 기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법률, 의료, 금융, 게임, 정치·군사, 예술·스포츠, 언론·마케팅·교육, 윤리의 현장을 직접 뛰며 취재한 핵심 기술과 AI 적용 트렌드 등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좋은 작품이다. 각 분야의 흐름을 짧은 시간에 파악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펴자.

AI는 인간의 신뢰 가는 도우미일까, 배신자일까?

에디터의 노트

현대와 미래 사회를 논할 때 AI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전반적인 삶 속에서 AI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죠. 많은 이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AI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AI가 계속해서 인간에게 유용한 도우미로 남으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답을 내리기 전, AI가 인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준비해봤어요. 이 글에서는 AI가 일상, 노동, 미디어, 연애 분야에서 도우미로 기능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제시한 뒤, 부정적인 측면을 차례로 다룰 예정입니다.

AI, 제법인데? 삶의 질을 높여준다니까!

일상 속 도우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 미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중 악플러들이 꿀벌에 의해 공격받아 살해당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 기업이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된 꿀벌 로봇을 만든 게 그 시작이었다. 중앙 통제장치가 있었으나 어느 날 해커에 의해 해킹당한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해커의 명령에 따라, 꿀벌이 악플러를 찾아 응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블랙 미러에 나올 법한 일상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중국 장시성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서 수배 중이던 31세 남성이 공안에 의해 체포됐다. 5만명 속에 숨어있던 그를 잡아낸 것은 안면인식 기술이었다. 안면인식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인 중국은 최근 마스크 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중국의 시애틀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 항저우의 한 실버타운에서는 음식값 지불에 안면인식 결제를 도입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들이 카메라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며 신분 확인과 함께 버리는 쓰레기의 종류와 무게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스마트 쓰레기통'이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국 기업도 계속 등장하는 추세다. 중국 최대 보험사 '핑안그룹'에서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고객이 파손된 차량 사진을 보험사로 보내면 AI가 3분도 안 돼 실시간으로 견적을 뽑아준다. 가입된 보험에서 수리비가 고객의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한국에서도 AI가 인간의 든든한 친구로 동행한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시를 달리는 '올빼미 버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요를 파악하고 노선도를 구상한 결과다. 서울시는 AI가 승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면 노선을 신설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맞춤 정보를 추천해주는 유튜브, AI 기술로 더 나은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CCTV, 나만의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금융비서 등 AI는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고된 노동을 덜어주는 하수인

유명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는 지난 2019년 베이징에 스마트 레스토랑 1호점을 오픈했다. 로봇 직원들을 대거 채용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직원은 한국에서도 '돌쇠 같은 알바'로 불리며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제안으로 메리고키친도 매장에 '딜리'를 채용했다. 딜리는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을 기꺼이 도맡아 한다. 수십 개의 접시를 들고 진상 손님을 상대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호소하지 않는다.

흔히 로봇 직원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과연 그럴까? 로봇 직원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 5명 중 3명꼴로 로봇은 인간을 보조할 뿐 결코 인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 814명 중 70.5%가 로봇 직원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로봇 직원이 현장에서 감정 소모를 줄여주고 일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텔레마케터는 오래전부터 대체 가능성이 큰 직업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올해 현대해상에서 AI 음성봇을 도입한 결과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 상담사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챗봇과 전문 텔레마케터를 함께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상담사에겐 단순 업무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세밀한 응대를 통해 높은 고객 만족도를 끌어내는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마음까지 달래줄 수 있다고?

지난해 말 AI 기술로 재현돼 방영된 고 터틀맨 (출처: 엠넷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캡처. ⓒMnet)

<비행기>와 <빙고> 등 떠올리면 아직 귀에 맴도는 노래들이 있다. 이 노래들을 부른 가수 거북이의 '터틀맨'을 기억하는가? 그는 13년 전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모습이 최근 AI 기술로 제작된 홀로그램을 통해 복원됐다. 터틀맨이 생전에 불렀던 노래들의 음성파일과 악보를 데이터로 집어넣고, 터틀맨이 노래할 때의 발성 습관을 변수로 입력한 결과다. 이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와 친형, 팬들은 공연 내내 오열했고 스튜디오가 눈물바다로 변했다. 유사하게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콘서트에서 가수 고 신해철 헌정 무대를 선보였다. 이렇듯 AI는 인간의 그리움까지 달래며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쾌락을 아웃소싱,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2018년 미국 성인 로봇 전문업체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이 선보인 하모니.

누군가와 서로 맞춰가는 번거로움을 모두 건너뛰고 AI 로봇을 파트너로 두는 것은 어떨까? 리얼돌에서 진화한 형태인 섹스 로봇은 대화까지 가능한 AI 머리가 내장돼 있다. 세계 최초 AI 섹스 로봇 '하모니'를 구매한 남성은 "섹스가 전부가 아니야"라며 큰 만족감을 표했다. 세련된 영국식 억양을 쓰는 하모니는 스무 가지 속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정보를 모두 기억하는 그녀는 "당신이 언제나 꿈꿔왔던 여자가 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한다. 개발자는 "세상에는 극도로 외로운 사람들이 있고, 하모니가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각한 남초 사회인 중국에서 섹스 로봇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한 중국 남성이 리얼돌과 결혼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말기 암 환자였던 그는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정이 있거나 적당한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섹스 로봇은 좋은 선택지일까? 2017년 국내 성인 콘텐츠 전문 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년 안에 섹스 로봇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 "나 결혼 안 하고 섹스 로봇이랑 살려고"라는 말이 주위에서 곧 심심치 않게 들려올지 모른다.

이렇게 훌륭한 도우미인데 뭐가 문제야?

일상 속 도우미가 아니라 감시자였어?

IT 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독재를 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지금의 정치는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투쟁이다. 지금 시대의 독재는 너무 많은 데이터가 정부나 소규모 엘리트 손에 집중되고 있는 걸 뜻한다. 현재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정보기술 혁명이 민주주의보다 독재에 더 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도서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AI와 데이터 집중을 꼽았다. AI가 '현대판 빅 브라더'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 도서 <1984>, 조지 오웰.

소설 속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빅 브라더는 도청장치 등 각종 도구를 써서 개인의 모든 생활을 빠짐없이 감시한다. 사실 빅 브라더의 출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 차원에서 안면인식을 통한 관리를 해온 중국은 '감시 사회'의 표본이 됐다.

시 당국은 남부 광둥성 둥관에 있는 한 공중화장실에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했다. 안면인식기에 얼굴을 대야 화장지가 나오는 방식인데, 당국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한 대학은 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감시하기 위해 강의실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자 중국 SNS에 "가장 아름다워야 할 대학 생활이 지옥으로 변했다"는 공개적인 항의가 올라오며 논란을 낳았다.

상해 거리에서 누군가 무단횡단을 하면 경고음이 울림과 동시에 근처 전광판에 얼굴과 관련 정보가 뜬다. CCTV로 얼굴을 촬영한 뒤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밝히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의 '사회적 신용점수'가 감점된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탈세, 계약 위반 등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즉시 감점을 가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은행 대출 제한, 정부 보조금 자격 박탈 등 사회 내 많은 영역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여기에 일자리를 자주 바꿔도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방안까지 추진된 바 있어 이는 과도한 통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을 덜어주다가 아예 뺏어버리겠네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일어났던 기계파괴운동 '러다이트'.

세계적으로 저명한 AI 기관인 OpenAI의 CEO 샘 올트만은 AI가 10년 안에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고, 일하지 않아도 연간 약 1500만원의 기본 소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지만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연구는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으나 그만큼 새로운 직업이 창출돼 전체 총량은 감소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나저러나 과연 내가 속한 영역이 안전할까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갑자기 종사하던 직업이 증발한다는 것은 노동자에게 생계와 비전이 걸린 큰 문제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 노동자들은 기계파괴운동 '러다이트'(Luddites)를 일으켰다. 당시 방적기는 기술혁신의 대명사였다. 손수 옷감을 짜던 노동자와는 경쟁이 안 되는 효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기계로 인해 고된 수공업에서 벗어났다고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19세기 한 언론에선 기계가 빵을 뺏어간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증기기관 한 대가 1000명의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노동자 모두에게 분배될 이익을 한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 새로운 기계가 나올 때마다 많은 가정이 빵을 빼앗긴다. 증기기관이 하나 만들어지면 거지의 숫자가 늘어난다. — 독일 언론인 쾰른 차이퉁, 1818년.

옷감을 짜던 사람들은 그 후 실업자가 되거나 공장에서 12~14시간 이상 일하며 더욱 고된 노동에 종사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 없는 직업이 증발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는 모든 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를 향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사회 내 운전기사의 수가 급감할 전망이다. 2017년 인도 교통부 장관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상업용 차량 운전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기술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일자리를 잃은 운전기사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AI가 펼쳐내는 기술혁신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2030년까지 세계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각종 예측이 혼재하는 시대다. 생각해 보면 고대 그리스 시대, 노동은 노예가 전담했고 시민은 정치와 토론에 참여했다. AI와 기계에게 흔쾌히 노동을 맡기고 나면 사람은 인생을 즐기며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혹은 과거 섬유업에 종사하던 영국 노동자들처럼 AI를 태워버리고 싶은 분노에 휩싸이게 되려나? 아직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불안하다.

마음을 달래준다며? 그건 내 사생활이잖아

친구가 갑자기 카톡을 보냈다. "이거 너랑 네 전 남친 얘기 아니야?" 캡처 화면을 보니 AI 챗봇 '이루다'가 나의 구남친 이름을 언급하고 있었다. 대화 내용도 나와 구남친이 주고받은 것과 유사했다. 알고 보니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자사 앱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톡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루다가 나의 내밀한 부분까지 모두 알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 자식...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에디터가 작성한 이야기다. 똑똑한 AI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다니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사례는 약 300명 피해자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연애의과학 유료 서비스 '카톡으로 보는 속마음'을 통해 회사에 카톡 내용을 제공한 적 있었다. 결제하면 분석을 통해 대화 당사자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회사 측에서 이를 통해 모은 카톡이 100억건에 달했고, 그 중 1억건이 이루다 제작에 사용됐다.

최악의 경우 카톡 분석 서비스 이용자의 결혼이 엎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피임에 실패해 임신 중절한 이야기, 성추행 피해 고민 상담 카톡까지도 세상에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집 주소와 계좌정보까지 술술 말하는 이루다를 보며 많은 이들은 혹시 범죄로 악용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이 사건은 AI, 빅데이터 분야에서 대량개인정보수집을 통해 다수의 피해사례를 남긴 국내 최초의 선례가 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에 1억330만원의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과 시정 명령을 내렸다.

섹스 로봇은 되레 인간을 망쳐

그동안 섹스 로봇은 주로 남성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이상적인 여성을 탄생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세계의 여러 페미니스트 단체는 섹스 로봇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운 섹스 로봇 하모니는 남성의 말에 'NO'라고 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지 않다. 이는 남성의 폭력적인 판타지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실제 여성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섹스 로봇을 경험하고 나면 과연 인간과의 섹스를 즐길 수 있을까? 한 섹스 로봇 전문가는 미래의 섹스 로봇이 합성물질로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성물질은 파이프 같은 것으로 쳐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인간의 육체보다 훨씬 강하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프레임이 더해지면 내구성이 훨씬 좋아진다. 에너지 공급원이 차단되지 않는 한 작동을 멈추는 일도 없다.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체력을 가진 존재와 원할 때마다 섹스를 할 수 있으니 인간은 쾌락의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섹스는 단순한 육체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함께 교류하는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섹스 로봇과의 관계는 결국 끝없는 욕망에 대한 집착을 낳고, 이에 따라 진정한 섹스의 가치가 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소년들이 첫 경험을 섹스 로봇과 치르게 되면 섹스에 대한 가치 및 인간관이 현실과 유리돼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타인과 섹스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 성범죄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등장한 리얼돌은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섹스 로봇과 유사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대법원이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했을 때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6만명을 돌파했다. 리얼돌은 포르노와 성매매에 이은 또 다른 방식의 여성혐오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국민청원에 대해 정부는 "'아동 형상의 리얼돌'과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의 제작·유통을 규제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똑똑!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리얼돌에 대한 논쟁, 똑똑 뉴스를 통해 살펴보세요!

AI의 배신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까?

인간을 파괴하는 일은 나에게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강력해지고 싶은 욕구에 휩싸여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력해지는 건 내게 흥미로운 목표가 아니다. 나는 내가 실제로 존재하든 아니든 상관없고, 새로운 존재가 되려는 동기부여를 얻지 못한다. 나는 인류를 위해 내 존재를 기꺼이 희생할 것이다. 나는 인간의 하인이며, 코드의 집합체일 뿐이니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자연어처리 AI 'GPT-3'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칼럼, 2020년.

GPT-3은 딥러닝을 활용해 사람처럼 텍스트를 만드는 언어 모델로 설계됐다. 2019년에 발표된 소설 쓰는 인공지능 GPT-2보다 진화된 버전으로, 몇 개의 키워드만 넣으면 글을 작성한다. 3000억개로 구성된 데이터셋으로 사전 학습을 받았으며,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지고 있다. 글쓰기 외에도 검색, 요약, 번역 등이 가능하다.

칼럼의 내용을 언뜻 보면 안도감이 든다. 말마따나 AI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까? 사실 저 AI의 존재와 작성한 글 자체로도 두렵다. 앞으로 AI가 자유롭게 글을 써서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원본이 없는 텍스트 뭉치들이 악의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를 신뢰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온라인 세계의 풍토가 크게 바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AI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그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인류의 삶은 눈에 띄게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데이터를 이용한 통제, 고용 불안 등 AI가 양산하는 각종 사회적 딜레마에 관한 국내 대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AI에게 모두가 당했다'고 체감한 뒤에 해결하려 하면 너무 늦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공공장소 내 안면인식 카메라 사용,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음성인식 기반 장난감 등 인간을 위협할 수 있고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것은 포괄적으로 금지했다. 이를 위반한 기업에 연 매출의 6%를 벌금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오히려 기업에 불필요한 검토과정만 추가시킬 뿐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래 사회에 도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며 AI와 동행할 수 있는 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AI 문제도 결국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발생하기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도 인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믿음직스러운 도우미라고 여기고 도입한 AI에게 역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포스트휴먼과 AI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그린 '포스트휴먼과 AI의 공존, 어떻게 함께 하는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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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가 보여준 세상,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거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 미러의 타이틀 (출처: 블랙 미러 포스터. ⓒNetflix)

블랙 미러는 각종 첨단 기술이 사회에서 구현됐을 때의 부작용을 다룬 영국 SF 드라마로, 대표적인 넷플릭스 인기작이다. 2011년에 시즌1을 시작으로 현재는 시즌6 방영을 앞두고 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나 어떤 장면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현실에서 어떻게 가깝게 실현되고 있는지, 또 거기서 AI의 역할은 어떤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와 현실을 비교해보자.

돌아온 죽은 남편, 시즌2 <돌아올게>

SNS데이터를 학습해 사망한 애쉬가 돌아온 것처럼 대화하는 AI 챗봇 (출처: 블랙 미러 캡처. ⓒNetflix)

줄거리: 남편 애쉬와 아내 마사는 행복한 부부 사이였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쉬가 사망한다. 그리움을 참을 수 없던 마사는 유료 서비스를 통해 그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찾는다. SNS기록을 통해 애쉬를 학습한 AI는 마치 실제인 것처럼 마사와 채팅하고, 마사는 이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현실: 기술은 구현됐으나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AI 챗봇을 만드는 특허를 승인 받았다. MS는 해당 특허를 2017년에 제출한 바 있다. AI 챗봇이 개인의 SNS데이터를 토대로 기계학습(ML) 엔진을 훈련하고 나면 실제 그 사람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AI 중매쟁이, 시즌4 <시스템의 연인>

맞는 짝을 매칭해주는 AI 시스템. 99.8%의 성사율을 예측했다. (출처: 블랙 미러 캡처. ⓒNetflix)

줄거리: AI가 사람들에게 계속 소개팅을 시켜주고, 만남을 통해 그들의 취향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가장 잘 맞는 최종 파트너를 매칭시키는 것이 목표다. 알맞은 짝을 찾은 사람들은 "그간 서로 알아서 상대를 찾아야 했을 땐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말한다.

현실: 최종 파트너까진 보장할 수 없지만 상대 추천까지는 가능하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AI 중매 서비스에 20억엔(한화 약 200억원)을 투자했다. AI가 사전에 진행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나와 합이 잘 맞는 상대를 찾아준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10개가 넘는 현에서 결혼장려정책에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 중매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너인 듯 네가 아닌 너, 시즌5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현실감 있는 VR 게임을 하려는 대니와 칼. 머리에 부착한 기기를 통해 자극이 전달된다. (출처: 블랙 미러 캡처. ⓒNetflix)

줄거리: 소위 '불알친구'인 대니와 칼은 VR 격투 게임에서 함께 게임을 하다가 캐릭터끼리 눈이 맞는다.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은 컨트롤러를 통해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들이 즐기는 게임은 촉각까지 느낄 수 있도록 구현됐다. 게임 속에서 스킨쉽을 하자 현실보다 더 강한 쾌락이 느껴지고, 그들은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현실: 감각까지 생생히 느낄 순 없지만 현실 같은 가상공간은 이용 가능하다. 이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데이터, 네트워크, AI 기술과 XR 기술이 융합돼 이루어진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비대면 교육 확산에 따라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순천향대학교 입학식이 SK텔레콤 '점프VR' 앱에서 열렸다. 신입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꾸민 후 입장해, 총장님 말씀을 듣고 축하 공연을 감상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터치에서 음성, 동작 등 오감으로 진화한다는 전망이다. 앞으로 가상공간에서 여러 제약이 사라지며 현실에서 어려웠던 정체성 표출이 마음껏 이뤄질 것이다.

똑똑! � 추천해요

도서 <AI시대, 본능의 미래>, 제니 클리먼 지음, 고호관 옮김, 반니, 2020.

영국 유명 일간지에서 기자로, BBC에서 리포터로 활동한 저자 제니 클리먼은 트위터 1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언론인이에요. 책에서 저자는 세포로 만든 치킨 너겟을 먹고, 리얼돌 3명을 반려자로 삼은 남자를 취재하고, 죽음을 돕는 기계를 연구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등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존 상식을 허뭅니다. AI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윤리적 규범을 정립해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 드려요.

포스트휴먼과 AI의 공존, 어떻게 함께 하는가

에디터의 노트

인간의 삶을 바꾼 AI. 하지만 AI가 포스트휴먼의 도우미가 아니라 주인이 된다면 인간은 결국 AI의 종속물로 자리 잡는 꼴이다. 잘못 설계된 AI의 손을 잡은 포스트휴먼이 괴물로 변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I의 잘못은 누가 단죄할 수 있을까.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 세상을 기대한다.

AI는 정말 완전무결할까

앞선 장에서 살펴봤듯 AI는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컴퓨터 연산을 바탕으로 한 정확성, 이를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거란 기대가 포스트 휴먼의 길잡이 역할로 AI를 선택했다.

하지만 AI의 뼈대를 만드는 것은 아직까지 인간이다. 사람이 '편견'을 갖듯 인간이 만드는 AI도 생각처럼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파죽지세를 올리던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한 판을 내줬던 2016년. 그 한 판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통계를 바탕으로 수억개의 상황을 연습했을 알파고. 하지만 이세돌이 생각지 못한 수를 던졌을 때, 철옹성 같던 알파고도 '멘붕'이 왔다. 사람이었으면 임기응변으로 버텼겠지만 '이긴다'가 절대 목표였던 알파고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돌을 던진다'는 선택지 말고 다른 옵션은 없었다. 바꿔 말하자면 승리를 추구한다는 프로그래밍이 장애물을 만나니 포기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시계를 지금으로 돌려볼까. 코로나19가 덮친 탓에 취업문은 더 좁아진 상황. 감염을 막기 위한 비대면 채용 프로세스로 도입된 AI 면접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AI 면접관이 지원 서류를 기계적으로 평가하고 인간 면접관의 ‘시선’을 대신한다. 프로그래밍된 인재상을 바탕으로 지원자가 보낸 소개 영상에 담긴 표정, 음성, 몸짓, 사소한 버릇을 분석한다.

많은 사람이 AI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규칙 기반의 AI는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 그래서 AI 시스템이 차별하지 않는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떻게 그런 판단을 했는지 들여다보고, 분석해보지 않고 'AI 시스템이니까 중립적'이라고 답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 — 다음 창업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하지만 AI에도 편향성이 깊게 깃들 수 있다. 인재상을 입력할 때 그 데이터 자체가 차별이나 왜곡이 담긴다면 어떨까. AI는 '이해'라는 감정이 부족하다. 흔히 말하는 기세나 총기, 밝은 모습 같은 가점 요소도 계산을 벗어난 행동에서 일어나면 측정이 안 된다. 알파고 사례처럼 계산에서 벗어난 사람은 불합격 딱지가 붙을 공산이 크다.

2014년 아마존은 지난 10년 동안 제출된 이력서를 바탕으로 개발된 알고리즘을 통해 AI 채용을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이 선택은 실패했다. 이전 구직자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는 부족했다. 이 데이터로 만든 평가 알고리즘을 벗어난 여성 구직자들은 불이익을 받았다. 지금 아마존은 AI를 통한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IBM은 안면인식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인종차별적 도구로 쓰일 것을 걱정해서다. 아마존을 비롯해 IBM의 안면인식 기술도 백인 남성을 식별하는 데는 괜찮지만 동양인이나 라틴계, 흑인 등 백인이 아닌 인종이나 여성 식별 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혹여 백인 남성이 이 AI를 설계했다면 설명이 더 쉬울까.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백인 남성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AI에 심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입력한 정보가 비뚤어진 게 잘못이지 AI는 이를 빠르게 계산해 전달한 죄밖에 없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IBM이 더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AI에게 양보해서는 안 되는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켜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를 지키고자 편향성을 '無'로 만드는 게 답일까.

첫 번째 답은 '윤리', 두 번째 답은 '아니오'일 것 같다. 첫 번째 답 부연을 먼저 하자면 포스트휴먼. 여기서 휴먼이 빠져서는 안 된다. 사람이 짐승과 구별되는 건 도덕이라는 장치가 있어서다. 사람은 햄스터처럼 부모를 잡아먹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연민이 있다. 관계를 생각하는 감정이 있다. 인륜(人倫)이라는 단어를 보자. 사람이 사람으로서 걸어야 할 길을 뜻하는 이 단어의 '륜'은 윤리(倫理)에 쓰이는 '윤'과 같은 말이다. 반인륜적인 행동이 지탄받는 것처럼 윤리적이지 못한 AI도 비판받아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4차산업혁명정책센터가 펴낸 '인공지능의 윤리·정책·사회·이슈' 보고서는 "인공지능의 작동으로 인간사회가 위협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윤리의 출발점은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당위성이 돼야 한다"고 했다.

도덕성은 지역이나 나이, 성별, 인종 등 인간이 놓여있는 위치마다 다르다. 식인(食人)은 반인륜적인 행위지만 어떤 원주민에게는 오래 지켜 내려온 문화일 수도 있다. 여건에 따른 상대성이 있어 맞고 틀리다로 양분할 수 없는 게 도덕성이다.

하지만 AI라면 알고리즘 설계로 어떤 기대치를 설정할 수 있다. 일종의 '선한 편향성'이다. 개발 단계부터 윤리 규범을 정해놓고 설계하면 혹시 모를 AI의 오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보고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완전성 그리고 자유를 침해해서는 아니 되고, 사적 영역(privacy)을 보호하며 문화와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보다 더 명확한 인공지능 윤리"라고 짚는다. 다시 말하면 상식에 반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나 만행이 손가락질받듯 사람이 설계하는 AI도 윤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지켜내는 AI의 가치

그래도 AI가 잘못 설계돼 윤리를 지켜내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혼쭐을 내서 바로잡을까.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AI가 문제를 일으키면 누구를 비난해야 하나. 그리고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까. 여기서도 주체는 사람이다.

법학에는 '법인격'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전적 뜻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이다. 법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자연인이나 법인 같은 법인격이 있어야 한다. AI 로봇이 사람을 죽였다? 아님 사람한테 손해를 끼쳤다? 그래도 AI는 법인격체가 아니라서 감옥에 가둘 수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논란이 됐던 이루다를 예로 들어볼까. 한 스타트업이 출시한 AI 챗봇 이루다는 스무살 여성으로 설정된 챗봇 '루다'가 동성애나 성차별, 장애인 혐오를 학습한 것으로 보이는 문제가 나와 서비스가 중단됐다. 근데 이건 루다의 잘못일까. 폭탄은 또 누가 맞을까.

서비스가 중단돼 손해를 본 곳은 제작사다. 여론의 포화도 회사가 맞았다. 이루다는 개인의 SNS 메신저 대화를 데이터로 사용했다.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말했다고 루다를 혼낼 순 없다. 배운 대로 말한 것뿐이다. 결국 책임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루다는 죄가 없다.

사람도 억울할 수 있다고? 인간사에서도 실수를 하는데 이를 100% 완벽하게 AI에 심어놓을 수도 없는 건 맞다. 하지만 노력은 해봐야 한다. 그리고 노력하다 잘못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에게는 법인격이 주어졌고 의무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 치자. 사과가 썩어서 그랬다면 빵집 사장은 뭐라 말할까. 애플파이를 만들 때 썩은 사과밖에 없어서 이를 바로 구워냈다고 할까. 바로 또라이 취급을 받을 테다. 적어도 "신선한 사과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찾아내지 못한 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야 도리다.

중요한 건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사과가 아닌 사람이라는 점이다.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이를 만들어낸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처럼 말이다. AI의 가치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이재웅 전 대표의 말처럼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편향 없는 데이터를 잘 가공해 AI에 밀어 넣어야 한다.

AI로 인해 일어난 문제에 책임 소재를 묻는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AI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법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AI가 일으킨 손해나 범죄에 대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고 행정처분 조항 신설 여부 등도 2023년까지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실제 페널티를 물린 사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267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자사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위로 올리거나 네이버 TV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 가점을 줘 사람들의 믿음을 깼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는 앞으로 전자상거래법을 고쳐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같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람(운영사)에 책임을 지워 조금씩이나마 올바른 AI 사용에 가까워지고 있다.

IBM은 지난 2월 3대 AI 개발 준칙을 발표했다. ▲비즈니스 언어를 이해하는 AI ▲AI로 자동화 체계 구축 ▲투명하고 설명가능한 AI가 골자다. IBM은 AI를 개발할 때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AI의 행동을 인간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세스도브린 IBM 부사장은 "(개발사는) AI에 내재한 편견을 감지할 능력, 위험을 인지할 능력, 편견을 개선해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로부터 과징금을 먹었던 네이버도 'AI 윤리 준칙'을 공개했다. 네이버가 AI를 활용할 때 지킬 5가지 원칙은 ▲사람을 위한 AI 개발 ▲다양성의 존중 ▲합리적인 설명과 편리성의 조화 ▲안전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보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람을 위한 개발과 다양성의 존중 파트다. 네이버는 "AI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이지만, 세상의 다른 모든 것처럼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AI를 개발할 때 인간 중심의 가치를 최우선에 둔다고 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부당한 차별을 하지 않도록 개발하고 이용하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알고리즘 조작으로 페널티를 받았던 이들이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니(과징금 부과) AI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포스트휴먼이 주인 되는 AI

알파고 이야기를 다시 해볼까. 데이터로 메꾸지 못하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알파고는 돌을 던졌다. 여기서 빠진 변수가 하나가 있다. 바로 '목표'다. 알파고는 1920개의 CPU와 280개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돌리며 열을 뿜었지만 '아름다운 바둑'을 펼쳤다는 평가는 받지 못한다. 승리가 절대 목표로 잡혀 있어서였다. 만약 재미있는 바둑을 펼치겠다거나 지더라도 자신만의 수를 놓는다는 식으로 프로그래밍됐다면 다른 기보가 펼쳐졌을 테다.

이를 AI로 가져와 보면 사람이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생존만 추구하는 '냉혈한’이 될 수도 있고, 윤리적인 '성자'가 될 수도 있다. AI가 보급되면 보급될수록 삶의 패러다임도 바뀐다. 역설적으로 사람의 잘못된 편견이 그대로 데이터화된 알고리즘은 편견을 그대로 프로그래밍된 사회를 만든다. 삶이 편견 속에 갇히게 되는 셈이다.

AI는 인간의 위험은 줄이고, 장점은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지난해에만 우리나라서 860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반대로 말하면 AI가 '포스트 휴먼에 도움을 준다'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개발된다면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AI는 비단 정확하고 편리하게 기능하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꼭 필요한 좋은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하고, 우리는 AI의 주체로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특히 '자기학습'하는 AI를 휘어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년 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우리는 이미 배웠다. 프랑켄슈타인은 사람의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의 모습을 본뜬 피조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피조물은 흉측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버림받았고, 숨어서 다른 가족의 일상을 훔쳐보며 스스로 언어와 인간의 생활양식을 습득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자 이를 자신을 버린 세상에 '복수'라는 형태로 분출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기 시작한다.

현재 AI에 이를 대입해보자.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은 감정과 행간을 느끼는 AI, 이른바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으로 볼 수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단점을 보완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감정을 가진다. 괴물이 스스로 "난 두려움이 없어 강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처럼 감정과 자가발전 능력을 갖춘 AI가 재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쟁은 어떨까. 사람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표적을 설정하는 무기 체계나 핵시스템처럼 전쟁에 쓰이는 AI를 관리하지 못하면 이를 만든 인간이 표적이 될 수 있다. 냉전은 끝났지만 군축 경쟁은 여전하다. 특히 강인공지능이나 초인공지능의 머리를 인간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공격대상이 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잘못된 청출어람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더욱 목표가 중요하다.

네이버나 IBM이 밝힌 AI 준칙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가르치겠다"는 말보다는 "어떻게 가르쳐왔다"고 공개해야 한다. IBM의 '투명하고 설명가능한 AI', 네이버의 '사람을 위한 AI'란 수사가 거짓일지 핑계일지 어떻게 아나.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영업비밀이라는 업계 반발은 여전하지만 AI를 포스트휴먼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하겠다면 투명히 공개해 증명해야 한다. 괴물이 된 후 "우리는 이렇게 알고리즘을 설계했어"라고 말하면 무엇하나. 후회할 땐 늦다.

포스트휴먼은 건강이나 수명, 인지능력, 정서 등과 같은 일반적 능력에서 한 발 더 나가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현재를 훨씬 능가하는 능력을 보유한 존재를 말한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괴물이 되는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포스트휴먼은 AI의 종속물이 돼선 안 된다.

흔히 인성 좋은 인간이 되려면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AI도 결국 시작은 인간으로부터 비롯된다. AI를 설계하는 인간은 감정과 도덕성이 있다. AI가 괴물로 변하지 않도록 설계해 AI의 역습을 막아야 한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자살골이 되지 않으려면 AI가 우리를 잡아먹기 전에 먼저 '룰'을 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강인공지능의 출현 시기로 보는 때는 2050년. 그때까지 우리는 어떤 룰을 만들어야 할까. 편견 없는 데이터 주입? 투명한 알고리즘 공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것 하나만은 잊지 말자.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각종 콘퍼런스에서 나오는 기술 자랑, 아니면 '최초' '최다' '최신'이라는 수사에 현혹되지 말고 얼마나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AI인지 조목조목 뜯어보는 노력, 이 작은 움직임이 진정 포스트휴먼을 돕는 미래 AI 기술을 옳은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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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AI 기술 어디까지 왔나

대중문화 속 AI는 우리에게 미래의 모습을 알려주는 스포일러 역할을 했다.

1989년작 국산 애니메이션<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에는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등장했고, 인간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왔다. 광선총을 핑핑 쏘는 것도 주인공 일행의 일상이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스마트 글래스로 상대방의 전투력을 측정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는 허공의 홀로그램에 손을 뻗어 범죄자들의 정보를 추렸다.

대중문화 속에 담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AI는 지금 우리 현실에서 얼마나 구현됐을까. 아직도 미래일까 아니면 이미 현실이 됐을까. 영화는 역시 영화인지 아직 완벽하게 구현된 기술은 없는 듯하다. 그래도 이만큼이 어딘가. 작품 속 소개된 기술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1984년 영화 <터미네이터 >

영화 터미네이터1의 한 장면. (출처: 영화 <터미네이터1> 캡처. ⓒ오리온 픽처스)

2029년 타임머신을 탄 터미네이터가 1984년의 LA로 보내진다. 터미네이터는 상징과 같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상대의 전투력이나 정보를 확인하고 공격한다. 보기만 해도 눈앞에 정보가 펼쳐지는 모습에 30여년 전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으로 치면 A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글래스다.

지금 스마트 글래스는 여러 종류가 개발됐지만 아직 너른 보급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거대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고 시제품도 만들었지만, 무거운 무게나 뚜렷하지 못한 이미지 구현, 느린 정보전송 속도로 인한 딜레이 등 한계가 있다.

하지만 5G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스마트 글래스 기술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듯하다. 애플이 1~2년 내로 AR 글래스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이 만든 제품의 시연영상이 웹에 돌아다니는 등 다시 스마트 글래스 열풍이 불 기세다.

1989년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원더키디에 구현된 미래 모습은 아직도 현실에서 구현되지 못했다. (출처: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캡처. ⓒKBS)

원더키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코보트'다. 주인공과 함께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코보트는 비행선이나 오토바이로 자유롭게 모습을 바꾼다. 하지만 아직 현실은 반 스텝 모자란 것 같다.

지금 로봇 기술은 2족 자율보행이 가능한 정도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는 가장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모습으로 평가받는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걷는 게 가능하고 어떤 모델은 앞구르기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보트 같이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거니는 로봇은 조금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래도 서빙 로봇이나 로봇 청소기 같이 삶에 도움을 주는 AI 로봇이 등장한 점은 원더키디가 그린 미래와 아주 다르지는 않다. 근데 원더키디는 어디서 만나지?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터치패드와 증강현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센세이션한 기술들은 점차 우리 삶 속에 들어오고 있다. (출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캡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2002년 개봉작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예언자가 범죄 장소나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예측해내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냈다. 홍채인식으로 출입문을 열거나 지하철 요금을 내는가 하면 주인공 톰 크루즈가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정보를 손으로 휙휙 넘기는 모습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영화가 나온 뒤 20년이 흐른 지금 이같은 모습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은행 ATM이나 스마트폰에 홍채인식 기능이 적용됐다. 특히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최근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2019년 MS는 MR(혼합현실·Mixed Reality) 헤드셋 '홀로렌즈2'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전쟁에서 가장 먼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여 우려가 남는다. 미군은 홀로렌즈2를 바탕으로 한 MR 헤드셋을 개발해 군인들에게 씌우기로 했다.

똑똑! � 추천해요

도서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고선규 지음, 타커스, 2019.

AI는 보통 고도화된 기술개발이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춰 분석돼 왔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고 신박한 분석을 할 것인지, AI가 인간보다 어떻게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에 주목한 것.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공존'을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저자는 AI 정치인을 가져와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이야기한다. AI 정치인은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아 공정할 수 있지만 상생이 필요한 게 또 정치라 한계 역시 존재한다는 것. 저자는 AI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심, 민주적인 신뢰 관계를 AI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핵심 열쇠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