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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세상 유튜브

제2의 세상 유튜브

과제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죠. 외계인에게 한 가지 테마로 오늘날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코로나19로 팬데믹이 잠식한 현대를 얘기할 수도 있고, 플라스틱과 닭뼈를 들어 인간이 지구시스템에 끼치는 영향을 인류세로 설명할 수도 있겠죠. 어느새 삶 곳곳을 꿰차고 있는 AI를 소개하며 포스트휴먼의 세계를 그려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간단한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유튜브를 켜는 겁니다. "야, 이게 지금 인간사회야."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붉은 상자 유튜브, 과연 어떻게 출현했을까요?

배경: 무엇이 유튜브를 나오게 했나페이팔 창립 멤버에서 '페이팔 마피아'로

유튜브의 창립자는 3명입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유명한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이자 직장동료였죠.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채드 헐리,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스티브 첸과 자웨드 카림이 그들입니다. 페이팔 출신 벤처기업가, 소위 '페이팔 마피아'입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페이팔에 만족하며 근무했고 성과도 좋았습니다. 서로 호흡도 잘 맞았죠. 이는 페이팔의 개방적이면서 상호소통이 긴밀한 업무문화와도 맞물렸습니다. 엔지니어와 웹디자이너의 업무 핑퐁이 긍정적으로 활발히 오갔던 셈인데요. 스티브와 자웨드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채드는 이를 반영해 화면을 설계하고, 다시 의논하며 페이팔의 많은 기능을 척척 손봐 나갔습니다.

이에 힘입어 2002년 페이팔은 창업 3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게 됩니다. 스티브 역시 200만달러가 넘는 연봉 대우를 받게 되죠. 그런데 이때 페이팔의 성장을 눈여겨 본 이베이(eBay)가 페이팔을 인수하고, 스티브는 이베이의 매니저가 됩니다. 그러나 스티브는 오히려 고민이 많아집니다. 자유로이 아이디어가 오가고 업무에 반영되던 페이팔과 달리 이베이의 경영은 상명하복의 수직적 구조에 가까웠기 때문이죠. 페이팔의 창업과 경영방식을 인상 깊게 여겼던 스티브와 채드는 자웨드와 함께 독자적인 사업을 구상하게 됩니다.

영상 좀 쉽게 쉽게 오가면 좋지 않을까?

오늘날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로 자리 잡은 유튜브가 태어난 계기는 다소 엉뚱합니다. 2004년 2월 열린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과 관련 있죠. 정확히는 경기의 하프타임 쇼에서 펼쳐진 한 공연입니다.

혹시 '자넷 잭슨'이라는 가수를 아시나요? 마이클 잭슨의 여동생이자 잭슨 패밀리의 막내로 '댄스 디바'의 개념을 만들어 낸 미국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한 사람입니다. 당시 무대에 선 것이 그녀인데, 공연 도중 그만 가슴이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 사고는 당시 큰 화제가 돼 '문제의' 영상을 구하고 싶지만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 하는 대중의 모습이 현상으로 포착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들 중 유튜브 공동창립자 중 한 사람인 자웨드 카림도 껴 있었죠.

그런데 해프닝도 시각에 따라 혁신의 트리거가 되는 걸까요. 자웨드는 뒤늦게 영상의 클립이라도 구하고 싶었지만 얻은 것은 글, 사진, 오디오에 비해 훨씬 어려운 동영상 공유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스티브와 채드 역시 공감하는 바였죠. 스티브는 평소 캠코더로 영상을 기록하기 좋아했으며, 마침 자신의 아파트에서 찍었던 저녁 파티 비디오를 전송하는 데 용량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겁니다.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하던 그들의 시선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라는 불모의 비즈니스 모델로 향합니다.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그들이 합의한 3가지 원칙은 이랬습니다.

누구나 동영상에 관심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만든다.

내용: 유튜브의 시작만들자! 데이트 매칭 서비스...?

그렇게 세 사람은 2005년 2월14일 유튜브닷컴(youtube.com) 도메인을 사들이며 유튜브를 창업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당시 세상에 내놓은 유튜브의 초기 모습은 지금 같은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당시 유튜브가 구현하려 했던 모습은 동영상 버전의 '핫오어낫'(Hot Or Not)이었습니다. 핫오어낫은 쉽게 말해 오늘날 이성 매칭 서비스 내지 데이팅 어플과 가까운데요. 유저들이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면 이를 본 또 다른 사용자가 '핫한지 그렇지 않은지' 평가해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죠.

"Tune In, Hook Up". 당시 유튜브 로고에 따라붙은 태그라인(Tagline)입니다. 전파가 맞으면 연결하라는 소리죠. 유튜브가 문을 연 2월14일 역시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이성 매칭 서비스임을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폭망'합니다. 사이트의 이용자가 스티브와 채드, 자웨드 세 사람뿐인 날이 대부분이었죠. 급기야 여성 고객이 영상을 올리면 2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유인책까지 내놓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쓰디쓴 실패의 맛을 본 유튜브 창립자들은 '오답노트'를 작성합니다.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뭘 하려 했던 건지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키를 돌립니다. 어떤 영상이든 유저가 원하는 대로 올릴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 바로 맨 처음 그들이 바란 서비스이자 현재의 유튜브 콘셉트로 말이죠.

초심으로 돌아간 유튜브, 공유 플랫폼 뜨려면 대중이 띄워야

같은 해 4월23일, 마침내 첫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됩니다. 자웨드 카림이 올린 '미앳더주(me at the zoo)'라는 영상입니다. 이 19초짜리 영상엔 정말 별 게 없습니다. 제목처럼 동물원에 방문한 자웨드가 뒤편의 코끼리들을 힐끗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뿐입니다.

지금 코끼리들 앞에 서 있는데요, 얘들의 멋진 점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긴 코를 가졌다는 겁니다. 할 말은 그게 다인 것 같군요.

16년이 지난 지금 이 영상의 조회수는 1억6000만회가 넘습니다. 유튜브의 포문을 열었다는 역사적인 의미 때문에 '성지'처럼 여겨지는 것이지만, '정말 누구나 아무거나 올릴 수 있다'는 유튜브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죠.

자웨드가 코끼리의 멋진 점을 영상으로 설파한 얼마 뒤인 5월, 유튜브는 대중을 상대로 한 퍼블릭 베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선하고 대단한 서비스라 해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이용자가 급증할 순 없죠. 그런 유튜브를 대중에 소개한 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대중 자신입니다. 물론 칼자루는 유튜브가 쥐여주죠.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공유 기능, 영상을 누구나 퍼 나르고 또 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는 유튜브가 세상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공유도 공유지만 영상을 퍼 나르면 유튜브 로고와 링크 주소가 따라가 남기에 자체로 훌륭한 광고이자 홍보가 됐던 셈이죠.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 9월, 최초로 100만뷰 영상까지 등장하죠.

그 주인공은 바로 브라질 축구선수 호나우지뉴가 찍은 나이키 광고 '터치오브골드(touch of gold)' 영상입니다. (화제의 장면을 빨리 보고 싶으신 분은 1분30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기억나실 분 계실 텐데요, 호나우지뉴가 골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온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차는 영상입니다. 당시 진짜냐, 가짜냐, 합성이냐, 호나우지뉴는 역시 외계인이냐 하는 각종 논란과 함께 급속도로 공유됐죠. 유튜브 역시 업계 눈도장을 한껏 받았음은 두말할 나위 없고요.

몸집 커진 유튜브, 승부는 이제부터

그런 유튜브에 가장 먼저 투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실리콘 밸리 대표 벤쳐캐피털인 '세쿼이어 캐피탈'입니다. 유튜브 투자를 주도한 인물은 로엘로프 보다인데, 그는 과거 페이팔 상장과 이베이 매각을 추진한 페이팔 최고재무이사(CFO)출신입니다. 페이팔에서도 '페이팔 마피아'들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던 겁니다. 유튜브는 세쿼이어 캐피탈로부터 총 1150만달러라는 초기 서비스로는 이례적인 거액을 투자받습니다. 그 덕분에 유튜브는 채드의 차고에서 벗어나 정식 사무실을 차립니다. 직원도 늘리고 서버 비용도 충당하며 공식 출시를 이루죠. 2005년 11월의 일입니다.

하지만 진짜 '헬게이트'는 이때부터 열립니다. 유튜브에 불황이 찾아왔냐고요? 사람들 발길이 끊겼냐고요? 아닙니다. 이후로도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너무 달려서 문제였죠. 2006년 7월 기준 하루 업로드되는 영상은 6만5000개에 달했고, 조회수는 1억건을 돌파합니다. 그래서 문제였습니다. 당시 직원은 30명 남짓이었는데 유럽, 아시아 등으로 해외 진출하지 모바일 서비스 시작하지 업무 과부하가 너무 심했던 겁니다. 모든 직원이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했다고 하니, 주말 없이 하루 14시간 넘게 일한 셈입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데이터 및 서버 관리도 문제였습니다. 더 많은 대역망과 서버는 물론 제대로 된 데이터센터도 필요해집니다. 더이상 그들만으로 유튜브 서비스를 감당해 나가기 어려워진 겁니다.

핵심

표현이 조금 이상하지만, 유튜브는 충분히 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유튜브의 길을 잡아준 핵심 요소를 다시 짚어봅니다.

1️⃣ 명확한 시장성, 그 이상의 진정성

동영상 공유가 어려운 당시 시장 생태계와 이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대중의 요구를 파악했고 스스로도 체감했습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자는 사업적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던 이유입니다.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라는 샛길에서 금새 걸음을 되돌린 힘이기도 하고요.

2️⃣ 적절한 플랫폼과 정체성 설정

사실 기이해보이는 유튜브의 초기 매칭 서비스도 나름 이유는 존재합니다. 2006년 자웨드 카림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핫오어낫을 주목한 이유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용자 스스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이를 대중과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고요. 유튜브는 업로드 기술을 발전시킨 게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도록 해서 동영상 유통 문제를 해결했죠. '당신'을 뜻하는 'You'에 텔레비전을 가리키는 'Tube'를 결합해 모두가 시청자이자 제작자이게 하겠다는 'YouTube'라는 이름의 정체성도 그래서 나올 수 있었고요.

3️⃣ 멤버 간의 합

페이팔에서 세 사람이 만나지 않았다면 유튜브는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누가 뭐래도 당시 별도 변환 과정 없이 파일 전송만으로 동영상 공유 가능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혁신입니다. 그것도 단 세명이서 말이죠.

� 다음은 유튜브 역사의 후반전, 오늘까지의 중흥을 다룬 '유튜브, 떠오르다'가 이어집니다.

사실 오늘날 유튜브의 존재감을 '떴다' 정도로 표현하기엔 어색한 구석이 있습니다. 떠오른 수준이 아니라 자체로 현대사회의 한 부분이 돼 버렸기 때문인데요. 지난 화에서 '페이팔 마피아' 3인의 기지로 출현한 유튜브가 세상의 인정받기까지 얘기했다면, 이어서 세상을 잠식하는 '공룡'이 되기까지 유튜브가 어떤 길을 헤쳐왔는지 얘기합니다. 유튜브 스토리, 다시 재생해 볼까요?

배경: 유튜브의 성장통

벤처캐피탈 '세쿼이아 캐피탈'로부터 1150만달러(한화 134억원)를 투자받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유튜브. 2005년 2월 창업 후 1년 조금 지나 이미 내로라하는 미디어 대기업에 견주는 영향력을 지닙니다. 해외 진출이며 모바일 서비스며 사업은 확장되는데 직원은 단 서른여명.

하루 조회수 1억건을 넘어가고 매일 7만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이를 감당할 서버도 인터넷망도 부족한 상황. 사람도 기계도 한계에 다다른 유튜브. 더이상 슈퍼볼 무대 영상이나 저녁 파티 영상 공유에 마음 쓰던 창업 시절 유튜브가 아니게 됐죠. 영상 시장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마련됐듯 유튜브에도 새로운 그릇이 필요해집니다.

내용: 유튜브 제2 페이즈큰 배를 만난 유튜브

유튜브에 투자한 세쿼이아 캐피탈은 유튜브의 고충을 가만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벤처캐피탈(VC)이라고 단지 벤처기업에 돈만 대주는 곳이 아니죠. 게다가 세쿼이아 캐피탈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으뜸가는 VC입니다. 유튜브 이전에 애플, 구글, 야후, 페이팔 등에 투자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 등에도 손을 미친 업계 탑티어죠.

세쿼이아 캐피탈은 유튜브에 여러 네트워크를 소개해줍니다.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더 큰 지원이 필요한 유튜브의 어려움을 한 방에 타개해줄 곳을 말이죠. 큰 자본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기업, 마지막에 추려진 곳은 야후와 구글이었습니다. 데이터 및 서버 관리에 능한 검색 서비스계의 양대 거목이죠.

먼저 얘기가 잘 통한 건 야후 쪽이었습니다. 유튜브의 세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브 첸은 대만에서 어릴 적 미국 일리노이로 이주한 대만계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당시 만남을 가진 야후의 공동 설립자 제리 양 역시 대만 출신이죠. 그러나 그다음 날 구글 CEO 에릭 슈미트를 만난 뒤 유튜브는 구글을 파트너로 선택합니다.

유튜브 M&A를 둘러싼 야후와 구글의 차이

왜일까요? 스티브의 자서전에는 "구글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표현됩니다. 이유는 두 기업의 사업 마인드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먼저 야후입니다. 스티브가 인수합병(M&A) 논의를 위해 제리 양과 미팅을 가질 때 자리에는 당시 야후 CEO 테리 시멜이 함께 있었습니다.

테리 시멜은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입니다. 사실 인터넷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죠. 그의 강점은 뛰어난 협상력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워너 브라더스를 굴지의 엔터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력이 있습니다. 야후 취임 후에도 그가 주력한 것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수익원 다각화였습니다.

한마디로 유튜브를 얼마에 인수하면 언제 이 돈의 손익분기를 넘길지 꼼꼼히 계산하는 타입이었죠. 이 때문에 굵직한 프로젝트와 인수합병(M&A)을 여럿 날려 나중엔 야후의 실패 요인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지만요.

구글과 에릭 슈미트는 달랐습니다. 구글의 회사 소개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구글이 창립 이래 지키고 있는 가치관과 목표를 알 수 있습니다. 요점은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최상의 사용자 환경으로 제공하는 것이 구글의 목표라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곧 수익의 척도이며 플랫폼 기업의 중심은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라는 것이죠.

에릭 슈미트도 같은 관점으로 유튜브를 대했습니다. 이미 자사 동영상 서비스인 구글 비디오를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무서운 기세로 이용자 중심 동영상 플랫폼을 구축한 유튜브의 잠재력을 인정했죠. 운영에 관여하기보다 유튜브를 믿고 지원하겠다는 지지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철학과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서도 공유했습니다. 유튜브가 구글의 팬이 되어 손을 잡은 이유입니다. 유튜브는 마침내 구글의 막강한 서버 운영기술과 자본력을 등에 업게 됐죠.

이른 성공 뒤 가려졌던 과제

2006년 10월 구글이 유튜브를 산 금액은 자그마치 16억5000만달러(1조8500억원)입니다. 구글이 당시까지 한 M&A 금액 중 가장 큰 액수죠. 당시 언론은 구글이 바가지를 썼다고 표현했습니다. 구글을 비웃는 금융인과 사업가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시각에야 우스워 보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구글에 인수된 후 유튜브는 해마다 4억5000만달러(5000억원)의 적자를 냅니다. 적자 행진은 2009년까지 계속되죠.

그렇게나 잘나가는 유튜브, 왜 적자가 어마무시하게 났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익구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M&A를 치른 수개월 후 진행한 과거 인터뷰에서도 드러납니다. 수익모델로 동영상 광고를 도입할 계획인지 묻는 기자의 말에 '그걸 참고 비디오를 보겠냐' '영상에 광고를 붙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스티브의 말은 지금 보면 귀엽기까지 하죠.

수익구조가 어쨌건 이용자와 트래픽은 늘어만 가니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속절없이 깨져 나갔습니다. 그러나 유튜브가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었죠. 바로 저작권입니다.

자유로운 영상 공유를 지렛대 삼아 성장했으니 저작권 이슈가 불거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는 유튜브가 결국 저작권의 함정에 걸려 문을 닫으리라 예견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여러 미디어 업체가 유튜브에 무단으로 올라온 영상을 들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구글 CEO 에릭 슈미트입니다. 그는 업체 요구에 따라 저작권료를 배상하기보다 법정 소송을 진행하는 길을 택합니다. 무조건 소송으로 맞선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협상해 협력을 끌어내되 결렬되면 소송으로 얘기하겠다는 거였죠.

가장 유명하고 중요하게 거론되는 사례는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바이아콤(Viacom)과의 소송입니다. 바이아콤은 자사의 콘텐츠가 올라오는 것을 유튜브가 방치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10억달러(1조2천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합니다. 공방은 오랜 시간 과열 양상을 띠지만 유튜브는 결국 이 소송에서 승리합니다. 저작권 공방에서 의미 있는 선례로 남게 되죠.

유튜브는 1998년 제정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들어 자신들은 저작권 침해 여지가 있는 영상은 최대한 걸러냈으며 신고가 들어오면 성실히 제거해 저작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고, 이것이 인정된 겁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유튜브 운영 및 관리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죠. 지금도 유튜버들이 저작권에 민감한 이유기도 합니다. 저작권 침해 요소가 있는 영상의 경우 구글은 그냥 삭제하는 편이 속 편하지만 유튜버로서는 영상이 날아가니까요.

대중이 보면 돈이 된다

그럼 먼저 언급한 과제인 유튜브의 수익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이 역시 구글스럽고 또 유튜브답습니다. 유튜브가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2010년의 일인데, 자그마치 5년의 기간 동안 적자를 감내하며 당장의 수익보다 플랫폼 퀄리티를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업로드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고 재생 플레이어 수준을 높였으며 저작권 보호를 위한 콘텐츠 검증기술을 도입하는가 하면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자동 번역 기능도 추가했죠. 업로더에게 영상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이 기간의 일입니다.

유튜브가 구글의 '계륵'이라는 평을 듣는 동안에도 에릭 슈미트는 유튜브가 곧 위대한 광고전략을 선보일 거라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 '위대한 광고전략'인지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간 개인 영상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유수 기업 광고주들이 직접 유튜브를 통해 광고를 만들어 올리게 됩니다. 유튜브가 흑자로 돌아서기 2년 전 2008년에 생긴 브랜드 콘텐츠 시스템이죠.

수익구조 마련이요? 이외에 딱히 한 것 없습니다. 오늘날 유튜브 프리미엄의 전신 유튜브 레드와 같은 구독 모델 도입도 2015년의 일입니다. '그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열중했을 뿐입니다. 세계 1위 검색 엔진 구글, 세계 1위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 체제는 이렇게 완성돼 갑니다.

핵심: 구글의 큰 그림

구글의 유튜브 인수

언뜻 아름다운 비즈니스 스토리 같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입니다. 홈페이지에 있던 구글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요.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최상의 사용자 환경으로 제공'

미사여구를 조금 걷어내고 보면 결국 세상의 모든 정보를 제어하는 것이 구글의 사업적 비전입니다. 여기에 유튜브는 검색 및 공유에 있어 동영상이라는 축을 꿰고 있기에 구글로서 없어선 안 될 퍼즐이었죠.

이는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유튜브를 인수하며 밝힌 소감에서부터 드러났습니다.

유튜브는 전 세계 정보를 연결해 어디서든 접속해 쓸 수 있도록 하려는 구글의 임무를 보완할 수 있는 흥미진진하고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 있다.

당시에도 이미 유튜브 인수를 통해 구글이 동영상 광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는 나왔습니다. 오늘날 현실은 그 이상이죠.

2019년 처음으로 공개된 유튜브의 매출은 광고로만 151억4900만달러(18조원)입니다. '계륵' 소리 듣던 유튜브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매출의 1등을 책임지는 '효자'가 된 겁니다.

그렇게 적자를 내면서도 인수 직후 아직까지 유튜브의 자체 운영을 보장한 구글의 선견지명이 여기까지 닿았다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서비스 약관을 개정에 모든 영상에 광고를 붙일 수 있게 한 움직임 역시 그리 놀랄 일은 아닐 지도요. 어쩌면 구글의 유튜브 투자는 아직 회수 단계일지 모르니까요.

� 다음은 유튜브와 현대사회의 어떤 요소가 극적으로 맞물렸는지 짚어보는 '유튜브와 결합한 현대사회'가 이어집니다.

오늘날 유튜브는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동반자가 됐습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수시로 소비하기 때문인데요. 아마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관한 물음에는 망설여도 즐겨보는 유튜브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마당에 새삼스러운 질문을 돌이켜 봅니다. 대체 유튜브의 무엇이 현대인을 사로잡은 걸까요? 혹은 현대사회의 무엇이 유튜브와 찰떡같이 맞물린 걸까요?

대상: 유튜브 없이 못 사는 현대사회

우리나라 통계도 살펴보겠습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유튜브 사용자 수는 약 4000만명입니다. 한 달 동안 모바일기기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분석해 계산한 순수 이용자 지표(MAU, Monthly Active Users)인데요. 한 사람이 하나의 스마트폰을 썼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4568만명)의 88%, 전체 인구(5168만명)의 77%가 유튜브를 본다는 뜻이죠. 월 평균 이용시간은 30시간에 달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하루 1시간 정도 유튜브에 쓴다는 건데요. 이 정도면 하루 일과 수준입니다.

내용: 무엇이 현대인을 사로잡았나올리기 편한 플랫폼

유튜브가 현대인을 사로잡은 이유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쉬워서'입니다. 올리기도 쉽고 보기도 쉬워서인데요. 동영상 공유 플랫폼 이용이 활발하려면 일단 업로드가 편해야겠죠. 얼마나 쉽게 만들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시곗바늘을 돌려보죠.

지난 1화에서 유튜브는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목표로 파일만 전송하면 영상이 업로드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유튜브의 첫째가는 혁신입니다. 유튜브를 주목받게 한 이유기도 하죠.

유튜브가 만들어질 당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없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비메오(Vimeo)가 유튜브보다 먼저 만들어졌죠. 하지만 개인용 비디오에 초점을 맞춘 곳은 드물었을 뿐더러 기술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상에 동영상을 올리고 보여주기 위한 '쉬운' 방법이 없던 겁니다.

오늘날에야 인터넷이 발전해 체감이 덜하지만 동영상 파일 공유는 까다롭습니다. 파일 크기도 크고 형식(코덱)도 다 다르죠. 당시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파일 원본 그대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큰 파일 용량은 서버에 트래픽 부담을 줘 동영상 지연 현상을 발생시켰고, 다양한 파일 형식은 업로더에게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용자는 악명 높은 ActiveX 설치를 감내해야 했고요.

유튜브가 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업로드 된 동영상 파일을 '플래시'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일이 전송되면 서버에서 자동으로 변환되도록 했죠. 이를 통해 서버에 가는 트래픽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업로더와 이용자 모두에게 편리한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업로더는 어떤 파일이든 인코딩 과정 없이 그냥 전송만 하면 됐고, 이용자도 스트리밍을 위해 별도 프로그램 설치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냥 올리고 그냥 볼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구현한 겁니다.

보기 편한 플랫폼

유튜브는 보기 쉽습니다. 그냥 켜서 보면 됩니다. 로그인도 필요 없습니다. 광고를 견딜 수 있으면 결제도 없습니다. 페이지 구성도 쉽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볼만한 영상들이 바둑판처럼 반겨줍니다. 클릭만 하면 됩니다. 인기 영상은 추천해줍니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관련 영상을 나열해 보여줍니다. 영상 길이도 다양해 여유시간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알고리즘께서 보우하사 관심 있을 만한 영상을 계속 추천해줍니다. '뭐 보지?'라는 고민조차 필요 없습니다. 오늘날 남녀노소 유튜브를 시청하다 못해 50대 이상이 시청층 1위인 강력한 이유입니다.

다양한 영상

영상도 다양합니다. 드라마, 영화, 게임, 공연, 뮤직비디오, 게임, 강연, 실습, 먹방, ASMR, Vlog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못해 기존 미디어에선 구경도 못한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왜일까요? 유튜브에는 소위 '게이트 키퍼'가 없습니다. 누구도 콘텐츠에 대해 딴지 걸거나 업로드를 가로막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죠. 그 결과 기존에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집니다. 오늘날 유튜브에서 수십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도 TV와 같은 기성 미디어 아래서라면 기획안부터 까여 휴지통행이 됐을지 모르죠.

하지만 오늘날엔 바로 그런 영상 때문에 유튜브를 봅니다. TV엔 없는 신선한 콘텐츠로서 사랑받으며 폭 넓은 시청자의 영상 기호를 만족하죠. 정말 자신이 관심 있고 원하는 분야만 시청하는 일이 유튜브에선 가능한 겁니다.

유튜버=프로슈머, 자생하는 콘텐츠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이토록 다양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리한 업로드 시스템? 게이트 키퍼의 부재? 맞지만 결정적 이유는 아닙니다. 핵심은 소비자 스스로 영상을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수익 공유 시스템이죠.

유튜브는 2007년부터 구독자 1000명, 영상 스트리밍 4000시간이 넘는 유튜버에게 광고 수익의 일정량을 나눠주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위 유튜브만 잘하면 밥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정말 엄청 잘해야 하긴 하지만 '유튜버'(Youtuber)라는 호칭에 직업 개념이 녹아든 이유입니다.

돈벌이가 된다는 건 사용자가 단순히 소비에 그치지 않고 생산에 나서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되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입니다. 실제 영상을 통해 만나는 고소득 스타 유튜버의 이야기도 실감나는 성공신화로 힘을 보태죠. 유튜브로서는 선순환입니다. 더 많은 이가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면, 더 많은 수요가 발굴됩니다. 이는 곧 광고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수익은 일정량 유튜버에게 공유되고 콘텐츠는 계속해서 생산됩니다. 안정적인 유튜브 생태계 완성입니다.

유튜브 생태계를 구현한 하드웨어

오늘날 공고하게 자리 잡은 유튜브 생태계를 완성시킨 퍼즐은 유튜브 밖에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술적 하드웨어입니다. 유튜브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한손에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스마트폰입니다. 공교롭게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해도 유튜브가 수익 공유 시스템을 마련한 2007년 일이죠.

스마트폰의 탄생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영상을 찍고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유튜브를 위해 신이 내린 도구가 아닐까 싶죠. 스마트폰은 유튜브 콘텐츠 생산과 소비 양쪽에 모두 기여합니다. 과거 영상 촬영은 장비를 갖춘 비교적 소수의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떤 영상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유튜브는 창립 이래 바로 그런 영상이 모이는 플랫폼을 표방해 왔고요.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쥐어졌다는 건, 영상에 대한 선택권과 영상의 소비량도 이에 비례해 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없던 때를 생각해보죠. 영상 시청은 주로 TV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가정에 있는 TV는 많아야 한두대였기에 가족끼리 영상 시청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이라고 TV 숫자가 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상 시청에 굳이 TV가 필요하지도 않아졌죠. 각자 편한 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를 보면 되니까요. 이는 그간 단위로 묶여있던 영상소비 주체의 해방이기도 합니다.

풀려난 개인

과거엔 영상에 대한 선택권과 소비량이 TV를 통한 단위로 표출됐다면, 스마트폰과 유튜브는 그 '분수'를 쪼개버렸습니다. 하나로 싸잡힌 '1/n'들을 모두 끄집어낸 셈이죠. 유튜브 영상이 다양해진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개인이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단위로 묶이거나 뾰족하게 존중받지 못하던 개인의 의견이나 취향이 자유롭게 발현된다는 건 오늘날 현대사회와 겹쳐볼 수 있는 특성입니다. 일부 시민이 전체를 대변한 과거 그리스 민주주의와 오늘날 1인1표의 직접민주주의는 같은 민주주의라도 그 기능과 파급력에서 비교할 수 없죠. 모든 의견이 투표권이 주어지며 표현되기 시작했듯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풀려난 개인의 영상 소비는 영상을 넘어 오늘날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다음은 유튜브가 현대사회 속에 낳은 변화를 살펴보는 '현대사회의 또 다른 장, 유튜브'가 이어집니다.

에디터의 노트

이제까지 유튜브가 어떻게 출현해 우리를 사로잡았는지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오늘날 우리가 유튜브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펴봅니다. 여러분은 어떨 때 유튜브를 켜시나요? 무얼 보고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오늘날 유튜브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 안엔 어떤 배경과 의미가 담겨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배경

영상의 시대, 온라인의 시대

유튜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근원적인 배경은 인터넷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한 영상 선호 흐름입니다. LTE를 넘어 5G망을 구축하고 있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기본 언어는 텍스트도 이미지도 아닌 영상입니다. 둘에 비해 많은 정보와 자극을 효율적으로 가져다주는 영상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에 현대인의 사랑을 받고 있죠. 현재 가장 압도적인 사용자 비율을 자랑하는 동영상 소비 채널이 유튜브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활용의 많은 부분은 유튜브를 통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유튜브의 위상은 2020년을 맞아 더욱 커집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 때문입니다. 팬데믹은 오프라인 접촉을 끊어 놨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끊어진 연결은 온라인의 링크를 활짝 열었죠. 비대면을 가리키는 '언택트'(Untact)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외부 연결은 온라인을 통한 '온택트'(Ontact)로 이뤄졌습니다.

온갖 영상이 자유로이 오가며 이미 대중적인 온라인 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는 가히 그 장(場)이 됐습니다. 모르는 것을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접하는가 하면 브이로그를 통해 일상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영상을 틀어놓고 요리나 홈트, 공부를 하기도 하죠.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은 개인뿐만이 아닙니다. 기업은 주요 광고 마케팅 플랫폼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은 정책홍보 채널로도 활용하죠. 기성 미디어는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대중 소통창구로 사용합니다.

내용

유튜브로 합니다

오늘날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감상을 넘어 검색, 뉴스, 음악, 커뮤니티로서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면(多面) 플랫폼입니다.

검색, 정보에서 멘토링까지

현재 유튜브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검색 엔진입니다. 1위는 구글이죠. 우리나라 기준으로도 네이버(88.1%)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정보 검색 서비스가 유튜브(57.4%)입니다.

유튜브가 검색에 많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각양각색의 콘텐츠가 방대한 허브를 이뤄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오는 만큼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How to', 튜토리얼 콘텐츠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유튜브 검색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하는 법'인데요. 뜨개질하는 법, 넥타이 매는 법, 아보카도 자르는 법, 키스하는 법 등 종류도 내용도 무궁무진합니다.

쇼핑에 앞서 구매하려는 제품 정보를 시청한다든지 메이크업이나 뷰티 스타일링에 참고한다든지 선택에 참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이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실천법이나 노하우를 들어볼 수도 있죠. 요리 레시피부터 삶에 대한 멘토링까지 유튜브에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개인만큼이나 다양한 정보가 검색됩니다.

뉴스, 기성 언론 불신과 에코체임버 사이

대중이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고 수집하는 정보에는 뉴스도 들어갑니다. 2018년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소비할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이트 3위에 유튜브(31.9%)가 랭크된 바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언론사가 운영하는 실시간 뉴스방송 채널을 열렬히 본다거나 뉴스에 관심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디어 신뢰도는 올해 겨우 꼴찌를 벗어났습니다.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대중이 뉴스 소비 창구로 유튜브로 향한 겁니다.

재밌는 것은 중도 성향이 아닌 진보나 보수층 사람들 이용률이 높다는 것인데요. 자신의 견해가 뚜렷한 뉴스 소비자가 기존 미디어를 거부하고 자신과 유사한 관점을 지닌 개인 뉴스 채널을 택한 현상입니다.

음악, 소장이 아닌 실시간 행복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음악 감상용으로 가장 많이 쓰인 애플리케이션은 유튜브였습니다. 공짜로 그때그때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더 이상 음악을 다운로드해 소장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듣게 된 음악 감상 흐름과 연결됩니다. 스포티파이나 네이버 바이브 등 스트리밍 앱이 늘어난 올해 2월 기준으로도 '유튜브 뮤직'은 이용자 수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타 앱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특정 가수나 노래만이 아닌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드라이브하며 듣기 좋은 시티팝' '트렌디한 카페에서 나오는 팝송' '코딩할 때 듣기 좋은 노래' 등 상황과 분위기, 감정에 따라 원하는 재생목록을 검색해 감상할 수 있죠.

마케팅, 허물어지는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

과거 광고를 위한 최고의 매체는 TV였습니다. 그러나 영상 시청의 대세가 유튜브로 넘어옴에 따라 광고의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 안에 브랜드 메시지를 녹여낸 광고 형태,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빙그레는 자사 제품을 캐릭터화한 유튜브 브랜디드 콘텐츠를 내놔 큰 호응을 얻었다. 좌측부터 더위사냥, 투게더리고리경,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비비빅, 꽃게랑, 옹떼 메로나 부르쟝. (출처: 유튜브 '빙그레TV' 캡처)

기존 광고와 가장 큰 차이는 형식과 목적입니다. 전통 광고는 일정한 양식을 갖고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포맷으로 글이나 그림, 음성, 화면 구성을 활용합니다. 메시지는 대부분 해당 상품이나 기업의 장점이나 특징을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죠.

그러나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성 광고문법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이름처럼 콘텐츠로서의 완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영상 구성 및 스토리텔링 방식도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대중에게 재미와 공감을 주는 게 우선이죠. 볼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홍보 요소는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소비자의 자발적 수용을 유도하는 겁니다.

'콘텐츠'가 단발로 끝나는 경우도 드뭅니다. 스토리텔링을 지속적으로 가져가 시리즈 형식을 만들어 소비자가 동행하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해당 기업의 이미지, 메시지, 상품 등을 친숙하게 여기게 되죠. 콘텐츠로 사로잡아 기업 이미지와 상품에 대한 호감과 충성을 얻는 방식입니다. 시청자로서도 신선한 콘텐츠 내지 광고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핵심

커뮤니티로서의 유튜브

오늘날 유튜브가 소비되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환기해야 할 속성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그 자체로 무언갈 생산하는 미디어는 아닙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자 이를 기반으로 한 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죠. 즉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합니다. 모든 이와 연결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를 연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이들을 관계 맺게 할지 효율적으로 가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유튜브에서 이를 수행하는 메커니즘은 알고리즘 추천과 검색 시스템이죠.

관심사에 따라 선택된 채널은 크리에이터와 구독자라는 참여자의 반복접촉으로 운영됩니다. 콘텐츠는 구성원의 관심사에 따라 생산됩니다. 기성 미디어로부터 독립해 구성원의 의견과 경험, 생각에 기초한 커뮤니티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연대감과 애착을 불러일으키죠. 유튜브는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가 통합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오롯이 반영한 유튜브는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창구입니다. 구독자 중심으로 발행되는 콘텐츠뿐 아니라 댓글이나 라이브 채팅방 등을 통해서도 유대가 형성되죠. 오프라인에서 공감받지 못하는 주제도 해당 주제에 관심 갖고 모여든 유튜브 채널 안에서는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내밀한 공감이나 위로가 오가기도 하죠.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연결이 끊어진 요즘 유튜브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디지털 자아를 구축하고 표현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전망

연결을 가치로 삼는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가 그 자체로 무언갈 생산하는 미디어는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이미 수많은 개인과 기업의 참여로 어엿한 미디어 플랫폼이 된 건 사실입니다.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가 즐비하며 채널 운영을 위해 들어가는 자본과 관리의 수준도 전문적입니다.

하지만 기성 미디어와는 조금 다릅니다. 유튜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가치는 '연결'입니다. 파편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팬데믹으로 분리를 강요당했고, 이는 역설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연결의 가치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중과 소통하고 함께 행동하는 기업이나 브랜드, 크리에이터가 많은 구독자와 좋아요와 조회수를 얻는 이유죠.

오늘날 대중이 자신과 연결된 유튜브 채널에 소통과 진정성을 바라는 것은 단지 도덕적 가치관 때문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유튜브계를 뜨겁게 달궜던 '뒷광고' 논란의 핵심도 광고 행위 자체보다 이를 숨기고 거짓 콘텐츠로 소통했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죠. 이 배신감이 아픈 이유는 가치 소비를 일컫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사회적 트렌드로 여겨질 만큼 오늘날 대중은 자신이 소비하는 콘텐츠와 동기화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과거 MP3 플레이어를 쓰던 시절 재생목록을 보여주면 우스갯소리로 취향을 오픈했다고 표현했죠. 오늘날 유튜브 구독 채널은 그 이상이라는 의미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기까지 합니다. 언제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팬데믹이 종식돼도, 무엇을 구독하고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지가 곧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흐름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유튜브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떠나 앞으로 미디어라는 생태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 다음은 유튜브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와 과제를 다룬 '유튜브와 미래'가 이어집니다.

페이팔 마피아 3인의 손에서 탄생한 작은 재생 버튼 유튜브. 편의성과 개방성으로 무장한 혁신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은 기술의 발전과 대중의 요구,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물려 현대사회의 부분이자 또 다른 장이 됐습니다. 매체의 전유물이던 방송과 미디어에는 개인 크리에이터가 진출했고, 무수한 기호와 의견은 콘텐츠를 넘어 트렌드를 주무릅니다. 유튜브와 함께하며 마주할 미디어 생태계의 앞날과 과제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현상

유튜브와 함께하는 미래

소셜 미디어 통계 분석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개인채널의 수는 약 2430만개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광고수익을 거두는 채널로 좁혀보면 지난해 말 기준 9만7934개입니다. 구글로부터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는 기준인 구독자 1000명, 연간 누적 재생시간 4000시간을 만족하는 채널인데요. 이를 산술적으로 풀면 우리나라 인구 약 500명당 1명이 유튜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유튜버에 대한 사회적 열망

유튜버에 대한 직업적 인식과 선호도 사회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튜버를 비롯한 개인 영상 창작자를 가리키는 크리에이터는 2018년 1월 한국 표준 직업분류에 정식 인정됐는데요. 그해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크리에이터는 5위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에는 3위, 지난해에는 4위에 올랐죠.

유튜버가 되기 위한 교육을 시행하는 학과도 생겨났습니다. 수원여대, 목포과학대, 한양사이버대, 세종사이버대 등입니다. 기존 미디어 관련 커리큘럼에 크리에이터를 포함하는가 하면 세종사이버대나 목포과학대는 아예 '유튜버' '유튜브 크레이이터'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 교육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18년부터 전국 50대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50+유튜버스쿨'을 운영하고 있죠.

기업과 셀럽까지 뛰어든 콘텐츠 각축장

유튜버 되려고 전문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유튜브는 창립자 자웨드 카림이 코끼리는 코가 길어서 멋지다는 영상이나 덜렁 올리던 때와는 달라졌죠. 유튜브에 소위 '프로'들이 들어오는 지경입니다.

주류 플랫폼이 된 유튜브에서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업이 뛰어든 것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대거 진출했습니다. TV와 같은 기성 미디어를 벗어나 활동영역을 넓히거나 팬과 소통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입니다. 스타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기업으로부터 브랜디드 콘텐츠 형태로 광고를 받기도 하죠.

기존 방송 제작'꾼'들인 방송사도 유튜브 맞춤 콘텐츠를 내놓습니다. JTBC 계열 룰루랄라 스튜디오의 인기 콘텐츠 '와썹맨' '워크맨' 등이 그 예죠. TV에 내놓는 예능이나 가요 프로그램 등도 유튜브를 위한 클립이나 별도 포맷을 기획제작하는 일이 일상입니다.

볼거리는 풍성해졌습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콘텐츠 전쟁터가 됐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과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도를 넘은 자극적 영상을 업로드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내용

바람직한 동행을 위한 과제와 사회적 해결

게이트 키퍼 없이 자유로운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신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케 하는 장점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제재가 필요한 영상에 대한 관리의 그물망도 성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되는 유튜브 영상의 사회적 홍역에 대해선 우리 모두 이미 익숙합니다.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가짜뉴스를 유포해 특정 진영이나 개인, 상인에 피해를 주는가 하면 혐오나 성희롱적 내용을 퍼뜨리기도 하죠. 범죄행위를 벌이거나 그 현장을 중계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현행 방송법상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개인방송에 별다른 규제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방송사업자가 아닙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 사업자에 해당하죠.

지상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 등 현 방송사업자의 방송 프로그램은 공익성과 공정성 기준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습니다. 유튜브는 그런 게 없습니다.

물론 자체 심의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가 있습니다. 유튜브는 이를 어길 시 영상을 삭제합니다. 범죄 악용이 우려되거나, 아동 안전에 해가 되거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 등이 해당합니다. 우려 수준이라면 소위 '노란딱지'로 불리는 경고표시를 붙여 수익을 제한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삭제된 영상은 약 108만건입니다.

문제는 그 어마어마한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가해지는 규제가 미미하다는 데 있습니다. 어찌저찌 기소해 형사처벌이 이뤄져도 이미 영상이 퍼진 뒤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합니다. 유튜브 가이드라인 역시 결국 구글 입맛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죠.

자유는 법의 울타리에서

'뉴미디어' 유튜브가 불러온 홍역, 해결책은 없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실마리는 '올드미디어'인 기존 방송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방송을 관리해온 방식입니다. 법의 테두리에 유튜브를 포함하는 거죠. 그러나 뉴미디어를 단순히 기존 방송 아래 편입 시켜 성장성을 제한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될 텐데요.

이러한 문제의식과 고민을 담은 법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로 올해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주요 업무계획으로 밝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입니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TV, 인터넷(IP)TV, 위성방송 등 전통 미디어와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시청각미디어'로 망라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이 이미 2018년에 도입해 유튜브와 OTT 등을 규제하는 근거로 삼고 있죠.

우리나라 현행 방송법의 가장 최근 개정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입니다. 낡아도 너무 낡았죠. '방송'의 정의부터 제대로 담지 못해 기존 방송의 혁신은 가로막고 뉴미디어 관리는 방치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습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모든 '시청각미디어'를 아우르되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체계를 나눠 관리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르면 유튜브를 비롯한 OTT는 앞으로 온라인시청각미디어로 분류됩니다. 산업 초기인 점을 고려해 규제는 최소화할 방침이죠.

아울러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간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떨어졌던 미디어에 대한 관리 및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 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요. 흩어져 정리되지 않았던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 구조도 쇄신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법과 규제로 해결될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 국회를 통과해 잘 자리 잡는다면 유튜브를 둘러싼 홍역은 사라질까요? 절반의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 영상에 대한 규제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지 않으면 영향력도 없죠. 한없이 자유로운 콘텐츠의 바다 유튜브에서 시청자가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되거나 편향된 가치판단으로 콘텐츠를 탐닉하는 일도 문제입니다. 친절하게도 우리의 친구 알고리즘은 계속 내 '취향'의 콘텐츠를 물어다 주니 헤어나오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핵심

유튜브 보는 세상, 유튜브로 보는 세상

오늘날 유튜브는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동영상 및 미디어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성 미디어에서 보기 힘든 신선함이 대안 미디어로서 유튜브를 주목케 했지만 이젠 거꾸로 주류 미디어 자리를 꿰찼죠. 유튜브를 보고, 유튜브로 얘기하고, 유튜브로 세상을 봅니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한한 네트워크를 지닌 인터넷이 모든 이와 연결될 수 있지만 모든 이와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유튜브에도 수많은 영상이 올라오지만 내가 보는 것은 일부입니다. 알고리즘이 내가 선택할 만한 내 취향의 영상만을 물어오니까요.

알고리즘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없이 편향적이죠. 내 마음에 쏙 들도록 정보는 선별됩니다. 분명 자유롭게 선택한 것 같은데 쓰면 쓸수록 선택의 자율성은 줄어듭니다. 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똘똘하게도 점점 더 '맞춤' 영상을 보여줍니다. 정보는 여과됩니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거품 낀 필터입니다. 이를 이해하고 단지 콘텐츠를 즐기는 데 그치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 경험이 누적되고 사회를 해석하는 틀로까지 기능하면 문제가 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기에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확증편향을 불러오죠. 이를테면 특정 성향의 이슈를 주로 소비하는 시청자에게는 같은 성향의 콘텐츠만 추천됩니다. 이 시청자에게 최소한 유튜브를 통해 자신과 다른 성향의 정보나 의견이 흘러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오히려 걸러지죠.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본래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학습했을 뿐입니다. 실제 세상이라기보다 유튜브를 통해 이해한 세상이며 이 둘 사이에는 버블이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유튜브의 막대한 영향력 아래 사회 단위로 발생한 이 경험은 비슷한 견해와 정보만 신뢰하는 집단의 분열을 낳을 수 있죠. 같은 이야기만 맴도는 그룹을 형성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나 같은 신념만 허용하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그 예입니다.

똑똑! 에코 체임버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정치 양극화에 대해 똑똑 상식에서 만나보세요.

전망

새로운 미디어 사회, 새로운 소비 양식

방송이 아닌 역무를 방송처럼 규제할 방법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방송을 대신할 새로운 개념, 예컨대 ‘시청각매체’ 등과 같은 포괄적 개념을 도입해서 매체 규제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2019년 <방송문화> 가을호)

유튜브는 미디어의 기준을 바꿔 놨습니다. 개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시작해 기성 미디어의 위계를 전복한 오늘날 위상에 대한 비유기도 하지만, 실제 방송에 대한 법과 정의를 수정하게 만든 데 대한 직접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런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소비자이자 참여자인 우리의 수용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두되는 개념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입니다. '리터러시'란 문자에 대한 해석능력, 문해력을 가리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해석 및 올바른 활용 능력을 가리키죠.

가짜뉴스 판별이나 올바른 정보 해석 능력에 대한 필요는 물론 어릴 때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그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한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으며, 일부 학교에선 이미 수업에 포함하고 있죠. 전통적인 게이트 키핑이 점차 사라지는 앞으로 미디어 생태계는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적 면역력 또한 스스로 갖추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 다음은 포스트 유튜브를 꿈꾸는 숏폼 플랫폼의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기다려! 우리가 간다'가 이어집니다.

에디터의 노트

요즘 들어 자주 들리는 직장인의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나 퇴사할 거야." "나 유튜브 시작할 거야." "나 퇴사하고 유튜브 시작할 거야." 왜 허언에서 그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진 못할까요?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이 생각만 해도 귀찮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숏폼 콘텐츠'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열리며 누구나 엄청 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숏폼 콘텐츠의 시발점이 된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그 인기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현상

유튜브를 쫓아가는 대항마

퀴즈 하나 내볼게요. 지난해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게임을 빼고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한 앱이 뭘까요? 바로 틱톡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유튜브 월간 이용자 수는 23억명으로 집계되며, 연 매출은 197억달러(한화 약 22조원)에 달합니다. 틱톡은 아직 유튜브에 필적할 순 없으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부지런히 유튜브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유사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 중엔 유튜브 다음으로 틱톡이 가장 "떴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상

틱톡이 뭔데?

틱톡: 앱으로 15초~1분 길이의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릴 수 있는 영상 공유 플랫폼입니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에서 제작했어요. 바이트댄스는 2016년 틱톡의 시초인 앱 서비스 도우인(抖音)을 내놨습니다. 핸드폰으로 누구나 쉽게 스티커, 음악 등의 효과를 넣은 뒤 개성을 살린 짧은 영상을 만들 수 있게끔 했죠.

사실 도우인은 성공을 거뒀던 중국 앱 뮤지컬리(musical.ly)를 벤치마킹한 서비스입니다. 뮤지컬리는 음악에 립싱크를 입혀 나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뒤 공유하는 신개념 SNS였는데요. 출시된 지 1년 만에 할리우드 유명 뮤지션들이 활발히 사용할 만큼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켰죠. 도우인은 출시 이후 중국에서 뮤지컬리 만큼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해외판인 틱톡까지 나왔습니다.

숏폼 콘텐츠: 틱톡에 올라오는 영상처럼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통틀어 숏폼 콘텐츠라고 합니다. 길어도 10분 이내로 가볍게 핵심을 전달합니다. 틱톡은 숏폼 콘텐츠의 원조 격이죠.

챌린지: 틱톡 내에선 #아임낫쿨챌린지 #아무노래챌린지 등 각종 '챌린지'가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챌린지는 춤 같은 특정 행위를 유저가 따라한 뒤 공유하는 문화인데요. 남이 한 게 힙해보이면 나도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 선보이는 겁니다. 과거엔 재밌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면 이젠 직접 크리에이터가 되어 개성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습니다. 특별한 기획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 참여가 더욱 급증했습니다.

틱톡커: 틱톡 유저를 '틱톡커'라고 합니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시청자로 머무르는 데 반해 틱톡커는 틱톡을 갖고 놀다가 내키면 바로 자신의 영상을 업로드합니다.

내용

틱톡의 강점과 약점

유저·기업에게 사랑받는 비결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어: 딱히 영상을 만들 줄 모르는 유저도 빠르고 쉽게 콘텐츠를 만들어 올립니다. 틱톡이 제공하는 AR 필터나 특수 효과, 음악 등 편집 기술을 활용하면 콘텐츠 수준이 높아집니다. 제대로 된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려면 영상 편집에 공을 들여야 하나 틱톡은 그런 번거로움이 없죠.

언어가 필요 없어: 틱톡의 주요 콘텐츠는 댄스, 코믹, 브이로그인데요. 모두 딱히 언어가 필요 없습니다. 전 세계인이 틱톡 안에서 영상으로 소통하는 놀이 무대를 만든 셈입니다.

새로운 마케팅 모델: 큰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여러 기업에서 주목합니다. 챌린지 등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점과 더불어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캠페인이 끝난 뒤에도 해시태그를 통해 타고 들어와 관련 영상을 계속 만들기 때문이죠.

틱톡이 넘어야 할 허들

인기에 비해 돈이 되지 않아: 그동안 틱톡은 주로 기업과 협업을 통한 광고 수익에 의존해왔습니다. 챌린지처럼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하는 식이었죠. 광고가 자주 들어오는 틱톡커라면 좀 다르겠으나 사실 틱톡커 입장에선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셈입니다.

유튜브는 구독자 수, 동영상 조회수가 많으면 영상에 자동으로 광고가 붙어 크리에이터에게 파이가 떨어지는 반면 틱톡은 그러한 기능이 없습니다. 이는 틱톡에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유입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로 이어졌습니다.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필요성을 느낀 틱톡은 시청자가 맘에 드는 크리에이터에게 1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는 '틱톡 코인'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틱톡 코인을 결제할 시 틱톡이 수수료를 떼갑니다. 하지만 결제가 불편해 이용자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틱톡의 주 사용자가 10대인 점을 고려하면 결제가 편리해져도 얼마나 많은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관심받고 싶었을 뿐인데�: 성인보다 분별력이 떨어지고 모방 심리가 강한 10대들은 관심을 끌려 위험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올해 미국의 한 13살 소녀가 틱톡 챌린지를 따라 했다가 온몸에 불이 붙어 중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파이어 챌린지'(Fire Challenge)라고 불렸던 이 챌린지는 화장실 거울에 헤어스프레이나 알코올 등으로 그림을 그린 뒤 불을 붙여 영상으로 공유하는 놀이였습니다.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는 기절 챌린지를 하던 10세 소녀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이 있긴 합니다. 만 14세 미만은 가입할 수 없고, 맞팔 관계가 아니면 만 16세 미만 사용자의 콘텐츠는 볼 수 없죠. 이외에도 10대 사용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몇 차례 사고가 발생한 이상 근심을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

2020년, 대세인 틱톡을 좇는 이들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은 틱톡과 경쟁하기 위해 숏폼 콘텐츠를 위한 탭 '릴스'를 추가했습니다. 유저들은 릴스를 통해 15초짜리 동영상을 촬영,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인스타그램 사용자에게 홍보해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으나 디자인 등 틱톡과 모든 면에서 유사해 따라 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유튜브 쇼츠: 유튜브는 15초에서 1분 남짓한 짧은 동영상을 유튜브 안에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인 '쇼츠'를 선보였습니다. 유튜브는 대세로 떠오른 이후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던 상황인데요. 자꾸만 강해지는 틱톡의 기세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상금을 주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수익 모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모먼트: 네이버도 숏폼 콘텐츠를 활용해 블로그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모먼트'는 블로그에서 쉽게 2분 이하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툴입니다. 네이버 기능인 플레이스, 지도, 쇼핑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블로거가 영상에 네이버 쇼핑 링크를 삽입하면 시청자는 바로 클릭해 이동할 수 있는 식이죠.

전망

밝은 숏폼 콘텐츠 시장

곳곳에 깔린 와이파이, 누구나 다 가진 스마트폰, 빠른 데이터 이동 속도 등 동영상을 보기 좋은 생태계가 완벽히 구축됐습니다. 영상 소비 흐름은 앞으로 가속화되면 가속화됐지 꺾이진 않을 듯 보입니다. 콘텐츠 제작·유통업계선 영상 중에서도 특히 숏폼 콘텐츠에 기회가 있다고 믿는데요. 그 핵심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1️⃣ 콘텐츠 소비양식이 변했어

주요 콘텐츠 소비층인 MZ세대는 이미 숏폼 콘텐츠 쪽으로 쏠렸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메조미디어가 2019년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1020세대 모두 주로 평균 1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시청합니다. 특히 10대는 절반 이상이 10분 이하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2️⃣ 집에서의 짧고 확실한 행복, '숏확행'

백신 접종률이 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해 틱톡이 특히 인기를 끈 이유는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놀잇거리를 찾았기 때문인데요. 몇 번의 터치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숏폼 콘텐츠가 주는 재미, 소통하고 싶은 욕구, 공간 제약이 없는 스마트폰이 만나 틱톡의 인기로 이어졌습니다. 틱톡은 집에서 재미를 찾는 홈엔터 트렌드와 맞물려 앞으로도 유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 다음은 유튜버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유튜브를 무대로 자라다'가 이어집니다.

에디터의 노트

4년 전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볼까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용도로 말이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귀찮고, 멋진 유튜버들도 워낙 많아 비교될 거란 생각에 금방 포기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하셨던 분 많을 것 같은데요. 남들보다 일찍, 혹은 남들이 고민할 때 얼른 채널을 열어 유튜버로 활동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전업 유튜버로 사는 삶은 어떨지 궁금해 찾아가 물어보기도 했어요.

현상

유튜버 전성시대

예전엔 돈을 번다면 회사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대세로 떠오른 이후 유튜버가 되어 자신만의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구독자 1000만이 넘는 유튜버가 우리나라에만 10명이 넘습니다. 구독자 100만이 넘는 유튜버는 250명이 넘죠. '유튜브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인기 유튜버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내용

인기 유튜버를 통해 느끼는 변화

소위 '떡상'해 인플루언서가 된 유튜버들을 볼 때면 '이 사람이 이렇게 떴다고?' 싶어 놀랐던 적 없었나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을 과감히 깬 이들에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유튜브는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능력을 펼치기 가장 좋은 무대가 아닐까요. 고정관념을 깨고 무럭무럭 자라난 유튜버들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체감해봅시다.

1. 제이플라: 가수라면 자기 노래가 있어야 한다고?

대표 영상: Ed Sheeran - Shape Of You ( cover by J.Fla )(조회수 3억회)

제이플라는 자신만의 대표곡 없이 승승장구해온 유튜브 가수입니다. 사실 2013년 앨범을 내고 방송에 진출하기도 했으나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음악 활동을 홍보하고자 시작했던 유튜브 활동이 인생을 바꿨죠. 일주일에 하나씩 꾸준히 커버송을 올린 게 어느 순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 인기 포인트

1️⃣  검증된 음악 선택: 많은 이들이 검색하는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Havana'나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Despacito'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를 선택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독특하게 소화합니다. 인기곡을 자유자재로 커버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기른 게 밑바탕이 됐습니다.

2️⃣  통일된 컨셉: 노래할 때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옆모습만 보여주는 통일된 구도를 유지합니다. 이 스타일은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제이플라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2. 요가소년: 요가 강사는 다 예쁜 거 아니냐고?

대표 영상: 목 · 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요가 (조회수 189만회)

요가소년은 요가를 알려주는 30대 남성입니다. '요가 강사'란 직업을 들으면 늘씬하고 예쁜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요. 독특하게도 유튜브에선 대머리 남성 '요가소년'이 국내 요가 강사 중 구독자 수 1위입니다.

� 인기 포인트

1️⃣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 그는 목소리를 쓰는 일에 관해선 내공이 남다른데요. 이전에 성우 교육을 받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DJ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중저음의 깊은 음성이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영상에 자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발음과 표현이 정확해 따라하기도 쉽습니다.

2️⃣  본인 철학에 충실한 컨셉: 요가가 대중화되며 타이트한 옷을 입은 요가 강사들이 체중 감량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요가의 본질은 '심신 수련'입니다. 그는 주로 헐렁한 티에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 매트 위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필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도인 같은 외모와 맞물려 신선한 컨셉으로 다가왔습니다.

3. 박막례 할머니: 70대 할머니가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한다고?

대표 영상: 막 대충 만드는 묵은지 비빔국수 레시피 (조회수 941만회)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에 자신의 즐거운 하루를 기록합니다. 유행하는 제품을 언박싱하거나 주식 수익률을 공개하는 등 다채로운 일상이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할머니가 치매 위험 판정을 받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기록하고 싶었던 손녀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의 메이크업 영상을 올리자 구독자 수가 이틀 만에 18만명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채널은 쭉 승승장구했죠.

� 인기 포인트

1️⃣  값진 경험 이야기: 박막례 할머니는 험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남편이 집을 나간 뒤 혼자서 세 남매를 키우며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죠. 식당을 운영하며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일만 하는 등 열심히 살았으나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스토리를 가감 없이 공개하며 청춘들에게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할머니가 말해주는 이야기엔 진정성이 있습니다.

2️⃣  기존의 틀을 깬 컨셉: 기성 미디어에 등장했던 할머니들은 대체로 눈물이 날 정도로 불쌍하거나 인자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일상을 즐기는 할머니의 모습은 잘 나오지 않았죠. 아마 '할머니 메이크업 영상' 같은 걸 방송으로 담자고 제안했다면 기획단계에서 대차게 까였을 겁니다. 그동안 소외됐던 이의 이야기를 마음껏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4. 오마르: 특별한 소재만 인기 콘텐츠가 되는 거 아니냐고?

대표 영상: 세상에는 네 종류의 남자가 있습니다 (조회수 198만회)

오마르는 일상 속 소재를 바탕으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콘텐츠로 만듭니다. 왜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는 사람이 힘든지, 왜 우리 주위엔 잘생긴 남자가 드문지 등 정말 사소한 이야기들입니다. 친구들한테나 가볍게 할법한 저런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면 누가 보냐고요?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이 수두룩합니다.

� 인기 포인트

1️⃣  나도 저렇게 생각한 적 있는데: 그의 영상엔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한 티가 납니다. 평범한 경험 속에서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파고드는데요. 스쳐 지나가듯 생각했던 것들을 영상으로 정리해 줘서 공감한다는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2️⃣  신선하고 특이한 컨셉: 그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던 2016년까지만 해도 토크 유튜버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린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던 때였죠. 예수님 같은 헤어스타일도 독특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키워드

전업 유튜버의 삶

5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오마르는 말합니다. "사실 유튜버는 직업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 성공한 크리에이터만큼 돈 벌기 좋은 직업도 없을 것 같은데 제가 뭔가 잘못 알고 있던 걸까요? 궁금한 마음에 오마르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유튜버는 직업이 아니라고요?

직업이라고 하기엔 보장되는 게 없습니다. 당장 다음 달 수익이 얼마인지 모르는데요.

구독자가 50만명이 넘으시는데 월 1000만원은 기본으로 벌지 않나요?

와... 매달 그 정도 입금되면 엄청 좋겠네요.

요즘엔 성공한 크리에이터를 두고 '온라인 건물주'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영상 조회수가 계속 누적돼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 같습니다.

조회수가 건물처럼 유지가 잘 안 됩니다. 기존에 올린 영상들은 새로 올라오는 영상들에 계속 밀립니다. 또 지금은 채널이 하도 많아서 조회수가 분산됩니다. '포화'라는 표현도 부족한 것 같아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죠.

퇴사하고 전업 유튜버로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를 잘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퇴사를 바라고 유튜브를 하려는 직장인들은 정확한 결실이 따라오길 기대합니다. 저한테 "구독자 10만명 정도면 얼마 벌어?" 같은 질문을 하죠. 그런데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은 채널 시청자와 영상 길이, 좋아요 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흔히 구독자 100만명이 넘으면 월 1000만원은 가볍게 번다고 생각하나 전 아닌 사람도 봤습니다. 구독자 수는 아무것도 담보해 주지 못해요.

성공한 크리에이터 중에선 유튜브가 돈이 되니 얼른 시작하라고 하기도 하던데 오마르 님은 좀 다른 의견이시네요.

유튜버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느낍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 유튜브에 손을 댔다가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겪지 않아도 될 심적 압박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창작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 겁니다. 본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 좋아하는 걸 공유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전업 유튜버로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하고 계신 노력이 있을까요.

뗏목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사실 어디로 갈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제가 토크 유튜버로선 이미 다 휘발됐다고 느낍니다. 여태까지 만들었던 콘텐츠를 비슷하게 올리면 조회수는 나오겠으나 그건 사장되는 방향인 것 같아요. 최근 크리에이터로 오래가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콘텐츠 방향을 바꿨어요. 서울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안녕, 서울' 영상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유튜버는 불안해도 유튜브는 계속 주류 플랫폼으로 번창하겠죠?

시장이 계속 커지는 건 맞겠죠. 하지만 다음 주류 미디어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유튜브도 대체되지 않을까요. 한때는 TV를 이길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TV보단 유튜브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요.

전망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4명의 유튜버는 공통적으로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컨셉을 잡아 꾸준히 밀고 나갔습니다. 또 좋아하는 아이템을 찾아 재능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후자가 아닐까요. 흔히 구독자 수나 채널 수익 같은 '숫자'에 더욱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당시 돈이 되는 아이템이 아니라 즐겁게 파고들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놀다 보니 어느새 그 분야의 성공한 유튜버가 된 겁니다.

유튜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 유튜브 최고 경영자 수잔 워치츠키

누구나 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긴 건 분명히 좋은 점입니다. 세상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건강한 창작'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면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유튜버 열풍이 식지 않는 요즘, 유튜버는 창작 활동에 대해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는 게 좋을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유튜버 입장에서도, 시청자 입장에서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