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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정수장학회·박정희기념관…박근혜 발목 잡는 '과거사' 출처: 프레시안

새해 기획으로 올해 처음 투표를 하는 '새내기 유권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들은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박근혜는 (대통령의 딸로) 태어난 게 가장 큰 정치적 업적"이라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권'을 역사책을 통해서나 봤을 젊은 세대가 보일 수 있는 가장 '냉소적 반응'이 아닐까 생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빛'이면서 '빚'이다. 그의 큰 정치적 자산이면서 동시에 벗어나기 힘든 굴레이기도 하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고 소위 거물급 정치인이 되는 과정에서 '박정희'가 큰 뒷심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유력한 대권주자가 된 현 시점에서도 '박정희(내지는 육영수) 향수'는 큰 자산이다. 복지정책에 대한 구상을 내놓으면서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고 밝힌 그 한마디가 이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반면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과오도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뒤 20대 초반에 '퍼스트 레이디'로 국정에 참여한 그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유력 정치인이 된 이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 21일 개관한 박정희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연합

박 위원장이 사실상 당 대표인 비대위원장을 맡고, 4월 총선이 서서히 다가옴에 따라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가 다시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박 위원장이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야당의 말 바꾸기를 문제 삼아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야당은 박 위원장의 '과거'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 사상에서 출마하게 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지난 해 11월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 지분과 관계된 자사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자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부산일보> 사태는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고,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부산일보>와 정수장학회의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가 강탈당한 장물"이라며 "참여정부 때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와 진실화해위(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강탈의 불법성을 인정했는데도 지금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문 고문은 21일에도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착한 물건으로 바뀌나요? 머리만 감추곤 '나 없다'하는 모양을 보는 듯 하네요"라고 비난했다.

부산 북구강서을에 출마하는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도 20일 "박 위원장은 부산 방문에 앞서 공약했다 뒤집은 동남권 신공항, 저축은행 사태, 장물로 표현되는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사회환원 요구에 대해서 사과와 구체적 실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런 야당의 공격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수장학회는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정수장학회는 사회적 공익재단이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장물'이라고 하면서 모든 권력을 동원해 어떻게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며 "2005년에 이사장을 그만두고 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기념관 개관일의 상반된 풍경

21일 박정희기념관 개관식에서도 이런 '명과 암'이 동시에 보여졌다.

박 위원장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기념과 개관식에 참석해 "이 기념관의 자료와 기록은 아버지 한 분의 것이 아니라 땀과 눈물로 나라를 일군 국민 모두의 것"이라면서 "저에게는 한분 한분이 조국 근대화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박정희 시대에 대해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아버지는 배부르게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도 잘 사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여유와 품위가 있고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도 나 혼자만 그렇게 생활하는 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면서 "시대는 바뀌었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모두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과거 독재 역사를 정당화하고 현대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즉각 폐관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정희 우상화의 본산이 될 기념관 건립을 저지해왔지만, 수구세력의 집요한 압박으로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 될 기념관이 들어섰다"며 "박 위원장이 기념관 개관을 총선용으로 서둘렀다"고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정희 기념관은 지난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지원 약속 이후 국고 보조금이 회수되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등 사회적 논란 끝에 13년 만인 이날 문을 열게 됐다.